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굴너굴의 2019 Top 100 - #90~81

너굴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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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2 오전 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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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연말이네요! 지난 Top 100을 쓴게 두달 전 같은데... 올 해도 어김없이 Top 100을 뽑아보고자 합니다.

여러분들은 올 한해 재미난 게임 많이 즐기셨나요? 이상하게도 전 좋은 인상을 받은 작품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대체로 괜찮은 게임은 많았으나 비슷하면서 더 뛰어난 대체 게임 때문에 구태여 구입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 게임이 대부분이었어요. 고인물이 되어서 그런걸까요 아니면 비슷한 시스템에 식상함을 느껴서일까요? 내년에는 좀 더 제 취향을 저격하는 게임이 쏟아져 나오길 바랍니다 :(

올해 목록도 즐긴 횟수, 주변의 반응, 개인적인 감상, 결혼생활, 모임의 번창, 새로운 전략의 발견 등 여러가지 요소가 얽히며 순위에 많은 영향을 주었으니 참고하세요. 읽어보시며 여러분들의 Top 100은 어떤 모습을 갖추고 있을지 한번 생각해보시는 것도 좋은 기회가 되리라 봅니다.

올해는 노네임, 지니님과 함께 진행하며 서로 순위에 대해 짤막한 소감과 평을 남기는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 저는 오랜 평가를 통해 게임성이 검증된 작품과 오래 꾸준히 즐길 수 있는 게임에 의미를 두는 편이며,

* 지니님은 신작이 가져오는 신선함과 새로움을 적극 반영하는 편이고,

* 노네임님은 구작과 신작의 중간에서 보드게임을 즐기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세 사람의 시각을 비교하며 재밌게 즐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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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 크라스 카리어트

2015년 - N/A
2016년 - N/A
2017년 - N/A
2018년 - N/A

90위는 크라스 카리어트입니다. 아브룩센(aka 링코)이나 티츄처럼 손을 털어내는 카드게임이지만 독특한 규칙이 있습니다.

패를 버릴 땐 인접한 카드끼리만 뭉쳐서 낼 수 있으며 게임 도중 어떠한 방법으로도 패를 정리할 수 없습니다. 즉, 7787을 들고 있더라도 777 트리플이란 강패를 낼 수 없습니다. 사이에 끼어있는 8 때문이죠. 이렇다보니 8을 없앨 궁리를 해야 합니다. 약패를 강패로 둔갑시키는 작업을 게임 내내 해야해요. 불운을 내 힘으로 극복하는 과정이 독특하고 재밌죠.

또 하나 재밌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내 앞에 두 장의 카드가 공개된 채 놓여있는데요. 패 보강 용도로 쓰이는 카드이자 제 생명이기도 한 카드입니다. 패스를 외치거나 앞 사람을 이길 수 없을 때마다 한 장을 집어가게 됩니다. 원하는 위치에 넣을 수 있죠. 이렇게 생명을 소모하다보면 해당 라운드에서 패배할 수 있는 위험이 커지지만, 바닥에 놓인 8을 보충함으로써 79 같은 약패가 789 라는 초강패로 변하기도 하는 등 불리한 상황을 유리하게 뒤집을 수 있는 상황도 만들 수 있습니다. 손패뿐만 아니라 바닥패 보충 타이밍까지 생각해야하죠.

아참, 특수카드 이야기를 안했군요? 게임에 동봉된 특수카드 또한 게임에 다양한 재미를 불어넣습니다. 각 특수카드마다 게임의 행방을 결정지을 정도의 힘이 있기 때문에 패쏠림 현상이 벌어지면 답이 없다는 느낌은 있지만 짧은 게임이다보니 그 정도는 눈감아 줄 수 있습니다.

이거 장점을 말해도 끝이 없네요.

