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비티 슈퍼스타’ 리뷰: 리코셰로의 징검다리

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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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5 오후 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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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게이머인 무이입니다.

‘엔더스 게임’이라는 소설 혹은 영화를 아시나요?

우주함대를 지휘할 뛰어난 소년소녀들을 선발해

외계인에 반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이들이

무중력인 구형 훈련소 (아래 사진) 안에서 깃발 뺏기

게임을 진행하는 장면이 상당한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영화 엔더스 게임의 무중력 구형 훈련소.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https://movie.naver.com/movie/bi/mi/photoView.nhn?code=89723

이 장면을 ‘리코셰 로봇’ 스타일의 퍼즐 게임으로

재현한 것만 같은 게임이 ‘그래비티 슈퍼스타(Gravity

Superstar, 2018년)’입니다. 라마나타님의 방송을 통해

알게 된 게임인데요, 물천사님의 인기 후기인

‘세상에 나쁜 겜은 없다 - 4회(뇌절 스코어)’에 등장해

평균 7.375점이라는 좋은 점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A. 게임 소개

(0) 간단 소개

자신의 색깔을 알리는 캐릭터 카드들.

플레이어는 우주인이 되어 몸을 어느 방향으로

돌리더라도 발 아래쪽 방향으로 중력이 작용하는

이상한 우주공간에서 다른 플레이어보다 많은 별과

리플레이 토큰을 모아야합니다.

(1) 구성물

인원수에 따라 조립해서 공용 게임판을 만드는 모듈

6개와,

각 플레이어가 가지는 우주인 미플이고요,

(게임 박스에는 색깔이 다른 미플 여섯 개만 들어

있습니다.)

우주인이 모으게 되는 별과 (커다란) 리플레이

토큰입니다.

위 사진의 위쪽은 게임 박스이고 아래는 정해진 곳에

별을 놓고 2인플을 막 시작한 모습입니다. 사진 왼쪽

아래에 투명한 기둥이 (잘 안 보이지만) 갈색 문 위에

놓여있는데, 아직 게임판에 올라가지 않은 미플은 투명

기둥이 놓인 문을 통해 이 이상한 우주공간에 입장하게

됩니다.

각 플레이어는 자신의 차례에 (센추리처럼) 카드 한

장을 내려놓고 그에 해당하는 이동을 하는데, 추가되는

카드 없이 위 사진의 다섯 장만으로 플레이하게 됩니다.

(2) 게임 준비

모듈을 조립해 게임판을 만든 뒤, 별이나 리플레이

토큰이 그려진 곳에 별을 놓고, 리플레이 토큰은 게임판

옆에 모아 둡니다. 투명한 기둥을 각 모듈마다 하나씩

있는 갈색 문 중 하나에 놓고, 선 플레이어를 정한 뒤

선 플레이어 카드를 줍니다.

각자의 미플을 자기 앞에 놓고, 다섯 장의 카드를 손에

들면 준비는 끝난 겁니다.

2인플 준비가 끝난 모습. 게임판의 왼쪽에 있는 2번은

투명한 기둥, 게임판의 위쪽에 있는 3번은 리플레이

토큰, 왼쪽 플레이어가 갖고 있는 푸른색 카드인

9번은 선 플레이어 카드.

(3) 게임 진행

자신의 차례가 오면 다음의 세 단계를 진행하고, 다음

플레이어에게 차례가 넘어갑니다.

첫 번째 단계. 자신의 미플이 자기 앞에 있으면, 투명한

기둥이 있는 문에 놓아 게임판에 입장하게 하고 그

기둥은 시계방향의 다음 모듈에 있는 문에 놓습니다.

(여기에 다른 플레이어의 미플이 있으면 그 다음 문에

놓습니다.)

문으로 입장할 때는 문과 같은 방향으로 놓는다.

두 번째 단계. 내려놓은 카드를 모두 손에 들고 이

단계를 끝내거나, 혹은 들고 있는 카드 한 장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카드에 그려진 일러 대로

미플을 이동합니다. (내려놓은 카드가 다섯 번째

카드면 이동을 마친 후에 즉시 모든 카드를 손에

듭니다.)

