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작러 입장에서 보는 참새작.

육식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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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8-30 오후 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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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마작

참새작을 이야기 하기에 앞서

참새작의 원형이 되는 게임인 "마작"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실 저도 마린이라 마작 고수분들 앞에서 이래저래 언급하는게 조심스럽네요)

마작을 가볍게 설명하자면,

자신이 가진 13개의 패.

그리고 자신의 턴 시작에 가져오는 패(쯔모) 혹은 상대방이 버린 패(론) 1개를 이용해

총 14개의 패로 특정 족보를 만들면 되는 게임입니다.

매 자기 차례마다 더미서 패 1개를 가져오고 1개를 버리고를 반복하면서

13개의 패로는 특정한 조합을 완성 직전까지 만들고,

마지막 1피스의 패를 기다리는것.

(이걸 "텐파이" 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마지막 1조각을 흔히"유효패"라고 부릅니다)

순수하게 내 패로만 나도 되지만,

(나다 : 특정 조합을 완성해서 점수를 얻다)

(이걸 "쯔모 화료"라고 합니다. 난 본인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이 점수를 나눠서 냅니다.)

상대방이 버린 패로도 날수 있다는 규칙으로 인해,

(상대방이 버린 패로 난다면 "론 화료"라고 해서 그 패를 버린 사람이 독박을 씁니다.)

(이걸 흔히 "쏘다", "쏘였다" 라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상대 유효패를 잘 피해서 버릴수 있을까' (방어)

'어떻게 하면 상대패를 잘 줏어서 내가 가장 먼저 날 수 있을까' (공격)

이 두가지가 마작의 핵심이자 전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공격과 수비가 적절히 조화되어야 하는 게임이죠.

1. 마작에서의 수비.

마작을 하다보면 이런 상황이 펼쳐지곤 합니다.

'누구든 내 유효패를 버려주기만 하면 날수 있는 상황에서'

"왠지 상대방의 유효패인 듯한 패가 들어온다면?"

(이걸 "위험패"라고 부릅니다)

이 패를 버리면서 나의 조합을 지키는게 맞는지,

아니면 나의 조합을 부수면서까지 이 위험패를 갖고 있는것이 맞는지.

어떤 선택이 맞는지 고민을 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죠.

"이 조합을 유지하기 위해 위험패를 버리고 무사히 통과되어 이후 무사히 나게 된다면"

+1,000점 정도를 얻을 수 있고,

"만약 혹시라도 이 위험패를 버렸는데, 상대방의 유효패여서(쏘여서) 론을 맞았을때"

나 혼자 -3,000점 이상 독박을 쓸 위험이 있다면

당연히 제 조합을 부수면서 안전한 패를 버리는게 맞을겁니다.

물론 이 위험패가 통과만 된다면 이후 5천점 이상은 먹을수 있는 조합이라면?

3천점의 손해를 감수하고 도박을 해볼 여지가 있겠죠.

혹은 3천점의 손해를 지키는게 더 낫다고 판단하는 분도 계실테구요.

그렇습니다.

이처럼 마작은 "론"이란 요소가 가진 독박 시스템으로 인해,

공격보다 "수비"가 더 중요한 게임입니다.

내가 얼마나 점수를 내는것보다,

얼마나 상대방에게 지지 않을 것인지,

어떻게 상대방의 유효패를 피할 수 있을지가 더 중요한 게임이죠.

의외로 4인 마작을 하다보면 단 한번도 나질 못했는데, 2등을 유지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수 있습니다.

이러다가 1등을 상대로 큰 점수 한번만 내면 바로 1등으로 역전하게 되죠.

2. 마작에서의 어려움과 참새작.

이렇게 마작에서는 상황에 따라선 나의 조합을 부수고,

위험패를 억지로 쥐고 있어야 할때가 있습니다.

물론 조합을 부셨다고 해서 꼭 이길수 없는건 아닙니다.

운이 따라준다면 그 위험패를 가지고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 다시 텐파이 상태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걸 위해선 마작에 어떤 조합이 있는지를 잘 알아야 한다는게 문제죠.

이제야 마작의 역(조합)을 어느정도 외운 마린이가

가장 먼저 어려움을 느끼는 구간이 바로 여깁니다.