얼마 되지 않는 카드로 정말 신기하고 기발한 게임을 만들어 낸 디자이너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노네임 - 와우! 저도 올해 카드 게임중 상위권으로 치는 크라스 카리엇이군요. 제 순위에도 있으니 거기에서 좀 자세히 설명하기로 하고... 꼴등만 가린다는 건 좀 아쉬운 방식이긴 해요. 내기용으로 적합하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지니 - 저도 정말 좋아하는 카드게임입니다. 작년 모임에서 다들 너무 좋아해서 이 게임만 18개 산 기억이 있네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제 리스트에 등장할 예정이니 자세한 이야기는 제 순위에서 말씀드릴게요 XD

#89 - 슈틀스

2015년 - N/A
2016년 - N/A
2017년 - N/A
2018년 - N/A

올해 한 게임 중 가장 기괴하면서도 재미났던 게임입니다. 컵 안에 15개의 기물을 넣어놓고 바구니(트레이)에 쏟아내는데, 그 쏟아진 갯수에 따라 취할 수 있는 액션의 종류가 달라집니다. 상품 입고/출하, 모두에게 돈 나눠주기, 모두에게 돈 회수하기, 벌금 내기 등 다양하죠.

길쭉한 눈사람을 닮은 듯한 이 15개의 기물은 생김새가 간단하면서도 기묘하여 원하는 만큼의 갯수를 바구니에 떨구는게 쉽지 않습니다. 잘록하게 생긴 허리에 서로 기대어 눕기 때문에 얼떨결에 1~2개가 더 떨어지거나 혹은 서로 지탱하며 떨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거든요.

이득을 보는 액션 주위에 손해를 보는 액션을 절묘하게 배치한 디자이너의 센스가 돋보입니다. 일확천금을 노리다 망하는 플레이어들이 많은데, 그걸 보고 있노라면 정말 즐거워요. 물론 저도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 중 하나지만요. 액션을 선택하는 방식 때문에 게임의 깊이는 굉장히 얕은 편이지만, 가끔 머리를 비우고 결과를 보며 빵빵 터지는 경험을 하고 싶다면 슈틀스는 참으로 좋은 선택입니다.

노네임 - 저는 덱스트리티는 텀블링 다이스랑 할리갈리 컵스로 만족할래요...

지니 - 슈틀스, 처음엔 뭐 이런 게임이 있을까 싶기도 했지만, 컵에 미플을 넣고 털어 내면서 환호하고 좌절하는 모습에 빵빵 터지는 좋은 게임이였습니다. 곧 한글판도 나올 예정인 게임이죠? 슈틀스라는 이름을 어떻게 바꿀까 궁금했는데, 굉장히 귀여운 네이밍으로 바꼈더라구요. 흔들어 봐! 헬프요정입니다.

#88 - 기즈모

2015년 - N/A
2016년 - N/A
2017년 - N/A
2018년 - N/A

라떼는 말야~ 엔진빌딩하면 스플렌더였어~ 라떼는 말야~ 구슬게임 하면 포션폭발이었어~

...네! 스플렌더와 포션폭발을 절묘하게 조합한 기즈모가 쟁쟁한 다른 게임들을 제치며 올해 88위에 안착했네요. 구슬을 자원으로 활용하여 탐색, 연구, 개발 같은 기능을 강화하며 점점 더 비싼 기능들을 쌓아하는 엔진빌딩의 재미가 뛰어난 게임입니다.

저는 스플렌더를 대나무에, 기즈모를 갈대에 비유하곤 하는데요. 스플렌더가 대나무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적인 흐름과 적은 무작위성으로 탄탄한 재미를 준다면, 기즈모는 흔들리는 갈대처럼 좀 더 변칙적이고 카드간의 다양한 콤보를 통해 전략을 좌지우지 비틀 수 있는 변화무쌍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플렌더에 비해 게임이 진행 될 수록 이것저것 챙겨야 할 요소들이 많아 다소 번거로운 점도 있는데다 묘하게 불편한 기즈모의 구슬통이 단점으로 다가올 수 있긴 하지만 게임성을 해치진 않습니다. 말이 단점이지, 사실 기즈모를 대표하는 마스코트라서 없앨 수도 없어요.

그럼 물어보시겠죠? 뭐가 더 낫냐고. 스플렌더의 탄탄함과 기즈모의 유연함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저는 스플렌더 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게임을 끝났을 때 내 엔진을 바라보며 무엇이 문제였는지 알고 싶을 때가 많은데, 그런 점에서 스플렌더가 훨씬 더 직관적이고 알기 쉽거든요. 기즈모의 콤보연타는 할 때는 즐겁지만 게임이 끝나고 나면 어디가 문제였는지 알 수 없을 때가 많았어요. 깔끔하게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는 점에서 스플렌더가 더 좋기도 했고요.