위 사진의 왼쪽에 있는 보라색 카드는 발을 디디고 있는

바닥의 한 칸 아래로 뚫고 들어갑니다. 빨간색 카드는

90도 회전하고, 초록색 카드는 옆으로 두 칸 이동하며,

갈색 카드는 위로 한 칸 점프한 뒤 옆으로 한 칸

이동합니다. 갈색 카드 오른 쪽은 이 네 장 중 원하는

카드로 쓸 수 있습니다. 단, 어떤 카드든지 내려놓을 때

뒤집어서 내려놓으면 한 칸만 옆으로 이동하는 용도로

씁니다.

미플은 항상 발이 있는 방향으로 떨어진다.

카드로 이동한 후에 미플의 발을 디딜 곳이 없으면 발

아래쪽 방향으로 계속 떨어지며, 테두리에 도달하면

게임판의 맞은편으로 연결됩니다.

박스 일러. 아래로 떨어지는 오른쪽의 미플에게 차여서

게임판을 벗어나는 다른 미플이 왼쪽 아래에 보인다.

이동 중에 미플이

1) 별이 있는 곳을 지나면 그 별을 가져오고,

2) 리플레이 토큰이 그려진 곳을 지나면 리플레이

토큰을 가져오고,

3) 다른 미플이 있는 곳을 지나면 그 미플을 차는 데,

찬 플레이어는 별이나 리플레이 토큰을 뺏어오고, 차인

플레이어는 자신의 미플을 가져와 자기 앞에 놓은 뒤

바닥에 내려놓은 카드들을 모두 손에 들어 재정비하게

됩니다.

4) 마지막으로, 투명한 기둥이 있는 곳에 도착하면 그

기둥은 시계 방향에 있는 모듈의 문으로 이동합니다.

(여기에 다른 플레이어의 미플이 있으면 그 다음 문에

놓습니다.)

게임이 반쯤 진행된 모습.

세 번째 단계. 리플레이 토큰을 지불하면 두 번째

단계를 한 번 더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진행하다가, 게임판에 남아있는 별이 인원수별로

정해진 개수 이하가 되면 마지막 플레이어까지 차례를

진행하고 게임이 끝납니다.

(4) 점수 계산

가지고 있는 별 한 개당 1점, 리플레이 토큰 한 개당

1점, 그리고 같은 색깔 별 한 쌍 당 보너스로 1점을 더

받습니다. 점수가 가장 높은 플레이어가 승리하며,

동률인 경우 리플레이 토큰이 적은 플레이어가

승리합니다.

B. 게임 소감

(1) 잘 입혀진 테마

이 게임을 하다보면 게임판의 테두리가 맞은편의

테두리로 연결되며 우주인은 항상 발 아래쪽으로

떨어진다는 점, 그리고 상대를 차서 게임판에서 쫓아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테마에 살짝 몰입하게 됩니다.

위치스브루의 게이머들은 미플이 아래쪽으로 떨어질 때

‘슈~웅’하는 소리를 내는데 이것도 재미를

배가시키더라구요; 스컬킹의 ‘요호호’ 처럼요.

(2) 비디오게임 감성

그리고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별을 먹다보면 어린 시절

즐겼던 비디오게임에 대한 향수에 살짝 빠져들게

됩니다.

좀 과장하면 이 게임?

사진출처:

https://en.wikipedia.org/w/index.php?curid=41608356

(3) 리코셰 로봇의 보드게임 버전?

이 게임에서 우주인은 한 번 이동하면 발을 디딜 때까지

아래로 떨어져, 리코셰 로봇을 연상시킵니다.

차이점이라면 다섯 가지 동작 중 하나를 먼저 하기

때문에 리코셰 로봇보다 좀 더 복잡한 이동을 한다는

건데, 각 플레이어가 자신의 미플만 이동하고, 한

차례에 최대 두 번까지만 이동할 수 있어

난이도면에서는 리코셰 로봇 보다 낮습니다.

(4) 리코셰 로봇으로 가는 징검다리

이런 의미에서 그래비티 슈퍼스타를 리코셰 로봇에 대한

입문용으로 쓸 수도 있겠더라구요. 예전에 씽크펀에서

나온 1인플 퍼즐 ‘루나 랜딩’을 소개하면서

‘루나 랜딩: 리코셰로 가는 징검다리’라는 표현을 썼는데,

어디까지나 1인플 퍼즐이라 이 타이틀은 그래비티

슈퍼스타에 양보해야할 거 같네요.

