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9 - 팀3 리뷰 : "내가 너의 눈이 되어주리라"

너굴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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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9-25 오후 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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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년도 : 2019년

게임 타입 : 협력, 퍼즐

플레이 타임 : 30분

플레이 인원 : 3-6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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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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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을 남기기 전에... 게임 디자이너 중 한명인 Matt Loter(Matt Fanstastic)이 폭행사건의 가해자로써 논란이 있었습니다. 리뷰를 작성하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이라 다소 찜찜하긴 합니다만... 아마 알았더라도 이런 사건이 있었다 정도로 언급했을 뿐 인상이 크게 달라지진 않았을 것 같아요. 이런 사건사고에 민감하신 분들은 게임 구입시 참고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관련 기사 : https://boundingintocomics.com/2019/05/09/matt-loter-issues-apology-for-physically-confronting-jeremy-hambly-aka-the-quartering-at-gencon-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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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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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3는 협력형 퍼즐게임 입니다. 3명의 플레이어는 각자 설계사 / 감독관 / 건축가 역할을 맡게 되며, 설계사가 게임 시작시 미리 정해놓은 난이도의 카드를 뒤집어 보는 것으로 게임을 시작합니다.

설계사는 3분 동안 카드를 보며 '손짓'으로 어떠한 형태의 도면이 그려져 있는지 감독관에게 설명해야 합니다.

감독관은 설계사의 손짓을 '보고' 카드에 그려진 도면을 추측하여 건축가에게 설명해야 합니다.

건축가는 '눈을 감고' 감독관의 이야기를 듣고 블럭을 이용하여 건축물을 지어야 합니다.

3분 내에 완성하면 해당 라운드는 성공하며, 3인일 경우 서로의 역할을 바꾸는 것으로. 그 이상을 경우 옆 사람에게 역할을 넘겨주는 것으로 새로운 라운드를 시작합니다.

난이도(별 갯수) + 인원 수만큼 성공하면 게임에서 승리하며, 인원 수만큼 실패하면 패배합니다.

* 게임은 핑크/그린이라는 두 가지 다른 버전으로 출시 되었으며 각 버전은 각기 다른 미니 확장이 포함되어 옵니다.
* 두 게임을 합치는 것으로 팀과 팀이 경쟁하는 형태로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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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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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요. 해당 리뷰는 미니 확장 및 풀게임( 두 게임을 합친 경쟁모드 )에 대한 감상을 제외합니다.

1. 빼앗긴 감각 그리고 협력

카드에 대한 정보가 제한된 하나비. 원시인들의 언어를 써야만 하는 어그텍트. 특정 단어를 금지시키는 타부. 다양한 행동을 제한하는 광기의 산맥 등. 이렇게 플레이어에게서 행동/감각/정보를 제한하는 방식은 꽤 오래전부터 애용된 시스템입니다. 게임 진행에 필요한 요소를 강제로 빼앗은 뒤 거기에서부터 재미를 끌어내는 클래식한 접근 방식이죠.

그런 점에서 팀3는 흔해빠진 게임으로 보일 수 있으나, 과감하게도 3가지 요소를 동시에 빼앗아버리는 시도를 했습니다. 도면을 설명해야 하는 설계사에게선 언어를. 도면을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감독관에게선 두 손을. 실제로 블럭을 세우는 건축가에게선 시각을 빼앗았죠. 난장판도 이런 난장판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 정보의 제한이 절묘해요. 마치 세발솥 처럼 나 대신 누군가 말해주고. 나 대신 누군가 만들어주고. 나 대신 누군가 도면을 보고 있거든요. 서로 다른 3가지 제약이 걸린 플레이어들은 모자란 부분을 서로 채워주며 협력해야 합니다. 각자의 부족함을 다른 누군가 채워주는 그 순간. 즉, 각자의 장점과 단점이 서로 맞물려 아귀가 딱 들어 맞는 순간. 팀은 어려운 문제도 척척 풀어나가기 시작합니다.

이 순간의 기분이 굉장히 좋아요. 마치 하나비에서 눈빛만 보고 상대방의 의중을 정확히 읽었을 때. 어그텍트에서 방망이를 든 채 "우궁구 우궁구 카궁구 카궁구!" 하고 외치는 팀원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해가 될 때. 광기의 산맥에서 온갖 광기를 버텨내며 게임을 클리어 할 때 같은 느낌이죠. 친구들과 협력을 통해 무언가를 성취하길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팀3는 꽤나 재밌고 즐거운 경험을 안겨줍니다.