기즈모가 스플렌더의 상위호환이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요. 절반정도 동의합니다. 스플렌더에는 없는 탄력적인 느낌이 좋아요.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런 요소에서 상위호환일 뿐 스플렌더를 완전히 갈아치울 만한 게임이라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노네임 - 하... 제가 이걸 안해봤네요. 엔진 빌딩의 완전 엔트리 레벨이던데, 한번 시기를 놓치니 저는 할 기회가 없어요. 테포마를 재밌게 하셨던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즈모도 여전히 괜찮으신가 보네요.

지니 - 엔진 빌딩 입문으로 이만한 게임은 없지 않을까 싶네요. 작년에 나온 입문 전략 게임들중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규칙은 속에서 펑펑 터지는 콤보를 느낄 수 있어요. 게다가 사탕처럼 생긴 구슬과 구슬이 나오는 에너지 분배기는 게임의 맛을 더해줍니다ㅋㅋㅋ 그게 종이토큰이였다면 덜 재밌을거 같아요.

#87 - 블루라군

2015년 - N/A
2016년 - N/A
2017년 - N/A
2018년 - N/A

가장 배우고 싶은 게임을 하나 고르라면 바둑이요. 지금까지 배운 게임 중 가장 못하는 게임을 하나 꼽으라면 그 또한 바둑입니다. 바둑은 제가 넘고 싶은 산 같은 존재예요.

웬 바둑 이야기냐고요? 블루라군은 바둑을 떠올리게 만드는 게임이거든요.

플레이어들은 섬에 흩뿌려진 자원을 먹기 위해 원주민들을 보내고 퍼뜨리며 영역을 차기하기 시작합니다. 상륙한 섬, 차지한 섬, 가장 길게 이어진 원주민의 수, 자원 점수 등 다양한 항목에서 점수를 얻기 때문에 점수를 가장 많이 차지할 수 있는 최선의 수를 볼 수 있어야 해요. 특히 2라운드는 1라운드에서 설치한 집에서부터 다시 게임을 시작하기 때문에 활동반경이 더욱 축소된 상태에서 게임을 시작하죠. 그렇기 때문에 수읽기가 중요합니다.

바둑처럼 넓은 그림을 볼 필요는 없습니다. 상대방이 특정 영역까지 도달하는데 몇 수가 걸리는가,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선 몇 수가 필요한가, 상대방을 막는다면 몇 수의 이득을 볼 수 있는가, 내가 막힌다면 몇 수를 손해는가, 특정 자원을 두고 싸울 때 선수와 후수는 누구인가 등 국지전에 능해야 하죠. 이런 점에서 상당한 건조함을 일으키기 때문에 불호를 보이는 게이머들이 있지만, 저는 되려 이렇기에 블루라군을 좋아합니다.

특히 보드가 밝은 파랑/녹색 톤으로 칠해져 있기 때문에 눈이 참 편한 것도 좋아요. 아주 멋진 게임입니다.

노네임 - 크니지아 옹의 나름 최신작이군요. 너굴님은 약간 이런 수싸움? 하는 게임을 좋아하는 것 같네요. 사무라이도 그렇고. 요새 먹히는 크니지아의 겜 감수성이라... 궁금은 합니다.

지니 - 오, 블루라군이군요. 단계가 두 단계로 나뉘어져 있어서 처음에 배치를 잘 해둬야 나중에도 더 좋은 수를 낼 수 있는 게임이더라구요. 생긴건 화사하고 예쁘던데 좀 건조하고 옛 느낌도 나고.. 저는 다시 안 해봐도 되겠더라구요 ㅋㅋㅋ

#86 - 크립티드

2015년 - N/A
2016년 - N/A
2017년 - N/A
2018년 - N/A

머리 터지는 추리 게임에 지치셨나요? 간단하면서도 직관적인 추리게임을 원하시나요? 그럼 크립티드를 해보세요!

