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ame의 2019 Top 100 - @20~11

No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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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24 오전 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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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 패스파인더: 어드벤처 카드 게임(2014) 시리즈 [GR: 361 / 방출]

너굴님에게 변방(?)의 레벨99가 있다면 저에게는 PAIZO(패스파인더 퍼블리셔)가 있습니다.

패스파인더: 어드벤처 카드 게임은 제가 경험해 본 모든 RPG 보드게임 중에 가장 RPG 다운 게임입니다. 탐험, 파밍, 성장 등 대부분의 RPG를 갖춘 게임이에요.

패스파인더: 어드벤처 카드 게임은 기본적으로 TRPG에서 유래한 게임이기 때문에 이 게임을 본격적으로 즐기려면 좀 스스로의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현실은 그저 카드 더미를 뒤적거리며 헨치맨과 빌런을 찾아 헤메이지만, 내 머리속에서는 어두운 뒷골목을 누비며 조심스럽게 뒷문으로 문을 따고 들어가 아이템을 발견하고, 누가 뒷뜰에 묻어 놓은 상자에서 가보를 발견해서 아이템을 획득하고 마침내 여관 2층에서 예쁜 아가씨와 잠자고 있던 헨치맨...을 발견해 결투를 벌이는 그런 장면을 만들어야 합니다.

특히 이 게임의 묘미는 성장과 파밍에 있습니다. 매판 성장을 통해 캐릭터가 성장함을 스스로가 느낄 수 있고(의외로 RPG 보드 게임 중에 이런 성장 요소를 가진 게임이 잘 없습니다), 또 아이템 파밍, 장비를 얻는 과정 자체가 진짜 RPG 같거든요. 쓸만한 무기를 찾기 위해서는 이미 클리어한 시나리오도 여러 번 플레이할 필요도 있고, 그 과정 자체도 정말 재밌습니다. 노력만큼 그 보상이 명확하기 때문이에요.

그러나 좀 아쉽지만 지금은 시들해졌죠. 심지어 올해 새 버전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조용히 흘러갔어요 저도 새 버전은 못해봤기에 좀 찾아봤는데, 긱에 다음과 같은 단점이 수두룩한 후기가 있더라고요.

이전 버전에 비해 스토리북이 추가되고 하면서 테마성은 더 짙어졌고, 아이템, 무기, 기타 마법들이 좀 더 흥미로워 졌으나, UI적으로 발전이 없다.

텍스
트가
이렇
게 세
로로
써있으
면 어떻
게 읽으란
말이냐

룬로드(본판 1번째 코어)와 거의 유사하다.

뭐, 이런 평들이 있더라고요? 신판의 단점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본판의 단점도 분명 있습니다. 플레이가 너무 반복적입니다. 똑같은 카드 배치, 똑같은 방식, 카드 위주의 플레이다보니 실체가 잘 보이지 않고, 아쉬운 스토리 및 내러티브의 부족함... 이 어느 것이 느껴진다면 게임이 확 질려버릴 수가 있어요.

그래도 저는 서로 맘에 맞는 파티원들만 찾는다면 어드벤처 6개를 진행하는 과정을 정말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다고 장담합니다. 성격이 확실한 캐릭터를 플레이할 수 있고, 서로의 파밍을 위해 도와주고, 적절한 인터액션 등, RPG 그 자체를 느끼실 수 있을 거에요.

요새 한글판 홍수라 영문판을 하기 귀찮아서... 신판도 막 그리 땡기지는 않는데 한글판으로 발매만 된다면, 당장 달려가 구입해서 돌릴 게임입니다.

너굴너굴>>

진짜 의외인 순위네요. 보스랑 술래잡기 하는 느낌이다, 스토리가 없는 것 같다, 결국은 버프 카드 발라서 조사/전투를 반복하는 게임이다 등 여러가지로 문제점이 많이 있는 게임이었죠. 저도 한참 할 땐 재밌다고 생각했는데 한번 다 깨고나니까 빠르게 잊혀졌어요.

