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 주사위 게임’ 리뷰
라이트 게이머인 무이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평소 즐겨 하는
‘이스탄불: 주사위 게임’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보드라이프를 자주 방문하시는 분들은 아마 이 게임이
괜찮다는 글을 많이 보셨을 겁니다. 심지어 이스탄불
본판보다 재밌다는 글도 여럿 보이구요. 저는 이 게임을
꾸준히 하고 있음에도, 하면 할수록 재밌고 좀 더
복잡한 게임을 하다 머리가 아플 때 쉬어가는 게임으로
너무 좋더라구요. 뭐, 가끔은 너무 뜨거워져서 쉬어가는
게임이 아니라 본게임이 되기도 하지만요.
모두 몇 번 했는지 기억할 수는 없지만 2, 3, 4인 모두
다회플 해봤습니다. 모든 사진은 보드게임긱과 규칙
설명서에서 가져왔습니다.
A. 게임 소개
당신은 이스탄불의 상인이 되어 조수(주사위)들이
구해오는 상품과 돈으로 경쟁자보다 빨리 루비 6개를
(2, 3인 기준) 사들이면 승리합니다. 동률이면 루비를
사들이고 남은 것들을 모두 팔아 누가 가장 부유한지를
따지구요. 승리하기 위해서는 시장(카드)에서 상품들을
얻거나 교환하고, 모스크(타일)의 도움을 받아 능력을
개발할 수도 있습니다.
이야기를 이어가기 전에 구성물을 살펴보겠습니다.
(1) 기본적인 구성물
먼저 위 사진의 가운데에 있는 (작은 네모 모양의) 상품
마커들입니다. 빨간색 직물, 노란색 과일, 초록색
향신료, 파란색 장신구가 우선 보이고, 이들 중 어떤
것으로도 대신 쓸 수 있는 갈색 상자 마커도 보입니다.
위 사진의 아래에 보이는 것은 1, 5, 10리라(화폐 단위)
짜리 동전입니다.
다음으로 이 게임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아래의
주사위를 살펴보겠습니다.
같은 주사위가 9개 있는데요, 각 면에 여섯 가지 다른
아이콘이 그려져 있습니다. 우선 빨간색 직물, 노란색
과일, 초록색 향신료, 파란색 장신구 등 네 가지 상품
주사위 눈들이 보입니다. 단, 작은 네모인 상품 마커와
달리 아이콘이 동그라미입니다.
그리고, 1이 그려진 갈색 동그라미 두 개는 2리라이고,
길쭉한 회색 사각형은 카드입니다.
여기서 쌩뚱맞지만... 게임을 이해하는데 있어 기본이
되는 아이콘들을 잠간 보고 지나가겠습니다. 먼저 위
사진의 첫 번째 줄을 보겠습니다.
네 가지 색깔이 모두 그려진 네모는 임의의 상품 마커를
뜻하고, 네 가지 색깔 줄무늬가 그려진 동그라미는 임의의
상품 주사위 눈입니다. 빨간 화살표는 왼쪽을 지불하면
오른쪽을 얻을 수 있다는 걸 뜻하기 때문에, 첫 번째
줄은 상품 마커를 같은 색 주사위 눈 대신에 쓸 수
있다는 걸 뜻합니다.
같은 식으로, 두 번째 줄은 상품 마커 대신에 갈색 상자
마커를 쓸 수 있다는 걸 뜻합니다.
(2) 게임 판
위의 사진에 (게임 후반의) 게임 판이 보이고 붉은 루비가
여기저기에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게임 판의
오른쪽 위를 보시면 초록색 향신료 그림 아래에 루비들이
보이고, 루비들 옆에 숫자 4가 보입니다. 이것은 초록색
향신료 4개를 (주사위 눈 혹은 상품 마커로) 지불하면 4의
왼쪽에 있는 루비를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자신의 차례에 굴린 주사위 5개 중에 4개가
초록색 향신료면 이 4개를 지불하면 됩니다. 근데,
주사위 2개만 초록색 향신료면 나머지 2개는 초록색
향신료 마커로 대신할 수 있습니다.