플레이어들은 조사관이 되어 대지 어딘가에 숨겨진 괴물을 찾아야 합니다. 각 플레이어는 서로 다른 힌트를 들고 있는데, 자기 차례 때마다 땅 한 곳을 선택하여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괴물의 존재 가능여부를 묻습니다. 상대방은 자신의 힌트에 따라 가능할 경우 둥그런 기물을, 불가능 할 경우 각진 기물을 놓음으로써 응답합니다. 만약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면 질문자 또한 자신의 힌트에 따라 불가능한 지역을 하나 공개해야 합니다.

이렇게 번갈아가며 질문하다 촉이 오는 곳이 생기면 '이 곳을 수색하겠다'며 둥그런 기물(가능)을 올려놓는데, 모든 플레이어가 가능하다고 할 경우 괴물을 찾아내게 되며 게임에서 승리하게 됩니다.

세팅이 다소 번거로우나 다양한 형태의 힌트(OO 혹은 ㅁㅁ에 있음, OO에서 2칸 내, **에 없음 등) 알기 쉬운 힌트와 직관적인 추리 과정이 강점입니다. 또한 기본 게임이 너무 쉽게 느껴진다면 부정문이 포함되는 상급자 룰로 게임의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저는 웬만한 추리 게임은 잘 하는 편인데 이 게임만큼은 정말 어렵더라고요. 사람들이 내려놓는 된다/안된다 기물을 보며 상대방의 힌트를 유추하는게 쉽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게임의 템포가 빠른데다 '한번만 더 해!'가 쉽게 나오는 그런 게임이기 때문에 재밌게 즐기고 있습니다. 예전에 보물섬을 리뷰하면서 크립티드가 더 나을거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제 예상이 맞았습니다. 네 맞아요. 보물섬은 올 해 순위에 들지도 못했습니다.

아. 생각보다 게임은 못생겼습니다.

노네임 - 이것도 한글판 출시 예정이죠? 추리+디덕션 게임인데 신선한 매커니즘이라고 해서 기대하고 있는 작품이에요.

지니 - 앗 너굴님도 해보셨군요! 웬일이시죠... 요즘 게임인데 ㅋㅋㅋㅋㅋㅋ 저도 처음하고 재밌어서 올해 리스트에 등장했습니다! 박스 아트웍에선 디덕션인걸 상상도 못한 게임이였는데, 꽤 재밌더라구요! 자세한 이야기는 제 순위에서 말씀드릴게요!

#85 - 수목원

2015년 - 54위
2016년 - 62위
2017년 - 53위
2018년 - 71위

제가 수년간 유심히 나무 테마의 게임들을 관찰한 결과. 이러한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나무게임은 모조리 더럽다."

자연의 약육강식의 섭리를 테마에 녹이려는건지 나무 테마의 게임은 하나 같이 승리하기 빡센 편인데요 (다른 게임으로 광합성이 있죠). 수목원은 그런 나무 게임 중에서 수장 같은 위치에 놓인 게임입니다.

아름다운 나무 일러스트가 그려진 카드를 바닥에 깔아가며 점수를 최대한 확보하는 타일놓기(카드놓기?) 장르에 속하는 수목원은 수려한 그림과 달리 빡빡한 수읽기 및 핸드관리를 요구합니다.

득점 방식이 정말 악마 같기로 유명합니다. 일단 바닥에 깔아놓은 나무의 색상이 제 손에 최소 한장은 남아있어야 해당 나무의 점수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점수를 많이 벌겠다고 모조리 카드를 내리면 0점인거죠. 게다가 손에 든 그 나무의 색상의 합이 다른 사람보다 높아야 합니다. 단풍나무 5를 들고 있는데 상대방이 저를 견제하려 7을 들고 있었다면 전 득점하지 못하죠. 심지어 1번 나무가 8번 나무를 죽여버리는 반전도 있습니다. 득점 규칙을 3번이나 꼬았죠.

나무 카드를 내려놓고 싶지만 모두 쓰면 점수를 낼 수 없고, 그렇다고 안내려놓자니 점수가 되지 않으니 아깝고, 그렇다고 들고 있자니 다른 카드를 들고 있을 공간이 부족하고, 다른걸 버리자니 남들이 그 카드를 주워가 점수내는데 쓸거 같고. 게임 내내 돌아버릴 것 같은 압박감을 느낍니다. 그게 수목원의 장점이지만요.

