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굴너굴의 2019 Top 100 - #10~1

너굴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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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27 오전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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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연말이네요! 지난 Top 100을 쓴게 두달 전 같은데... 올 해도 어김없이 Top 100을 뽑아보고자 합니다.

여러분들은 올 한해 재미난 게임 많이 즐기셨나요? 이상하게도 전 좋은 인상을 받은 작품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대체로 괜찮은 게임은 많았으나 비슷하면서 더 뛰어난 대체 게임 때문에 구태여 구입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 게임이 대부분이었어요. 고인물이 되어서 그런걸까요 아니면 비슷한 시스템에 식상함을 느껴서일까요? 내년에는 좀 더 제 취향을 저격하는 게임이 쏟아져 나오길 바랍니다 :(

올해 목록도 즐긴 횟수, 주변의 반응, 개인적인 감상, 결혼생활, 모임의 번창, 새로운 전략의 발견 등 여러가지 요소가 얽히며 순위에 많은 영향을 주었으니 참고하세요. 읽어보시며 여러분들의 Top 100은 어떤 모습을 갖추고 있을지 한번 생각해보시는 것도 좋은 기회가 되리라 봅니다.

올해는 노네임, 지니님과 함께 진행하며 서로 순위에 대해 짤막한 소감과 평을 남기는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 저는 오랜 평가를 통해 게임성이 검증된 작품과 오래 꾸준히 즐길 수 있는 게임에 의미를 두는 편이며,

* 지니님은 신작이 가져오는 신선함과 새로움을 적극 반영하는 편이고,

* 노네임님은 구작과 신작의 중간에서 보드게임을 즐기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세 사람의 시각을 비교하며 재밌게 즐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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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 뤄양의 사람들

2015년 - 15위
2016년 - 23위
2017년 - 31위
2018년 - 13위

뤄양의 사람들이 여전히 높은 순위에서 모습을 드러냈네요. 형제라 볼 수 있는 아그리콜라, 카베르나, 르아브르, 아를의 평원, 오딘을 위한 축제 같은 거물급 게임에 비하면 깊이나 게임성 면에서 많이 부족한 녀석입니다. 카드빨도 센 편이고 진행이 깔끔하지도 않아요. 하지만 제가 아내에게 알려준 중급 전략 게임 중 하나인터라 저희 부부의 애정을 듬뿍 받고 있습니다.

게임 자체는 굉장히 잘 만들었습니다. 생산과 납품을 잘 계획하여 딱딱 들어맞도록 계산하면서도 보조카드가 가져오는 변화와 상대방이 걸어오는 태클을 재주껏 비껴가며 유연한 운영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모든게 계획대로 흘러가서 수입이 제깍제깍 들어올 땐 기분이 대단히 좋아요.

매 라운드마다 있는 카드 드래프팅 과정 또한 손에서 한장 + 바닥에 버린 카드 중 한장이라는 다소 독특한 방식 때문에 원하는 카드만 가져가는 요령을 깨우치기 어려우나 한번 이해만 제대로 하면 절묘한 신경전을 벌일 수 있는 재미가 있습니다.

뭐니뭐니 해도 게임이 가진 최고의 장점 중 하나는 점수 차이가 아주 적게 난다는 점입니다. 대체로 1~2점 정도 내에서 승패가 갈리는데요. 사실 후반의 1~2점은 15~30냥에 가까운 금액의 격차를 뜻합니다. 그런데 초보자들은 이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깝게 졌다'는 환상을 가지며 재도전을 신청해요 ㅎㅎ 조금만 더 하면 숙련자를 이길 수 있다는 헛된(?) 희망을 주죠.

잊혀져가는 구작이지만 전 아주 좋아합니다.

노네임 >> 뤄양은 게임의 웨이트나 규칙에 비해 너무 늘어지는 경향이 있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우베의 게임입니다. 품절 현상으로 프리미엄까지 붙은 제품이긴한데, 곧 한글판으로 나오죠? :) 제 생각에는 요새 더 이상은 먹히지 않을 게임 성 같아요. 템포가 너무 느립니다.

