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많음]시나리오 제작자 관점에서 광기 시나리오 리뷰

LaQed

2,565

2019-9-20 오후 11:33

IP: 211.246.***.***

블로그 방문

팔로우

BEST

쪽지발송

내용 댓글3

광기로운 하루입니다.

오늘은 시나리오 제작하면서, 현재까지 한글판으로 나온 4개의 시나리오를 기믹, 컨셉 등으로 분석해보며 리뷰해보려고 합니다.

이전부터 기본판 4개의 시나리오를 많이 참고하며 만들어보고 있었습니다. 시나리오1의 집사 아저씨라던가 시나리오 2의 징글맞은 폭도같은 애들 말이죠. 그러면서 이 기믹을 구현하려고 얼마나 많은 트리거를 썼을까 생각하게 되더군요.

그런 고찰들이 쌓이고 쌓이다가 한번 글로 써보면 나쁘지 않겠다 싶어서 올려보는 글입니다.

절대로 시나리오 써나가다가 머리가 터질거 같아서 이런 글을 쓰고 있는게 아닙니다. 네 절대 아니에요. 2번째 커스텀 시나리오는 한 20% 정도 진행된거 같습니다. 이번엔 플탐이 긴 시나리오거든요.

여튼 시나리오 1번부터 순서대로 분석해보겠습니다.

1번 시나리오

이 시나리오는 초보자용 시나리오로 알려져 있습니다. 맵도 적당히 아담하고, 상호작용도 많이 없죠. 기믹으로 나오는 거라고는 NPC 상호작용, 비밀문과 비밀장치, 시한폭탄, 그리고 증거물품으로 주사위 테스트하기 입니다.

NPC를 만들어본 입장에서는 좀 느낌이 다릅니다. 저맵은 유저를 위해 작게 만든게 아닙니다. NPC의 상호작용을 늘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맵을 줄인 느낌입니다.

NPC에 몰빵하느라 맵이 작아진거죠.

월터의 기믹은 다양합니다. 일단 안 구해주면 살해당하고 나중에 적으로 뷰활하는 기믹, 살리면 힌트를 주는 기믹까지는 알고 있을 겁니다. 여기에 추가로 몹한테 쫒기면 단서와 무기를 주는 기믹도 있습니다. 무기는 자신이 있는 타일 위치에 따라 단검이나 총기류를 선택해서 주더군요.

이하 내용은 복잡하므로 넘기실 분들은 {}괄호 빼고 읽으셔도 무방합니다.

{이러한 NPC의 상호작용을 설정하려면 지금 단순히 생각해봐도 집사의 위치를 설정할 변수 3개, 집사가 몇번 쫒겨다녔는지를 체크할 변수 2개, 스폰된 몹이 집사랑 같은 공간에 있는지 체크할 변수 각 스폰 추종자당 2개로 총합 4개(테스트해보니 유령은 상정을 못했는지 도망을 치지 않더군요.)해서 9개가 보입니다. 거기에 이 집사님의 다른 기믹까지 생각하면 적어도 15개의 변수가 보이고, 제가 NPC를 만들때 보통 변수 1개당 평균 3개의 스크립트가 소모됬습니다.}

적어도 50스크립트입니다. 타이핑 50스크립트 입니다. 매우 빡세죠.

게다가 다른 시나리오와 다르게 타일이랑 맵 배치도 매번 바뀝니다. 이것도 그냥 스크립트를 1.5배로 뻥튀기 하는 요소일테니, 소형일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는 셈이죠.

그런면에서 그런 시나리오를 만든 제작자에게 감탄하게 됩니다. 시나리오 1번이라 신입맞이를 위해 힘좀 많이 쓴건가 싶기도 하고요.

여튼 숨겨진 기믹을 찾는게 재미있는 맵이었습니다.

2번 시나리오

이 시나리오는 빡치는 분들이 많을겁니다. 뺑뺑돌면서 시간제한까지 가지는 그지같은 폭도들과 드럽게 넓고 동선은 복잡하면서 메인 퀘스트 3개 동선이 서로 갈려서 시간도 빡빡한 맵이죠.

제작자의 눈에서 보면 이 시나리오는 기믹과 컨셉에 충실한 나머지 도를 넘긴 시나리오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일단 이 시나리오의 기믹은 뱅뱅도는 폭도들, 3개의 퀘스트를 완료해야 조건이 충족되는 구조, 시야제한과 시간제한입니다.

일단 클리어 방법은 폭도 때려잡는 엔딩이 아닌 탈출 엔딩 기준으로, 시야를 최대한 폭도가 지나간 후에 밝혀가면서, 한쪽은 인장들고 라디오->부두 루트를, 다른 한쪽은 등대열쇠->등대->부두 루트를, 마지막 한쪽은 요원->뒷집 퍼즐->부두 루트로, 폭도가 1바퀴 돌기 전에 끝내는 것입니다.(시야에 폭도가 없으면 폭도에 의해 일어나는 신화사건과, 폭도에게서 스폰되는 딥원스폰이 안나타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컨셉과 기믹면에서는 매우 러브크래프트적입니다. 보면 안되고 알면 안되는 것을 보고 알아서 생기는 공포(코스믹 호러)를 시야 기믹으로 충실하게 구현했고, 인스머스의 분위기도 폭도들로 잘 나타냈죠.

