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키’ 리뷰: 우봉고에 중력을 더하면?
라이트 게이머인 무이입니다.
우봉고 시리즈의 디자이너가 새로운 테트리스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투키(Tuki, 2019년)인데요... “또?”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번에는 좀 다른 게임입니다.
바닥에 테트리스 타일을 까는 게 아니라 블록을 세우는
거거든요.
위치스브루에서 4인플 1회, 직장 모임에서 3인플로
다회플 해봤습니다. 모든 사진은 보드게임긱과 규칙
설명서, 그리고 넥스트 무브 게임즈에서 가져왔습니다.
A. 게임 소개
(0) 테마 소개
위의 그림처럼 돌탑을 쌓습니다. (이런 걸
투킬릭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게임의 이름 투키가
나왔나 봐요.)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기 위해 눈으로
받치기도 합니다.
(1) 구성물과 게임 진행
먼저 각 플레이어는 위와 같은 여덟 개의 테트리스
(입체) 블록을 받습니다. 색깔이 있는 돌 블록과 흰색
눈 블록이 있습니다.
주사위를 굴리고,
카드 더미에서 카드를 뽑아 주사위 눈과 같은 그림이
아래에 오도록 카드 꽂이에 꽂습니다. 이제 각
플레이어는 자신의 돌 블록들을 배치하고 쌓아서,
정면에서 바라본 모습이 카드에 보이는 장면과
같도록 하면 됩니다. 단, 흰색 눈 블록은 어떻게
사용하던지 상관없구요.
이때, 주사위 눈 아래에 흰색 블록이 없는 경우(위
사진에서 위)와 있는 경우(위 사진에서 아래)가 있는데,
흰색 블록이 없는 경우는 돌 블록 중 하나가 바닥에
닿도록 만들어야 하며, 흰색 블록이 있는 경우는 돌
블록들이 바닥에 닿지 않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후자가
더 어렵구요.
바닥에 닿는 예시
바닥에 닿지 않는 예시
가장 늦게 완성하는 플레이어가 카드를 가지며, 카드
다섯 장을 가지는 플레이어가 있으면 종료조건이
만족되는 겁니다.
(2) 실물 예시
위 사진의 우측 상단 카드에 맞게 만든 것이 아래의
사진입니다. 바닥에 닿게 만든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B. 게임 감상
(1) 채워 넣기 vs 받치기
우봉고 시리즈는 정해진 테두리에 테트리스 타일들을
채워 넣지만, 투키에서는 정해진 그림대로 돌 블록을
배치하기 위해 눈 블록을 (다양한 방법으로) 아래에
받치게 되는데, 애초에 테두리와 같은 제약이
없습니다.
(2) 받치기: 높이 맞추기 vs 테트리스 하기
받치는 방법 중에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돌 블록의
높이를 맞춰주는 것입니다. 아래의 사진과 같이
말이죠.
근데, 높이만 맞추기엔 상황이 녹록치 않아 돌 블록의
아래에 적당히 테트리스를 해서 안정적인 구조를
만들어 줘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돌 블록 위에 다른
돌 블록을 올려놔야하기 때문이죠. 아래의 사진에서
주황색 돌 블록 아래에 적당한 테트리스를 해놓을 걸
볼 수 있습니다.
(3) 받치기: 균형잡기 vs 누르기 (손재주)
하지만 투키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방법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무게 중심을 이용한 균형 잡기인데요...
예를 들어, 아래 사진의 검은색 돌 블록은 균형만 잘
잡으면 쉽게 올려놓을 수 있습니다.
한편, 아래 사진의 주황색 돌 블록을 검은색 돌 블록
위에 올려놓으면 떨어지기 때문에 눈 블록을 위에서
눌러 균형을 잡은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식의
해법들은 경우에 따라 손재주(dexterity)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4) 다양한 접근, 다양한 풀이
이처럼 투키는 한 문제에 대해 다양한 접근을 할 수
있어, 풀이과정에서 다채로움과 더불어 경쾌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5) 난이도
퍼즐을 경쾌하게 풀 수 있다는 것이 반드시 낮은 난이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비록 이 게임엔 쉬운 문제가 많아
1회플만 해보신 분은 쉬운 게임을 경험하셨을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만만치 않아 어떻게 풀어야할지 난감할
때도 많습니다.
(6) 들쭉날쭉하는 난이도
난이도에 대해 조금 더 얘기해보면... 주사위 눈에 흰색
블록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난이도가 달라지고, 문제에
따라서도 눈 블록 1개만 써서 풀 수 있는 문제가
있는가하면 4개를 다 써야 풀 수 있는 문제도 있어
난이도에 큰 편차를 보입니다. 이런 단점을 조금이라도
해결하려면, 주사위 눈에 흰색 블록이 있든 없든 항상 있는
걸로 (혹은 난이도를 낮추려면 항상 없는 걸로) 생각하고
플레이하는 게 좋더라구요.
(7) 4인플은 일종의 사기
이 게임엔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는데요... 규칙상으로
4인플까지 가능하지만, 4인플로 하면 매번 한 명은 대기를
해야 되기 때문에 사실상 3인플 게임이라는 겁니다. 여덟
개의 블록만 더 있으면 4인플이 가능한데 참 아쉽네요.
(8) 투키 vs 우봉고 3D
긱 커멘트들을 읽어보면 우봉고 3D를 언급하는 분들이
계신데 그건 너무 나갔다고 생각합니다. 우봉고 3D는
어디까지나 (투키와 달리) 테두리 안에 블록을 채워
넣는 전형적인 테트리스 퍼즐로, 입체도형을 빙빙 돌리게
되지만, 투키는 사실상 평면에서 진행되니까요. 한편,
난이도에 있어서도 차이가 나는데
(아무래도 투키가 쉽죠!), 아마도 우봉고 3D를 언급하신
분들은 투키가 어렵다고 느끼셨던 게 아닌가 합니다.
그만큼 간단한 게임이 아니라는 거죠.
C. 마무리
투키는 일종의 테트리스 퍼즐이지만, 퍼즐을 풀 때
사용하는 사고방식을 놓고 보면 우봉고보다는 오히려
러시아워에 가까워, 우봉고와는 완전히 다른 퍼즐입니다.
퍼즐로서의 재미도 우봉고에 비하면 다채로우면서
경쾌하고, 문제를 풀었을 때 나만의 창의적인 방법으로 푼
거 같아 성취감이 좋습니다. 테트리스에 중력을 더함으로써
정말 독특하면서 멋진 퍼즐이 만들어진 거죠.
난이도의 경우 좀 들쭉날쭉하는 관계로 쉬운 문제만 접해본
분들은 쉽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게임에 익숙해지기
전에는 풀기 힘든 문제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단, 게임의 네
가지 기술인
1. 높이 맞추기 2. 테트리스 하기 3. 균형잡기 4. 누르기
를 자유롭게 조합해 쓸 수 있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좀
심심한 감이 있더라구요. 돌 블록을 하나 추가해서라도 좀
더 복잡한 문제들을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는
대목입니다.
마지막으로, 투키는 규칙 설명이 사실상 필요 없어
모임에서 시간이 조금 뜰 때 자주 찾게 되는데, 이럴 땐
3인 이하인 경우가 많아 4인플이 안 된다는 것이 큰
단점으로 작용하진 않더라구요. 퍼즐의 다채로움과 경쾌함
때문에 자꾸 생각나는 투키였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