지니>>

올해 신판?으로 처음 해본 게임입니다. 점차 성장해나가는 재미가 있을거 같긴 했는데, 첫 번째 시나리오만 해보기도 했고, 조사하고 전투 반복에 그닥 재미를 느끼진 못 했어요. 스토리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거 같네요.

@19 – 푸에르토 리코(2002) 10주년 기념판 [GR: 22 / 보유]

클래식은 영원합니다. 그리고, 그 클래식을 대표하는 게임, 푸에르토 리코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사실 제가 소개해드리는 2005년 이전의 게임들 중에 가장 클래식하면서도 세련되고, 무난하면서도 진보적인 세대를 초월한 위대한 게임입니다.

정말 놀라운 사실 하나를 말씀드리자면 저는 게임 재미 자체로서의 푸에르토 리코를 엄청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읭? 보드게임 카페에서 처음 친구들을 꼬셔서 했을 때의 그 실망감, 군대에서 후임들 꼬셔서 수도 없이 돌렸을 때 질리기도 했고, 제대 후 모임의 고인물 사이에서 처참히 발리면서 정말 하기 싫은 게임 1순위에도 등극하기도 했었죠. 그런데, 가끔 가다가 해보면 시스템에 감탄할 수밖에 없습니다. 규칙은 정말 단순한데, 전략은 정말 무궁무진합니다. 한 때 보드게임계의 스타크래프트라고 불리던 때가 있었는데, 정말 그 비유가 적절하다고 생각해요. 그 당시 재밌게 했던 게임들은 거의 다 잊혀지고 결국 이 푸에르토 리코와 몇 게임 정도가 남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이 게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몇 년 전, 보드게임에 막 입문한 친한 형에게 이 게임을 소개해줬을 때, 들었던 말이 기억납니다. “야~ 이 게임 진짜 잘 만들었다” 네, 그야말로 웰메이드 보드게임, 푸에르토 리코입니다.

너굴너굴>>

지금해도 깔끔한 전략게임이예요. 누구의 턴이든 나도 무엇인가를 하기 때문에 대기시간이 없는게 굉장히 좋습니다. 게임이 가진 깊이도 좋고요. 나온지 근 20년이 되어가는 게임이라 게임이 완전 분석된 느낌이 들긴 하지만... 확장을 통해 건물을 살짝 바꾸는 것만으로도 전략의 방향이 많이 달라지기 때문에 여전히 게임성은 유효하다고 봐요. 오랜만에 봐서 반가운 게임이네요.

지니>>

오랜만이네요. 요즘 모임에서 보기 힘든 게임 중 하나죠. 재미있긴 한데, 왜 이렇게 손이 안 갈까요? 쏟아지는 신작을 경험하기도 바쁜 요즘 같은 떄에 푸에르토 리코에 눈이 가질 않네요.

@18 - 롤 포 더 갤럭시(2014) + 확장 [GR: 72 / 보유]

레이스 포 더 갤럭시가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산후앙의 테마 다른 버전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까보니 산후앙보다 훨씬 전략적이고 재미있는 요소들을 듬뿍듬뿍 넣어서 만든 갓겜이었죠. 액션 선택부터 눈치싸움 치열하고, 점수를 내는 과정까지 흥미 진진했습니다. 말 그대로 ‘레이스’, 우주에서 펼쳐지는 경쟁 그 자체를 담고 있습니다.

확장도 슬슬 나오고, 확장의 재미 덕분에 더욱 레포갤의 입지를 굳건히 했었죠. 애매한 시간이 남으면 레포갤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확 질리는 순간이 오더군요. 질린 이유를 명확히는 설명할 수 없어요. 뭔가 점점 획일화되는 전략에 치였다랄까, 흔히들 보드게임이 질리는 그런 이유였겠죠, 뭐…그러고는 다시는 이 레이스 포 더 갤럭시와는 영원히 안녕할 줄 알았는데…

