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컬킹 + 하나비 = 디크루
안녕하세요, 익퓨입니다.
이번에 소개해 드릴 게임은 '협력형 트릭 테이킹' 게임을 표방하고 있는 [디 크루]입니다.
독일어 제목이라 Die를 '디'로 읽어야 한다는군요. 영어 제목은 [더 크루(The Crew)]입니다.
2019 에센 슈필의 페어플레이 차트 1위를 하게 되면서 [디 크루]는 각광을 받게 되었습니다.
페어플레이 차트를 개인적으로는 전혀 신뢰하지 않고 있습니다.
네가 이세돌도 아니고 기계를 어떻게 이기겠냐는 요새 스트리밍 음원 사이트 순위보다 더 신뢰하지 않습니다.
물론 조작이 있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다만 너무나 많은 편향이 들어가는 차트라서 신뢰도가 형편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올해 페어플레이 차트 순위권에 들어간 게임들을 보고 있으면 [디 크루]는 꽤나 특이합니다.
볼륨이 굉장히 작은 게임이기 때문이죠.
2019 에센 슈필 페어플레이 차트
[디 크루]의 순위 대비 압도적인 볼륨감
트릭 테이킹 게임은 정말 많습니다. 당장 떠오르는 것만 해도 [마이티], [스컬킹], [보틀 임프], [숲 속의 여우], [인덜전스], [위저드] 등등.. 너무나 많은 게임들이 있습니다.
아마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들도 트릭 테이킹 게임 서너 개는 쉽게 떠올리실 수 있을 겁니다.
트릭 테이킹 게임은 간단하지만 중독성 있는 게임성으로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역사도 깊은 만큼 다양한 배리에이션들이 있습니다.
큰 줄기는 같지만 세부적인 규칙들을 하나둘씩 변형시킨 새로운 게임들이 나오곤 했는데요.
'이 정도면 더 새로 나올 게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쯤이면 또 새로운 게임이 나오는 게 트릭 테이킹 게임 장르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트릭 테이킹 게임의 어떠한 요소에 사람들이 끌리는 것일까요?
익히기 쉬운 간단한 룰도 한 몫을 하겠지만, 본질적으로는 추리 요소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수의 트릭 테이킹 게임들은 '3~4종류로 나뉜 60장 이하의 카드'라는 구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트릭 테이킹 게임의 원형이 4종류로 나뉜 52장의 구성을 지닌 플레잉 카드로 하던 게임이다 보니 관습적으로 굳어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통 4명 내외의 인원으로 플레이하게 됩니다.
카드를 똑같이 나눠 받고, 1라운드에 1장씩 플레이하게 되므로 1게임은 보통 10라운드 내외를 플레이하게 되죠.
처음 패를 받고 자신의 손패가 다른 사람들의 손패와 비교했을 때 얼마나 강할지 예상합니다.
보통 한 게임에서 1등을 하기 위해서 2~3번의 위기를 모면해야 하는데요.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라운드를 진행하면서 남아 있는 카드들의 위치를 추리해 나갑니다.
이 때의 추리는 어디까지나 확률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킹능성'을 믿고 승부수를 던질 때 오는 쾌감이 곧 트릭 테이킹 게임이 가지고 있는 재미의 본질입니다.
너무 추상적인 얘기라 와닿지 않는 분도 계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구체적인 게임에 대한 예가 아니라 장르 전체적인 이야기라 어쩔 수가 없네요.
[스컬킹] 플레이의 예를 들자면, 7 정도의 애매한 카드를 2~3장 들고 있지만 0 비딩을 성공했을 때의 얻는 쾌감이라든지,
반대로 0 비딩을 한 다른 플레이어의 손패를 예측해서 0 비딩을 실패시킬 때 얻는 쾌감이 트릭 테이킹 게임에서 얻을 수 있는 재미의 본질에 가깝습니다.
[마이티] 플레이의 예를 들자면, 기루다의 2 3 10 J Q A 를 들고 있는 상황처럼 K가 없는 상황에서 주공이 됐을 때,
기루다 A로 K를 뽑거나 프렌드가 기루다 K를 처리해 줬을 때의 쾌감이겠지요.
내 친구가 돼라
서두에 말씀드린 것처럼 [디 크루]는 '협력형 트릭 테이킹 게임'입니다.
먼저 '트릭 테이킹' 요소에 집중을 해보죠.
트릭 테이킹의 전통을 잘 지켰습니다.
우선 40장이라는 간단한 구성이 눈에 들어옵니다.
4가지 수트의 카드가 9장씩 36장, 거기에 트럼프 카드가 4장이라 합이 40장입니다.
여기에 '임무 카드'라는 소형 카드 36장과 기타 토큰들이 여러 개 있습니다.
게임 메카니즘 역시 전통적인 트릭 테이킹을 따르고 있습니다.
한 라운드에 한 장씩, 낼 수 있다면 리딩 수트와 같은 수트의 카드를 내야합니다.
모든 플레이어가 한 장씩 카드를 낸 후, 가장 높은 카드를 낸 플레이어가 트릭을 가져간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룰입니다.
단출한 구성
이번엔 '협력형'에 포커스를 맞춰 보죠.
