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턴 (Boardton) - 보스턴 보드게임 모임 후기 #023
2019년 10월 26일 모임 후기
오늘도 무려 14명이나 참여를 해주셨는데, 평상시와 달리 저를 도와주실 수 있는 분이 거의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제 보드게임 파트너인 마나님에게 SOS를 쳐서 몸도 안 좋은 마나님을 끌고 모임 장소로 향했습니다. 처음 오시는 분도 3분이나 계셨기 때문에 오늘은 제가 게임을 하기는 좀 힘들 것 같았고 대신 전업 레크레이션 강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많은 보드게이머들이 그렇듯이 다들 게임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이 재밌는 취미를 널리 퍼트리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으니까요. 언젠가 제 모임에 저만큼 게임 알아보고/사고 룰 설명해줄 분이 2분 정도는 더 나타나기를 기대해봅니다^^;;
저희 모임에 아주 예전부터 꾸준히 참여하셨던 중국인이 한 분 계셨는데, 오늘은 무려 미국분이 처음으로 오셨습니다. 한국에 2년 정도 밖에 안 사셨다는데도 한글을 이해하고 말하는데 거의 지장이 없으시더라구요. 저도 그만큼만 영어를 좀 할 수 있었으면 소원이 없겠네요. 첫 게임은 5명이서 란드운터를 한 바퀴 돌렸습니다. 게임을 꽤 해보신 TW씨가 이 게임이 젝스님트랑 비슷하다는걸 바로 알아채시더라구요. 아내도 저랑 2인플만 주로 해서 이 게임을 오늘 처음 접해봤었는데 젝스님트보다 나은 것 같다고 해서 무척 뿌듯했습니다.
한 라운드만 돌리고 나니 사람들이 꽤 많이 오셔서 게임을 접고 그 테이블은 아내한테 맡기고 저는 새 테이블을 차렸습니다. 아내는 제가 가지고 온 컬렉션을 확인하더니 자기가 좋아하는 Stroop을 발견하고는 신나서 그 게임을 설명하시더라구요. 저는 새 테이블에서 YM씨와 YM씨가 데리고 온 HS씨 와 함께 벼룩 서커스를 시작 했습니다. YM씨는 중국분인데 어떻게 한국인인 HS씨를 아냐고 여쭤봤더니 HS씨가 알바하는 곳에서 우연히 만나서 한글로 대화하면서 친해졌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도저히 엄두도 낼 수 없는 어마어마한 사회성이었습니다. 이 테이블 첫 게임으로는 벼룩 서커스 꺼냈는데 HS씨가 게임이 재밌을 것 같다면서 좋은 반응을 보여주셔서 저도 덩달아서 신이나서 설명을 했습니다. 그런데... HS씨가 운이 너무 안 좋으셔서 2장 있는 상황에서 뽑으셔도 같은 색깔이 나오고, 심지어 1장 있는 상황에서도 같은 색깔이 나와서 한동안 아예 카드를 가져가질 못하시더라구요 ㅠㅠ 그래서 게임이 재미 없을까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래도 기죽지 않고 계속 카드를 뽑으시더라구요. 저 같았으면 소심해서 그냥 있는 카드에서 가지고 왔을 것 같았네요. 그 사이에 저는 견제가 없이 0,1 카드를 날름 가져가서 트리오를 잔뜩 내려놨습니다. 3인플이면 본인이 가져갈 수 있는 카드가 훨씬 많아서 그런지 무려 90점을 뽑으면서 승리를 했습니다. 이제 룰도 제대로 이해하신 것 같아서 다시 한판을 더했는데, 이번에는 한 번 갈라쇼를 노려봤습니다. 처음 하신 분들하고는 좀 천천히 해야하는데, 제가 너무 자비 없이 게임을 해버려서 이번에도 순식간에 승리를 해버렸네요.
그 사이 두 분이 더 오셔서 이 테이블도 5인이 됐습니다. Stroop을 다시 꺼냈는데 역시나 이 게임은 실력 차이가 너무 나면 게임이 재미 없는 것 같더라구요. 새로 오신 Taylor씨가 적응을 못하고 카드를 거의 내려놓질 못하셨습니다. 반면에 HS씨는 두번째 판부터는 금방 적응을 하시더니 승리를 하시더라구요. 이제 대학교 초년생이시라고 들었는데 역시 어린분들이 뇌가 훨씬 탄력적인 것 같네요.
마치 첫번째 테이블과 대칭을 이루듯이 이 테이블의 다음 게임으로는 란드운터를 플레이 했습니다. 보통은 5라운드 다 돌면서 점수를 기록하는데 이번에는 그냥 맛보기로 보여드리는거라서 각 라운드 점수만 확인시켜드리고 2라운드만 하고 접었는데, 이 게임의 진정한 재미인 '이 카드로 그것밖에 못해?'를 보여드리지 못해서 좀 아쉬웠네요.
