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잡설 No. 2 (중간에 리뷰 아닌 리뷰 추가요)

쉐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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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6-15 오후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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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피곤합니다

어제 잠을 제대로 못 잤네요. 가끔씩 한 번 가위에 눌리면 깨어서 다시 잠들려고 해도 또 눌리곤 해서... 보통 엎드리면 가위에 잘 안 눌리기에 어제는 하다하다 안 되어서 엎드려 보았는데 등 뒤에서 누가 올라타서는 등을 누르는 느낌이 나더라구요. 제 숨소리만 귀에 들리고 아무 소리도 못 내고 움직여지지도 않고...... 밤에 자기 전에 패스파인더 장애물 카드 번역하고 자서 그런가봐요. 정의의 분노에서 장애물 카드들은 기존의 것들과는 좀 다르게 악마의 유혹이거든요. 그래서 자꾸 누워 있는데 귀에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나......

패스파인더 정의의 분노 한글화를 꽤 한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무기, 주문, 동료, 아이템, 방어구, 축복, 지원카드의 대패질이 끝났으니, 이제 남은 거라곤 장애물, 몬스터, 추종자, 악당, 장소, 시나리오뿐이네요... 아 캐릭터 시트도... 음? 왜 눈물이 흐르지......?

이전 패스파인더 RotR의 한글화 자료를 만들고 배포해 주신 물휴지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2. 뭣이 중헌디

원래는 이걸 다 하고 엘드리치 호러 확장으로 돌아가볼까 했거든요. 그런데 엊그제 해구로 아컴 호러 : 카드 게임 몇 개가 또 날아왔습니다. 아, 이놈들을 먼저 처리해야겠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였죠. 그걸 하고 나면 다시 디센트로 돌아갑니다. 방치해 두고 있는 엘더 사인 : 얼음의 징조야 미안하다. 지구를 떠나다 외행성 확장도 안녕. 무엇보다 엘드리치 호러야, 보고 싶을 거야...... 라고 혼자 여기저기 인사를 하게 되더군요. 1년이 참 짧습니다. 저놈의 패스파인더 하나에 한 달이 짧은데. 망할 파이조는 또 PDF 시나리오북을 내놓는 바람에 사람 몸서리치게 만들고 말이죠.

상황이 그러하다 보니, 어제는 프로텍터 주문을 하면서 어센션 : 드림스케이프를 살까 말까 1시간 동안 망설이다가 그냥패스해 버렸습니다. 한글화 자료도 없는 녀석, 내가 지금 만들어야 할 건 너무 많은데 자꾸 중간에 끼어들기를 시킬 수가 없으니.

욕심은 많은데,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려야 하는 게 참 잘 안 됩니다. 돌아보면 뭐가 잔뜩 쌓여 있거든요. 그런데, 이 한글화가 취미생활처럼 되어 버리면서 뭐가 앞뒤가 뒤바뀐 느낌이랄까요. 게임을 하기 위해 한글화를 하는 건지, 한글화를 하기 위해 게임을 사는 건지. 묘한 갈등과 중독 상황 속에서 뭐가 진짜 나를 위하는 건가 싶은 마음에 지난 주말에는 디센트를 아침 10시 반부터 저녁 9시까지 달렸습니다.

3. 디센트 : Road to Legend

튜토리얼 시나리오는 정말 은혜로운 거였습니다...... 길이가 짧아서 그런지 경험치를 엄청 많이 줘서, 처음부터 캐릭터로 스킬 한두 개를 찍고 시작하거든요. 그래서 처음에 뭣도 모를 때엔 "아, 앱 버전은 경험치와 돈을 퍼주는가 보다" 생각했죠. 아아, 저는 멍청했던 것입니다...... 킨드레드 파이어 시나리오를 시작하자마자 아무 것도 없이 덜컹 시나리오로 떨어지는 순간 끔찍한 비명과 함께 빠르게 끔살당했습니다. 상아님께서 분명 디센트는 영웅이 몬스터를 학살하는 게임이라고 하셨는데, 왜 우리는 이렇게 빠르게 죽어나갈까, 고민했더랬죠. 캐릭터 조합이 안 좋았나? ~~플레이가 멍청했나?~~

이날 원래 넷이서 게임을 하기로 했었어요. 우리 집에 같이 사는 M과 B, 친구 P. 그런데 B가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 감기를 영접하사 몸살로 앓아 누워버린 겁니다. 한의학을 전공한 M이 침을 놔주고 저와 M, P 셋이서 디센트를 시작했는데, 좀 자다가 일어난 B가 몸살 때문에 게임은 못하는 게 너무 억울했던지 와서 몬스터 주사위를 굴리더군요(오버로드 강림). 방어 3이 1/6 확률로 나오는 흰색 방어 주사위를 똑같이 굴리는데 B는 어째서 6번 굴림 중에 4번이 3 방어인지, 어째서 우리는 6번 굴림 중에 5번이 0 방어인지.

그랬습니다. 디센트놈, 결국 주사위빨 게임이었던 겁니다~~(아니다)~~. 우리가 어떤 욕지기를 날려줘도 B는 아픈 듯 빙긋 웃으면서 몬스터의 3방어 7공격(파동 추가)으로 우리 영웅들의 멘탈을 바닥까지 눕혀버렸죠. 저놈의 몬스터들은 왜 이렇게 많은지. 사기가 쭉쭉 깎이는 용사 플레이어들의 뼈아픈 비명을 들으면서 B는 우리를 눕히고 경험치를 얻어서 "환자의 음흉한 미소" 스킬을 찍었습니다...