지니 >> 2인 전략게임으로 종종 추천할 정도로 좋아하는 게임입니다. 제 순위에서는 한참 전에 나왔었죠. 저도 한 때는 자주 돌렸었는데..할만큼 해서 그런지 요즘엔 손이 덜 가더라구요. 저도 4년전쯤 탑100을 썼다면 지금보다 훨씬 높은 순위일거 같네요

#9 - 글래스로드

2015년 - N/A
2016년 - N/A
2017년 - N/A
2018년 - 14위

글래스로드가 여전히 높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네요. 타작품과 비교하면 비교적 가벼운 게임에 속하지만 15장의 액션카드 중에서 5개를 골라서 사용하는 심리전, 자동으로 돌아가는 자원휠 때문에 조심스럽게 자원을 운영해야 하는 점, 텍스트를 크게 필요로 하지 않는 등 여러가지 장점이 골고루 담겨있는 게임입니다.

굉장히 복잡하게 느껴지겠지만 사실 게임을 해보면 뭐 별거 없어요. 라운드도 고작 4라운드가 전부기 때문에 뭔가 좀 해보려 하면 게임이 종료되기 직전입니다 -_- 이 특유의 '벌써 끝이야?' 라는 뒷맛은 우베의 게임 중에서도 이 녀석이 탑인거 같아요 ㅋㅋ 저는 아예 라운드를 5~6 정도로 늘려서 합니다. 5라운드쯤 되어야 내가 원하는 형태로 개인보드를 채울 수 있더라고요.

좋아하는 것에 비해 실력이 확연하게 늘지 않는 두번째 게임이기도 합니다. 건물의 능력 + 액션 카드의 능력를 적재적소에 써가며 자원을 관리하는게 참으로 어렵더라고요... 게임 내내 하도 이거저거 다양한 일이 벌어지는데다 프리액션도 다양해서...

참! 재밌게도 0.5 단위로 주는 점수를 주기도 하는 게임입니다. 친구에게 0.5점 차이로 지면 진짜 화나요 ㅋㅋㅋ

사람들이 가볍다~ 가볍다~ 하지만 전 되려 그 맛에 하는 게임입니다!

노네임 >> ㅎㅎ 우베에 대해서는 두 분과 취향이 명확히 갈리네요 ㅋㅋ 저도 나름 빠인데... 두 분이 고평가 하는 게임은 저는 완전히 저평가하고 있네요, 특히 글래스로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지니님 순위에서도 소개해드렸지만, 전 우베의 워스트 2에요.

지니 >> 으앗 저도 글래스로드를 꽤 고평가하는 사람중 한명인데 너굴님은 더 높으셨군요 ㅋㅋ라운드가 좀 짧아서 아쉽다는 평도 많은데, 전 오히려 반대의 의견입니다. 아쉬울 때 끝나는 게 오히려 더 재밌는 거 같아요

#8 - 마작

2015년 - N/A
2016년 - N/A
2017년 - 10위
2018년 - 39위

한국의 국민놀이가 스타크래프트(?)라면 중국의 국민게임은 마작이라 할 수 있겠죠!

13개의 패를 든채 게임을 시작하여 매턴 패를 뽑고 버리다가 남이 버린 패 혹은 내가 뽑아온 패로 족보를 만들어야 하는 게임입니다.족보의 난이도에 따라 점수 폭이 다양하기 때문에 가볍고 낮은 패로 야금야금 득점을 할건지, 무겁고 한방 있는 강한 족보로 상대방을 터뜨릴지 패를 만들어가는 재미가 일품입니다.

또한 버린 패로 인해 누군가 족보를 완성할 경우 혼자서 벌금을 모두 지불하기 때문에 패를 버리는 과정 하나하나가 정말 긴장 되는 재미도 있어요.

