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5 여름방학 보드게임 방과후 수업 넷째 날

NeoMa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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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8-20 오후 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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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기록처럼 남긴 글을 보드라이프에 올리는 것이라서, 본문은 1인칭(일명 half word)으로 썼습니다.

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하늘이는 여전히 안 왔다. 아무래도 더 이상 못 올 것 같다. 그런데 썬과 레전드도 안 왔다. 뭐지?

어제 늦잠으로 인해 빠졌던 스팸을 따로 불러서 이야기했다.
8월에 있을 B반 수업에 하루 오라고. 같은 시기에 하는 여자축구 수업이 끝나고 수업 중간에라도 참여하라고 했다.

어제 오후까지 남았던 학생들이 있었기에, 나는 이 기회에 학생들에게 학기 중 수업과 방학 중 수업의 차이를 이야기했다.
학기 중은 수업 시간도 짧고 마친 후에도 여유가 없지만, 방학 중에는 수업 시간도 길고 마친 후에도 여유가 있어서 더 하기도 한다고.
그래서 학기 중 수업은 쉬운 게임들을 다양하게 하고, 방학 중 수업은 여러 번 반복할 수 있는 게임을 한다고.
나중에 2학기에는 어떻게 될지 아직 모르지만, 여러분들과 다시 만난다면 최대한 여러분들의 경험과 수준을 반영해서 게임을 선정하겠다고 했다. 암튼 또 보자 얘들아~

11명 중 3명이 빠졌기 때문에, 8명을 데리고 스프링 메도우를 했다. 나와 사회쌤이 절반씩 나누고, 전체 설명 대신 각자 테이블에서 설명 및 진행을 하기로 했다.

이번 방학 수업에는 게임을 할 때마다 카드로 번호 뽑기를 해서 학생들을 나누었다.
나는 그 이유를 말했다. 여기 모인 친구들끼리 골고루 친해지고, 다양한 사람과 게임을 해야 더 많이 배운다고.
그렇게 나누니,

사회쌤이 리중딱, 펭귄, 발광이, 짱.

내가 강동원, 스팸, 치킨, 사람.

나는 스프링 메도우를 세팅하면서, 게임 진행을 도와줄 학생으로 '사람'을 선택했다.
스프링 메도우의 메인판에 조각을 채우는 역할을 맡겼는데...

강동원 "안돼요~~~"
치킨 "안됩니다!!!"
스팸 "쟤! 손장난 잘 칩니다. 위험해요~"
(참고로 이 네 명은 모두 같은 반이다)

난 학생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침착하고 조용하게 '사람'에게 말했다.

나 "아니, 평소에 어떻게 행동했기에 친구들이 이렇게 까지 반응을 하는 것입니까?"

치킨 "사람이 장난을 잘 치거든요"

강동원 "사람이 지나가면, 여기 있던 물건이 저기로 가 있습니다!"

나 "안타깝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친구들의 반응은 너무합니다. 이렇게까지 반응할 정도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라고 말하면서, (대놓고) 조용하게 조각이 들어있는 파우치를 치킨 쪽으로 밀었다. 그리고 보너스 바위 타일들도 스팸과 강동원 사이로 옮겼다.

사람은 당황해했고, 강동원은 나의 선택이 탁월하다는 듯 엄지척을 날리고, 스팸은 빵 터졌고, 치킨은 당연하단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녀석들 친구 맞네 ㅋㅋ)

게임하는 중에, 뜬금없이 치킨이 말하길
"나 어제저녁에 스팸 먹었다!"

스팸은 황당하다는 듯 치킨을 말없이 쳐다봤고, 나는 치킨에게 조용하게 (하지만 다 들리게) 말했다.
"치킨? 그런 말 마십시오~ 그런 논리로 따진다면? 본인이 더 불리합니다!!!"

정작 게임은 싱겁게(?) 끝이 났다.
치킨이 2연승으로 바로 끝내버림.
(스팸, 강동원, 사람? 니들 뭐했니??)

(개인적인 생각으론 마멋 구멍을 맞추려고 신경 써서 하는 것보다, 그냥 조각들의 구멍을 붙이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데, 학생들은 구멍 맞추는데 더 신경 쓴다)

사회쌤 쪽은 치열하게 진행되었다.
네 명이 서로 한 번씩 이겨서, 마지막 판까지 갔다. 결국 짱이 리중딱에게 2점 차이로 승리!
짱은 신나서 떠들었고, 리중딱은 분해했다.

오프닝 게임을 마무리하고, 오늘의 메인 게임인 도미니언을 설명함.

