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르의 전설 주관적인 후기

쫌새

4,398

2019-9-15 오후 9:09

IP: 116.123.***.***

블로그 방문

팔로우

BEST

쪽지발송

내용 댓글33

※일부 스포라고 느끼실 수 있는 플레이 장면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관적인 견해가 많이 가미되어 있습니다. 안도르 뽕이 들어가 있습니다.

<서론>

코리아보드게임즈에서

하루 특가로 판매개시하자마자 주문해서 구입한 안도르의 전설입니다.

스토리는 간단합니다. 위기에 빠진 '안도르'를 구하기 위해 플레이 인원에 맞는 전사, 궁수, 드워프, 마법사를 조종하여 적들을 물리치고 각종 미션을 완수하는 게임입니다.

누구나 RPG 게임에 대한 로망이 있습니다.

486 586 컴퓨터 시절 접했던 어스토니시아스토리... 아련하게 젖어들어가는 BGM으로 시작했던 삼국지 영걸전...

어린 나이에 부모님께 몹시 혼나면서 꾸역꾸역 플레이하던 기억이 새록새록 합니다.

그런데 점차 나이를 한두살 먹고 졸업하고 취업하고 결혼하고 술먹는 것도 시간 낭비 같고, 담배 피는 것도 재미없고, 시덥잖은 이야기로 이성과 희희덕 대는 것도 지루해질 즈음,

화려하고 현란한 그래픽의 온갖 게임이 쏟아져 나오는 지금, 왜 역설적으로 학창시절 부모님 몰래 즐기던 도트 그래픽의 고전 RPG가 그리워지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또 막상 고전게임을 다운받아서 플레이해보면 옛날 그 감성, 그 설렘, 그 재미가 나질 않습니다. 첫 사랑 그녀를, 구여친을 다시 봐도 별 감흥 없는 그런 느낌처럼

그런데 안도르의 전설은 달랐습니다.

옛날 순수했던 그 시절의 설렘과 재미를 다시 느끼게 해줍니다. 현란하고 복잡한 PC게임이나 콘솔게임을 하다가 즐기면 "뭐 이래 유치하노?"할 수 있지만 복잡하고 머리 아픈 세상에서 게임마저 남과 경쟁하고 랭겜돌리고 총으로 쏴죽이고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소싯적 꿈꾸었던 안도르를 구하는 영웅이 되어 미션을 해결하면 힐링을 선사해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본론>

1. 현실에 지친 당신을 힐링시켜 줄 게임

저는 피지컬이 후달리는지 요즘 룰북을 읽으면 꼬박꼬박 졸기부터 합니다. 학창시절 몸으로 습득한 본능이 아직도 발현되는 것 같아 미소가 지어지지만 한편으론, 제 스스로가 안쓰럽습니다. 그런데 안도르의 전설은 그런 감정을 느낄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면 룰북이 없이 자연스럽게 플레이를 하면서 룰이 체득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거든요.

또한 복잡한 계산이나 수학적인 요소(저는 수포자였습니다;)를 넣어 브레인을 버닝시켜 몇 번 플레이하면 진이 빠지는 게임들과 달리, 차 한 잔 빨면서 스토리를 음미하며 즐기기에 제격입니다.

전투는 간단하게 주사위 굴림으로 이뤄집니다. 높은 수가 나오면 장땡이긴 하지만 나름 머리 아프지 않은 정도의 소소한 계산이 존재합니다.

캐릭터별 특성 사용 및 아이템 착용 및 사용, 캐릭터 강화 등에 따라 계산이 약간씩 변화가 생겨 무의미한 주사위 던지기의 반복이란 생각을 조금 희석시켜줍니다.

2. 현타가 오지 않는 1인플

전설의 대부분을 1인플로 진행했는데

점수를 따는 방식의 1인플 게임은 대개 하는 도중 현타가 와서 '내가 뭘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가끔 있는데

안도르의 전설은 전설마다 완료해야할 각종 자잘한 미션들이 계속 주어져서 판타지 소설책을 읽는 듯한 몰입감이 계속 유지되어 전혀 지루할 겨를이 없어 하는 내내 시계도 쳐다보지 않았습니다.

또한 개인적으론 1인플 만의 묘미로 원할 때 언제든 장고충이 되어도 좋고, 스킵할 수 있는 부분은 빠르게 넘어갈 수 있는 맛이 있는데 안도르의 전설은 이 ‘완급조절’에 가장 최적화된 게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선택의 기로에서 상황을 가정하여 머릿속에서 전략을 충분히 짠 뒤 실행해보는 재미가 있으며 일일이 컴포를 뒤집거나 마커를 표시하지 않아도 기억할 수 있는 부분은 생략해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3. 신선한 방식의 RPG

게임의 외향만 본다면, 초반까지만 진행한다면 괴물을 죽이고 아이템을 얻고 더욱 강력해진 캐릭터로 더욱 강한 적을 상대하는 RPG게임의 전형적인 모습이지만

다른 고수 분들께서 말씀하시듯이

후반부로 가면 갈수록

RPG게임의 요소를 적재 적소에 활용한 '최고 효율을 찾아가는 신개념 퍼즐'이란 느낌이 더 와닿았습니다.

모든 전설들이 아슬아슬 클리어 할듯 말듯 성공과 실패가 오가도록 디자인되어 몰입감이 배가되었으며 감칠맛 또한 일품이었습니다.

그래서 실패하더라도 한 번 더 플레이하는데 주저함이 없었으며(세팅이 약간 귀찮긴 했지만ㅋㅋ) 성공했더라도 다른 전설 카드(난이도에 따라 녹색 카드, 노란색 카드를 선택할 수 있음)를 섞어 다시금 플레이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 (생각보다)나쁘지 않은 리플레이성

구입 당시 우려스러웠던 점은 리플레이성이 떨어진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플레이해보니 그렇게 심할 정도로, 한 번 클리어하면 다시는 플레이 하고픈 생각이 안들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사놓고 별로 플레이 안하는 게임에 비하면 플레이 타임은 이미 본전을 뽑은 것 같습니다.)

특히 감동스러웠던 점은 본판의 전설이 5개, 별빛방패 확장의 전설이 1개(별빛방패는 여러 카드로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게 만들어줘 매번 새로운 전설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게 설계되었습니다.) 총 6개의 전설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외 무료로 제공되는 외전이 4가지(한글화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ㅠㅠ)나 되어 이를 합치면 볼륨이 상당히 많이 증가합니다. 또한 추가 캐릭터나 추가 자료(난이도를 올리거나 내릴 수 있는)가 여럿 존재하므로 플레이를 더욱 다양하게 만들어 줘 여태껏 구입한 게임 중 제값을 톡톡히 하는 게임이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