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턴 (Boardton) - 보스턴 보드게임 모임 후기 #025

에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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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8 오전 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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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16일 모임 후기

저번 주에 전략 게임을 2개나 돌렸던 것에 고무가 되어서 이번주는 모임 투표를 받을 때 참여하시는 분들의 성향을 한 번 물어봤습니다. 거의 50%에 해당하시는 분들이 2-3시간 정도의 전략 게임을 하고 싶다고 하시더라구요. 전략 게임에 대한 수요가 이렇게나 많았는데 제가 그동안 모임원들을 너무 오냐오냐 키운(?) 것 같다는 자책을 하면서 이번주에도 전략 게임 위주로 들고 갔습니다.

1.푸에르토 리코

모임원들 실력이 아무거나 들이밀어도 재밌게 할 것 같았지만, 모임장의 쓸때없는 욕심으로 고전 명작부터 소개시켜주고 싶어서 푸에르토 리코를 먼저 꺼냈습니다. 10주년 기념판을 꺼냈더니 다른 보드게임 박스에서는 보지 못한 금빛의 고풍스러운 박스가 모임원들의 탄성을 자아내더군요. 사실 저는 미적으로는 꽝인 눈과 뇌를 가지고 있는지라 이게 그렇게 예쁘다고는 생각을 못했는데 기념판이 뭔가 다르긴 다르군요. 하지만 푸에르토 리코 10주년 기념판도 나온지가 한참은 되는 게임이라 요즘 디럭스 게임들에 비해서 컴포넌트 품질이 아주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기 때문에 모임원들의 높아진 기대감을 진정시키고 게임을 플레이 했습니다.

푸에르토 리코가 처음 나왔을 때는 거의 보드게임계의 스타크래프트처럼 많이 돌려서(그 당시에는 전략 보드게임이 많지 않기도 했고) 사람들이 각종 빌드도 만들어서 외웠다는 이야기도 들리지만, 저는 그 당시 보드게임을 그렇게 많지 즐기진 않았기 때문에 저도 아주 많이 플레이해 본 편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이길 때는 주로 기본에 충실하게 밭갈고 작물 실어서 이겼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건물 러쉬를 한 번 시도해 봤습니다. 초반에 construction hut으로 채석장을 많이 확보하고는 건물들을 싼 값에 많이 사왔는데 안해보던 전략이라서 그런지 어떻게 승점을 벌어야 하는지를 잘 모르겠더라구요. 그 와중에 SK씨는 혼자 커피 농장을 지어서 거기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factory도 2개씩이나 지어서 돈을 쓸어 담으시더라구요. DE씨는 초반부터 충실하게 밭을 갈고 본국으로 실어 날라서 승점을 챙기고, JH씨는 혼자 사탕수수를 재배하셔서 승점과 돈에 적당히 균형을 맞추셨습니다.

예전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아니면 예전 게임이라서 더 그런건지 상대방을 직접적으로 타격을 줄 수 있는 선택지들이 많은게 저한테는 꽤나 참신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혼자만 자원 팔고 건물 짓다가 게임에서는 꼴찌를 했지만요. 꼴찌인 주제에 잘 나가는 SK씨를 견제하겠다고 승점 건물을 사와서 더 망한 것 같습니다. 결국 hacienda로 밭을 많이 확보하고 커피와 factory로 돈을 끌어 모으신 SK씨가 승리를 하셨네요.

