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워오브마인 리뷰

쫌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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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2-6 오후 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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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보라에 글을 쓰는 것 같습니다.

그 동안 보드게임 관련 글은 전부 블로그에만 썼었는데 참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저주는

보드게임인 것 같아 보드라이프에도 올려봅니다.

제 블로그에 게시된 글을 간추려 올린 글임을 밝힙니다.

https://blog.naver.com/jjomsae/221798510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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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테마

"Death of one man is a tragedy, death of a million is a statistic"

한 사람의 죽음은 비극이지만, 백만명의 죽음은 그저 통계일 뿐이다.

-이시오프 스탈린

인간의 역사에서 전쟁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때론 발전의 계기가 되기도 하고 성장통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당시 평범한 사람들에겐 너무도 끔찍하고 무자비했던게 또 전쟁이라 생각합니다.

현대에 와서도 전쟁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촌 어딘가는 전쟁 중이고 무고한 민간인들이 죽어나가고 있을 겁니다.

디스 워 오브 마인(This war of mine) 보드게임은 동명의 컴퓨터, 앱 게임을 기반으로 한 것으로 90년대 전반에 발발했었던 보스니아 내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화약고라 불리던 발칸반도에서 유고슬라비아 공화국이 붕괴되고 보스니아인, 세르비아인, 크로아티아인 등의 민족적 갈등이 표면화되고 거기에 그리스 정교, 가톨릭, 이슬람교의 종교적 갈등까지 더해져 내전이 발생하는데 당시 생존자들의 증언이나 기록을 토대로 현대전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민간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그려낸 게임입니다.

작금의 대한민국을 보건데, 전쟁의 참상이란 그닥 먼 나라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남북한 대립 구도와 북한의 핵무기 개발,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마스크, 손 세정제 등 위생품 품귀현상은 이 게임의 테마와도 몹시 흡사합니다.

보스니아 내전이나 코소보 사태 당시 생존자들이 가능한 한 많은 생필품, 특히 의약품이나 위생품등이 몹시 귀하기 때문에 구비해 놓아야 한다는 증언들은 게임에서 매우 적절하고 현실적으로 구현되어 있습니다.

예를들자면, 게임상에서도, 실제 전시 혼란 상황에서 전기나 물이 공급되지 않을 때 화폐는 재화로써의 가치를 상실하고 통조림, 붕대, 담배, 알콜(주류) 등이 생존과 물물교환에서도 유용하게 쓰인다는 현실성이 게임에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전쟁의 참상에서 생존하기 위한 물건들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어떤 것들이 희귀하고 유용한지를 게임을 통해 충분히 체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수한 게임성을 지닌 작품일 뿐만 아니라 과장 좀 보텐다면 전시 생존 교본으로써, 간접체험의 도구로써 훌륭한 반전 교육 자료로까지 기능하는 것 같습니다.

2. 구성

디스워오브마인은 보드게임긱에서도 평점 7.9로 높은 점수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테마틱 게임 랭킹 31위이기도해 상당한 수작이란 평을 듣고 있습니다.

특이하게도 1인플이 베스트인 게임입니다.

스크립트북이 있지만 사이트를 이용하는 편이 BGM도 나오고 간편했습니다.

펀칭 타일은 3장이 들었습니다. 각종 표식들, 자원들, 도구들이 많습니다.

카드 양도 상당합니다.(6590사이즈 약 200여장)

3. 게임 방법

*상세한 플레이 방법은 룰북을 참조하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일부 카드 내용이 공개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라고 생각되시는 분들께선 '뒤로가기'를 눌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게임의 목적은 종전까지 생존하는 것입니다. 소위 말하는 "존버"라고 하죠

게임은 아침, 낮, 해질녘, 저녁, 새벽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생존을 위해 하루를 빡빡하고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합니다.

1) 아침: 사건 카드 1장을 공개하고 표시된 만큼 추위를 상승시킵니다(난로를 설치해서 추위를 막지 않으면 질병에 걸릴 확률이 증가).

그리고 사건 내용을 해결합니다. 주로 부정적인 사건들이 빈발합니다.

예시: 추위를 3높이고 상자에서 해당 자원들을 폐기합니다.