노네임 - 수목원, 저는 카드 게임계의 투머치라고 부릅니다. 카드 게임은 좀 카드 게임 다워야지 쓸데없이 장고를 유발하는 게임. 게임 자체는 재밌는데, 의외로 두뇌 소모가 심해서 이 카드 게임 할 바에 다른 유로 게임을 하고 말지... 하는 생각에 방출했던 것 같아요.

지니 - 수목원은 처음 했을 때는 재밌었는데 그게 에러플이였더라구요, 근데 그때 더 어렵게 에러플을 한거라서, 다시 규칙을 고쳐서 해보고 조금 실망했던 기억이 있긴 합니다ㅋㅋㅋ 에러플로 한 규칙이 저는 더 재밌었거든요. 그래도 카드게임 중에서는 꽤나 빡빡하고 좋은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84 - 기차섬

2015년 - N/A
2016년 - N/A
2017년 - N/A
2018년 - 91위

제 Top100에 올라온 정말 몇 안되는 기차테마의 게임입니다.

남을 도움으로써 스스로를 돕는다는 이타적인(?) 행동이 굉장히 매력적인 게임입니다. 기본적으로 매 턴마다 2개의 액션만 할 수 있으나 상대방에게 화물을 실어줌으로써 보너스 액션 혹은 추가 카드를 얻을 수 있거든요. 내가 얻게 될 이득과 상대방을 득점권에 밀어넣는 결과를 저울질 하며 적절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러한 고민거리는 다인플에서 확연히 빛날 수 있으나... 커다란 문제가 있습니다. 3인, 특히 4인에서는 카드가 모자란 상황이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카드 한 벌을 이용하여 만들어진 태생적 한계와 바닥에 깔리는 것이 많은 게임적 특성 때문에 덱고갈 현상이 심해요. 심지어 룰북에 카드가 모자라면 게임이 끝난다고 써져있습니다. 좀 더 게임을 가다듬어 중간급 볼륨으로 나왔더라도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작년에 "일단은 휴대성 & 게임성 때문에 좋아하긴 하지만 내년까지 버틸 수 있을까" 라고 의문을 표했는데 의외로 순위가 올라갔군요? 괜찮은 게임임은 분명한가봅니다.

노네임 - 완전 처음 들어보는 게임인데, 찾아보니가 기차 테마의 카드 게임이군요. 일단 기차가 들어가는 게임들은 다 갓겜인데... 4인플이 아쉽다는 말이 종종 보이네요. 일단 매커니즘이 재미있어보이고 가격도 엄청 저렴한 것 같아서 나중에 해 볼 리스트에 넣어 두겠습니다.

지니 - 첫 플레이를 4인으로 안했다면 저도 인상이 조금 달랐을까요? 게임이 재미없진 않았는데, 카드 더미가 생각보다 빨리 없어져서 묘한 인상을 받았었거든요. 2~3인으로 하면 좋다던데, 다시 해볼 기회는 없을 거 같긴 합니다.

#83 - 지구를 떠나다

2015년 - N/A
2016년 - N/A
2017년 - N/A
2018년 - N/A

보드게임 중에서 시뮬레이터 느낌이 강한 게임을 하나 찾으라면, 지구를 떠나다만큼 강렬한 인상을 주는 게임도 없을거에요. 플레이어들은 미션을 해결을 위해 여러 행성으로 탐사선 / 우주선을 쏘아보내야 합니다.

그런데 우주로 쏘아보낼 때마다 로켓 자체의 무게, 로켓 내에 실어야 하는 물품의 무게, 대기권을 뚫을 수 있는 속력 등을 계산해야 하는데다, 장거리 여행시 궤도에서 돌고 있는 로켓과 랑데부(우주상의 두 물체가 서로 만나는 것)을 하여 중간에 물품을 보급하는 것까지 생각해야 하기에 플레이어들은 계속 수식을 적고 있느라 바쁩니다. 다행히도 그 수식이란게 단순 덧셈뺄셈 정도라서 어렵진 않으나... 다른 보드게임에 비하면 산수량이 압도적으로 많아요.