다만 시나리오 설계쪽에서는 미스가 많습니다. 일단 폭도들이 1바퀴 돌면 부두로 급 돌진하는건 폭도들의 위치를 변수로 매턴 기록하기 때문입니다. 폭도들이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과 부두를 불태우는 것을 구현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죠. 그리고 그 어쩔 수 없는 선택때문에, 턴을 더 줬다가는 스크립트 양이 늘어나고 내용도 꼬일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서 기믹에 충실하려다보니 생긴 미스가 하나

메인 퀘스트 동선과 무기 획득동선이 제각각인게 두번째 미스, 3번째는 불친절한 인스머스의 컨셉을 위해서 힌트를 주는 이벤트가 거의 없다는게 세번째 미스입니다.

그런 면에서 컨셉은 충실했지만, 너무 충실하다보니 난이도가 높아서 그 충실한 컨셉을 제대로 못즐기는 그런 시나리오라고 생각합니다.

3번 시나리오

저는 3번 시나리오가 황금밸런스를 맞춘 시나리오라고 생각합니다. 컨셉 기믹 설계가 박자가 잘 맞습니다.

기믹은 취사선택, 보스전, NPC입니다.

이 시나리오는 취사선택과 보스전이 주된 컨텐츠 입니다. NPC를 살리면서 내가 싸울것인지, 아니면 NPC 몇 정도야 희생하고 빠르게 보스전을 할것인지.

NPC에게 강력한 무기인 총을 주는 대신 조각을 받을것인지, 아니면 어려운 난이도의 체크에 계속 도전할 것인지.

이러한 취사선택 하에, 보스전은 잘 무장된 채 진행되기도, 무장이 빈약한 채 진행되기도 합니다.

NPC들은 월터보다는 단순합니다. 몹이 나오면 피하는 기믹, 신화단계 괴물 이벤트시 보호받지 못하면 살해당하는 기믹 두가지가 다 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시나리오 1보다는 NPC들이 많아졌습니다. NPC에게 할당되는 스크립트 양은 시나리오 1과 비슷할 것 같습니다.

컨셉이 취사선택이라 그런지 밸런스 챙겨주기도 잘 되 있더군요. 보스몹을 위한 총과 다이너마이트, 마법들이 있고 사건의 실마리도 대화, 사건, 토큰 힌트를 통해 많이 주는 편입니다. 그런 면에서 커스텀 시나리오를 디자인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참고하면 좋을 시나리오라고 생각합니다.

4번 시나리오

이 시나리오는 유저들의 호불호가 갈립니다. 전투 컨텐츠가 거의 후반부에 있고, 그것도 별로 없기 때문이죠. 시나리오 제작자의 입장에서는 이해는 가는 선택이지만 역시 아쉽다는 느낌입니다.

기믹은 추리, 행운의 동전, 맵 타일 교체, 3퍼즐 입니다.

일단 시나리오 4는 시간 자체도 깁니다. 스크립트는 시나리오 길이에 정비례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매우 많겠죠. 시나리오 내 NPC들이 대부분 정적인 이유도 그것일 것입니다.

테스트 하기도 빡세고, 맵 타일 교체하는 스크립트들과 행운의 동전 스크립트, 범인찾기 스크립트와 성공이건 실패건 마지막 전투에서의 소환 스크립트까지 생각하면 NPC가 움직였다가는 만드는 쪽이 하기 싫어질 난이도 입니다.

몹 소환도 당연히 힘듭니다. NPC를 못움직이는데 몹을 소환했다가는 괴물이 눈 앞에 있는데 멀뚱히 서있는 이상한, 또는 괜히 수상해보이는 NPC가 되버리니까요.

거기에다 범인을 매 게임마다 랜덤으로 지정하는 스크립트까지 끼워놨으니 잘못 건드렸다가는 오류를 뿜어내겠죠. 그래서 이해는 갑니다.

그래도 아쉽다고 느끼는 것은, 그렇다면 아컴호러 2판의 슈브니구라스의 어린 양 같은 느낌으로, 열쇠로 들어가는 창고에 열쇠 없이 들어가는 대신 수문장인 괴물이 소환되는 식으로 전투를 넣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죠.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추리게임 느낌이 나서 괜찮은 시나리오였습니다. 시나리오의 시놉시스를 어떤식으로 써야하는가에 대한 공부도 되는 시나리오이기도 합니다.

이 글이 도움이 되셨다면

추천을 눌러주세요!

내용 보기

팔로우

피드

저장

LaQed

님에게 댓글 작성

댓글 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