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턴 (Boardton) - 보스턴 보드게임 모임 후기 #024

에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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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1 오후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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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09일 모임 후기

오늘 모임에는 멀리 텍사스에서부터 후배가 놀러와서 후배와 함께 모임을 나갔습니다. 제가 텍사스에서 만들어 놓은 모임을 후배한테 물려주고 갔었는데 그 후배가 청출어람으로 저보다 더한 내공을 쌓아서 각종 전략 게임을 섭렵했던터라 우리 모임에 불러서 전략게임을 한 테이블 맡아서 돌려주기를 기대했습니다. 게다가 요즘들어서 전략게임을 해보고 싶다는 모임원들의 요청도 있어서 이날은 과감하게 아그리콜라, 테라포밍 마스, 그리고 마르코 폴로를 가지고 갔습니다.

1.아그리콜라

저한테 최애 게임을 물어보면 항상 아그리콜라라고 이야기를 해서 모임에서 이 게임을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종종 계셔서 이번 기회에 소개시켜드리기로 했습니다. 이 게임이 하고 싶다던 DE씨, 그리고 요즘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JH씨, 그리고 자원 모으고 건물 짓는 카탄류(?)의 게임을 해보고 싶다던 PG씨를 모아서 4인플을 했습니다. 다들 게임에 대한 이해가 어느정도 있어서 패밀리 버전을 생략하고 카드가 들어간 본판으로 플레이를 했는데, DE씨가 놀랍게도 시작전부터 본인 카드를 유심히 살펴보고 조합을 짜시더라구요. 전략 게임을 많이 안해보신 분들이라면 이미 제가 가르쳐준 룰의 양에 압도 되어서 카드는 잘 안 보시던데 오늘 멤버분들은 Major improvement도 유심히 살펴보고 계셔서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일꾼을 늘리는게 중요하다는걸 강조했지만, 다들 밥 먹이는게 힘들어서인지 집짓고 일꾼 늘리는데 신경을 못 쓰셔서 제가 제일 먼저 3일꾼을 만들고 여유 있게 진행을 했습니다. 저는 이 게임을 하면 목축보다는 농사로 밥을 먹는걸 선호하는데 이날은 제 옆에 있던 JH씨가 제가 하고 싶었던 밭갈기 액션과 빵굽이 액션을 계속 가져가셔서 여러차례 좌절을 했네요. 그나마 다행인건 다들 선의 중요성을 좀 늦게 깨달으셔서 제가 오랫동안 선을 잡고 다양한 액션들을 선점했습니다.

JH씨는 저 다음으로 집을 늘리고 일꾼을 늘리셔서 좀 더 풍족하게 게임을 진행하셨던 반면 직업 콤보를 열심히 고민하시던 DE씨는 너무 욕심을 내는 바람에 제때에 일꾼을 늘리고 보드를 채우지 못하셔서 개인 보드에 빈칸을 많이 못 채우셨습니다. PG씨는 처음 깔았던 직업의 혜택으로 가장 먼저 울타리를 짓고 양을 키우셨는데 어느정도 키우던 양을 다 잡아서 식량으로 바꾸는 바람에 목장을 더 크게 늘리지는 못했습니다.

저도 오랜만에 하기도 하고, 다른분들 게임하는걸 지켜보다가 제 직업 카드를 많이 못 깔아서 고득점은 못했지만, 제때 늘린 일꾼과 선을 잡아서 후반 라운드 고효율 액션들을 선점해서 간신히 승리를 했네요. 적절하게 일꾼을 늘린 JH씨가 2등을 하셨고 DE씨와 PG씨는 마이너스 점수가 좀 많아서 점수를 얼마 못 받으셨습니다. 게임 중간에 재밌다는 이야기를 해주셔서 뿌듯했는데 이제 어느정도 룰을 익히셨으니 다음에 또 같이 하면 좋을 것 같네요.

2.테라포밍 마스

제가 아그리콜라를 돌리는 동안 잠깐 들리러 왔던 아내가 다른 테이블에서 테라포밍 마스를 설명해줬습니다. 이후 후배인 JM씨가 이어 받아서 설명과 플레이를 도왔는데, 보드게임을 거의 접해보지 못한 HJH씨와 주로 시타델만 해보셨다는 DJ씨가 포함되어 있어서 약간 걱정이 되긴 했지만 보드게임 유전자만 있다면 그렇게 힘든 게임은 아닌지라 그대로 플레이를 했습니다. 드래프트 룰을 빼고 해서 그런지 의외로 제 후배인 JM씨가 고전을 하고 우리 모임 고인물인 IE씨가 초반 카드와 기업의 시너지가 폭발을 해서 승리를 하셨다고 하네요. 처음 해보신 두 분은 게임이 어떠셨을지 궁금하네요.