심지어 로켓이 중간에 폭발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투자금을 잘 굴려가며 연구를 하여 위험도를 낮추는 작업도 해줘야 하는 게임입니다. 풀 확장을 모으고 싶은 게임 중 하나예요. 우주를 배경으로 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로망이 차오르는 정말 특이하고 재밌는 게임입니다. 우주를 동경한다면 지구를 떠나다를 해보세요.

하지만 게임 내내 산수 계산 하다가 정신이 육신을 떠나면 안돼요!

노네임 - 크~ 아쉽게 제 Top 100에서 탈락한 '지구를 떠나다' 군요. 이거 계산 게임인데 남들이랑 투닥투닥 하기보다는 조용히 커피한 잔 타서 여유있게 1인플 하는 게 더 좋았던 기억이 나요. 진짜 우주 탐사를 시도하는 플레이 경험을 이런 아날로그를 통해 할 수 있다니 정말 놀라운 게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비록 구성물이 좀 조악하고, 여러명이서 같이 하기에는 공간/시간적 압박이 큰 게임이지만 지금도 생각나는 게임이네요.

지니 - 노트를 펼치고...내 우주선을 어디까지 날릴지 계산해가며 하는 게임이였죠. 정말 실제로 우주에 나가기 위해 시뮬레이션 하는 기분을 느껴서 굉장히 테마를 잘살렸구나 싶긴 했는데, 계속 계산기와 노트로 계산하는 우리 모습을 보고 우린 보드게임을 하고 있는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ㅋㅋㅋㅋ 한번은 신선한 경험이였지만 전 다시는 안 할거 같아요.

#82 - 알티플라노

2015년 - N/A
2016년 - N/A
2017년 - N/A
2018년 - N/A

2015년 87위에 오를레앙을 뽑은 적이 있었으나... 그 이후로 오를레앙은 제 Top100 에서 완전히 종적을 감추었습니다. 백빌딩이라는 개념이 재밌긴 했으나 그 당시엔 덱빌딩 쪽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예요. 덱빌딩이 시들시들 마음 속에서 지워져 갈 때쯤엔 오를레앙은 이미 잊혀진지 오래였죠.

지금 생각해보면 Top 100에 계속 머물러 있어도 괜찮을 정도로 준수한 게임인데다 확장 덕분에 게임성이 더 올라가며 중위권도 노려볼만 했으나... 덱빌딩의 그림자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몇년의 시간이 흐른 뒤 알티플라노를 접하게 되었는데 꽤 재밌게 즐겼습니다. 간만에 오를레앙이 생각나더라고요. 오를레앙은 타일에 대한 이해도가 게임에 큰 영향을 주는데 알티플라노는 그런 점이 적어서 초보와 고수가 좀 더 대등하게 싸울 수 있다는 느낌도 받은데다가 여기저기 할 것이 많다는 느낌도 받았어요. 좋은 게임입니다.

두 게임 모두 보유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높은 전략성을 원한다면 오를레앙을. 캐쥬얼함을 원한다면 알티플라노를 하세요. 참고로 누군가 이걸 작년에 9위에 두었죠? 9위라니... 그 정도 게임은 아닌거 같은데 말이죠...(소근소근)

여담이지만 두 게임과 더불어 또 다른 백빌딩 게임인 크베들린부르크의 돌팔이 약장수까지 보유하셨다면 당신을 백빌딩 마스터로 인정합니다.

노네임 - 아 이 게임 그 게임이군요. 작년 누군가의 리스트 탑 10에 있어서 충격 먹은 그 게임. 오를레앙 때도 느꼈고, 약장수 때도 느꼈지만, 저는 백빌딩이 주사위보다 오백배 싫어요... 왠진 모르겠는데 주사위는 순전히 운탓 할 수 있는데 백빌딩은 진짜 내 손이 잘못한거 같은 느낌을 줘서 그런가??? 오를레앙 때는 백빌딩 하는 과정 자체가 재미없고 빈틈이 느껴졌는데, 알티플라노도 그 조잡합을 극복하진 못한 것 같습니다.