게임 판 오른쪽 아래에 레드카펫이 곡선을 그리며
깔려있고, 거기에 10부터 18까지의 숫자가 써 있습니다.
18의 위에 있는 루비는 18리라를 지불하면 구매할 수
있습니다.
(3) 추가적인 구성물
위의 사진은 시장 카드들입니다. 왼쪽 카드의 위와 아래에
사람 모양의 아이콘이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는데,
카드를 사용한 플레이어는 갈색 상자 마커를 받고, 나머지
플레이어들은 파란색 장신구 마커를 받는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 카드들은 테마 상 이스탄불의 시장을
의미합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것들은 모스크 타일들로, 가운데에
있는 모스크 타일은 자신의 차례에 행동을 한 번 더 할
수 있게 해주는 타일로, 이것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빨간색
직물 주사위 눈 3개가 필요하네요. 사진 왼쪽 아래에는
이 타일을 구매하기 위해 빨간색 직물 주사위 눈 1개와
빨간색 직물 마커 두 개를 준비해둔 것이 보입니다.
위 사진의 아래에 보이는 것들은 크리스탈로 주사위
재굴림을 할 수 있게 해줍니다.
정리하자면, 위 사진의 위의 왼쪽부터 게임 판, 상품 마커,
리라(돈), 주사위, 시장 카드, 모스크 타일, 루비, 크리스탈,
각 플레이어가 받게 되는 참조표인 ‘행동 요약표’입니다.
(4) 게임 준비
게임 판의 지정된 곳에 빨간색 루비를 올려놓고, 상품
마커, 리라, 크리스탈, 카드 더미를 적당한 곳에 둡니다.
모스크 타일은 더미를 만들고 이 중 여섯 개를 깔아둡니다.
각 플레이어에게 크리스탈 하나와 행동 요약표를 주고,
선 플레이어를 정합니다. 선 보정을 위해 두 번째
플레이어에게 1리라, 세 번째 플레이어에게 2리라, 네 번째
플레이어에게 3리라를 추가로 줍니다.
(5) 게임 진행
선플레이어부터 자신의 차례를 가집니다.
자신의 차례에는, 먼저 (갖고 있다면) 모스크 타일로부터
수입을 받습니다. 모스크 타일에 따라 3리라를 받거나,
크리스탈을 받거나, 카드를 한 장 사용하거나, 주사위를
하나 더 쓸 수 있습니다.
그 후, 주사위들을 (처음엔 다섯 개) 굴리는데, 크리스탈을
지불하면 원하는 주사위들을 재굴림 할 수도 있습니다.
주사위를 가지고 두 가지 행동을 하면 차례가 끝나고, 왼쪽
플레이어가 다음 차례를 가지게 됩니다.
종료조건은 게임 판에 그려져 있는데, 2, 3인일 때는
누군가 루비를 6개 구매하는 것이고, 4인일 때는 누군가
루비를 5개 구매하는 것입니다. 종료조건이 만족되면
마지막 플레이어까지 차례를 가지고 게임이 끝납니다.
게임이 끝나면, 루비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플레이어가
승리하며, 동률인 경우 그들이 가지고 있는 상품 마커
하나당 3리라, 크리스탈 하나당 2리라로 교환 후 돈이
많은 플레이어가 승리합니다.
이제 남은 것은 자신의 차례에 할 수 있는 행동들인데,
이건 행동 요약표에 잘 나와 있습니다.
(6) 행동 요약표
제일 아랫줄은 행동이 아니라 언제든 적용할 수 있는 교환
규칙인데,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상품 주사위 눈 대신
같은 색깔의 상품 마커를 쓸 수 있고, 상품 마커 대신에
갈색 상자 마커를 쓸 수 있다는 겁니다. 즉, 갈색 상자
마커가 제일 좋은 거고, 그 다음이 상품 마커라는 거죠.