크게 중국식 마작과 일본식 마작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전 일본식 마작을 더 좋아합니다. 중국식은 너무 템포가 빠르고 공격적이더라고요. 차분히 패를 만들어나가는 제 성향엔 일본식 마작이 더 정갈하고 좋은 느낌이었어요. 모임원들도 대부분 중국식 마작을 치지만 마작의 밤을 주최하는게 저라서 다들 일본식 마작을 치고 있습니다. 으하핫.

어렵다는 인상을 가진 분들이 많은데... 반은 맞고 밪은 틀려요. 파고들면 이것저것 알아야 할 규칙이 꽤 되고 족보도 많지만!! 사실 게임 내에서 자주 보는 족보는 뭐 없어요. 자패에서 오는 점수랑 멘탕핑 3개만 알고 해도 충분합니다.

꼭 해보세요!

노네임 >> 오- 제 숙원 리스트 중 하나입니다. 아직 마작을 못해봤어요, 마작 = 밤샘 이런 수순이라, 저는 밤샘이 안되는 관계로 ㅠㅠ 접해보지 못했거든요. 한 게임을 오래하기에도 불가능한 몸뚱아리가 되어서... 그래도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배워보고 싶은 게임이에요 :) 저는 왠지 엄청 좋아할 게임 같기도 하고요 ㅎㅎ

지니 >> 저도 정말 좋아하는 보드게임입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제 탑10에서 순위를 유지했어요! 너무 중독성이 강한게 탈이랄까요

#7 - 세븐원더스 + 확장

2015년 - N/A
2016년 - 24위
2017년 - 18위
2018년 - 6위

이전 리스트에서 문명을 다루는 전략 게임 중 쓰루 디 에이지스를 좋아 한다고 했지요? 세븐원더스는 쓰루에 비해 경량급 무게감을 가지고 있으나 플레이타임 + 쉬운 룰 + 최대 7인이라는 뛰어난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들는 각자 문명을 하나씩 맡아 손에 든 카드를 드래프팅(후보군에서 하나씩 뽑는 방식) 하고 나머지 카드를 옆사람에게 넘기는 식으로 문명을 키워나갑니다. 자원 / 과학 / 무력 / 승점 이렇게 크게 네가지 카드 군이 있는데 어느 한쪽이 크게 성장하면 나머지가 비교적 힘이 부치기 떄문에 골고루 다 잘하기가 참 어려운 게임이예요.

지금까지 듀얼과 세븐원더스를 하나로 묶어왔으나 지금은 확실히 제 의견이 정해졌어요. 전 세븐 원더스가 좀 더 맞더라고요.

모임에 최소 5~7인 정도가 늘 상주하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짧고 굵게 게임을 돌려야 할 때가 많습니다. 그때마다 세븐원더스는 류현진 마냥 선발로 등판하여 단 한번도 실패한 적 없이 제 역할을 다 해냈어요. 특히 확장마다 제각기 재미난 요소를 게임에 추가하기에 무엇을 넣을까~ 하며 고민하는 맛도 좋습니다.

2인 전용인 듀얼은 그런 점에서 제약도 심하고... 부부끼리 듀얼을 하기엔 더 좋아하는 게임이 있어서 잘 안돌아가더라고요.

두 게임 모두 언제든 할 수 있을 정도로 중독성이 강하지만 전 세븐 원더스에 한표를!

노네임 >> 세븐 원더스 단순한 게임성에 비해 너무 조잡해요. 카드 돌리고 돌리고 돌리고, 이 게임 처음 출시되어서 한국에 첫 상륙하자마자 해봤을 때의 그 실망감을 잊을 수가 없네요. 기대만큼 뒷통수도 크게 맞은 게임이라 아쉽습니다.

지니 >> 하위권 리스트엔 노네임님과 겹치는 게임이 많더니만 상위권에 갈수록 너굴너굴님과 겹치는 게임이 많군요ㅋㅋ카드 드래프팅만으로도 이렇게 재밌을 수 있구나를 알게 해준 게임입니다 저도 참 좋아해요. 얼마 전에 제 리스트에도 말씀드렸지만 너무 많이 돌려서 이제 살짝 지겨워지신 분들에게 함대 확장 추천해드립니다!

