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표09] 이 자전거는 밸런스가 엉망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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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1 00:56

로빈슨 크루소와 임페리얼 세틀러의 작가인 이그나치 트레비첵이 BGG에 재밌는 포스트를 올려서 소개해 봅니다. 원본 글은 여기를 참조해주세요.

어떤 사람이 페이스북에 "Godfather의 직업카드 밸런스는 X망이야. 난 이 게임을 두번이나 해봤어" 라는 글을 올린 것을 보고 이그나치가 분노를 해서 포스트를 했습니다.

당신이 두 발 자전거를 처음 타다 넘어졌을 때, 당신 아버지는 분명히 자전거 회사에 항의 메일을 보냈겠군요. "자전거 바퀴가 2개 밖에 없다니, 이 자전거는 밸런스가 엉망이군요. 이 자전거 만들 때 테스트 해보기는 했어요? 이건 전혀 안정적이지가 않아요. 탈 때마다 자꾸 넘어지잖아요"

이그나치는(참고로 godfather의 작가는 이그나치가 아니라 블러드 레이지를 만든 에릭 랭입니다) 고작 1,2판 해보고 밸런스가 엉망이라고 포스트를 올리고, 첫 인상이라는 이름으로 리뷰를 남기는 행태에 대해서 지적을 했습니다.

또 반면에 댓글을 보면 게임의 홍수 속에서 많은 보드게이머들은 같은 게임을 2,3번 밖에 안하고 계속 새로운 게임을 사고 있고, 이렇게 계속 새로운 게임을 사는게 보드게임 산업과 디자이너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이니(산업에 도움이 되라고 게임을 사는건 아니지만), 첫 게임을 즐길 때부터 밸런스가 엉망이라는 느낌을 받는건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제 생각에는 잘 만든 게임들은 꽤 많은 밸런스 테스트를 거쳤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테포마 작가가 자기는 1000판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고, 어떤 특정 기업이 딱히 뛰어나거나 뒤처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현재 생각하는 B급 기업을 가지고도 꽤 많이 이긴 데이터가 있다는 거겠죠. 정확하게 대칭적인 게임을 만들지 않는 한(심지어 정확하게 대칭이라고 하더라도 동시에 하는 게임이 아니면 선을 누가 가지고 가느냐에 따라서 승률이 달라질 수 있겠죠) 밸런스 문제는 항상 나올 수 있는 이야기고, 제 생각에는 모든 카드/종족의 승률이 40-60% 사이라면 매우 훌륭한 밸런스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는 1000판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고작 몇 판한 플레이로 밸런스를 논할 수 밖에 없지만, 긱이나 보라에서 종종 누군가가 매우 고평가나 저평가를 내리는 카드들이 다른 그룹에서는 반대평가를 받는 것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열심히 재밌는 게임을 만들고 테스트해준 디자이너들과 그들이 만든 게임들에게 "이 게임 밸런스가 X망이야!!!" 라고 하는 것보다 일단 그들을 믿고 "흠, 어떻게 하면 이 카드로 이길 수 있을까?"라는 즐거운 고민을 해 보는게 좋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