만약 A라는 조합대로 맞추고 있었는데 위험패를 버리지 않기위해,

A의 핵심이 되는 패 하나를 버리고, A조합과 전혀 관계없는 위험패를 갖게 되었을때,

이 엉망진창의 패를 가지고 어떤 새로운 조합을 만들것인지가 굉장히 막막해지죠.

아니면 이번 라운드에는 날 것을 포기하고 오로지 수비만 해야 할지도 모르구요.

A조합을 만들다가 특정패가 섞인 시점에서,

어떻게 하면 B라는 새로운 조합을 만들 수 있는지를 꺠닫는건,

이걸 이제야 역을 익힌 마린이에겐 너무나도 큰 벽입니다.

그래서 초보때는 내가 힘들게 만든 조합을 부수기 보단,

무리해서라도 위험패가 통하길 바라는 수밖에 없죠.

그러다 고작 천점짜리 조합을 지키려다가

상대의 15,000점 짜리 조합에 쏘여서 눈물을 머금고 독박써야 하는 상황에 닥치면

"이거 완전 운빨ㅈ망겜이네"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굳이 내 패를 지키는 것보다,

상대방에게 쏘이지 않는걸 우선하게 되고,

점점 A에서 B로 넘어가는 상관관계만 명확해진다면,

위험패를 가지고도 유연하게 새로운 조합으로 전환할수 있는 능력이 생기게 됩니다.

마작을 즐기면서 가장 재미를 느끼게 되는 시점이 바로 이 시점이구요.

여기서 참새작의 장점이 드러납니다.

참새작은 3개짜리 조합 두개만 만들면 되는 게임이라,

갖고 있던 조합을 부수더라도 새로운 조합으로 전환이 매우 용이한 게임입니다.

즉 위험패가 들어와서 내가 가지고 있던 패를 부수더라도,

패 한두개만 더 들어와준다면 새로운 조합으로 전환하는게 가능합니다.

또한 내 유효패가 너무 안나온다. 다들 내 패를 쥐고 안내려놓는거 같다면,

새로운 패를 이용해서 손쉽게 새로운 조합으로 바꿀수도 있습니다.

(물론 어느정도 운이 따라주긴 해야겠지만요)

더구나 패의 종류가 적어서 현재 조합이랑 완전 동떨어진 패가 그리 많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새로운 패를 가지고 새로운 조합을 손쉽게 만들수 있죠.

이러한 쉽고 빠른 공수전환이 참새작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마작에서 어느정도 역을 외우고,

그 역끼리의 상관 관계를 몸소 체득할 필요 없이,

마작이 가지고 있는 쏘고 막고의 발빠른 공수전환이라는

핵심적인 재미요소를 끌어올린 게임이 바로 참새작이라고 볼수 있습니다.

3. 단점

마작에서 가장 재미있는 요소만 쏙 빼서 가져온 참새작.

다만 이 장점이

바로 큰 단점으로 작용된다는게 문젭니다.

방금 말씀드린건 온전히 "현재 마작을 즐기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설명해드린겁니다.

하지만

참새작의 메뉴얼을 보고,

참새작이란 이런 게임이다 라는 설명을 듣고,

"조합을 맞추어서 상대패던지 내 패로 나면 되요"

라는 참새작 룰을 듣고

과연 이런 공수전환의 묘미를 마작을 전혀 모르는 사람의 입장에서 과연 느낄 수 있는가?

라고 묻는다면 글쎄요...

솔직히 왠만한 게임 센스를 가지신 분이 아니라면 쉽게 체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봅니다.

포커로 예를 들면, 내가 풀하우스 같은 굉장히 높은 패를 들고도 상황에 따라선 죽어야되는.

말로는 쉽지만, 몸소 체득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얻을수 없는 게임 내적인 선택 요소를

단순히 몇판 해서는 절대로 느끼지 못하는거죠.

"내가 천점을 못먹더라도 상대의 5천점을 막아낸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득" 이라고 깨닫게 되는 시점보다

"내 5천점이 상대 천점에 막히는 운빨 ㅈ망겜"이라는 생각을 갖게되는 시점이 먼저 찾아온다는겁니다.

결국 마작을 모르는 사람의 입장에선 그냥 "운빨ㅈ망겜"이라는 이름으로 낙인이 찍히기 쉽다는거죠.

만약 거기서 더 하다보니 지금까지 설명한 재미를 느꼈다? 라고 하더라도 애초에 그런 공방의 재미 또한 느끼지 못할수도 있습니다.