행동 요약표의 첫 번째 줄은 같은 색깔의 상품 주사위 눈
두 개로 이 색깔과 같은 상품 마커 하나를 받는다는
것이고,
네 번째 줄은 서로 다른 색깔의 상품 주사위 눈 네 개로
원하는 상품 마커 두 개를 받는다는 것입니다.
다섯 번째 줄은 눈이 2리라인 주사위를 모두 선택해
주사위 개수의 두 배만큼 리라을 받는 것이고,
여섯 번째 줄은 눈이 카드인 주사위를 원하는 만큼 선택해
그 개수만큼의 시장 카드를 뽑아 공개한 뒤, 그 중 하나를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주사위가 위의 사진처럼 나왔으면,
상품 주사위 네 개로 원하는 상품 마커 두 개와 2리라를
받을 수 있습니다. 2리라 대신에 카드를 받을 수도
있고요.
그 외에도 다양한 선택이 가능합니다.
크리스탈 두 개, 갈색 상자 마커와 2리라, 갈색 상자
마커와 카드 한 장, 2리라와 카드 한 장, 크리스탈 한
개와 2리라, 크리스탈 한 개와 카드 한 장 등으로 말이죠.
B. 게임 감상
(1) 첫인상: 다양한 선택지
이 게임의 첫인상은 가벼운 주사위 게임 주제에
(위의 예에서도 봤지만) 선택지가 다양한 게임이었습니다.
참조표인 ‘행동 요약표’를 보니 할 수 있는 게 너무 많아
살짝 쫄게 될 정도였거든요. 뭐 금방 익숙해지기는
하지만요.
(2) 강화되는 행동들
이러한 행동들은 게임이 진행될수록 강화되는데요...
리라를 얻는 행동을 하면 상품 마커를 추가로 주는 모스크
타일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3) 모스크 타일의 조합
더 나아가 모스크 타일을 적절히 조합해 주면 시너지를
낼 수도 있습니다. 리라를 얻는 행동을 하면 상품 마커를
추가로 주는 모스크 타일을 두 개 이상 조합하는 걸
예로 들 수 있는데요...
이런 식으로 ‘주사위 +1’과 ‘행동 +1’을 조합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주사위가 늘어나면 그 중 못 쓰고 남기는
수가 있는데, ‘행동 +1’ 모스크 타일이 있으면 이것을
피할 수 있거든요.
(4) 모스크 타일 모으기 vs 빠른 루비 획득
덕분에 이 게임에 대한 접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첫째, 모스크 타일을 모아서 후반을 도모하는 것과,
둘째, 가능할 때 빨리빨리 루비를 구매해서 속도전을
펼치는 것입니다.
(5) 루비 구매를 늦추라는 속삭임
당연하지만, 모스크 타일을 모으다 보면 아무래도 루비
구매 타이밍이 늦어집니다. 마찬가지로, 카드를 위주로
플레이하는 경우도 갈색 상자나 돈, 상품 마커를
사용하지 않고 남겨두는 것이 좋아 루비를 구매하는
타이밍이 늦어집니다. 이렇듯 루비 구매를 미루면 유리한
점이 많습니다.
(6) 게임의 양상
하지만, 루비 구매 타이밍을 너무 늦추면 힘도 못 써보고
게임이 끝나 버리겠죠? 결국, 이 게임은 이렇게 흘러가는
거 같습니다. 모스크 타일이 적은 플레이어는 루비 구매를
서둘러 모스크 타일이 많은 플레이어보다 한 차례 빨리
종료 조건을 만족시키려 하고, 모스크 타일이 많은
플레이어는 가능한 앞선 플레이어를 따라 잡으면서 막판에
루비 개수를 동률로 만들어 리라에서 크게 앞서려고
하고요. 그래서 게임 후반엔 종료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필요한 차례의 수와 보유한 리라를 열심히 계산하게 됩니다.
(7) 첫인상이 별로였다면?