그러다 이 게임이 나오고야 말았습니다. 뭐 다르겠어? 거기다 주사위라니 그켬! 했다가, 너무나 재밌어서 충격을 먹었습니다. 레포갤을 주사위를 이용해 이렇게 재미있게 변형시켰다니… 이 게임은 사실 행동 선택 과정을 제외하면, 거의 레포갤과 같은 게임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런데, 이 행동 선택 과정에서 도입한 ‘롤’, 주사위 매커니즘이 정말 기똥차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바로 이 주사위에서 오는 행동 선택과 행동 수 배분의 매커니즘은 개인적으로 매우 훌륭한 매커니즘으로 자평하고 있습니다. 여러 색깔의 주사위를 모아가면서 ‘확률’을 높여가는 테크를 탈 수 있도록 해주는 게임의 방향도 신선한 엔진 빌딩의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레포갤이라는 기존에 잘 만들어 놓은 매커니즘이 더더욱 이 롤포더 갤럭시를 빛나게 해주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레포갤보다는 좀 볼륨이 커졌다고 할까, 레포갤처럼 쉽게 막 돌릴 수 있는 게임의 위치는 내려 놓은 것 같습니다. 장점일수도 있고 단점일수도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전략과 운의 비율을 굉장히 교묘하게 조절해 놓은 것 같아 풍성함을 한껏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 게임의 단 하나의 단점은 그거죠, 치팅이 가능하다는 것. ☹

이 게임이 주는 묘한 파티스러움과, 나름의 깊은 전략 때문에 저는 더더욱 레포갤은 안하게 될 것 같아요. 저에게는 레포갤의 상위호환 게임이 되었네요.

너굴너굴>>

아니... 지니님도 그렇고 레포갤은 어디에 있나요? 아 그렇구나! 순위가 더 높은거죠? 그렇죠? 그렇다고 해주세요.

지니>>

레포갤보단 롤포갤이 좀 더 세련돼요! 카드를 계속 섞어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으니까요. 이제 레포갤은 오프라인에서 돌리기 힘들거 같아서.. 전 순위에 롤포갤만 살아남았네요.

@17 – 에이지 오브 스팀(2002) [GR: 126 / 보유]

한 때 긱 순위 10위권 내를 호령하던 때가 있었는데… 어느덧 100위 밖으로 밀려버렸군요. 많은 분들에게 보드게임에도 ‘진입장벽’이 있다라는 것을 몸소 보여준 게임, 에이지 오브 스팀(이하 AOS)입니다.

AOS는 시대의 한 획을 그은 작품이며, 요새 딜럭스로 출시될 만큼 (경매를 제외한) 시스템적으로 요즘 게임들에 비해 뒤쳐지지 않고 오히려 세련됨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작품입니다. AOS는 마틴 월라스가 故 프란시스 트레샴에 영감을 받아 18xx를 모티브로 한 유로 게임이며, 18xx를 정말 컴팩트하게 네트워크 연결과 상품 수송으로 잘 압축시켜 탄생시킨 작품입니다. 유로 게임 답게, 주식을 모두 배제하고 그 운영에만 집중하였으며, 그 운영의 매커니즘마저도 굉장히 깔끔하게 정제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자신의 상품을 배송할 길을 찾아야 하고, 네트워크를 늘려 나가며, 상품도 확보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오히려 18xx보다 더 강한 인터액션을 맛볼 수 있으며, 자연스럽게 경쟁이 끊이지 않고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을 유지시켜 줍니다.

너무 찬양만 했나요? 그런데 정말 다시 봐도 선녀네요. ㅋㅋ 이 게임의 아쉬운 점이라면 최소 4인 이상이서 플레이해야 진가를 느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초보자, 혹은 처음 이 게임을 접하는 사람에게 자비가 없다는 치명점이 단점이 있죠. 이걸로 입문자들을 영업하다간 그 사람들은 남은 생 동안 보드게임은 쳐다도 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D 하지만 명품은 명품! 생각보다 규칙도 간단하니, 혹시라도 겁먹으신 분들이 있다면, 부담없이 한 번 도전해 보셔도 좋을 게임이라는 것만 알아주세요. 😊

너굴너굴>>

차라리 18시리즈보다 심적으로 받아들이기 쉽네요 ㅋㅋ AOS 라면 함께 해드릴 수 있습니다.

지니>>

올해 제 순위에 턱걸이로 들어온 AOS네요. 아직 너무 못하는 게임 중 하나인데.. 몇 번 더 헤보고 싶어요.