결론은, 고통은 받았지만 디센트 앱 버전은 정말 재미있는 게임이었더라는 겁니다~~(그리고 주사위는 우릴 지켜주지 않아)~~. 그리고 우리 발컨 3인방이 내린 결론은 이랬습니다.

하나. (광)전사는 노답이다(참고로 전사를 플레이한 M의 우리 모임 내 별명은 "주사위가 버린 자"입니다)

둘. 3인 이상 파티에 치유사 한 명은 필수다

셋. 관통 2 달린 고블린 궁수 무리는 부관보다 더 빠르고 강력하게 지옥을 선물해 준다

넷. 사이드 퀘스트는 경험치를 안 줘서 더럽다(근데 재미는 있지)

다섯. 영웅 확장이 필요해!!!!

4. 엘드리치 호러 : 광기의 산맥 확장

우리 모임에 오는 인원 중 S는 러브크래프트 매니아입니다. 여태 제가 살면서 만나본 중에 이 정도로 격한 사람은 없었어요. 이 분이 우리 모임에 온 것도, 제가 아컴 호러를 워낙에 좋아하다 보니까 해보고 싶어서 온 거거든요. 러브크래프트 매니아임에도 러브크래프티안 게임은 못 해봤고 몰랐던 분이기에 저는 기쁨에 가득 차서 이 분을 모임에 맞아들였습니다.

드림랜드 확장을 사서 보여줬더니 확장에 있는 고양이 기호가 귀엽다고 좋아하고(그럴 수도 있지), 광기의 저택에 들어 있는 쇼고스와 던위치 피규어를 보고 귀엽다고 좋아하고(응?), 고대의 존재 앞에서 멘탈이 부서지고 싶다고 하고(...) 뭐 그런 분입니다.

지난 주 토요일, 광기의 산맥을 했고요, 네. 깔끔하게 바스라졌죠. 우리-S와 P와 B와 그리고 저-의 멘탈.

그 와중에, 남극 보조게임판과 우르술라의 상성은 말도 안 되는 수준이더군요. 집중 토큰 하나를 얻고 나니까 능력 성장이 쭉쭉 되는 무시무시한 깡패. 게다가 미개척지를 공짜로 한 칸 이동할 수 있으니 놀라운 이동력으로 보조게임판을 장악했습니다~~(그리고 소문을 막지 못해 정신력 6이 한 방에 터져서 죽음)~~. 추종자는 잡는 족족 동료가 되니까 과장 좀 보태어서 "지금까지 세상에 없었던 조사자" 급이 되더군요.

지금까지 한 중에 가장 캐릭터들이 많이 죽어 나간 플레이를 했어요. 끝날 때까지 캐릭터가 7명쯤 죽어나가고, 그래서 고대의 존재가 깨어나고, 마지막까지 고통 끝에 한 번의 타협으로 성공으로 넘겼습니다......

알고 봤더니 제가 착각을 해서, 순차적 난이도 세팅을 하겠답시고 신화 카드를 쉬움-보통-어려움 순으로 놓는다는 걸 보통-어려움-쉬움으로 놓는 바람에 게임 중반에 저렇게 다 죽어 나가고 게임 후반에서는 온갖 지원을 다 받았습니다만. 제대로 했더라면 과연 어떤 게임이 되었을까 궁금하기는 하더군요. (망할, 중간에 어려움을 넣었으니까 어려운 소문이 두 개나 나와서 우리가 참깨마냥 탈탈 털렸지......)

S는 그날 모임이 끝나고 집에 가서 톡방에다 "너무 재미있었다, 확장을 끼니까 더 재미있더라"라고 올렸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에 "또 생각난다"고 쓰구요. 저도 사실 두근거리는 게임이었습니다. 각자 자기 캐릭터 역할에 충실하게 플레이를 하니까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구나~~(그런데도 망하는구나)~~ 하는 걸 느꼈죠. 아, 글을 쓰면서 생각하는 바람에 또 플레이하고 싶어졌습니다. 역시 엘드리치 호러 확장은 일단 다 한글화를 해야 할까봐요(그 전에 해야 할 게 아컴 호러 카드 게임 확장이랑 디센트랑 또 뭐가 더 있더라...... 아 왜 자꾸 눈물이 나지...)

5. 곱사합니다

어젯밤 electron님께서 스타워즈 레벨리온과 광기의 산맥 확장의 한글화 패치 자료를 보내어 주셨습니다.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저는 첨부파일이 안 열린다는 댓글을 보고 메일로 그 한 명에게만 파일 첨부해서 보내는 것도 귀찮아서 머리가 터질 지경인데, 패치 만들 때마다 손수 다 메일을 보내어 주시다니요.

예전에 모 방송에서 뉴스 아나운서가 뉴스를 마치면서 고맙습니다로 말할까 감사합니다로 말할까 고민하다가 꼬여서 "곱사합니다"라고 했다는 에피소드가 있죠. 그런데 어쩐지 고맙습니다와 사랑합니다가 겹쳐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자료 정말 곱사합니다, electron님과 물휴지님과 또 많은 한글화 능력자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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