한글화 잡담(5) - 할 만합니다

쉐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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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7-21 오전 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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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스피드가 기술

7월 19일에 엘더 사인 : 심해의 징조를 구매해서 수령했습니다.

7월 20일에 오후 5시 30분부터 새벽 1시까지 해서 모험 카드를 제외한 모든 구성물의 한글화를 마쳤습니다.

7월 21일에 오후 8시부터 새벽 1시까지 모험 카드의 한글화를 다 끝냈습니다.

총 소요시간이 대략 13시간쯤 됩니다. 빠른 건가요?

제 생각엔 빠른 것 같습니다. 그 전의 엘더 사인들은 며칠씩 걸렸거든요.

'빠른 거다'라기보다, '빨라진 거다'라고 해야 맞을 듯합니다.

이 정도로 빨리 할 수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사실 건성으로 했습니다.

작은 조사자용 카드들(일반 아이템, 특별 아이템, 주문, 동료 등등)의 텍스트 칸 뒤에 보이는 워터 마크도

이번에는 이번에는 대충대충 작업하고, 잘 보시면 카드 곳곳에서 틀이 어긋난 게 보일 겁니다.

그러나, 뭐 중요한 건 한글로 즐긴다 아니겠어요?(삐질삐질...)

아무튼 이게 이 정도로 되는 거 같으면, 얼음의 징조도 하루면 할 수 있... 읍읍!

1. 님 좀 너무한 거 아니심?

사실 엘더 사인 : 심해의 징조는 살 생각이 없었습니다.

아컴의 문 확장에서 심하게 충격을 받고는 "벨붕이다" 생각해서 사지 않으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아니 솔직히 이번 '심해의 징조'는 너무 매력적인 거 아닙니까? 크툴루가 다시 나오다니요! 데이곤도 나오다니요!

개인적으로 저는 FFG의 아컴 호러 파일 중에서 엘더 사인을 가장 독특하게 봅니다.

확장이 나올 때마다 거의 새로운 규칙으로 내는 데다가, 확장들끼리 구성물을 아예 섞지도 않습니다.

마치 아컴 호러 : 카드 게임의 각 팩이 나오는 것 같아요.

얼음의 징조 때에만 해도 와 참신하다 했는데 심해의 징조라뇨!

이쯤에서 저의 전문 멘트 한 번 하고 가겠습니다.

FFG 네이놈드을!!

2. 입이 방정

원래는 지금 아컴 호러 카드 게임의 한글화 자료를 만들려고 했습니다.

Blood on Alter를 최근에 구해서(감사합니다!) 이것과 외전 시나리오인 '공포의 사육제', '루가루의 저주'의 번역은

다 끝내어 놓은 상황입니다. 카드만 한글화하면 되는 거였죠.

그 이후로 던위치 사이클 4번과 5번도 다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었습니다. 6번은 아직 입고를 기다리고 있죠. (힘내라 엠본부!)

그렇게 하면 던위치 레거시 한글화 자료는 제가 다 만드는 겁니다. 핫핫.

어쩐지 이런 거는 뿌듯해요. 엘더사인 한글화 자료도 제가 다 만들었으니까요. 광기의 저택 2판 한글화 자료도 그렇고......

이러다가 FFG가 한국 한글화 현장을 털면 저는 철컹철컹이 되겠죠... (파산이다 냐핫!)

아무튼. 그런데 갑자기 심연의 징조 한글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네. 왜 그러냐면요, 우리 보드게임 모임의 멤버 중 한 명의 친구 S가 엄청난 게임 매니아입니다.

이 친구가 최근에 보드게임의 매력에 빠진 거 같아요.

부산에 한 번 놀러왔는데, 제가 광기의 저택 2판과 패스파인더를 연속으로 가르쳐줬더니,

한 달에 한 번씩 보드게임을 배우러 부산에 내려오고 있습니다......