2. 점차 나아지는 호흡

2인 3각 달리기를 한번쯤 해보셨을겁니다. 두 명의 주자가 나란히 서서 서로 맞닿은 발목을 묶은 채 함께 달리는 경주죠. 서로의 신장, 보폭, 속도, 리듬을 모르는 상태에선 두 세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버겁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파트너를 이해하기 시작하며 속도가 붙기 시작합니다. 어느 수준에 이르면 마치 혼자 달리는 것처럼 성큼성큼 앞으로 뛰어나갈 수 있게 되죠.

팀3는 이름 그대로 3인이 함께 하는 경주 게임입니다. 이 게임을 처음 접하면 의사소통이란게 쉽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을겁니다. 도면을 볼 순 있으나 이것을 어떻게 손으로 설명해야 할 지. 손짓은 보고 있으나 이것을 어떻게 말로 풀어야 할지. 말은 들리나 눈을 감은 채로 내가 제대로 만들고 있는건지 셋 다 패닉 상태거든요.

그러나 게임을 반복하다보면 요령이 생깁니다. 블럭을 놓는 방법이 무궁무진한게 아니다보니 어느정도 패턴이 생기기 시작하고, 서로 잘 통하는 표현과 혼란을 가중시키는 표현을 구분할 수 있게 되며, 이내 가장 이상적인 협력 방법을 알게 되어 퍼즐 푸는 시간이 상당히 단축되기 때문입니다. 이 요령이란 것이 팀마다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단 점이 흥미로워요.

팀3에는 수화와 설명에서 오는 자유도가 상당하기 때문에 똑같은 십자 블럭을 설명해도 손가락을 겹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울트라맨처럼 팔을 겹치거나, 아예 커다란 십자가를 허공에 그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블럭을 회전 시킬 때도 양손으로 표현하거나, 손가락으로 하거나, 손목을 비트는 등 여러가지 방법이 있죠.

설명도 마찬가지 입니다. 블럭을 설명할 때 '계단 모양', '지그재그 모양', 'W' 모양 등 특정 블럭을 지칭하는 표현이 다양한데다 그것을 배치할 때도 '위에 고정시킨다', '떨어지지 않게 얹는다', '살짝 올려둔다' 등 다양한 표현을 사용하게 되는데, 정말 사람마다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어요.

다른 게임과는 달리 그 적응 시간이 긴 편은 아니기 때문에 서로의 호흡이 금세 맞기 시작하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다만 이로 인해 문제점이 발생하는데... 그건 조금 이따가 이야기 하죠)

3. 각 포지션이 주는 다른 재미

평소엔 사용하지 않는 방법으로 손을 쓰거나. 다른 사람의 손을 보고 의도를 풀어 설명해야 하거나. 눈을 감고 블럭을 짓는 등 팀3에 있는 세가지 다른 포지션은 제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도면을 보고 수화로 설명하는 포지션이 가장 재밌고, 그것을 말로 풀어내야 하는 포지션이 두번째로 재밌더군요. 블럭을 쌓는 포지션은 재밌긴 했으나 눈을 뜰 수 없다는 답답함 때문에 그렇게 마음에 드는 역할은 아니었어요. 전 다양한 표현을 활용하여 나의 의도를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큰 재미를 느끼는 편이거든요.

반대로 설명에 어려움을 느끼거나 부끄러움이 많은 사람은 설명이 중요한 포지션보단 차라리 눈을 감고 블럭을 맞추길 더 선호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어차피 규칙상 돌아가면서 역할을 바꾸기 때문에 좋아하는 포지션만 맡을 순 없습니다만, 그래도 포지션에 따라 좋고 싫음이 갈릴 정도로 서로 다른 특색을 가진 역할이 존재한다는 점은 굉장히 좋았어요. 그리고 나중에 누가 어떤 포지션을 못하는지 비난하는(?) 재미도 상당하고요.

자, 그럼 문제점에 대해서 이야기 해봅시다.

1. 애매한 성취감

모든 게임에는 목표가 있습니다. 분명 팀3도 다른 협력 게임들처럼 "시간 내에 주어진 문제를 풀어라!" 라는 목표가 있긴 합니다만 그 성취감이 타 협력게임에 비해 다소 약하게 다가옵니다. 아마도 세가지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첫째로 게임의 난이도가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닙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이 게임이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겠지만, 제 주위 사람들은 이런 류의 게임에 능숙해서 그런지 금방 게임에 적응하고 각자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더군요. 게임에 적응할 수록 게임은 더욱 쉽게 느껴졌죠. 좀 더 어려운 문제가 가득했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어려운 퍼즐을 좋아하는 제 개인취향이 담뿍 들어간 아쉬움이죠.