#6 - 알케미스트

2015년 - 90위
2016년 - 45위
2017년 - 62위
2018년 - 7위

연금술을 연구하는 학자가 되어 재료의 성분을 조사하고 발표해야 하는 추리 + 블러핑 게임 입니다. 추리 게임의 탈을 쓰고 있지만 반드시 추리를 잘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들 잘 모르면서 점수를 따기 위해 일단 발표를 하거나, 일부러 틀린걸 알면서 남을 속이려고 틀린 발표를 하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정직하게 재료 성분을 분석하고 확실한 것만 발표하는 분들이 이런 노련한 플레이에 지는 경우가 자주 벌어지는 사악한 게임입니다.

저희 모임에 알케미스트를 너무나 좋아하는 사람이 서넛 있기 때문에 올 한해 굉장히 자주 돌아가는 게임 중 하나였어요. 게다가 매 게임마다 플레이어들의 실력이 쑥쑥 자라는 턱에 게임이 긴장감 넘쳐서 자꾸만 꺼내게 되더군요. 추리용지를 거의 다 썼기 때문에 라미네이팅을 한다던가 어디에선가 추리용지만 따로 구해와야 할 정도입니다.

다들 기본판엔 도가 텄기 때문에 이제 골렘 확장으로 넘어가려 합니다. 확장을 넣으면 여기에서 순위가 더 올라가려나요?

테마와 시스템 모두를 잡은 멋진 게임이예요.

아내의 최애게임이기도 합니다. 세듀를 죽인 장본인이예요.

노네임 >> 저도 꽤 좋아하는 한글명 '연글술 아카데미'네요. 디덕션도 좋아하고 그 추리 방식도 맘에 들고, '연금술' 테마 자체도 너무 좋은데, 확실히 좀 과한 감이 없지 않아 있어요. 저는 좋아하는데 주위 대부분은 싫어하는 것도 한 몫하구요.

지니 >> 흐음 슬루스를 좋아하는 제게 알케미스트는 실망 그 자체였습니다ㅋㅋ 디덕션 게임이긴 하지만 살짝 다른 사람에게 얹혀 갈 수도 있고 알케미스트가 갖고 있는 변주들이 제가 생각하는 디덕션 게임과 맞지 않았어요. 내가 플레이를 잘못하는게 아닐까 여러 판 해봤지만 역시나 취향에 맞지 않아 방출했습니다

#5 - 슬루스

2015년 - N/A
2016년 - N/A
2017년 - 7위
2018년 - 2위

슬루스는 사라진 보석 하나를 찾아내는 순수 추리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들은 숨긴 보석카드(정답카드) 하나를 제외한 나머지 보석카드를 나눠가지고 자신의 앞에 질문카드 4장을 깔아둡니다. 이 질문카드를 하나씩 사용하여 색깔, 모양, 갯수 등을 물어보는 식으로 진행되죠. 사용한 질문카드는 다시 보충합니다. 이렇게 반복하다 정답을 맞춘 사람이 게임에서 승리하는 단순한 게임이예요.

다른 추리게임과 진행 방식이 큰 차이가 없는데도 슬루스를 더 좋아하는 이유는 간결하면서도 그 게임이 가지고 있어야 할 모든 것이 담겨있기 때문이죠. 추리게임으로써 있어야 할 것은 다 들어있으면서 불필요한 사족이 전혀 없어요. 물론 단점이 있긴 합니다. 내 앞에 깔린 질문카드에 따라 하고 싶은 질문을 못한다는 점이 있는데, 그 점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보완책을 마련 해두었어요. 그냥 한턴 날리고 카드 4개를 싹다 갈아버리면 되거든요. 실력이 부쩍 늘어 난이도가 낮아졌다면 아예 2-3개를 숨겨서 난이도 조절을 할 수 있단 점도 좋습니다.

예전엔 카드를 직접 볼 수 있는 더블 힌트 카드가 좋다고 생각했는데... 저도 이제 연륜이 붙은건지 갯수만 물어보는 싱글 힌트 카드도 자유자재로 쓰다보니 게임이 더 재밌어진거 같아요.

