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만들기 프로젝트

빼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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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7-20 오후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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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프로텍트는 아니구요, 모형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보드겜하고 직접적인 관계는 없습니다..

전 가끔 지점토로 뭘 만듭니다. 주로 집이나 물건 등을 만드는데, 이번엔 사람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물론 예전에도 지점토로 어린이나 가족을 만들어 본 적이 있지만 사람의 얼굴을 인형처럼 둥글둥글하게만 표현했을 뿐 인체의 신체 비율과 모양을 그대로 만들어 본 적은 없었지요.

아내의 사진 중 한 장을 골라 똑같이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처음엔 찰흙 한덩이로 몸통-다리-팔-머리를 모두 만들었는데, 들고 작업하기가 너무 힘들더군요. 그래서 머리와 팔을 잘라내고(T_T) 몸통과 다리에만 집중했습니다. 발가락과 샌들을 표현하고, 발목의 각도를 조정하다보니 발목도 여러번 분질렀다가(TT) 다시 붙이게 되었죠. 뼈를 다시 맞추는 수술을 여러번 한 셈. 몸통이 대략 완성된 후, 원피스를 입히고, 얼굴을 얹었습니다.

원피스를 입히고 나니, 더 이상 인형을 눞혀둘 수가 없었습니다. (옷의 주름이 다 망가지고 다리의 각도에 변형이 생기니까요.)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레고블럭으로 받침대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팔 다리는 얼굴 만들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더군요. 사람다운 얼굴을 만들기 위해 엄지 손가락만한 점토 덩어리를 얼마나 수없이 만지고 고치고 했는지 모릅니다. 얼굴에 들어간 노력이 전체 노력의 60% 이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쨌든 얼굴 위에 머리카락을 대략 얹었는데, 여전히 맘에 드는 얼굴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얼굴을 볼 때마다 좌절감이 들어서 투명 프라스틱판을 자르고 매직으로 칠해서 썬글라스를 만들어 얼굴에 끼워두었습니다. 이러니 좀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실제 사진에서도 썬글라스를 착용하고 있었으니 비겁한 행동은 아니지요.)

임시로 레고 블럭 위에 인형을 세워둔다 치지만, 다 완성되고 나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보나마나 저 두 발로 균형을 맞춰 서지는 못할텐데. (그러고 보면 사람이 저 작은 두 발로 넘어지지 않고 서 있다는 것이 새삼 대단해보입니다.)

밑판에서부터 다리까지 가느다란 심을 박아볼까 했는데, 이미 굳어버린 지점토에 심을 박으면 쩍 갈라진다는 것을 체험하고는 생각을 접었습니다. 그렇다면 유일한 방법은 등쪽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것이었죠. 다이소에 들렀는데, 마침 보기좋은 컵받침을 발견했습니다. 게다가 배경도 파리!(아내 사진이 파리에서 찍은 것이었다는.) 받침에 구멍을 뚫고 두꺼운 철사를 박아올린 후, ㄱ자로 꺾어서 등에 연결했습니다. 등에 홈을 파고, 심을 박으려니 내 등이 아파오는 듯.

어쨌든, 꽤 괜찮은 구조가 완성되었습니다. 맘에 들었습니다. 그 후 팔을 붙이니 대략 완성입니다.

가로등 밑을 걷는 느낌을 연출.

이제 색칠만 하면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저기 손볼 곳이 계속 눈에 띄었습니다. 계속 들여다보니 얼굴이 왜 부자연스러운지 알게 되었고, 그 때마다 얼굴에 손을 대었습니다. 커터칼로 턱을 깎아내고, 코를 깎아내고, 볼에 살을 붙이고, 수차례 성형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면서 깨달았습니다. 지점토 공예는 단순히 소조(붙이면서 형태를 만드는 미술)가 아니라. 조각(깎으면서 형태를 만드는 미술)도 겸한다는 것을.

색을 칠하기 전에, 실제 원피스를 가져와서 문양을 살폈습니다. 다행히 초록과 붉은 색 두 개의 물감만 있으면 가능할 것 같았습니다.

그럭저럭 비슷한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신발이나 모자의 모양과 색상도 실물을 보고 따라했습니다. 목에 건 것은 휴대폰(파리에서는 저렇게 하지 않으면 금새 소매치기 당한다고 합니다.)

얼굴이 어느 정도 형태를 잡았다고 생각이 들어, 과감하게 썬글라스를 벗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진짜 마지막 단계로 바니쉬를 칠했습니다. 바니쉬에 물을 너무 많이 묻혀 칠하는 바람에 옷의 문양이 여기저기 뭉개졌습니다. 그래도 눈이나 입술의 색이 번지지 않아서 다행.

각도도 바꾸고 조명도 바꿔가면서 찍어보았습니다. 왠지 파파라치가 된 기분 ㅎㅎ

지점토로 인물 인형을 만들어 보는 도전.. 약 20시간 넘게 투자한 것 같습니다. 사람 몸의 균형이 참 아름답다는 것, 그리고 사람의 얼굴이 정말 복잡하고 오묘하다는 것을 뼈져리게 느꼈습니다. 얼굴에 눈썹 한 점(크기로 보면 0.1 밀리도 안되는)이 있냐 없냐에 따라, 입술 끝의 각도가 20도냐 30도냐에 따라 사람의 인상이 확 달라집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보드겜 사이트이니, 관련 퀴즈 하나:

마지막 사진에서 보드겜과 관련된 물건 3가지를 찾아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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