지니 - 그 누군가의 리스트 탑10 지니입니다. 오를레앙에 이은 백빌딩 알티플라노군요. 저는 백빌딩 시스템을 참 좋아하는 사람이라, 알티플라노도 즐겁게 했습니다. 올해도 제 순위에서 등장할 예정이니, 그때 자세한 이야기를 적어 볼게요.

#81 - 위트니스

81위는 위트니스 입니다. 4명의 플레이어는 힘을 합쳐 하나의 사건을 풀어야 합니다. 플레이어는 다른 색상의 힌트 책을 들고 게임을 시작하는데, 사건 해결에 필요한 정보가 중구난방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이제 플레이어들은 일련의 규칙에 따라 옆사람에게 자신이 받은 정보를 귓속말로 소곤소곤 알려주는데, 이렇게 4번 힌트 전달을 하고 나면 4명 전부 필요한 정보를 모두 알게 됩니다. 이제 질문지를 펼친 뒤 각자 정답을 적어내고 다 함게 해답지를 봅니다. 플레이어들의 점수를 합친 것이 팀의 총점이 됩니다.

이런 사건 해결류의 게임은 많이 해보았지만 정보전달 & 기억에 의존해야 하는 게임은 많지 않아요. 누군가 아차하고 놓치거나 기억 왜곡으로 인해 누락된 정보가 사건 해결에 중요한 열쇠일땐 빵 터집니다. 어디에서 정보가 누락된건지 서로 삿대질하며 진범을 찾아내는 보너스 게임(?)이 꽤나 재밌어요. 영어만 된다면 강력 추천하는 게임 중 하나입니다.

2015년 - N/A
2016년 - N/A
2017년 - N/A
2018년 - N/A

노네임 - 오, 이거 무슨 게임인지 전혀 몰랐는데, 찾아보니까 진짜 재밌겠는 걸요? 나름 추리 게임 마니아로서 기대됩니다. 기억력 / 정보 전달에 중점을 둔 매커니즘도 맘에 들고 그런 정보들을 잘 조합해서 답을 추리해 나가는 과정도 진짜 재밌을 것 같아요. 10분만에 끝난다는 것도 엄청나구요. 단점이라면 4인 전용이라는 것? 오오 암튼 이렇게 하나 알아갑니다.

지니 - 찾아 보니까 한판이 정말 짧은 추리게임이네요. 추리 게임을 좋아하는 편이라 관심이 가긴 하는데, 10분만에 끝난다니 긴가민가하군여 ㅋㅋㅋㅋㅋ 다른 쟁쟁한 추리 게임들과 비교하면 어떤 매력이 있는지 궁금한 게임이네요. 텍스트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간단한 한 문장인 거 같아서 기회가 되면 한번 해보고 싶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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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 끝난 줄 알았죠? 3명 중에 가장 빨리 원고를 끝내는 편이다보니 남는 자투리 시간동안 잡다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1. 콜렉션 파괴중

최근 약 20여개의 게임이 제 콜렉션에서 갈려나갔습니다. 자잘한 게임도 있지만 로렌조 같은 거물급 게임도 있네요.

어느 날 제 콜렉션을 멍하니 보며 '하지도 못할 게임 / 특정 시스템이 자꾸 눈에 밟히는 게임이 내 콜렉션에 있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는 의문이 문득 들었습니다. 이 생각은 뿌리를 내리고 무럭무럭 자라기 시작하더니 '팔아버리자' 하는 생각으로 번져나갔습니다. 그리고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더군요. 욕심이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미련을 확실히 떨치기 위해 그 날 판매 글을 올리고 2주일 내로 모두 처분 했습니다. 작은 게임들은 주위 사람들에게 공짜로 주기도 하고요. 그런데도 아직 그 생각이 지워지지 않습니다 ㅋㅋ 아직도 '내가 좋아하는 게임은 정해져 있는데 이렇게 많은게 의미가 있나?' 싶어요. 한동안 콜렉션 사이즈를 줄이는데 좀 더 집중해야 할 것 같아요. 일단 내년 1분기까지 목표는 40개 가까이 제거하는 것입니다.