"이 게임은 덱 빌딩이라고 불리는 장르의 대명사입니다. 처음에는 모두 같은 기본 카드만 가지고 시작하지만, 게임을 할수록 더 좋은 카드를 추가하여 자신만의 덱을 만들면 됩니다.
이 게임도 스플렌더와 마찬가지로, 카드를 모으는 게임이 아닙니다. 점수를 모으는 게임입니다. 따라서 효율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하는 방법은 무척 쉽습니다. 자신의 차례가 되면 액션, 구매, 정리. 이렇게 3단계를 순서대로 하면 됩니다."

"제가 스플렌더에서도 강조했지만, 보드게임은 순서와 절차가 중요합니다. 이러나 저러나 같은 것 아니냐?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입니다. 이러나 저러나는 이렇게 저렇게 다른 것입니다. 결과가 같아도 과정이 다르면 다른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 중에 조그만 변수가 생기면, 결과가 확 달라집니다. 만약 결과만 가지고 따지게 되면, 과정 중에 있을 다른 가능성은 보지 못하게 됩니다. 그럼 실력이 늘지를 않습니다."

"저는 항상 여러분에게 강조합니다. 보드게임은 모두가 같은 기준을 가지고 게임하지만, 게임 중에 발생하는 여러 가지 변수를 찾아내고, 거기에서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이 실력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미니언 게임 하나에 카드가 500장인데, 게임이 4개이니까 2000장이라고. 2000장을 하나하나 비닐 씌운다고 팔에 근육통이 왔다고 ㅡ.ㅡㅋ

카드 설명 도중에 본판의 마녀 카드가 나오니까 발광이가 관심을 보였다. (왜? 혹시, 취향인가?)
그러나 팀을 나눈 결과, 발광이는 장막이 걸렸다.
사회쌤이 펭귄, 리중딱과 본판.
발광이, 강동원, 스팸이 장막.
치킨, 사람, 짱도 장막.

각자 테이블에 앉고 세팅을 하는데, 강동원이 고발(?)을 했다. 원래는 발광이와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고. 발광이가 짱과 치킨이 있는 쪽이고, 사람이 자신들과 게임해야 하는데, 사람이 발광이와 번호 카드를 바꾸었다고.
나는 잠시 고민했으나, (사람아? 네가 그래서 친구들에게 아까와 같은 소릴 듣는 거야... 쯧쯧) 그냥 이대로 하기로 했다.

나
"저 학생들로부터 여기 계신 여러분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이대로 게임하겠습니다"

강동원
"예? 사람이 여기 있었으면, 죽었을걸요?"

나 ㅡ.ㅡ;;;
"아... 사람이 보호되는 것이군요..."

학생들의 적응력은 뛰어났다.
게임 설명 시에 모든 카드는 설명하지도 않았다. 단지 대표 카드 몇 개만 설명했을 뿐.
학생들은 게임 세팅이 끝나자, 카드를 구경하며 익혔다. 중간중간 내가 부연설명을 해주는 것으로 충분했다.

그런데 게임의 진행은 내 기대와는 다르게 흘러가네? 이런...

난 분명히! 이 게임은 점수를 얻는 게임이라고 했거늘... ㅡ.ㅡ;;;

강동원, 스팸, 발광이는 뭘 그렇게 사는지, 카드덱만 잔뜩 불어나고 있다. 정작 금 카드나 속주 카드는 안 사면서. 에휴~

내가 공작과 공작령이 세트로 모여야 좋다고 했더니, 강동원은 정말로 그것만 모았다.

스팸은 카드의 절반이 재물 카드였다. 그런데 금 카드는 하나도 없고. 그래도 혼자 유일하게 속주 두 장을 샀다.

발광이는 금 카드를 사긴 했단다. 어디 있는지 써먹지는 못 했다고. (당연하지! 덱이 그리도 두꺼운데, 딸랑하나 있는 금 카드가 나오는 게 신기하다!)

결국 여학생 세명은 카드 더미 세 곳이 떨어지고 나서야 게임이 끝났다.

그래도 여학생들은 양호했다.
짱, 치킨, 사람은 더 했다.

이 녀석들은 애초에 게임의 승리? 목적?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냥 각자 필이 꽂힌 카드를 사용하는 것에 재미를 느꼈다.

치킨은 액션 콤보는 잘했다. 문제는 액션만 주구장창 할 뿐, 그것이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은 철공소만 계속 사더라. (왜? 왜??)