단순히 조합을 만드는 재미로 플레이 했던 사람이라면 공방을 즐기는게 더 불편할수도 있는 노릇이구요.

마작러의 입장에선 어떨까요?

조합을 너무나도 빨리 만들수 있는 참새작의 특성상,

초반부터 굉장히 촉각을 곤두세워야 합니다.

조합을 만들기 쉽다는건 그만큼 텐파이 상태를 만들기가 쉽다는거고,

방어에 신경써야 되는 부분이 꽤 오래 지속된다는 의미죠.

마작도 마찬가지긴 합니다만, 마작은 조합을 맞추기가 꽤나 어려운 게임이라서 초반 몇순 안에 조합이 완성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텐파이 상태입니다. 더이상 패를 바꾸지 않을거니 주의하세요"라고 알리면서 추가 점수를 먹는 "리치"라는 규칙도 있는터라,

상대가 리치를 선언 했을때부터 주의하면 됩니다.

하지만 참새작은 조합이 빨리 완성되니, 초반부터 굉장히 신경을 써야되고,

이게 생각보다 많이 피곤합니다.

더구나 참새작의 재미를 느낀다고 하더라도

좀더 다양한 플레이가 가능한 마작에 비해 재미가 많이 떨어지는게 보통이죠.

결국

마작러의 입장에서는 "마작을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선택하는 애매한 포지션의 게임",

마작을 모르는 사람의 입장에선 "이미 운빨ㅈ망겜인거 다 알았는데 여기서 더 할게 있나?"

라는 생각이 먼저 들게 하는 게임이라는거죠.

그래서 보면 최대한 마작이 갖고 있는 부가 요소들을 가져다가

하우스룰로 즐기시는 분들이 계시는 이유도 이런 점 때문이라고 봅니다.

여전히 마작의 역이 가진 장벽은 허물기 힘들고,

그냥 참새작 룰로 하기엔 "운빨ㅈ망겜"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는데에 필요한 요소가 없거든요.

4. 결론

그렇다고 참새작이 나쁜 게임이냐?

그건 아닙니다.

물론 참새작이 가진 궁극의 재미를 깨닫는데엔 시간이 꽤나 필요한 게임인건 맞지만,

포지션으로도 나쁘진 않은 게임입니다.

운빨ㅈ망겜이 재밌을때도 있잖아요? 운이 나한테만 터지면 그만한 꿀잼도 없으니까요.

정말 "마작이 얼마나 재밌냐면!"을 알려주는데 이 만한 게임이 없겠다 싶을 정도로 재밌는 게임인건 맞습니다.

마작 정말 재밌거든요....

(물론 그게 마작에 입문하겠다는 생각이 들거라곤 1도 생각하진 않습니다...)

단지 참새작은 포지션이 애매할 뿐이에요...ㅠ

솔직히 말하자면 이게 얼마의 가격으로 판매될진 모르겠지만,

재미만 놓고 봤을때 "4만원"(현재 판매가)의 값어치를 하느냐? 라고 누가 묻는다면

살짝 고개가 갸우뚱 하게 만드는 게임인건 맞습니다.

물론 컴포넌트도 이쁘고 귀엽고,

퀄리티도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 구입한 저는 어느정도 만족한 게임이지만,

분명 "이깟 운빨ㅈ망겜"에 4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이는걸 꺼리시는 분들도 계실겁니다.

또한 "그런 마작의 재미를 느끼는데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다른 재밌는겜도 많은데 굳이?" 라고 하는 분들도 계실테고요.

솔직히 말해서 "이런 사람에겐 딱입니다!" 라고 소개하고 싶지만

정말 특정하기 어려운 게임입니다.

"마작을 배우고 싶은데 진입장벽을 넘기는 부담스러운 사람" 이라고 해봐야

한 100명중에 1명 있을까 말까한 그런 사람을 이야기 할수도 없는 노릇이니까요.

재밌는 게임은 맞지만, 그 참 재미를 느끼기엔 어느정도 시간이 필요하고,

굳이 그 시간을 들여서 게임을 즐기기엔 크게 매리트가 없는 게임.

이 제가 생각하는 참새작이라고 봅니다.

쓰다보니 참새작의 이야기보단 마작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었는데,

곧 출시될 참새작의 구입여부를 판단하는데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글이 너무 중구난방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피곤한 상태로 쓴지라 양해 부탁드립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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