어쨌든! 추리게임을 좋아하신다면 이것 하나만 있어도 충분합니다. 클루? 코드777? 노노. 차라리 기믹 없이 슬루스를 하세요. 그 정도로 재밌습니다!

노네임 >> 너굴님의 Top 100을 볼 때마다 놀라는 게임입니다. 슬루스는 몇 년간 Top 10 안에 있는건가요? ... 그렇게 까지 대단한 게임인가 싶어요... 그냥 좀 복잡한, 테마 없는 클루 같은데...

지니 >> 슬루스다!! 바로 밑에서 슬루스 이야기를 꺼냈었는데 여기 있었군요ㅋㅋ 저도 참 좋아하는 게임이에요. 순도 백퍼센트 디덕션 게임이죠. 슬루스는 가끔 정말 깔끔하게 룰설명도 없이 머리를 태우고 싶을 때 생각나는 게임이에요ㅋㅋ

#4 - 테라포밍마스 + 서곡 확장

2015년 - N/A
2016년 - N/A
2017년 - N/A
2018년 - 88위

확장 하나가 게임의 인상을 어떻게 뒤집을 수 있는가에 대한 모범 답안인 테라포밍마스 입니다.

작년에 이렇게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게임이건만 제게는 묘하게 맞지 않는 요소들이 있었습니다. 느슨하게 느껴지는 종료 타이밍,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길어지는 라운드, 아무리 노력해도 애착을 가질 수 없는 테마. 그래서 제 Top100에서는 순위가 높은 편은 아닙니다." 라고...

테마야 여전히 비슷하지만 그 나머지 문제점들을 서곡이란 확장 하나가 다 고쳤어요. 엔진이 돌아가는 속도를 비약적으로 올린게 대부분인 그런 간단한 확장이지만 덕분에 시작부터 게임에 몰입할 수 있더군요. 돈이 없어 허덕이는 괴로운 라운드의 수도 크게 줄었고요.

이 확장 하나로 풍부한 카드양에서 나오는 엔진빌딩, 정말 화성을 개척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카드와 상세설명, 다양한 선택지에서 오는 고민거리,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물과 나무가 퍼져나가며 녹음이 가득해지는 화성. 내 눈앞에 깔린 수많은 카드. 같은 수 많은 장점들이 훨씬 더 크게 와닿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좋은 확장이예요. 작은 변화 하나로 게임에 대한 인상이 이렇게 바뀔 수 있다니. 저도 놀랐습니다.

노네임 >> 크- 세 명의 Top 10에 유일한 공통된 게임이네요 ㅋㅋ

지니 >> 제 이번 순위에서 보시죠!

#3 - 오부족

2015년 - 9위
2016년 - 3위
2017년 - 5위
2018년 - 24위

매 라운드마다 자신의 승점으로 비딩을 하여 턴 순서를 결정한다는 재미난 발상. 다양한 능력을 가진 여러가지 기물들. 다양한 지니(그 지니 말고요)의 능력. 여기저기 뻥뻥 터지는 점수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잘 만든 웰메이드 만칼라 게임입니다. 확장 또한 굉장히 훌륭해요. 기존의 시스템을 크게 바꾸지 않는 선에서 다양한 제약과 능력을 추가함으로써 좀 더 생각할거리를 안겨주거든요. 테포마처럼 경험이 크게 달라지진 않지만 과하지 않은 적절한 확장이라 그 점이 좋았어요.

오부족이 싫다는 의견 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건 ‘다른 사람의 수 때문에 내가 찾은 수가 망가진다’ 인데요. 저는 되려 이런 점이 썩 나쁘지 않았습니다. 경매 싸움이 존재하는 이유인데다 이러한 직/간접적인 인터액션 때문에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수를 발견하는 경우도 많았거든요. 참으로 멋진 게임입니다. 언제해도 질리지 않아요.

작년에 트라얀을 좀 더 좋아했으나 그 특유의 미니게임 + 솔로게임 느낌을 강하게 받아서인지 요즘엔 오부족을 더 좋아하네요.