짱이 제일 신났다. 짱은 졸개가 나오면, 무조건 카드와 액션만 골랐다.

이 셋은 자기들끼리,
또(정)찰병, 또(가)면 무도회, 또(철)공소?
"자~ 또면 무도회를 열겠습니다~"를 말하면서 신나게 놀더라.

초중반까지는 점수를 모아야 된다고 강조했지만, 나중엔 자꾸 같은 말만 하는 것이 잔소리처럼 들릴까 봐, 그냥 놔두었다. 차라리 자기들끼리 저러고 노는 것이 더 재미있을 테니까.

(유희왕을 했다던 리중딱. 딱히 사회쌤이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폐기 전략을 잘 쓰더라)
사회쌤과 게임하던 리중딱은 액션 콤보를 잘 활용했다. 유희왕을 해봤다더니 ㅋㅋ
특히 액션 콤보로만 돈을 12원까지 늘리며 속주를 샀다.
펭귄은 리중딱보고 '게임할 줄 아는 놈'이라고 말하더라.
그러나 결과는?
나와의 게임으로 단련된 사회쌤이 간발의 차이로 승리! 리중딱은 게임은 화려했으나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이 부분이 누구랑 같네 ㅡ.ㅡ;;;)
그래도 이 테이블은 속주가 다 떨어져서 게임이 끝났다.

(금이나 속주는 그대로... 에휴...)

시간이 다 되어서 게임을 마무리해야 하는데, 아직도 또면 무도회를 열며 게임하고 있는 녀석들...
결국 나는 강제 종료를 시켰다. ㅋ

게임이 끝나고 정리를 하는데, 치킨이 말하길 '도미니언을 내일 또 하고 싶어요.'
나는 '오늘 아침까진 스플렌더 하자고 하더니, 이젠 도미니언입니까?'라고 말했다.
치킨은 '너무 재미있어서 그렇다'라고 말했고, 짱은 '매일매일이 재미있다'라고 했다.
나는 분위기를 몰아서 '그럼 내일 하는 게임도 재미있을 것입니다'라고 했더니, 다들 수긍했다.

학생들은 빈 테이블에 앉아서 간식을 먹고 있었다.
나는 뒷정리를 하면서 교탁에 있다가, 앞에 앉아있던 여학생들에게 말을 걸었다.

나 (간식을 먹고 있는 강동원을 바라보며)
"어땠습니까?"

강동원 (간식을 입에 물고는)
"맛있어요~"

순간! 맞은편에 앉아있던 스팸과 발광이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강동원을 쳐다봤고, 그 시선을 느낀 강동원. 3초간 정적.

강동원 (놀라서 부끄럽게, 하지만 크게)
"아~ 게임 이야기였어요?"

나 (이해하는 표정으로)
"강동원은 역시 먹을 것이 있을 때에는 그것에만 집중하는군요?"

발광이와 스팸은 강동원을 놀리며 웃었고, 강동원은 테이블 밑으로 숨었다.

뒷정리 중 펭귄과 잠시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펭귄이 반짝반짝하고 센스가 좋다고 칭찬했는데... 어느샌가 쌩~ 하고 가고 없었다. (나 무시당한 것임???)

사회쌤은 2학기 수요 조사를 했다. 학생들이 어느 요일에 시간이 되는지 미리 알아야, 2학기 수업을 개설할 때 참고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뒷정리를 마저 하고 있는데, 리중딱이 내게 와서 말을 걸었다.

리중딱 "마키쌤? 8월에 또 해도 되나요? 사회쌤이 마키쌤에게 물어보라는데요?"

나는 2학기를 말하는 줄 알고, 그건 사회쌤에게 신청하면 된다고 했다.

그런데 학생들을 보내고 사회쌤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리중딱이 말한 8월이 2학기가 아니라 B반을 말하는 것이란 걸 깨달았다.
절묘하게도 리중딱이 교실로 돌아왔다. 명찰을 반납하지 않고 가서 돌려주러 다시 왔단다.
난 리중딱에게 8월 초에 있을 B반에 와도 된다고 했다. 그러자 리중딱은 기뻐하며, 집에 가서 엄마에게 허락받고 오겠단다. ㅋ

리중딱은 게임을 좋아하고 경험이 많다. 그리고 A반에서 메인 게임을 경험해봤으니까, B반에서 수업할 때 나를 보조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특히! 스플렌더에서 다른 학생들의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고 사회쌤의 스파링 상대로서 손색이 없다.

나의 이런 판단에 사회쌤도 동의했고, 그렇게 수업은 끝~~~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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