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개월 딸과의 ‘콘셉트 키즈: 동물들’ 후기
라이트 게이머인 무이입니다.
얼마 전 독일 게임상(DSP) 시상식이 있었는데요...
몰랐는데 DSP에도 어린이 게임상 부분이 있더군요.
올해 이 상을 받은 게임은 ‘콘셉트(Concept, 2013년)’의
키즈 버전인
‘콘셉트 키즈: 동물들(Concept Kids: Animals, 2018년)’
입니다. 저는 이 게임을 이미 갖고 있었는데요...
예전에 카린님이 올리신 사진을 통해서 이 게임을 알게
되었고, 아이가 좋아할 거 같아 바로 주문했습니다.
동물이라잖아요;
모든 사진은 보드게임긱과 규칙설명서에서 가져왔습니다.
A. 게임소개
(1) 구성물
64개의 기호칸이 있는 게임판과
동물이 그려진 110장의 동물카드,
16개의 링(아래 사진에서 기호칸에 올려두는 주황색
둥그런 사각형), 그리고 동물카드 한 장을 세워두는 작은
(아래 사진에서 타조카드를 받치고 있는 투명) 카드홀더가
들어있습니다.
사진설명: 세 개의 (주황색) 링을 올려둔 아이콘은
왼쪽부터 ‘빠르다’, ‘부리가 있다’, ‘깃털이 있다’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다가 ‘달리다’를 뜻하는
아이콘에만 (혹은 ‘크다’를 뜻하는 아이콘에도)
링을 올려놓으면 타조를 뜻하기에 충분할 거 같네요.
(2) 게임진행
콘셉트를 해보신 분이라면 위의 사진만 보고도 어떻게
하는지 짐작하실 겁니다. 맞습니다, 그렇게 하는 겁니다!
굳이 설명을 하자면... 출제자가 동물카드 한 장을
카드홀더 위에 세워두고, 이 동물을 설명하기 위해
게임판에 있는 64개의 기호칸 중 몇 개에 링을
올려놓으면, 다른 플레이어가 그 동물이 뭔지 맞히는
겁니다. 협력게임이구요.
B. 사전준비
저는 이 게임을 아이와 돌리기 위해 사전 준비를 좀
했습니다; 아이가 ‘동물문제’라 부르는 게임을 하는
것이지요. 뭐, 이런 겁니다.
“바다에 사는 동물인데, 엄~청 커요. 그리고 등에서
분수처럼 물을 쭉~쭉~ 뿜어요. 어떤 동물일까요?”
콘셉트 키즈와 마찬가지인데 그냥 말로 하는 거죠.
처음엔 제가 동물문제를 내고 아이는 맞히기만 했는데,
어느 순간 자기가 문제를 내겠다고 하더니, 그때부터
번갈아가면서 문제를 냈고, 아이가 서서히 이 게임에
빠져들면서, 맨날 “동물문제”, “동물문제”만
외치더라구요. 예전에는 아이가 ‘인형놀이’라 부르는
역할놀이를 가장 좋아해서 허구한 날 “인형놀이”,
“인형놀이” 노래를 불렀는데 말이죠.
C. 게임감상
(1) 직관적인 아이콘
사실 게임을 하기 전엔 게임판에 64개나 되는 기호칸이
있어서 아이가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사전준비로 동물문제를 냈던 거였죠. 근데,
아이콘이 직관적이어서 그런지 의외로 금방 적응을
하더라구요.(각각의 아이콘들을 ‘아주 작다’, ‘아담하다’,
‘아주 크다’와 같이 적당한 말로 표현하면서 게임을 해서
그랬을 수도 있긴 합니다.)
아주 작다, 아담하다, 아주 크다?
게다가 아이콘들의 그룹화도 잘 되어있습니다. 동물의
서식지를 나타내는 기호칸들은 집그림으로 묶여져 있고,
동물의 먹이를 나타내는 기호칸들은 접시 그림으로
묶여져 있거든요.
풀을 먹고 산다, 다른 동물을 잡아먹는다?
결국엔 사전준비가 필요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기까지
했는데, 아마 6세부터는 정말 자연스럽게 게임을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2) 아이에게 혼란을 야기하는 아이콘
하지만, 아이콘이 직관적인 것과 아이콘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은 달랐습니다. 예를 들어, 다리의 수를
나타내는 아이콘은 직접 세면 되니까 아이가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아이콘이었습니다.
다리가 없거나, 두 개거나, 네 개거나, 여섯 개 이상?
동물의 색깔을 나타내는 아이콘도 그렇고요. 그런데,
동물의 크기를 나타내는 아이콘은 잘 사용하지
못하더라구요. 기린이나 고래를 아담하다고 그러는 게
아니겠습니까?; 주로 동화책을 통해 동물들을 접하다보니
크기에 대해 가늠이 안 되는 거 같더군요. 기린은
여러 번 봤는데도 말이죠. 한편 서식지에 대해서는
아는 게 별루 없어 대부분의 동물들이 꽃이 핀 들판에
산다고 그러더라구요; 동화책의 그림엔 늘 꽃이 피어
있잖아요?