3.란드운터, 라면 퓨리, 더 마인드

제가 아그리콜라에 집중하느라 오늘은 다른 테이블을 거의 신경을 못 썼는데 다행히도 JA씨와 HL씨가 초보 2분을 데리고 게임을 진행해주셨습니다. SJH씨는 더 마인드가 긴장감이 넘치고 재밌으셨다고 하시더라구요. 그 외에도 HL씨가 란드운터랑 IE씨가 가지고 오신 라면 퓨리를 돌리셨다고 하는데 라면 퓨리는 무슨 게임인지 도저히 감도 오질 않네요. 그 테이블에는 오늘 처음 참석하신 YJ씨도 계셨는데 인사도 제대로 못 드려서 재밌게 지내다 가셨는지 잘 모르겠네요.

얼추 비슷하게 게임들이 끝나서 다 같이 모여서 어색한 자기 소개 시간을 잠시 가졌습니다. 매번 게임만하다 헤어져서 제대로 이름도 모르는 경우가 잦은데 그래도 보드게임은 사람이 제일 중요한 요소이니 서로 통성명 정도는 하는게 좋을 것 같았습니다. 예전에는 저희 모임에 학부생 분들이 월등히 많았었는데 이번에 자기 소개할때 보니 의외로 직장 다니시는 분들이 많이 늘어나셨더라구요. 다양한 연령대가 같이 모여 있을 수 있는게 보드게임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4.마르코 폴로의 발자취

오늘은 전략게임의 날로 정했기 때문에 다른 테이블이 어찌 돌아가건간에 저는 전략 게임을 계속 돌렸습니다. 우리 모임 고인물 4인방에 모여서 테오티후아칸과 마르코 폴로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마르코 폴로가 선택되었습니다. DE씨는 이 게임이 처음이라서 기대를 꽤 하시더라구요. 이제 다들 초보가 아니니 랜덤으로 케릭터 카드를 나눠줬는데 저는 예전에 KS씨가 잘 사용하셨던 여행에 특화된 케릭터를 받았습니다. EH씨는 예전에 한 번 썼다가 말렸던 순간이동 케릭터를 받아서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시더니 다른 케릭터로 바꾸고, IE씨는 아무 능력이 없이 베이징에서 시작하는 케릭터를 받았습니다. DE씨도 여행 미플을 2개 갖고 시작하는 케릭터를 받아서 게임을 진행했습니다.

여행에는 돈이 많이 필요한데 이번에 보드에 깔린 카드를 보니 점수를 돈으로 바꾸는 능력이 거의 유일하게 돈을 벌 수 있는 통로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점수를 전부 바치고 그걸 돈으로 다 바꿔서 매번 4칸씩 마구 전진해서 기본 Trading post는 다 깔았는데, 그냥 한 바퀴를 빙 돌면 추가로 주는 Trading post까지는 깔지 못하는걸 놓쳐서 추가 점수를 못 받았네요. 게다가 여행 케릭터이면서도 여행 미션을 하나 반 밖에 완수하지 못해서 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건 초반에 Trading post를많이 깐 덕분에 매턴 들어오는 수입이 꽤 많아서 그걸 모아서 여행도 좀 더 수월하게 하고 막판에는 계약 타일도 몇개 완성을 할 수 있었습니다.

게임이 거의 끝나갈 때까지 EH씨가 많은 계약 타일로 압도적으로 앞서 갔으나 베이징 점수와 여행 미션으로 제가 2점차로 간신히 역전했네요. 케릭터가 아무런 능력이 없다고 투덜대시던 IE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인물답게 선전해서 EH씨와 2점차로 게임을 끝내시고 DE씨는 검은 주사위를 굴릴 때마다 1이 나와서 게임 하는 내내 동정표만 받다가 꼴찌를 하셨네요.

5.뱅 다이스

제가 마음놓고 전략 게임을 돌릴 수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는 파티 게임을 꽤 많이 보유하시고 다른 곳에서 모임도 주최하셨던 JA씨가 계셨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제가 마르코 폴로를 돌리는 동안 나머지 분들을 데리고 8인 뱅 다이스를 돌리셨다고 하네요. 저도 뱅 보다 뱅 다이스를 선호하는데 다음에는 저도 같이 껴서 해보고 싶네요.

점점 인원이 늘어나는 것 같아서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모임원 분들이 전략 게임도 좋아해주셔서 같이 플레이 하는 것도 즐겁고, 파티게임을 좋아하는 그룹도 따로 있어서 큰 규모의 인원을 커버할 수 있어서 밸런스가 잘 맞는 느낌이었습니다. 오늘도 게임 가지고 와서 설명해주신 분들, 그리고 참여해 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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