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떠나다 후기입니다
지구를 떠나다(Leaving Earth)
☆☆☆☆
어디선가 스쳐 지나가면서 본 컨셉 설명만으로 꽂혀버려서 중고로 구매한 게임입니다.
테라포밍 마스가 미래 시대의 화성 개척을 다룬다면
이 게임은 과거 냉전 시대의 우주 개발을 다루고 있습니다.
손으로 직접 계산해가면서 핸드폰도 없던 시대에 달에 사람을 보낸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이었는지를 간접 체험해볼 수 있습니다.
국내에는 판매하는 곳이 없길래 해외 직구라도 해볼까, 하다가 배송비가 게임 가격만큼 나올 것 같아서 포기했는데,
다행히 중고 매물은 생각보다 금방 구해지더군요.
지갑에 5000원짜리가 없어서 판매자분께 계좌이체해드렸는데...
와이프분께 들키지 않으셨길 바랍니다. @ㅠㅅㅠ@
플레이하는 것보다 같이 플레이해줄 사람을 구하는 게 더 어렵다는 게임이지만,
커플의 권한으로 강요 아닌 강요(?)를 통해 당일 플레이해봤습니다.
박스 크기는 생각보다 굉장히 작아서, 웬만한 책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구성품은 전부 비닐 봉지에 개별 포장되어 있었고요.
어떤 분이 룰북이 흡사 논문 같다는 평을 남겨주셨는데...
제게는 재질도 그렇고 전자제품에 딸려 오는 사용 설명서처럼 느껴졌습니다.
에어컨 사용 설명서 같은 거요. ㅋㅋㅋㅋㅋ
영문판이지만 카드에는 텍스트가 별로 없어서 따로 한글화할 필요는 없어 보였고,
룰북은 자료실의 한글화 자료를 이용해 플레이했습니다.
엄청난 양의 번역에 감사드리며...
게임이 생각보다 자리를 많이 차지한다는 평이 많았는데 과연 그러했습니다.
카페에서 플레이했는데 보통 크기의 탁자 두 개를 붙여놨는데도
음료 트레이를 놓고 나니 카드가 터져 나오려고 했습니다.
이것저것 겹쳐 놓고 대충 뒤적이며 플레이했더니 세팅 사진이 그닥 예쁘진 않네요.
게임이 끝나고 난 뒤에는 좀더 엉망이 되었습니다.
이 게임은 매년 나오는 25(*1000000)달러의 눈먼 세금 정부 예산으로
1. 부품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구매하고,
2. 부품(캡슐, 발사체, 식량, 우주인)을 모아서,
3.우주선을 우주 공간으로 쏘아 보내
4. 목표 카드에 적힌 목표를 달성하면 점수를 얻는,
아주 간단한(?) 플레이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플레이하기 어렵다는 평이 대부분인 것은
대부분의 게임에서 공짜행동마냥 수행되는 이동의 성공/실패를 가르는 요소가
기본적으로 [무게*난이도] 와 발사체의 추진력을 비교하는 계산에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발사체에도 무게가 붙어 있는 데다가 이것저것 장비를 짊어지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직관적인 판단이 어렵고 가는 경로마다 발사체를 하나하나 분리하는 상상을 하며...
단순 계산을 반복해야 결과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보드게임에서 보통 시스템의 일환으로 구현되어 있는 부분을 플레이어에게 직접 계산해보라고 떠넘긴 듯한 느낌입니다.
호불호가 갈릴 만한 요소지만...
제게는 오히려 매력적으로 느껴진 부분입니다!
테마에 잘 몰입하시면 NASA에서 우주선 발사 모습을 모니터링하다가 성공했을 때
서류 날리며 박수치는 연구원들이 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기술에는 성공-실패-대실패 세 가지 결과가 존재하기 때문에 운 역시 나름 중요한 요소입니다.
한 걸음만 더 내딛으면 되는데 대실패가 뜨는 바람에 지금껏 쌓아 온 모든 게 공중분해돼버리는 기분은.....ㅎㅎㅎㅎ
비용을 지불하면 실패 카드를 제거할 수 있기에 여러 번 시험비행하며 차근차근 준비한다면 운에 의지하지 않고
그야말로 정확한 계산에 의한 플레이를 할 수 있지만,
사람 욕심이 발사체를 하나 더 사는 대신 손에 돈을 남기는 게...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ㅠㅠ
특히 1인 플레이가 이닌 경쟁 상황에서는요.
서로 발사체만 잔뜩 사서 공중분해시키는 플레이를 반복하다가 결국 몇 년 남겨두고
상대방이 우주비행사 한명을 죽이는 바람에 2점 감점되어 동점으로 게임이 끝났네요.
튜토리얼로 생각하고 쉬움 난이도 목표만 깔아놓고 했는데도 이 모양이니...
다음번에는 계획적인 플레이를 해보자고 다짐하며 정리했습니다.
플레이 시간은 세팅 시간, 룰북 읽는 시간(+중간중간 간식 먹는 시간)을 포함해서 약 두시간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1인 플레이시 확실히 좀더 빠른 시간 내에 쾌적하게 플레이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좀 외롭겠지만요...
코임브라가 도착하면 다음 후기를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ㅎ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