@16 – 셜록 홈즈: 자문 탐정(1981) [GR: 73 / 방출 -> 구매 예정]

어이쿠, 제가 소개 드리는 게임 중에 오리엔트 익스프레스가 가장 오래된 게임일 줄 알았더니, 여기 왕형님이 계시네요. 1981년작의 셜록 홈즈: 자문 탐정입니다. 놀랍게도 2012년도에 재판이 되어 다시 한 번 세기의 주목을 이끌었고, 한글판까지 나올 수 있었던 게임입니다.

제가 해본 추리형 보드 게임 중 가장 추리에 가까운 완성판의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최근에 ‘디텍티브’를 해봐서 디텍티브는 이 순위에는 없지만, 디텍티브도 정말 재미있게 하긴 했거든요. 만약 Top 100에 순위를 매긴다면 꽤 상위권이 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디텍티브가 현대의 ‘수사관’이라면, 이 셜록 홈즈는 정말 클래식한 ‘탐정’의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디텍티브 보다는 이 셜록 홈즈가 좀 더 맘에 들었어요. 디텍티브가 좀 장황하고 방대한 대하 소설의 느낌을 가지고 있어 긴 이야기의 흐름을 이끌어 나가기 위해 전체 내러티브를 짜다보니 시나리오마다 기복이 있는 편입니다. 반면에, 셜록 홈즈: 자문 탐정은 그야말로 단편집 느낌의 셜록 홈즈 그 자체를 맛볼 수 있습니다. 깔끔하게 떨어지는 맛이랄까요.

분명 시스템적으로는 디텍티브가 완성되어 있습니다. 시간 관리라든지, 증거 수집이나 비교 등이 훨씬 보드게임 같거든요. 사실 셜록 홈즈: 자문 탐정은 보드게임의 요소가 부족하기는 합니다. 그저 신문을 읽고, 지도에서 의심 가는 부분에 탐문을 나가는 것이 모든 추리 요소의 전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의외로 다른 방법으로도 추리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서(?) 자유도는 꽤나 높다고 생각되어요.

애거서 크러스티나, 코난 도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무조건 이 게임을 해보셔야 합니다. 특히 상상력을 최대한 키워서 팀원들과 망상을 하면서 헛소리하는 재미가 있는 게임이니, 여럿이서 해보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D 그나저나 뭐 나와야 하던가 할 텐데요…

너굴너굴>>

와... 높군요. 저도 이 게임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사람들이 글 읽기 + 추리를 별로 안좋아해서 좀처럼 꺼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냥 혼자서 다 깨버릴까봐요...ㅠ

지니>>

저도 좋아하는 게임이에요. 영어의 압박이 심해서 한글판도 펀딩했어요. 한글판 언제 도착할까요? 미뤄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오역도 없었으면 좋겠어요.....간절하게.....

@15 – 아그리콜라(2007) [GR: 28 / 보유]

보드게임계에서 한 획을 그었던 게임은 뭐가 있을까요? 여러가지 있지만, 상징적인 게임을 딱 7개만 나열해볼까요?

보드게임 구현의 방대함을 알려주었던, 문명.

철덕들의 오리진, 1830.

유로 전략 게임의 영원한 클래식, 푸에르토 리코.

덱빌딩이라는 메커니즘을 흥행시킨, 도미니언.

보드게임 부흥의 일등공신, 스플렌더.

레거시라는 일회성 보드게임이라는 개념을 창조한, 팬데믹 레거시.

그리고 일꾼 놓기를 멋진 테마와 함께 정형화시켜버린 바로 이 게임, 아그리콜라입니다.

아그리콜라는 일꾼 놓기와 테마의 절묘한 조합이라는 궁극적인 장점을 뒤로 하고도 참 훌륭한 점이 많은 게임입니다. 직업 카드, 설비 카드를 통한 무궁무진한 전략의 다양성이 나오기 때문에 여러 고인물들을 양성하기도 하는 게임이죠. 때문에 밑으로 팔 것도 많고, 농장 가족 경영이라는 친근한 테마 때문에 다양한 게이머를 아우를 수 있는 넓은 어깨도 가졌습니다.

