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표06] 보라 분들은 룰 설명하는걸 즐기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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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3 01:15

다이스 타워 이번화에서는 룰 설명하는 팁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인상적이었던건 탐 베슬은 룰 설명하는걸 즐겨서 가르쳐주기만하고 게임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하더라구요. 보라 후기를 보면 skeil님이 반지전쟁 설명만 하고 나머지 분들이 플레이 해주는걸 도와주신다는 이야기를 종종하셨는데 아마 설명해주는걸 즐기시니까 하시는거겠죠?

저한테 처음에 보드게임을 전파시킨 친구가 테마를 포함해서 워낙 룰 설명을 맛깔나게 잘해서 룰 설명이라는걸 해볼 기회가 없었는데 (그러고 보니 그 당시에는 아예 룰북이라는 것도 읽어 본 적이 없군요), 미국 나와서 제가 전파를 해야하는 입장이 되다보니 룰 설명이 정말 어렵더라구요. 초반에는 주로 아내랑 둘이서만 했었는데, 다행히 아내가 끈기가 있어서 엉망진창인 설명도 끈기있게 잘 들어주고 플레이해줘서 고마웠습니다. 그 다음에는 제가 이미 많이 해봐서 익숙한 게임들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설명했었는데 이미 전 게임에 익숙해져 있어서 미리 준비를 안하고 그냥 설명을 했더니 오히려 더 막히더라구요. 아마 본인이 룰 북을 읽지 않고 수회플을 돌려서 익숙해진 다음에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때 비슷한 느낌을 받을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안 돌려본 게임들을 룰북만 읽고 설명을 해야할 기회가 종종 있었습니다. 저한테 컴포도 없던 상황이라 룰 설명 준비에 정말 공을 많이 들였던 기억이 나네요. 일단 게임의 전체적인 흐름이 잡힐 때까지 룰북을 앞뒤로 왔다갔다하면서 2,3번 읽고 무슨 컴포인지 알고 위해서 동영상도 참고하고 그 다음에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설명하는게 가장 효과적일까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더라구요. 그렇게 준비를 해갔더니 오히려 제가 많이 플레이해봐서 익숙했던 게임들보다 훨씬 수월하게 설명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즈음부터 종종 후배들한테 설명을 잘한다는 칭찬아부도 들으니까 신나서 준비도 더 열심히 해가고, 이제는 다른 사람이 산 게임도 제가 룰 설명을 하게 되더라구요. 게임을 사고 플레이하는걸 좋아하는 후배가 있는데 룰북 읽고 설명하는건 어려워하고, 저는 여건상 게임을 살 수가 없지만 새 게임을 하는걸 좋아해서 서로 윈윈인 같아요(아니면 제가 설명호구일지도???) 그리고 종종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을 맡겨보면 룰북을 꼼꼼히 안 읽어서 에러플을 전파한다거나 쓸모없는 내용을 집어 넣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예를 들면 그 게임을 처음하는 사람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자신의 과거 게임 경험을 설명에 포함시킨다거나) 차라리 내가 룰북을 읽고 설명할걸 하는 후회도 가끔합니다.

그런걸 보면 저는 룰 설명하는걸 어느 정도 즐기고 잘할 자신이 있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룰 설명만 하고 게임에서 빠지고 싶으냐고 물으면, 반반인 것 같습니다. 많은 보드게이머들처럼 저도 새 게임 익히는것도 좋아하지만, 또 새 게임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하고자하는 욕구가 있어서 제가 익숙하지만 남들이 모르는 게임이면 소개해주고 빠져서 구경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새 게임이면 저도 한판 하고 싶어서 근질근질할 것 같네요. 언젠가 게임을 같이하는 후배들에게 꼭 메이지 나이트를 가르쳐보리라는 열망에 빠져 있지만 일단 저도 같이 껴서 플레이하면 플레이 타임이 훨씬 늘어나서 가르쳐주고 룰마스터만 해볼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물론 플레이 한지 1년이 넘어서 저부터 룰을 다시 익혀야겠지만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