이런 이유로, 첫 게임에 모스크 타일을 모으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면 게임이 별로라는 인상을 받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주사위가 안 나와 줘서 게임 초반에 모스크
타일을 모으지 못해 운빨망겜이라는 인상을 받거나,
겨우 모아서 이제 뭐 좀 해보려했더니 게임이 끝나버려
싱겁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8) 막판의 승부
제가 최근에 경험자들과 플레이해 보니 주사위 게임임에도
한결같이 마지막 차례의 주사위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극적으로 승부가 갈렸습니다. 그럼 결국 주사위 운빨
게임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마지막에 주사위 굴림의
짜릿함을 맛볼 수 있으니 가벼운 주사위 게임으로는
괜찮지 않을까요?
마지막에 가서야 승부가 갈리는 이유를 간단하게만
설명하자면, 게임 막판에는 보통 부유하다 보니 주사위가
적당히 잘 나오면 한 차례에 루비를 두 개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9) 약간의 진입장벽
이 게임은 어디까지나 가족게임의 범주에 속하는
게임임에도 복잡해 보이는 ‘행동 요약표’에다가 모스크
타일을 쓴다는 점, 게다가 다양한 카드들에 대해 대략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살짝 진입장벽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행동 요약표’와 카드의 아이콘이 워낙에
깔끔하게 잘 정리돼있어 두 번째 게임부터는 어느 정도
즐기면서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은 이 게임의 장점입니다.
(10) 베스트 인원
또 하나의 장점은 인원수를 안 탄다는 점입니다.
보드게임 긱에는 2-3인 베스트로 나와있지만, 4인도
비추가 없습니다. 제 경험으로도 인원에 상관없이 거의
비슷한 재미를 느꼈고요.
(11) 이스탄불 본판 vs 이스탄불: 주사위 게임
두 게임이 워낙 달라서 비교를 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스탄불 본판보다
이스탄불: 주사위 게임이 더 낫다는 평을 많이 봐서
여기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해보면요... 제 생각에
이스탄불 본판은 지속적인 플레이를 통해 숙련도를
높여가는 게임으로 (저의 취향에 딱 맞긴 한데), 게임에
따라 타일배치가 달라진다고는 하지만 비슷한 플레이를
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어 한국의 게이머들이 좋아할
게임은 아닌 거 같습니다.
(확장을 넣으면 얘기가 달라지지만요.)
거기에 비해 이스탄불: 주사위 게임은 주사위 눈에
플레이를 어느 정도 맞춰가야 하고, 모스크 타일이
어떻게 깔리느냐에 따라 게임의 흐름이 많이 달라져
본판에 비해 훨씬 더 다채로운 느낌을 주는 거
같습니다. 이런 점에서 본판에 비해 좋은 평가를 받는
게 아닌가 합니다.
C. 마무리
‘이스탄불: 주사위 게임’은 간단치 않은 게임으로, 같은
주사위 게임인 미니빌 정도만 플레이해 본
비보드게이머라면 살짝 힘들 수도 있지만, 게임이 갖고
있는 재미와 잘 정리된 행동 요약표 덕분에 적어도 두
번째 게임부터는 즐기면서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게임 중에는 당장 루비를 살 것인지 아니면 후반을 위해
모스크 타일을 살 것인지를 두고 항상 선택의 기로에
놓여, 루비 구매 타이밍을 잘 잡는 것이 이 게임의
포인트가 됩니다. 그러다보니, 게임 후반엔 선두를
달리는 플레이어가 게임을 끝내기까지 몇 번의 차례가
남았는지 열심히 계산해 두어야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까지나 주사위 게임인 만큼, 마지막 차례의
주사위 운으로 승부가 갈릴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이만한 무게의 주사위 게임 중에 이만한 선택지를 갖고
있는 게임이 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인원수를 타지
않는 것도 장점이구요. 가볍지만 또 너무 가볍지는 않은
주사위 게임, 혹은 승부가 쉽게 나지 않아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할 주사위 게임을 찾고 계시다면...
이 게임이 그 답이 아닐까합니다!
‘이스탄불: 주사위 게임’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됐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