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타일패닉 리뷰
라이트 게이머인 무이입니다.
넉 달 전쯤 KIMKUN님으로부터 새로운 오잉크 게임
하나를 강력 추천받았는데요... 바로 나인타일패닉(Nine
Tiles Panic, 2019년)입니다. 규칙 설명서를 읽어보니
길잇기 퍼즐요소가 강한 라이트 게임이라 완전 취향저격
인데다가, 순발력 게임이라 파티성도 보장돼 있더라고요.
한마디로 갓겜인 게 분명해 급히 구매한 뒤 자신 있게
모임에서 돌렸습니다!
근데, 분위기가 뭔가 기대한 것과는 달랐습니다;
1. 쿠키박스 소개
나인타일패닉은 이전 버전인 나인타일(Nine Tiles,
2015년) 혹은 (나인타일과 사실상 같은 게임인)
쿠키박스(Cookie Box, 2016년)에 순발력 길잇기
퍼즐게임인 터보 택시(Turbo Taxi, 2000년)을 얹은
것만 같은 게임이라, 먼저 쿠키박스에 대해 얘기해
보려합니다.
쿠키박스에서 각 플레이어는 앞뒤로 서로 다른 쿠키가
그려진 토큰 아홉 개를 받아 자신의 앞에 3x3으로
랜덤하게 배치한 뒤, 토큰을 뒤집거나 위치를 바꿔
누구보다 빨리 주문 카드와 똑같이 만들어야 합니다.
왼쪽이 3x3 형태의 주문 카드이고, 오른쪽이 이 카드와
똑같이 만든 모습.
쿠키박스를 플레이하는 방법은 거의 정해져 있는데요...
아홉 개의 토큰 중 일곱 개나 여덟 개까지는 (토큰을
뒤집지 않고도) 문제에 주어진 대로 만들기 쉽습니다.
그런 다음 토큰들의 뒷면을 확인해, 나머지 한두 개의
토큰과 교환하는 거죠. 이런 과정을 몇 번 반복하다보면
주문 카드와 똑같이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은 주로 순발력을 요하는 과정으로 퍼즐적인
요소는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아홉 개의 토큰을
모두 외우면 전혀 다른 플레이가 가능해진다고
하더라구요. 전 외우지 못 했지만요;
2. 터보 택시 소개
터보 택시는 길이 그려진 열두 개의 타일로 3x3 마을을
만드는데, 가운데 타일은 정해지며 게임 판의 테두리에
랜덤으로 배치되는 같은 색의 집과 택시를 다른
플레이어보다 빨리 길로 연결해야 합니다.
사진의 위쪽이 게임 판에 주어진 문제. 사진의 아래는
플레이어가 배치한 타일들로 게임 판의 테두리에 있는
같은 색 집과 택시가 길로 연결되는 것이 보인다.
터보 택시는 멋진 순발력 길잇기 퍼즐게임이지만, 옛날
게임이라 그런지 풀 수 없는 문제가 있고 난이도가 좀
높다는 단점이 보입니다. 이런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든 것만 같은 게임이 에코 링크입니다. 하지만, 에코
링크는 너무 많은 길 타일을 제공함으로써, 조금
익숙해지면 거의 기계적으로 문제를 풀 수 있게 된다는
단점을 갖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에코 링크 vs 터보 택시 비교리뷰’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3. 나인타일패닉 소개
(1) 구성물
아래 사진에서 왼쪽 위는 점수판인데, 햄버거를
좋아하는 외계인의 습격이라는 테마다운 일러네요. 왼쪽
아래는 각 플레이어가 가지는 앞뒤 그림이 다른 아홉
개의 타일로, 길이 끊어지지 않게 3x3의 마을을 만들게
됩니다.
위 사진의 오른쪽 아래에 있는 세 장의 주제 카드는 매
라운드마다 바뀌는 점수계산방식을 나타냅니다. 예를
들어 개가 그려진 주제 카드의 경우, 마을에 개가 많은
순서대로 점수를 받게 됩니다.