(3) 동물카드
한편, 문제가 동물이라는 점은 역시 큰 장점이었습니다.
동화책에도 온통 동물얘기고, 아이가 보는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도 동물인 경우가 많다보니 동물에 대해 아는 것도
제법 많고, 알고 있는 동물의 종류도 꽤 되더라구요.
110장의 동물카드는 난이도에 따라 쉬운 난이도의 파란
테두리와 어려운 난이도의 빨간 테두리 카드로 나뉘는데,
적어도 파란 테두리 카드에 그려진 동물들은 아이가 거의
다 알고 있더군요. 심지어 빨간 테두리 카드에 그려진
동물들도 제법 많이 알고 있었구요. 하지만, 게임을 하기
전에 아이가 모를 거 같은 동물카드는 모두 빼두고,
아이가 문제를 낼 때에는 아는 동물인지 그리고 문제를
낼 수 있는지 물어본 다음에 문제를 내도록 했습니다.
(4) 아이가 맞히는 것은 어렵다.
게임을 하다 보니 제가 전혀 예상치 못 했던 일이
벌어졌습니다. 아이가 말로 하는 동물문제는 잘 맞추더니,
콘셉트 키즈로 문제를 맞힐 때는 몸을 배배꼬며
힘들어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한 두 문제 맞히더니,
결국에는 쉬운 문제도 전혀 못 맞히게 되더라구요.
이상해서, 규칙 설명서를 찾아보니, 원래 아이가 문제를
내고 어른이 맞히게 돼있는 게임이더라구요. 아래의
그림처럼 말이죠.
역시 이 게임은 말로만 진행하는 동물문제와는 뭔가 다른
게임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5) 어른이 맞히는 것도 어렵다.
그렇다고 어른이 맞히기 쉬운 것도 아닙니다. 아이가
동물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이 정확하지 않기 때문이죠.
예를 들면 아이가 낸 이 문제를 한 번 보시죠.
“바다에 사는 다리 둘 달린 아담한 크기의 파란색 동물은
무엇일까요?”
저는 펭귄을 말하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정답은
돌고래더군요. 동물카드의 돌고래 그림을 보고는
지느러미를 다리로 생각한 겁니다; 이렇듯 아이가 주는
힌트에는 거짓정보(?)가 들어가기 마련이라, 문제를
맞히는 게 굉장히 어려울 때가 있더라구요.
세미협력이라고나 할까요?; 덕분에 아이와 놀아주는
어른도 같이 즐길 수 있는 묘한 밸런스를 보여주더군요.
(6) 쉽지만은 않은 게임진행
규칙상 아이가 문제를 내고 어른이 맞히도록 한 이유는
이렇듯 어른과 아이 모두가 즐겁게 게임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아이가 규칙을 잘 지킬 때의 이야기인데,
아이가 규칙을 지키면서 게임을 하는 것은 당연히 쉽지
않더군요. 아이가 지키지 않는 규칙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첫째, 결정적인 힌트를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뛰어 다닌다’를 뜻하는 아이콘에 링을
놓으면서 “이 동물은 깡총깡총 뛰어요~”라고 말해버리는
거죠.
둘째, 자기가 문제를 내고 싶은 동물카드를 찾아서
카드더미를 뒤진다는 것입니다. 빨리 나비 문제를 내고
싶은데, 다른 동물에 관한 문제를 내고 앉아있을 수는
없다는 거죠;
아이와 게임을 하는 만큼 규칙을 지키며 하는 것은
아무래도 어렵겠지만, 아이가 규칙만 잘 지켜주면 어른과
아이 모두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보니 조금 욕심이
나더라구요. 게임을 계속 하다보면 조금씩 나아지리라
기대해봅니다.
(7) 단점?
좋은 게임임에는 분명하지만, 단점을 하나 꼽자면...
아이는 기억력이 좋으니 한 번 냈던 문제는 어떻게
냈는지까지 모두 기억하더라구요. 아이야 같은 걸
반복하는 것도 좋아하니 상관없지만, 문제를 맞히는
어른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리플레이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더라구요. 뭐, 아이랑 놀아주면서 리플레이성까지
따지는 건 너무 배부른 소리긴 하지만요.
D. 마무리
콘셉트 키즈는 쉬운 규칙과 직관적인 아이콘덕분에 5세
어린이도 해볼 수 있는 멋진 게임으로, (6세부터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아이와 더불어 어른도 같이
즐길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는 점과, 어른이 문제를 맞힐 때
아이가 성취감을 느낀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문제를
맞히면 아이에게 문제를 잘 냈다고 꼭 칭찬해주시길~) 한편,
어른과 아이가 협력을 통해 추리를 하는 게임인 만큼
아이에게 큰 재미와 더불어 새롭고도 멋진 경험을 선사할
것입니다.
꼭 한국어판이 나와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게임이 됐으면
좋겠네요! 콘셉트 키즈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됐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