방금 말씀 소형 카드, '임무 카드'가 대체 왜 있을까요?
이 게임은 특이하게도 50개의 준비된 시나리오가 있습니다.
말씀을 드리지 않은 부분인데, 사실 이 게임은 우주 탐사라는 테마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주 탐사를 하면서 겪는 여러 가지 이벤트들이 각각의 시나리오에 녹아 있는데요.
사실 테마가 크게 상관이 없는 게임이라 유심히 읽어보지 않았지만.. 읽어 보면 재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카드를 똑같이 나눠 받고 임무 카드를 시나리오에 정해진 수만큼 공개하게 되는데요.
별다른 언급이 없으면 선부터 임무 카드를 하나씩 가져가게 됩니다.
그렇게 가져간 임무 카드는 해당 플레이어에게 할당된 것입니다.
할당된 임무 카드와 동일한 카드를 해당 플레이어가 따야하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서 모든 플레이어가 협력해야 합니다.
이 중 마지막 임무 카드를 가져간 플레이어가 가장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 어려운데요.
다른 임무 카드들은 적게든 많게든 가져간 플레이어의 의중이 반영이 되어 있지만, 남아 있는 임무 카드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죠.
시나리오가 진행됨에 따라, 점점 난이도가 상승하게 됩니다.
위의 사진에서 숫자 토큰이나 화살표 토큰이 보이시나요?
이러한 토큰들이 추가됨에 따라 임무 카드를 따 가는 순서가 발생합니다.
게임이 한층 더 어려워지는 것이죠.
그리고 시나리오에 따라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임무 완수를 방해하는 갖가지 룰들이 추가됩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협력 요소를 설명하기 전에 [하나비]를 잠깐 살펴보겠습니다.
이 게임 역시 협력 추리 게임인데요.
[인디언 포커]처럼 자신의 패는 보지 못하지만 상대방의 패를 볼 수 있는 게임입니다.
게임을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잠깐 설명을 드리자면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상대방 손패에 대한 힌트를 줄 수 있는데요.
상대방의 손패 전체에 대해서 한 가지 색깔이나 숫자에 대한 힌트를 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네 손패 중 이 카드랑 이 카드가 녹색이야'라든지, '네 손패 중 이 카드가 1이야'라든지 말이죠.
모두가 공유하는 카드 더미가 있어서, 각각의 색깔을 1부터 5까지 오름차순으로 성공적으로 등록하는 것이 게임의 목적입니다.
당연히 자신의 손패 중 한 장씩만 등록할 수 있으므로,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얻은 정보들을 기반으로 자신의 손패를 추리해 나가야 하죠.
이 게임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드는 의문들이 있습니다.
'왜 이 타이밍에, 이런 힌트를, 나한테, 줬지?' 라는 건데요.
잘 생각을 하다 보면 상대방의 의도를 알 수 있게 되고 그 때가 되면 교감의 희열을 얻을 수 있습니다.
쏘아 올려라, 불꽃!
다시 [디 크루]로 돌아와서, 이 게임에서는 자신의 한 시나리오 당 한 번, 손패 한 장에 대해 모두에게 힌트를 줄 수 있습니다.
손에 있는 카드 한 장을 내려 놓고, 녹색 통신 마커를 그 위에 올려 놓는 것으로 힌트를 줄 수 있는데요.
가운데에 올려 놓으면 '내 손에는 이 색깔 카드가 이 카드뿐이다'라는 뜻이고,
위에 올려 놓으면 '내 손의 이 색깔 카드 중 이 카드가 가장 높은 카드다'라는 뜻이고,
아래에 올려 놓으면 ' 내 손의 이 색깔 카드 중 이 카드가 가장 낮은 카드다'라는 뜻입니다.
트릭을 플레이하고 있는 중에는 힌트를 줄 수 없고, 새로운 트릭이 시작하기 전에만 힌트를 줄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이 정말 재밌는데요.
임무 카드를 할당받은 결과 정말 해내기 어려워 보이는 상태가 될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6이나 7 정도 되는 녹색 카드를 따야 하는데, 손에 낮은 녹색 카드가 한두 장밖에 없는 경우가 그런데요.
이럴 때 빠르게 한 수트를 비워 놓고, 녹색 수트가 돌았을 때 트럼프 카드를 내서 따낸다든지 하는 방법들을 써야 합니다.
그럴 때 힌트가 아주 유용하게 사용되는데요.
[스컬킹]의 0 비딩 물 먹이기의 협력형 버전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네요.
[디 크루]는 플레이어들의 트릭 테이킹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재밌는 게임입니다.
모든 카드를 카운팅할 수는 없더라도, 수트 별로 몇 장씩 빠졌는지 정도는 카운팅해야 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트릭 테이킹 게임을 잘 모르시는 분들도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나리오를 따라가다 보면 적당한 난이도로 즐기실 수 있을 테니까요.
트릭 테이킹 게임에 대한 애정이 있는 분이시라면 반드시 해봐야 할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경쟁형 트릭 테이킹 게임과는 전혀 다른 맛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특히 어려운 시나리오를 깼을 때일수록 협력과 교감의 희열을 느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