타일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요...
타일에는 길과 여자아이, 남자아이, UFO, 집, 개,
외계인, (외계인을 붙잡는) 요원, 햄버거 등이 그려져
있습니다.
모래시계를 둘러싸고 있는 마커들은 마을을 가장 먼저
완성한 플레이어부터 가져가는 완성 마커입니다. 뒤에서
얘기하겠지만 이 완성 마커의 의미가 매우 큽니다.
(2) 게임준비
테이블 가운데에 모래시계, 완성 마커들, 주제 카드
더미를 놓습니다.
(3) 게임진행
여러 라운드를 반복하는데, 라운드가 시작되면 각
플레이어는 같은 색깔 타일 아홉 개를 섞은 후 손에 든
후, 주제 카드 세 장을 테이블 가운데에 펼치고 이들을
읽습니다.
이제 각 플레이어들은 동시에 아홉 개의 타일로 3x3
마을을 만듭니다. 길이 끊어지지 않고 모든 길이
테두리로 연결되는 마을을 제일 먼저 완성한 플레이어는
1 완성 마커를 가져가고 모래시계를 뒤집습니다.
다음으로 마을을 완성한 플레이어들은 차례대로 2, 3,
4, 5 완성 마커를 가져가는데, 모래가 다 떨어지기 전에
완성하지 못한 플레이어는 완성 마커를 못 받는 동시에
이번 라운드의 점수도 못 받습니다.
(4) 점수계산
모래가 다 떨어지면, 3장의 주제 카드별로 등수를
매기고 이에 따라 득점을 계산합니다. 예를 들어 주제
카드 “개가 많을 것”의 경우 마을에 개가 가장 많은
플레이어가 인원수만큼 점수를 받고 (4인플이면 4점),
그다음으로 많은 플레이어들은 1점씩 적은 점수를
받습니다. 동률인 경우엔 마을을 빨리 완성한 순서대로
순위를 결정합니다.
정해진 점수에 도달한 플레이어가 있으면 그
라운드까지만 진행하고 게임을 마치며,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한 플레이어가 승리합니다.
4. 나인타일패닉 감상
(1) 플레이 요령(?)
이 게임을 플레이할 때, 대부분의 플레이어가 다음의 세
단계를 거쳐서 플레이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첫째, 각 타일의 앞뒷면을 살펴 점수에 도움이 되는
면으로 바닥에 놓습니다.
둘째, 바닥에 놓인 면들로 (즉, 타일을 뒤집지 않고) 3x3
마을을 만듭니다.
셋째, 두 번째 과정에서 마을을 완성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타일들을 뒤집어 가며 마을을 만듭니다.
이 세 가지 단계를 염두에 두고 나인타일패닉을 다른
게임들과 간단히 비교해보겠습니다.
(2) 타일을 외우지 않아도 된다
나인타일패닉의 타일들은 (쿠키박스와는 달리) 90도씩
돌리면 다른 타일처럼 쓸 수 있기 때문에 보통 위의 세
단계 중 두 번째에서 마을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퍼즐을 즐기기 위해 타일의 뒷면까지 알 필요도
외울 필요도 없는 거죠.
(3) 마을을 완성하는 방식은 항상 달라진다
나인타일패닉에서는 주제 카드에 따라 플레이가 달라질
수밖에 없어 (에코 링크처럼) 거의 기계적인 해법 같은
건 없습니다. 덕분에 리플레이성도 올라가고요.
(4) 마을은 항상 완성할 수 있다
위의 두 번째 단계는 터보 택시를 플레이하는 것과
유사하지만, 마을을 완성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안 되면 세 번째 단계로 가면 되니까요.
이렇게 쉽게 말했지만...