이 친구가 스팀에서 엘더 사인이 출시되었더라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말렸죠. "우리 집에 보드게임 있으니까 그걸로 해 보고 나서 스팀으로 사든지 말든지 해요."

......

인생은 언제나 입이 방정이죠...

3. 겜덕 사이의 겜덕

우리 모임에는 엄청난 러덕이 있습니다. 제가 감히 명함도 못 내밀어요. 이 러덕은 러브크래프트 관련 소설과 후대 작가들의 작품들,

각종 2차저작물과 게임까지도 섭렵하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엘더 사인 번역하면서 동료 중에 '구스타프 요한센' 카드를 보여주면서

"누구게요?"라고 물어봤더니 바로 알더군요. "부름에 나오는 증기선 선원"......

그 겜덕이 저희 모임에 나오는 이유가 단 하나입니다.

그 많은 러브크래프트 관련 컨텐츠 중에 유일하게 보드게임에 대해서만 잘 모르더군요.

그런데 보드게임 쪽은 아시다시피, 소름끼칠 정도로 몰입도가 높잖아요?

(저는 PC 게임보다 보드게임의 몰입도가 더 좋다고 주장하는 바입니다. 특히 러브크래프티안 게임은 더더욱요. FFG 만세!)

사실 2에서 언급한 리얼 겜덕 S도 비슷합니다. 다 아는데 보드게임은 모르더군요.

저는 그들보다 다른 모든 부분에서의 지식이 다 밀립니다만, 보드게임 하나만으로 그들과 친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제가 보드게임을 놓치 못하는 거나, 러브크래프티안 게임에 이렇게 빠져드는 데에는 과외 이유가 있는 거죠. ㅎㅎ

4. As time goes by

엘더 사인 본판 한글화 자료는 사실상 굉장히 초기의 작업입니다. 두 번째 확장인 '아컴의 문'까지만 와도 작업 방식이 달랐죠.

그리고 그때에서 지금은 작업 방식이 또 다시 달라진 게 사실입니다.

어디 그것만 다르겠어요. 그때는 공짜 폰트만 받아서 썼는데 지금은 산돌 구름다리 월정액 결재를 하고 있으니 글꼴이 더욱 다채로워졌습니다.

그래서 이번 '심해의 징조'에서는 글꼴이 다 바뀌었습니다...... 용어도 바뀌었죠......

아마 예전 확장엔 괴물이라고 해 놓은 걸 이번 확장에는 몬스터라고 했을 거에요...... 으아아아~~~

아하하하.... 심해의 징조가 기존 버전들과 너무 달라서 그런 거에요... 하하하하;;;;

5. 할 만합니다

사실, 얼마 전에 한글화 잡담 없이 디센트 2판의 영웅과 몬스터 확장 한글화 자료를 공개했었어요.

일부 한글화고, 사는 사람도 거의 없을 만한 확장이라서 별 반응 없을 거 같지만 그냥 올린다 이러고 공개했던 건데,

그거에도 세 분이나 답글을 달아 주셨더라구요.

한글화 작업이라는 게 그런 거 같습니다.

뭘 만들든 필요한 사람은 있구나 싶어요.

저도 이거 하면서 포토샵 스킬도 무지막지하게 올라갔는데 ㅎㅎ

'로크 앤 키' 한글화 자료 공개했을 때 댓글 달리는 거 보고 정말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ㅋㅋ

서울에서 오는 S도 이번 심해의 징조 플레이를 아주 두근거리며 기대하고 있더라구요.

그런 것들 보면 할 만합니다.

그 친구가 어제 심야 막차로 부산으로 내려온다 그래서 곧 부산에 도착할 거 같아요.

내일은 퇴근을 하면 심해의 징조 룰북을 읽고 게임을 한 판 돌려보지 싶습니다.

주말이 다가오고 있네요. 보드게임 같이 할 친구가 있으니 늘 할 만합니다.

다들 즐거운 보드게임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이상한 마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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