저는 사실 전략의 다양성 보다는, 이 수평적으로 광활한 게임의 포용력을 아주 높이 사고 싶습니다. 아그리콜라의 긱 웨이트는 무려, 3.64. 그런데 이 정도의 웨이트를 가진 게임 중에 가장 설명하기 쉬운 게임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차례에 해야 할 것은 단 하나, 자신의 가족을 어느 행동 칸에 배치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모든 행동들은 테마와 다 연결되어 있어요.

저는 입문 게임만 하다가 좀 더 깊은 전략을 맛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일단 이 게임을 시키고 봅니다. 약간 허들 같은 것이라고 할까요? ㅎㅎ 전략 게임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다, 라는 것을 가장 쉬우면서도 잘 설명할 수 있는 게임인 것 같거든요. 티켓 투 라이드가 보드게임에 입덕시키기 좋은 게임이라면, 아그리콜라는 전략 게임을 시음시켜 줄 수 있는 최적의 게임이라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너굴너굴>>

밥 먹이는게 굉장히 빡센 게임이지만 그 밥 먹이는 단계만 안정화 되면 농장을 가꾸는게 재밌게 느껴지죠 ㅎㅎ 저는 극불호에서 극호로 넘어간 케이스예요.

지니>>

이번 리스트는 노네임님이랑 어울리는 나이대의 게임들이 많이 나오네요! 일꾼놓기하면 아그리콜라가 먼저 떠오를 정도로 그자체이긴 하죠. 전 조금 더 여유로운 신판을 좋아해요.

@14 – 도미넌트 스피시즈(2010) [GR: 52 / 보유]

제가 영향력 게임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게임 외적인 요소가 상당히 많이 작용하기 때문이죠. 특히 2~3시간 이상의 게임에서는 게임 외적인 요소로 인해 게임 자체가 크게 좌지우지되는 게임은 참 허무하기도 합니다. 가끔 AOR 같이 캡사이신 팍팍 넣은 영향력 게임이 땡길 때도 있지만, 어쨌거나 그렇게 서로 감정 상하는 게임을 많이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도미넌트 스피시즈도 그런 게임 중에 하나일 수 있습니다. 인터액션이 상당히 강한 편이라, 상대방의 행동 하나하나에 게임이 막 휘청휘청하죠. 그런데요, 이 게임은 참 재미있습니다. 왜냐하면, 테마와 정말 연관이 깊기 때문이에요.

도미넌트 스피시즈는 빙하기 멸종 위기의 여러 생물 종의 생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어느 땅에서 생존하려면 그 땅에 자신이 적응하는 요소가 있어야 하고, 없다면 그 땅의 요소에 적응해 나가야 합니다. 더 넓은 땅으로 이주를 하기도 하고, 그 땅에서 다른 종과 싸움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급기야 그러다 그 땅에 빙하기가 찾아오기도 하고요. 이렇게 서로 경쟁하며 생존하기 위한 몸부림이 이 게임에 다 녹아 있습니다.

이런 과정들이 모두 플레이어의 결정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굉장한 인터액션이 일어납니다. 그런데 서로 생존을 하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생각하면, 그 일은 그냥 천재지변 같이 느껴집니다. (그냥 그렇게 마음을 먹는게 이 게임을 즐기기에 가장 좋은 방법 같기도 합니다)

제가 플레이 해 본 어느 다인플 영향력 게임 중에 가장 잘 만들었고, 감탄이 나오는 명품 그 자체라고 단언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요새는 영향력 게임이 많이 나오는 편은 아니지만, 이 게임은 출시된 2010년이나 지금이나, 심지어 10년 후에도 긴 호흡으로 꽤 오랫동안 플레이 될 수 있는, 그런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전에 소개해드렸던 컴뱃 커맨더 시리즈의 작가, 故 채드 잰슨이 바로 이 게임의 작가입니다. 다시 한 번 멋진 게임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편히 쉬십시오.