(5) 패닉에 빠지다
세 번째 단계로 접어들면 상당한 스트레스 속에
초조함과 막막함을 느끼게 되는데, 여기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마을을 완성하지 못 하면 그 라운드엔 점수를
아예 못 받기 때문에 패널티가 엄청 큽니다.
그리고, 타일 뒷면에 대해 잘 모르는데다가, 타일을
뒤집는다고 마을이 완성되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에
다급해집니다.
게다가 이때쯤 되면 다른 플레이어들은 모두 마을을
완성했을 거기 때문에, 미플 서커스에서 다른
플레이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마지막 라운드를
진행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미플 서커스
저는 이 세 번째 단계가 이 게임에서 가장 재밌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런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마을을 완성하면 괜히 성취감도 느끼게 되지만, 반대로
패닉에 빠지게 되면 마을을 완성하지 못 하고
안타까움과 좌절감을 느끼게 돼, 다음 라운드에는
애초에 점수를 포기하고 마을만 빨리 완성하려는
소극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습니다.
(6) 완성 타일이 너무 중요하다
근데, 그런 움츠러든 플레이가 나쁜 것만은 아닌 게,
이 게임에선 주제 카드별로 자주 동률이 발생해, 마을을
빨리 완성하는 것만으로도 점수에서 큰 이득을 보는
경우가 흔하거든요. 특히, 게임에 익숙하지 않을 때 더
그렇구요.
(7) 시간이 의외로 길다
하지만, 모래시계는 (제가 시간을 재어보니) 1분
30초짜리로 마을을 완성하기에 (보통) 충분한 시간이라,
그런 플레이가 일반적으로 좋은 결과를 주지는
않습니다. 단,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안다는 가정
하에 그렇다는 거라, 룰마가 미리 몇 초짜리
모래시계인지 알려줘 안심하고 플레이하도록 유도했으면
합니다.
(8) 룰마가 신경썼으면 하는 것
한편, 라운드를 시작하기 전 타일을 섞을 때, 앞뒤로도
잘 섞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순식간에 그
전 라운드에 만들었던 마을을 그대로 만들 수도
있으니까요. 이렇게 두 가지는 룰마가 신경을
써주셨으면 합니다. 왜냐하면... 제가 서두에 초회플의
분위기가 기대한 것과 달랐다고 했는데, 그 원인을
추적(?)해보니 이 두 가지가 범인이더라구요!
(9) 퍼즐 vs 파티
이 게임은 세 번째 단계로 갔을 때가 가장 재밌지만 그
재미가 퍼즐에서 오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타일을
외우지 않으면 (1, 2단계의) 퍼즐의 재미와 (3단계의)
파티를 즐길 수 있지만, 타일을 모두 외우면 제대로
빡겜을 할 수도 있을 거 같네요. 쿠키박스의 타일도
외우지 못한 제가 언급할 계제는 아니지만요;
5. 마무리
나인타일패닉은 길잇기 퍼즐을 기반으로 하는 순발력
게임으로 퍼즐적인 재미와 함께 파티성도 좋습니다.
비교할만한 게임들인 쿠키박스, 터보 택시, 에코 링크에
비해서도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어, 감히 이들 게임의
상위호환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더욱이, 재밌는 주제
카드가 많아 리플레이성도 꽤 기대가 되구요. ‘순발력,
퍼즐, 파티’라는 세 개의 키워드에 모두 꽂히는
분이라면 분명히 좋아하실 겁니다.
머지않아 한국어 판이 출시된다고 하는데, 쉬운
난이도에 비해 주제 카드에 있는 텍스트가 마냥 쉬운 게
아니어서 번역 및 편집이 잘 됐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KIMKUN님의 자료를 그대로 갖다 쓰는
것도 한 방법이 아닐지...)
나인타일패닉에 관심있는 분들께 도움이 됐길 바랍니다!
위치스브루와 직장 모임에서 2, 3, 4인플로 10회플
이상했습니다. 모든 사진은 보드게임긱에서
가져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