2) 낮: 캐릭터들의 상태를 보고 캐릭터당 최대 3번까지 액션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아지트를 뒤져서 자원을 획득하거나 생존에 필요한 물건을 제작하는 한편, 구멍을 막아서 침입으로부터의 피해를 대비할 수도 있습니다.

예시: 위 상황에서 마르코와 안톤은 각각 2번 액션을 할 수 있으며(피로 1때문) 카티야는 1번 밖에 액션을 할 수가 없습니다(상처 2 때문)

3) 해질녘: 저장고에 비축해둔 물을 마시거나 음식(통조림, 날고기, 채소)을 먹을 수 있습니다. 물을 마시지 못하면 비참함 또는 굶주림이 1증가하고 음식을 먹지 못하면 굶주림이 1증가합니다. 어떻게든 하루를 버티기 위해 물과 음식을 확보하는게 중요합니다. 게임을 하다보면 정말 '하루살이'의 절박함이 체감됩니다.

4) 저녁: 캐릭터들은 바닥에서 잠을 자거나 침대를 만들어 놨으면 침대에서 잠을 잘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을 하다보면 잠을 잘 수 있는 경우는 정말 ‘운수 좋은 날’이거나 ‘피곤에 쩔어 녹초가 되었을 때’가 아니면 흔치 않습니다. 보통은 불침번 경계를 서거나, 목숨을 걸고 아지트 밖으로 나가 인근을 탐색해서 식량이나 생필품들을 확보하는 등의 활동을 진행하게 됩니다.

※수집: 이 게임에서 몹시 중요한 자원 확보 루트입니다. 가까운 곳, 중간 거리, 먼 곳의 3군데 중 1곳을 선택해 탐색에 나서게 됩니다. 탐색 카드를 각각 14장, 12장, 10장을 받고 한 장씩 공개하며 미션을 수행하면 되는데, 탐색 카드가 많을수록 자원을 많이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전쟁 중인 상황이므로 각종 비극적인 이벤트를 만날 수 도 있고, 운이 따른다면 귀금속이나 필요한 물건을 충분하게 확보할 수 있는 ‘모험’이기도 합니다.

인근에 살고 있는 다른 민간인들은 비전시엔 이웃이었지만, 전시엔 모두 적이기 때문에 소음에 주의하면서 조심스럽게 탐색에 나서게 됩니다.

※야간습격: 우리 무리 중 일부가 목숨을 걸고 탐색에 나서는 것처럼 우리의 아지트에 다른 침입자들이 들이닥칠 수도 있습니다. 이들을 막고 우리의 소중한 자원을 탈취당하지 않기 위해 무기를 들고 불침번을 서야 대비할 수 있습니다. 적으로부터 대비하려면 아지트 곳곳의 취약한 부분들을 나무 가림막으로 막아 놓는 일이 중요합니다.(가림막 1개당 피해나 상처를 1씩 줄여줍니다.) 야간습격 카드를 공개해서 표시된 만큼 상처를 입고 자원을 버립니다. 하지만 불침번이 본인이 소지하고 있는 무기에 해당되는 주사위를 굴려 그 만큼 피해를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5) 새벽: 탐색조가 확보한 자원들을 본인들이 짊어질 수 있는 무게만큼 추려서 복귀하고, 운명 카드를 뽑아 내용을 적용합니다. 주로 약을 가지고 있다면 질병이 악화되는 것을 막아주거나, 붕대가 없을 경우 상처가 덧나서 더 악화되는 등의 ‘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받는 불이익’들이 중심이 됩니다. 그리고 이야기 행동 카드를 2장 뽑아 1장을 가지면 됩니다. 이 게임에서 몇 안되는 긍정적인 내용의 카드로, 시의 적절하게 찬스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4. 후기

보드게임은 여러 면에서 각기 다른 즐거움을 줍니다.

한정된 자원을 관리하면서 적절하게 일꾼을 배치하며 고효율을 발휘하는 재미

퍼즐을 풀면서 가장 고득점 또는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는 재미

주사위를 굴리거나 조합해서 몬스터를 물리치고 캐릭터가 성장하는 재미

콤보를 터트리며 빵빵 터지는 웃음과 대화가 오가는 재미 등등

정말 많은 재미 요소가 존재하지만, 이 게임은 과연 이게 재밌는 게임일까?라는 의문이 생기는 아리송한 게임입니다.