노네임 >> ... 그간 제 만칼라 혐오는 잘 보셨겠죠? 글래스로드와 함께 인정할 수 없는 Top 10 게임입니다 ㅋㅋㅋ

지니 >> 너굴너굴님은 아무래도 친구가 없으셔서....ㅋㅋㅋㅋㅋㅋ2인플 베스트 게임들이 리스트에 많으시군요! (장난인거 아시죠? 찡긋*_^) 저도 좋아하긴 하지만 3-4인을 기피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모임에서 잘 안 돌아가는 게임입니다ㅠ

#2 - 르아브르

2015년 - N/A
2016년 - N/A
2017년 - N/A
2018년 - 12위

심플 이즈 베스트. 라는 말이 르아브르만큼 어울리는 중고급 전략 게임이 또 있을까요?

농담이 아니라 플레이어들은 게임 내내 단 두가지 액션만을 반복 합니다. 배를 움직여서 자원을 보드에 보충한 뒤 1) 자원을 가져가거나 2) 디스크를 빈 건물에 올려놓고 해당 능력을 사용하지요.

너무나도 간단하게 배울 수 있는 이 두 액션은 르아브르의 알파이자 오메가이며 시작이자 끝입니다.

이 간단한 행동을 반복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수 많은 건물들이 지어지고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나중엔 테이블이 꽉 찰 정도로 액션의 수가 다양해 지는데, 플레이어들은 여러 종류의 자원을 골고루 잘 관리하며 널리고 널린 선택지 속에서 가장 좋은 한 수를 찾아내야 하지요. 그 과정이 정말 즐거운 게임입니다.

액션의 종류가 천천히 늘어나는데다 설령 원하는 액션을 누군가 쓰고 있더라도 여기저기 차선책이 널려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크지도 않습니다.

2-3인의 경우 빠른 템포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어서 몰입감이 정말 굉장합니다. 하지만 4인 이상부터는 높은 몰입감에도 게임이 상당히 길어지고 늘어진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개인적으론 추천하지 않아요.

장시간 게임을 하고나면 지치기 마련인데 르아브르는 언제나 깔끔한 뒷맛을 줍니다. 끝나자마자 또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몇 안되는 게임이예요. 재밌습니다!

노네임 >> 일단 Top 10 내에 우베 게임이 3개나 되네요? 우베 빠로서 굉장히 박수칠만한 일이나... 제가 인정할 수 있는 게임은 이 게임 뿐이네요. 간만에 땡깁니다. 르아브르!

지니 >> 저번 노네임님 리스트에도 코멘트 달았듯이 별로 안 좋아하는 게임입니다.ㅋㅋㅋ 처음에 뭘 해야하는지 전혀 감이 안왔던 기억이 있어요. 다시 한번 해보고 싶어서 조만간 노리고 있습니다

#1 - TRPG - (대표작 - D&D, 크툴루의 부름)

2015년 - N/A
2016년 - N/A
2017년 - 29위
2018년 - 22위

올해의 1위는 TRPG 입니다. 구체적으로 작품을 꼽으라면 D&D와 크툴루의 부름을 꼽겠어요.

작년에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TRPG는 제대로 된 멤버만 구할 수 있다면 개인 소장한 모든 RPG게임을 팔아치워도 될 정도로 재밌다" 고...

그리고 올 해 실제로 멤버들을 구해서 격주로 게임을 즐기고 있어요. 그리고 제가 했던 말 그대로 개인 소장한 RPG 게임을 실제로 대부분 팔아치워버릴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TRPG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래로 거들떠도 안보는 게임만 해도... 마이스앤미스틱스, 글룸헤이븐, 천일야화 등 제가 좋아라 하는 대표적인 작품들이죠. 이것은 어디까지나 예시일 뿐. 이렇게 TRPG 앞에 무릎 꿇은 시나리오 / 스토리 텔링 기반의 게임을 최소 10개는 더 댈 수 있습니다.