(5) 상호작용으로 인한 난이도 상승

그렇다고 이 게임이 마냥 쉽지만은 않은 게, 다른

플레이어에게 차이지 않으면서도 점수를 최대한 벌기

위해서는 리플레이 토큰을 써서 다른 플레이어들이

도달할 수 없는 곳으로 이동해야 하거든요.

(6) 숙련도를 요하는 게임

게다가 차례에서 손해를 보지 않고 내려놓은 카드를

손에 들기 위해서는 가능한 다섯 장의 카드를 모두

써야하고, 별이나 리플레이 토큰을 먹기 쉬운 지역을

찾아 옮겨가기도 해야 해서 능숙해지는 게 만만치는

않습니다.

(7) 눈에 띄지 않는 실력차

이렇게 어느 정도 숙련도를 요하는 퍼즐게임이지만,

분위기가 치열하기보다는 하하호호에 가까워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데요... 그 이유로 두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첫째, 점수 차가 많이 나는 게임이 아닌지라 숙련자와

비숙련자 간의 실력 차가 눈에 띄지 않는 편입니다.

(8) 손해 보지 않는 견제

둘째, 이 게임에선 상대를 차면 보상을 받기 때문에

시스템적으로 상호작용을 강요하는 측면이 있어, 서로

차면서 “내가 널 한 번 차고 만다!”는 식의 파티적인

재미 포인트가 생기거든요.

(9) 적당한 퍼즐

이런 가벼운 분위기는 너~무 퍼즐퍼즐한 나머지

거부감을 줄 정도였던 (최근에 리뷰했던) 드래곤 마켓과

비교되는 점이었습니다.

드래곤 마켓은 1인플 퍼즐인 러시 아워에 서바이브를

살짝 끼얹은 것 같은 게임이다. 사진출처: 블루 오렌지.

드래곤 마켓 리뷰: 러시아워를 좋아하시나요? (+하우스 룰)

(10) 자잘한 장점이 많은 웰메이드 게임

마지막으로 이 게임의 자잘한 장점들을 얘기해보려

합니다. 일단 6인플까지 가능하고, 모듈형 게임판을

사용하고 있어 리플레이성이 아주 나쁘진 않습니다.

한편, 선보정을 위한 변형규칙이 있는데, 맥 거츠(Mac

Gerdts)의 게임에서 보던 방식으로, 마지막

플레이어에게 좋은 카드를 하나 더 주고 이 카드를

사용하면 시계 반대 방향의 플레이어에게 건네줍니다.

아직 적용해보지는 않았지만, 밸런스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더욱이, 규칙에 애매한 점이 없어 긱 포럼을 찾아보거나

디자이너에게 문의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너무

좋았습니다. ‘오하나미’나 ‘실컷 울어봐!’처럼 간단한

게임조차 규칙의 미비로 인해 디자이너에게 문의를 해야

했거든요.

C. 마무리

그래비티 슈퍼스타는 우주 테마를 잘 살린 리코셰

로봇 스타일의 퍼즐 게임으로, 퍼즐이 전부임에도

게임으로서의 재미도 놓치지 않아 퍼즐을 좋아하지 않는

플레이어라도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한편,

시스템 상으로 상호작용이 강제되고 있어 혼자 퍼즐을

푼다는 느낌도 없구요. 안타깝게도 막 재밌다라고까지는

말할 수 없지만, 단점을 찾기 힘든 웰메이드 라이트

퍼즐게임으로 결론내리고 싶습니다.

긱 웨이트 1.25에 긱 유저 평점이 6.9(투표수 280)로

보드게임긱에서도 나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다

떠나서 리코셰 로봇에 대한 입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의미가 커, 한국어 판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디자이너가 긱에 올린 PNP를 포함해 위치스브루와

직장 모임에서 다인플로 5회플 이상 플레이했습니다.

출처를 밝히지 않은 모든 사진은 보드게임긱과

규칙설명서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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