둘째로 게임의 결과를 수치화 하기가 다소 애매합니다. 물론 성공/실패 카드를 따로 분리하기 때문에 게임이 끝났을 때 얼마나 잘했는지 대략적으로 알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시간 내에 목표치 만큼의 미션을 해결 할 수 있으냐 없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하나비나 다른 협력 게임처럼 구체적으로 얼마나 잘했는지 파악하는 것이 다소 어려워요. 그렇다보니 "와~ 깼다!" 하고 잠깐은 좋지만 "이전보다 잘한건가? 시간이 덜 걸렸나?" 하는 질문엔 답할 수 없지요. 차라리 누가 트롤러(게임을 망치는 사람)이었는지 손가락질 하고 비난하는데서 더 큰 재미를 느낍니다.

셋째로 게임에 익숙해지는 과정이 생각보다 매우 짧습니다. 몇가지 요령만 터득하면 도면을 설명하고 전달하는 과정이 상당히 쉬워지기 때문에 건축가가 얼마나 빨리 도면을 완성시킬 수 있느냐가 승부의 포인트가 되는 일이 잦아요. 하나비 같은 게임은 요령을 마스터해도 워낙 다양한 상황 때문에 만점 받기가 정말 어려운데, 그에 비하면 숙련된 기술을 갖게 되기까지의 시간이 너무나 짧은 것 같습니다.

게임 후기를 보면 '게임보단 교실 활동 수업 같다'는 평가가 제법 많은 것을 알 수 있는데, 아마도 목표달성에서 오는 만족감 / 승리감이 상당히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만 이 문제는 핑크/그린 버전을 모두 갖추어 6인플 팀게임을 진행하는 것으로 해결 할 수 있습니다. 게임에서 가장 재밌는 건 역시 경쟁이니까요 :)

2. 두 가지 다른 버전

팀3는 핑크와 그린 두 가지 버전으로 따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게임은 대동소이하나 어떤 미니 확장이 들어있는가 정도의 차이이며, 두 게임을 합치면 6인플 팀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됩니다.

어떠한 문제로 혹은 의도로 두 가지 스탠드얼론 버전으로 별도 출판한건지 알 수 없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스타일의 마케팅을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 이상 한 박스에 넣어서 판매할 수 있는걸 구태여 두 게임으로 나누어 별도로 사게 만든건 마케팅 장난으로 밖에 보이지 않거든요. (비슷한 예로 아그리콜라의 일꾼 + 카드 확장이 있습니다. 하나를 사면 다른 것도 사고 싶게끔 만들어진 구조라 정말 기발하면서도 악랄하다고 생각해요.)

그나마 다행인건 하나만 있어도 충분한 리플레이성과 재미를 확보할 수 있단 점입니다. 완성된 하나의 게임을 반으로 쪼개서 팔고 있단 느낌은 크게 들지 않아요. 그러니 하나만 사셔도 충분합니다. 수집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아마 둘 다 사실 확률이 높지만요.

뭐, 재밌는 아이디어를 가진 독특한 퍼즐 게임입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매일 꾸준히 돌릴만한 게임은 아니예요. 위에서 언급했지만 난이도가 크게 높은 편도 아닌데다 승패의 결과가 중요한 게임이 아니다보니, '이번에야 말로!' 같은 도전욕구를 일으키고 매일 꾸준히 찾게 되진 않거든요. 우봉고 3D 처럼 파고들만한 퍼즐 게임을 찾고 계시다면 이 게임은 다시 재고해보세요.

그렇다고 해서 구매할 가치가 없는 예쁜 쓰레기 게임은 아닙니다. 즐기는 순간의 재미는 상당하거든요. 모임에 하나쯤 비치해두고 시간이 애매할 때 즐기거나, 타이머를 두고 경쟁을 벌이거나, 혹은 지독하게 못하는 사람끼리 모아두고 벌어지는 대환장파티를 지켜보며 박장대소 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면 구매해보세요. 생각보다 썩 괜찮은 역할을 해낼겁니다.

2019년에 나온 준수한 재미를 가진 적당한 게임 중 하나로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블로그 :: http://www.raccoonca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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