2. 테라포밍 마스

이 기세를 이어서 같은 멤버로 전략 게임 하나를 더 돌리기로 했습니다. 전에 한 번 플레이 해봤던 아그리콜라와 SK씨를 제외하고는 처음 해보는 테라포밍 마스 중에 선택을 하라고 했었는데, 가위바위보의 승리로 테라포밍 마스가 선택되었습니다. 아그리콜라를 돌리면 같이 참여하고 싶어 하셨던 다른 테이블의 HJH씨가 아쉽게도 참여를 못하시고 4인플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처음하는 사람이 두분이나 계셨지만 어느정도 게임센스가 다들 있으셔서 과감하게 기본 기업도 빼고 드래프팅도 넣어서 진행했습니다. 다행히 다들 프로젝트 카드를 읽는데는 별 어려움이 없으시더라구요. 하지만 드래프팅을 하다보니 선택의 연속이라서 DE씨가 카드를 고르는데 어려움을 겪으시고 그 와중에 SK씨는 DE씨를 압박하면서 드래프팅하는 그 짧은 순간에 모바일 게임을 켜시더라구요(...) 저는 일단 돈을 많이 받으면서 자유도 높게 플레이 할 수 있는 Credicor를 고른 후에 식물/철광석을 7원으로 바꿔주는 카드가 처음 손에 들어와서 돈을 꽤 많이 확보했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후반을 도모할 수 있는 파란색 카드가 많이 나오질 않아서 식물과 열 생산량을 적당히 올리면서 테라포밍 점수만 앞서 갔습니다. SK씨는 철광석 자원을 많이 확보할 수 있는 Mining guild를 잡으시고는 뒤에 이민자 도시도 나와서 철광석과 돈을 어마어마하게 확보하셨습니다. 그걸 바탕으로 초반에 시장과 빌더 마일스톤을 클레임 하시고, banker와 랜드로드 기업상까지 가져가시더라구요. 결과적으로 저는 마일스톤과 기업상을 하나도 못 가져가서 게임이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JH씨는 UNMI를 고르셨는데, 초반에 기업 능력을 사용해야한다는걸 잊고 계시다가, 나중에 전력 4개를 산소로 바꿔주는 카드가 나와서 그걸로 꾸준히 테라포밍을 올려서 테라포밍 점수에서 2등을 하셨지만 저와 마찬가지로 마일스톤과 어워드를 못 가져가셔서 추가적인 점수 획득에 실패하시고, 초보가 가장 다루기 쉬운 Ecoline을 가져가신 DE씨는 혼자 식물을 올리는 바람에 여기저기서 견제를 당해서 초반 식물 마일스톤 외에는 점수도 못 벌고 기껏 지어놓은 식물 타일에도 제가 도시를 지어버려서 게임 내내 고생을 하셨네요. SK씨는 무슨 배짱인지 자기는 식물을 안 짓겠다고 선언을 하셨는데, 게임 후반으로 가니까 저와 1등 싸움이 매우 치열하게 진행되서 말바꾸기를 시전하시고 무수한 자원을 바탕으로 도시와 식물을 어마어마하게 늘리기 시작합니다. 거기다가 standard project 할인을 해주는 카드가 있어서 막판에 보드를 거의 다 접수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패배한 줄 알았는데, 다행히 제가 쌓아 놓은 녹색카드들에서 추가점수가 많이 나와서 간신히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3. 다른 테이블

오늘 처음 오신 SC씨는 보드게임을 이미 많이 알고 있어서 처음 오셨는데도 한 테이블을 맡겨드렸습니다. 첫 게임으로는 윙스팬을 하셨는데 IE씨가 저랑 아주 예전에 한 번 해보고 못해봤던 게임이라서 좋아하시더라구요. 문제는 그 이후로 오신 분들 인원이 좀 애매해져서 DE씨가 HJH씨와 둘이서 게임을 하셔야 했습니다. 윙스팬이 끝난 다음에는 두 테이블이 합쳐져서 시타델을 하시던데 설명을 하시는 SC씨가 시타델의 단점을 이미 잘 알고 계시더라구요. 저는 일단 제 성향이 남을 적극적으로 누르는데 취향이 없고, 예전에 서로를 잘 모르는 초보자들한테 시타델을 소개시켜줬다가 망한적이 있어서(아무도 상대방 건물을 부수려고 하지 않음 + 상대방을 죽이거나 돈을 털어오면 오히려 미안해함), 아주 친하거나 공격적인 성향의 파티가 아니면 꺼내지 않는 게임 중에 하나인데 게임이 잘 진행됐을지 궁금하네요. 중간중간에 게임하시는걸 보니까 엄청 진지하게 카드를 고르고 계시더라구요^^;;

그 이후에 몇 분이 더 가셔서 남은 분들끼리는 더 마인드를 돌리셨는데 제가 다른 게임을 좀 더 설명해 드릴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좀 아쉬웠습니다.

사실 오늘 제일 놀라웠던 것은 YM씨가 추수감사절 기념이라고 무려 선물을 준비해 오셨더라구요. Impact: Battle of Elements라는 처음보는 덱스터리티 주사위 게임인데, 어떤 게임일지 궁금하네요. 모임에도 꾸준히 놀러오시고 선물까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DE씨나 몇몇 분들은 게임 선물도 열심히 하시던데 저는 모임장이 오히려 받기만해서 조금 죄송하네요. 대신 모임 운영이라도 좀 더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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