제가 그리 좋아하던 게임들을 다 잊을 정도로 올 한해 TRPG는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무엇이든 허용되는 세계, 내가 꿈꾸던 캐릭터,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가 결과로 돌아오며, 반전의 반전이 벌어지고, 쉴새없이 몰아치는 위험 속에서 지혜를 짜내 사선을 넘는 등 다채로운 이야기는 굉장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죠. 그리고 이런 모든 이야기를 게임 마스터인 제 주도 아래 플레이어들이 만들어 간다는 점이 너무 즐거웠어요.

일반 보드게임이 다른 사람이 만든 틀에 박힌 규칙을 따라야 합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재미를 느끼죠. 하지만 TRPG는 느슨한 규칙만 던져줄 뿐 대부분의 룰 적용 + 응용은 마스터인 제가 해야 합니다. 테이블 위의 조율자가 되어 원하는 대로 테이블을 이끌 수 있단 매력이 어마어마 했어요. 레고 설명서를 보고 따라 만드는 것과 부품이 주어지고 이것으로 무엇을 만들지 직접 결정하는 차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보드게임을 하면서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든 적이 별로 없는데... TRPG는 언제나 더 나은 마스터가 되고 싶단 생각이 멈추질 않았습니다. TRPG 때문에 스토리 작법을 공부하고, 게임의 톤고 흐름에 대해 연구하며, 원활한 진행을 위한 강좌를 수도 없이 시청했습니다. 이런 노력이 쌓이고 쌓여 종이 위에 모험과 경험이 빼곡히 채워지는건 정말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마스터가 되어 TRPG 모임을 이끄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 만큼 성취감도 뛰어나 행복한 한 해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새해 소원으로 TRPG 마스터링에 어울리는 공명이 뛰어난 중후한 목소리를 가지고 싶네요. 으하하핫.

많은 분들이 TRPG는 오글거리는 게임으로 생각하십니다. 연기를 해야한다고 생각하시기 때문인데요. 게임 내내 연기를 할 필요 없어요. 물론 하면 좋지만 안한다고 게임이 재미없는건 아니란 말이죠. 목소리, 외모 같은걸 흉내내는건 롤플레잉이 사소한 부분 중 하나예요. 롤플레잉이란건 "내가 캐릭터라면~?" 이란 질문에서 모든게 시작됩니다. 내 캐릭터라면 이 때 무슨 행동을 할까. 내 캐릭터라면 여기에 어떻게 반응할까. 이 생각을 가지고 게임 내에서 판단을 내리는 것. 그게 역할극이예요. 뭐 크게 어렵지 않죠? 이것만 할 수 있으면 누구나 즐길 수 있습니다.

좋은 마스터가 주변에 있다면 작은 미니세션을 한번 시켜달라 졸라보세요. 새로운 재미에 눈을 뜨실 겁니다 :) 나중에 재밌고 쉬운 간단한 원시인 TRPG 게임 하나 소개 해드릴게요!

노네임 >> 이야~ 이것도 제 숙원 사업이에요 TRPG... 제가 오글거림을 극복하고 TRPG를 할 수 있을까요? 주변에 TRPG에 적극적으로 관심 보이는 사람이 없어서.. 이왕이면 아는 사람들이랑 하고 싶거든요. 그렇다고 제가 마스터하기는 또 싫고 ㅋㅋ 역시 TRPG에서 가장 큰 벽인 '마스터 구하기'에 막혀 있는 것 같아요. ㅋㅋ 아직 제가 모르는 세계여서 너굴님의 1위 게임이 그저 부럽기만 합니다.

지니 >> 와우 올해 trpg에 빠져 있으시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1위를 차지할 정도였나요. 전..trpg는 자신이 없어요ㅋㅋ 상상력도 부족한 사람이고 판타지관련 테마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어서 몰입이 어려울 거 같아요. 얼마 전에 너굴너굴님이 말씀하신 원시인이 되는 trpg는 한번 해보고 싶긴 하네요. 저에겐 미지의 영역이라 한번쯤 경험해보고 싶긴 한데 기회가 될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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