이제 대부분 도착하셔서 4명씩 두 테이블로 나누고 한 테이블에는 스플렌더를, 다른 테이블에는 간츠 숀 클레버를 꺼냈습니다. 그리고 끌리는걸 고르라고 했더니 전략 게임을 하고 싶다고 하시는 분들이 대부분 스플렌더 쪽으로 모이시더라구요. 제 생각에는 간츠 숀 클레버가 훨씬 더 전략적이고 게임성도 좋지만 작은 박스 사이즈와 주사위가 선입견을 준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 테이블에 간단히 설명을 해주고는 간츠 숀 클레버 테이블로 넘어 왔습니다. 간츠 숀 클레버는 DE씨가 경력자였지만 아직 설명은 어려워 하시더라구요. 역시 플레이를 잘하는 것과 게임 룰 설명은 전혀 별개의 능력이라는걸 깨닫고 게임은 못 이겨도 설명은 잘 할 수 있다는 이상한 자부심을 갖고 게임 설명을 해드렸습니다. 사실 룰 설명 이후에도 같이 게임을 하면서 중간중간 봐드리는게 좀 더 게임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데, 그건 경력자인 DE씨가 알아서 해주시리라 믿고 나왔습니다. 끝나고 들어보니 DE씨가 무자비하게 초보들을 누르고 승리하셨다고 하네요^^;;
4인 두 테이블 설명을 해드리고 나니(아내는 초보자 2분을 데리고 무려 뤄양의 사람들을 하고 있더라구요) 제가 할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자매 2분이 더 오셨더라구요. 그래서 두 분을 데리고 저도 다시 게임을 할 수 있었습니다. 동생인 EY씨는 간츠 숀 클레버는 해보셔서 이번에는 다음 버전인 도펠트 소 클레버를 소개시켜 드렸습니다. 역시 한 번 해보셔서 금방 적응을 하시고 언니가 잘 못하면 지적도 하더라구요. 언니분은 아무 주사위나 가져갈 수는 없다는 룰을 자꾸 까먹어서 동생한테 지적은 자주 받았으나 뚝심 있게 노란색하고 초록색을 왕창 밀고 가시더니 초록색은 무려 70점을 넘게 받으시더라구요. 반면에 동생분은 처음에는 콤보가 잘 터졌으나 몇번 주사위가 말려서 점수는 잘 못 받으셨습니다. 결국 이 게임의 본질은 여우를 잡는 게임이라 저는 딱히 모난 곳 없이 고루 점수를 받고 여우 점수를 뻥튀기해서 승리했네요.
도펠트와 간츠 숀 클레버가 거의 비슷하게 끝나서 이번에는 두 테이블을 합쳐서 딕싯을 가르쳐 드렸습니다. 춤추고 노래를 불러도 된다고 말씀드렸는데, 공공장소여서 그런지 그런분은 안 보이시는 것 같았네요. 스플렌더 테이블은 이전에 한 번 해보셨던 Jason씨가 1차전을 압도하시더니 게임이 마음에 드셨는지 한 게임을 더 하고 계시더라구요. 전략게임 좋아하신다는 JH씨가 2차전은 승리를 하셨다고 합니다.
아내가 리드하고 있던 뤄양 테이블은 무려 TW씨가 승리를 하셨다고 하네요. 저는 아내한테 이 게임 승률이 매우 저조한데 아내를 이기다니 대단하시네요. Claire씨도 이런 게임을 처음 접해 보셨는데도 무리 없이 룰을 익히시고 잘 따라 오셨다고 하더라구요. 처음 오시는 분들이 전략 게임을 하느라고 너무 힘들어 하시는 것 같아서 제가 쉬어갈겸 더 마인드를 잠깐 같이 플레이 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이 게임이 제일 재밌었다고 하네요. 다음에는 취향에 맞게 좀 쉬운 게임들을 소개시켜드리겠습니다!
스플렌더와 딕싯이 끝나니 무려 10명! 시간도 애매하게 남아서 이럴 때 가장 무난한 젝스님트를 꺼냈습니다. 이렇게 간단한 룰로 짧은 시간에 탄성과 한숨을 자아내게 만드는 이 게임은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첫 판에서는 무려 JH씨와 Taylor씨 두 분이 0점으로 공동 1등을 하셨고, 두번째 판에서는 첫번째 판에서 꼴찌를 다투시던 CW씨가 소머리를 하나만 먹고 승리를 하셨네요.
사람들이 너무 많고 설명해주실 분이 부족해서 좀 어수선하게 진행된 것 같아서 좀 아쉽지만 그래도 다들 재밌게 놀다간다고 한마디씩 해주셔서 큰 힘이 됐습니다. 게다가 이 모임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분야에 계신 분들을 만나서 좋은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 제가 고민하고 있던 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보람찬 모임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