너굴너굴>>

응? 갑분도...? 제가 보드게임을 갓 접했을 때 크게 겁먹은 게임이 몇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이 게임입니다. 거친 공격, 빡센 인터액션, 기나긴 플레이타임, 복잡한 룰(당시 기준)으로 인해 절대로 눈길조차 주지 않았지요. 그 때의 강렬한 인상은 아직도 남아 지금도 관심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저는 모임장이란 이유로 집중구타를 맞는 일이 잦은데, 이 게임에서 그렇게 당하면 테이블을 확 엎을지도...!

지니>>

재밌긴 했는데, 너무 가혹한 게임이에요. 인터액션이 너무 강해서 저는 별로 안 좋아합니다. 물론 테마를 정말 잘 살린 게임이고 웰 메이드 게임인건 인정하지만요. 하지만 전 긴 플레이 타임에 서로 치고 박는 싸움을 하는게 너무 힘들었어요

@13 – 르아브르(2008) [GR: 42 / 보유]

가장 좋아하는 우베 게임을 꼽을 때, 무조건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게임입니다. 1인플이 그다지 유행하지 않을 때도 르아브르 1인플을 즐겨하면서 점수 갱신에 몰두하던 때도 있었죠.

이것 역시 게임은 단순합니다. 배를 전진시키며 자원을 가져오거나, 건물에 들어가서 해당 행동을 하기만 하면 됩니다. 아그리콜라가 농장을 알차게 경영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게임이라면, 이 르아브르는 재료를 잘 가공하거나 생산하여 잘 ‘수출’시키고 항구를 번영시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아그리콜라보다는 친숙한 테마가 아니지만, 그래도 항구의 삶을 나름 잘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이 게임에서 느끼는 장점은 테마보다는 전략의 다양성과 그 플레이의 즐거움입니다. 아그리콜라만큼 카드 수 자체가 방대하지 않아, 깊은 전략 연구는 나오고 있지 않으나, 매판 달라지는 건물 순서와 플레이어들의 패턴 등으로 인해 전략을 나름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이 정말 재밌습니다. 건물의 구입이나 건설을 쪼는 타이밍 눈치 싸움도 너무 재미있고, 롱텀 전략보다는 그때 그때 상황에 맞게 전략을 계속 수정해야 하므로 계속 머리를 굴리고 또 굴려야 합니다.

한글판이 절판되어서 많이들 접하지는 못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게임도 뤄양처럼 꼭 한글판이 재판이 되어서 많은 분들이 즐겨볼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너굴너굴>>

갓게임! 저는 이것보다 순위가 더 높아요 하하핫

지니>>

흐음............하면 할 수록 재미가 사골처럼 우러나는 게임이라던데, 첫 플 했을 때가 기억나는군요. 뭘 해야 하는지 어버버버 하다가 뭐 어떻게든 게임이 끝난었어요. 규칙은 쉽지만 해야할 게 보이지 않았던 게임이였어요. 다시 한번 해봐야 할텐데... 첫 인상의 트라우마 극복은 여전히 어렵네요

@12 – 1846(2005) [GR: 416 / 보유]

제가 가장 좋아하는 18시리즈인 1846입니다. 이 게임 역시 유로 게임에 가까운 18이라고 볼 수 있어요. 경매로 획득할 수 있는 사기업들의 능력 때문에 더더욱 그렇기도 하고요, 적당한 플레이타임(3시간)에 유로형 18의 모든 것을 맛볼 수 있는 고농축 18xx 시리즈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 게임의 작가는 무려 레이스 포 더 갤럭시 / 롤 포 더 갤럭시 / 레즈 아르카나 등으로 유명한 토마스 래먼입니다. 오히려 1834 작가로 데뷰했었죠(망했습니다). 1846이 좋은 평가를 받아 세간의 주목을 받고, 거기에 힘 입어 레이스 포 더 갤럭시라는 명작까지 탄생시켰습니다. 이상하게도(?) 1846을 해보면 토마스 래먼이 만든 것 같은 게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만큼 유로 게임스럽다 해야할까요?