대개 리뷰를 쓰는 이유도, 사람들이 리뷰를 보는 목적도 이 게임이 나와 취향이 맞는지, 더 짧게 재밌는 게임인지 확인하고 참고하려는 용도인데, 이 게임은 함부로 재밌다고 말할 수 없는 게임인 것 같습니다.

게임을 하면서 도덕적인 양심의 괴로움을 느낀 적도 처음이었고, 게임을 하면서 캐릭터와 함께 비참함을 느끼는 것도 처음이었습니다. 판타지적 세계관이라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므로 캐릭터가 죽든 말든, 봉변을 당하든 말든, 제3자의 입장에서 느낄 수 있는 여지가 있었지만, 이 게임은 너무나 현실적이었고, 모든 이벤트나 우울한 상황들이 충분히 언젠가 이번 생에서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너무나 빨리 감정이입이 되었습니다.

베스트셀러로 이름을 날린 ‘정의란 무엇인가’ 첫 구절도 어린 민간인과 조우한 미군이 이들을 살려주어야 하느냐(도덕), 말아야하느냐(탈레반에게 위치 노출 위험)로 딜레마를 겪는데 결국 민간인들을 살려주었다가 탈레반의 습격으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런 내용처럼 내가 살기 위해 남을 해하느냐, 나도 힘들지만 남을 위해주느냐 딜레마적인 상황이 게임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보통 게임이라면 ‘善’인 것 같은 선택지를 골라야 이후 유리할 확률이 높아 의례껏 남을 위해주는 선택지를 고르게 되는데 이 게임은 너무나 현실적이고, 남을 위할 겨를이 없으므로 비도덕적인 것을 알지만, 내가 살기 위해, 나의 가족을 살리기 위해 현실적인 선택지를 택하는 경우가 많아, 스스로도 인간의 밑바닥을 볼 수 있는 게임인 것 같아 놀라웠습니다.

게임의 모든 장치와 사건과 기물들은 테마와 모두 완벽하게 어울려서 뭐 하나 이질적이고 부족하다고 느낄만한 부분들은 전혀 없었습니다. 게임성 측면에선 흔히들 이야기하는 ‘주사위 운빨 게임’의 전형적인 시스템이지만, 테마가 압도적인지라 저는 크게 실망스럽진 않았습니다. 어찌 생각해보면 전시 상황에선 오히려 계산하여 통제 가능한, 예측 가능한 일들 보다 비합리적이고 운적 요소의 개입이 많은 일들이 일반적일 것이므로 충분히 현실을 반영한 주사위 굴림이라고 납득되었습니다.

사실 게임을 구입해 놓고, 오랜 기간 플레이하지 않았었습니다. 딱 봐도 어둠칙칙한 분위기에 암울함이 느껴져 다른 게임들을 즐기다가 최근에 수차례 플레이해봤는데 예상했던 것처럼 암울하지만 여운이 계속해서 남는, 자꾸만 생각나는 게임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영화도 비스티보이즈나(윤종빈), 키즈리턴(기타노 다케시) 등 현실적이고 여운이 많이 남는 것들을 좋아하는데 이 게임이 딱 그런 저의 취향에 맞았던 것 같습니다.

살기위해 몸부림치는 민간인들의 처절한 삶이 완벽하게 구현된, 저는 새롭게 느낀 형태의 보드게임인 것 같았습니다. 스토리적 요소가 짙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리플레이성 또한 보장한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매번 어떤 캐릭터를 선택하느냐, 어떤 이벤트가 발생하느냐에 따라 전개가 상이하기 때문에 스토리성이 강한 게임들의 취약점인 ‘리플레이성’도 상당히 괜찮기 때문에 보드게이머라면, 한 번쯤 즐겨보시길 추천 드리는 게임이라 감히 말씀드립니다.

게임 난이도가 상당히 하드해서 1장도 못넘기고 모두 죽은 판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초반에 캐릭터를 고를 때 이 판은 종전까지 생존할 수 있을지, 고통만 받다가 끝날지 대충 보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단점인 것 같습니다. 물론 좋은 캐릭터로 시작하더라도 주사위 신의 가호와, 이벤트 운이 따르지 않는다면 클리어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상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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쫌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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