참, 로렌조가 콜레션에서 빠진 이유는 시스템 자체는 마음에 들지만 어느정도 수가 보이기 시작하자 주사위 눈이 너무 발목을 잡는다는 느낌 때문이었습니다.

2. 최초 언더 50 달성

최초로 한해 보드게임 관련 지출이 50만원 미만이었습니다. 한 달에 4만원씩 쓴 꼴이네요.

올해 매력적인 게임을 찾지 못한 것도 있지만 Top 100 은 여러모로 제 게임 구입 욕구를 조절하는 제동장치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새로운 게임을 알게 될 때면 기존에 즐기던 게임을 떠올리며 '이것보다 재밌을까?' 하며 제가 좋아하는 게임과 비교하거든요. 이렇게 거름망에 걸리는 게임이 많다보니 언더 50 달성이 가능했나봐요. 놓친 수 많은 게임들이 딱히 그립지 않은걸 보니 나름 좋은 선택을 했다고 느껴집니다.

재밌게도 이 Top100 글이 저는 돈을 절약하는(?) 방법인 반면 여러분들에겐 지출의 주된 이유가 될 수 있어서 죄송스럽기도 하네요. 앞으로 뛰어난 혹은 형편없는 게임을 리뷰 할 때 내용/느낌 전달에 더욱 정성을 다해서 여러분들의 지갑을 보호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ㅋㅋㅋ

3. 코멘트 방식의 변화

지난 해 Top 100이 끝난 직후 받은 몇가지 피드백을 통해 우리의 글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자잘한 문제점을 깨달았으나 가장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었는데요. 바로 코멘트에 대한 것이었어요.

지난 Top 100의 코멘트는 상대방의 선정에 대해 드립을 치고 놀리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어요. 음- 처음부터 계획한건 아니었지만 어느정도 컨셉으로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서로 티격태격 놀리는 모습이 재밌을거라 생각했죠. 하지만 그건 제 오산이었어요. 서로 비꼬고 놀리는 코멘트는 자극적인 재미만 있을 뿐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독자들에게 아무런 영양가도 없었던거죠. 자기들끼리 달걀을 던지고 깔깔 웃는 그들만의 리그를 보며 무엇을 느낄지 예측하지 못한게 실책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Top 100을 시작하기 전에 세명이 함께 코멘트가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코멘트는 곁들여 읽는 무의미한 자투리 글이 아니라, 아무리 짧더라도 그 자체만으로도 무언가 정보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데 모두 동의했죠. 코멘트의 톤에 대해서도 함께 의견을 나누었어요. 취향을 무시하는 듯한 뉘앙스보단 놀릴땐 놀려도 어느정도 자신의 의견을 곁들여야 한다는게 요점이었죠.

이러한 반성 덕분에 지금까지 단 20개의 게임만 올렸는데도 60가지 의견을 담아냈을 정도로 내용이 훨씬 풍성해졌습니다. 좀 더 활발한 의견 교류가 일어나고 있어요. 코멘터끼리 의견이 충돌하고, 서로의 생각에 반박하거나, 때로는 글쓴이에 순위/의견에 대해 두 코멘터가 함께 손잡고 반대하는 등 다양한 그림이 나오고 있죠. 지난 해와 분량은 비슷한데 말예요.

Top100 시리즈의 큰 발전이라 생각합니다. 한 게임을 세 명이 다각도에서 조명함으로써 자칫하면 놓칠칠뻔한 게임 이야기를 다룰 수 있게 된것도 좋지만, 코멘터가 잘 모르는 게임에 대하여 사전에 아는 정보로 게임에 대한 추측을 풀어놓는 과정을 보며 독자들은 자신과 성향이 맞는 리뷰어가 게임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아볼 수 있는 간접체험까지 할 수 있겠더군요.

연말을 바라보며 일정을 계획한 지금은 톤과 속도가 정해졌기에 당장 피드백을 받아도 반영하기 어렵지만, Top100이 끝나면 댓글로/개인 메세지로 다양한 피드백을 다시 받아볼 생각입니다. 좋은 아이디어는 추려내어 내년에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피드백 정말 감사합니다

너굴너굴의 2019 Top 100 - #7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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