이 게임에 대해 긴 말은 생략하겠습니다. 토마스 래먼이 만든 18시리즈라니, 막 땡기지 않습니까? 난이도도 어려운 편이 절대 아니라, 진짜 입문용으로도 강추 드리고 싶은 18시리즈 중에 하나예요. 18시리즈의 맛을 다들 한 번 맛보셨으면 좋겠네요.

너굴너굴>>

으악! 또 18 시리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8시리즈가 1~2개 정도 나왔을 땐 구분이라도 어느정도 되었는데... 18시리즈만 대여섯개 나오니까 이젠 뭐가 뭔지 구분도 안돼요... ㅠㅠㅠㅠ 노네임님의 18시리즈 사랑. 인정합니다. 설마 1위에서 10위 사이에 18 시리즈 또 있는건가요?

지니>>

제가 해본 시리즈인거 같긴 한데.. 아마 이 게임을 한 뒤로 18시리즈는 내게 정말 안 맞는구나 싶었습니다. 턴 싸움, 길 놓기, 회사 운영, 주식 관리.. 너무 많은 걸 유기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게임인데, 머리에서 김이 나더라구요. 게다가 한번의 실수는 너무 많은 걸 일으키더군요.

@11 - 황혼의 투쟁(2007) [GR: 7 / 보유]

2009년이었나요…? 매일매일 보드게임을 하던 시절이 있더랬죠. 출근하듯이 아침 10시부터 밤 8~9시까지. 그리고 그 매일을 황투로 시작하거나 장식했습니다. 비슷한 수준의 친구와 첫 판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서로의 플레이 레벨이 높아질 수록 게임은 더욱더 재미있었어요. 자연스럽게 카드가 외워지고, 카운팅을 하고, 어느 타이밍에 이 카드를 써야 좀 더 쿨타임이 늦게 도는지 까지도 계산해 가면서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했죠.

흔히들 황투를 주사위빨 / 카드빨 등 운빨 게임이다라고 평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좀 아쉬운 평 같습니다. 주사위야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카드 컨트롤하는 전략의 비중이 상당히 높아서 못해도 전략과 운의 비율이 7:3은 되는 것 같거든요. 또한, 전형적인 줄건 줘 게임이고, 상대방에게 주는 이익을 최소화시키기 보다는 전체 전형을 보고 다른 쪽에서 더 큰 이득을 얻도록 플레이해야 합니다. 그런 면이 약간 바둑스럽기도 하죠.

이렇게 전략적으로 깊고 깊은 게임이라, 실력차가 나면 당연히 서로 별로인 게임이 되어 버리고, 비슷한 실력을 조건으로 한 게이머가 곁에 있다면 서로에게 최고의 게임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게임이에요. 이때문에 진입장벽이 상당히 높은 게임이고, 쉽게 플레이 메이트를 찾을 수 없다는 단점도 있어요. 플레이 타임도 좀 버거운 수준이고요, 물론 익숙하면 2시간 안에도 끊기도 하지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투가 저에게 준 짙은 인상은 이 게임을 당당히 11위에 위치시킬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일년에 한 두 번 정도 밖에 플레이 하지 못하지만, 냉전의 시대를 잘 그려내 테마적으로도 깊은 인상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가끔가다 머리 속으로 예전에 플레이 했던 게임을 복기할 수 있을 정도로 선명하게 떠오르는 걸 보면, 이 게임이 저에게 미친 영향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의 꿈은 와이프와 황투로 설거지 내기를 하는 것…인데 다음 생을 노려봐야 할 듯 ㅠㅠ

너굴너굴>>

주사위로 결과를 내는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자주 말하지만 황투는 그 예외 중 하나입니다. 카드를 사용하는 방법도 다양하고 어느정도 운을 상쇄시켜주는 요소도 있거든요. 전 언제나 미국 진영을 선호합니다. 수비 위주로 버티다가 후반에 역공하는 과정을 즐기거든요. 중반을 못넘기는 일이 태반인게 문제지만...

지니>>

얼마 전 너굴너굴님 리스트에도 등장해서 코멘트를 썼는데, 다음 타자로 나오시는군요. 카드 드리븐 시스템을 좋아하는 편이라 다시 해보고 싶은 게임이긴 합니다. 물론 초심자랑요!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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