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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핥기: 버라지 vs 파이프라인, 15년 전의 그 대결 구도
Noname 쪽지보내기   | 조회수 1056 | 추천 13 | 작성 IP: 175.223.***.*** | 등록일 2019-08-07 21:18:31
내용 댓글 42

버라지

파이프라인

증기의 시대

파워그리드

AOS vs 파워그리드
파워그리드, AOS 어떤걸 사야할까요?
증기의 시대, 파워그리드 도저히 선택할 수 없습니다.
...

약 15년 전, 어느 한 보드게임 커뮤니티의 [질문과 답변] 게시판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남은 2019년 동안, 혹은 2020년 초 정도에 그 모습이 재현될 듯 합니다.

 

 


[버라지 vs 파이프라인, 뭘 선택해야 할까요?]

버라지는 길을 만들어 수익을 내야한다는 점에서 AOS와, 파이프라인은 게임 내내 치열한 계산을 하며 자신의 망을 늘려나간다는 점에서 파워그리드와 닮았습니다. 테마도 왠지 모르게 닮았고요. 버라지는 물길, AOS는 철길, 그리고 파이프라인은 석유 정제, 파워그리드는 발전소 가동. 거기다 AOS, 버라지 둘다 세글자이고, 파워그리드, 파이프라인 5글ㅈ... 죄송합니다.

아무튼 우선 15년전 그 대결 구도를 다시 회상해보겠습니다.

 

 


[AOS, 2002년 작]

처음 나왔을 때 파장이 어마어마했죠. '감동입니다.' '전율을 잊을 수 없습니다.' '야 또 누가 엘리됐다더라.' '휴, 500판 드디어 돌파했습니다.' 등등. 또포마 무섭지 않은 기세로 게시판을 장악해 버렸던 AOS. 과연, 보드게임 유저들을 열광시켰던 AOS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마틴 월래스는 18xx 시리즈를 잘 계승하여 2시간 내에 컴팩트하게 유로 게임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경매 > 역할 선택 > 철도 건설 > 상품 운송 > 수익 계산 등 2019년 지금봐도 참으로 많은 매커니즘이 섞여 있지만, 정말 체계적으로 옷장에 차곡차곡 정리해 놓은 듯한 정교함, 그리고 같은 멤버로 돌려도 매판 다른 양상. 등등 지금 생각해도 장점을 말할 때 쉽게 마침표를 찍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게임이었죠.

AOS는 장기적인 플랜이 중요합니다. 과정이 어찌됐던간에 난 6링크를 먹어야하니까요. 남의 철도 하나 이용하는 것마저 배아퍼 참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를 수반하려면 잔인한 과정을 거쳐야 하죠. 바로 '경매'입니다. 그리고 이 과도한 '경매'를 통해 내일을 보지 않는 입문자들은 엘리미네이션이라는 너무나도 가혹한 운명을 맞이하게 되며 그대로 AOS를 중고장터에 올려버리는 테크를 타는 경우도 허다했습니다. (물론, 너무나도 훌륭한 게임성과 출시후 약 5년정도는 질문과 답변, 자유게시판의 단골 손님이었던 관계로 '엘리'의 아픔에도 다시 AOS를 집에 들이는 경우도 허다했던 - 그리고 그제서야 AOS를 영접하게 된 유저들도, 아니면 재방출의 길을 가기도 한)

AOS는 그렇게 숙련자에게는 더없는 즐거움을 입문자에게는 혹독한 겨울을 선사했으며, 나 'AOS 즐기는 사람이야'라는 감투를 씌우기도 했었던(이미 중고장터에 올려버린 사람들은 전혀 부러워하지 않았지만) 그런 게임이었습니다.



[파워그리드, 2004년 작]

AOS 출시 2년 뒤, 파워그리드라는 게임이 혜성처럼 등장합니다. 사실 이 파워그리드는 '펑켄슐락'의 리메이크 작품이었습니다. 원래 '펑켄슐락'은 도시와 도시 사이에 길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무려 '크래용'... 으로 자유롭게 자기가 원하는 도시에서 다른 도시를 이을 수 있었죠. 하지만 이러한 귀차니즘과 매니악함으로인해(그리고 그것이 전혀 즐겁지 않았죠) 제 기억으로는 국내팬에게 외면을 당했습니다.

하지만 새롭게 나온 파워그리드는 달랐습니다. 물론 AOS를 즐겨 돌리던 사람들은(또 AOS부심을 부리던 사람들은) '엘리가 없는 평화로운 게임이다' '쉽게 할 수 있는 AOS다' 즉, AOS의 하위호환이다. 라며 깎아내리기 아닌 깎아내림을 당했던 그런 게임이었죠.

어쨌든 파워그리드 신판(그때 기준으로)이 등장했을 때 역시 많은 관심을 이끌었습니다. 비교적 단순해진 게임의 흐름, 정해진 가격을 바탕으로 전력망을 넓혀가고 발전소를 돌리는 것에 집중하게 했던 신판은 이제야 사람이 할만한 게임같다... 며 호평을 받았습니다.

재미와는 별개로, AOS 한글판이 발매되어 2만원 떨이가 시작된 후로, 나름 경쟁 구도였던 파워그리드는 고오급 게임이다는 인식이 잡히기도 했었고요. 컴포넌트로 따져도 (물론 호불호가 있지만) 파워그리드가 훨씬 아름답고 풍성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파워그리드의 장점은 치열한 돈 계산입니다. 저 발전소를 더 비싼 가격에 먹여야지, 딱 여기까지 경매할 수 있겠어. 내가 먼저 자원 구입해서 얼마얼마쓰고 저 도시로 가는데 얼마를 쓰고 발전소를 돌리면 딱 0원이네 굿굿. 하는 그 재미.

엘리는 없지만, 몇 원 차이로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던 순한 매운맛 게임이라고나 할까요.



[AOS, 파워그리드의 공통 매커니즘]

바로 '경매'입니다. '경매'를 통해 턴 순서가 정해집니다. (파워그리드는 명확하게 말하자면 경매를 통해서는 아니지만 경매로 인한 결과로 정해지는 것이니까 그렇다고 칩시다)

사실 경매는 그 당시 왠만한 전략 게임에 안들어 간적이 없는 매커니즘입니다. 그도 그럴것이 게임 개발자 입장에서 가장 편한게 '경매'거든요. 유저들이 알아서 밸런스를 맞춰주니까요. (전 게으른 디자인이라고 평하고 있습니다만)

하지만 요새는 거의 쓰이지 않거나 경매를 매우 단순화해서 다른 형태로 씁니다. 왜냐? '경매'는 밸런스를 맞추는데 매우 훌륭하지만, 적정가를 파악하기 어려워 첫 진입장벽이 높고 그리고 무엇보다 게임의 템포를 느리게 하거든요. 빨리 빨리 해치워버리는 요즘 메타에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



[AOS, 파워그리드의 차이점]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그 둘의 차이점은 경매의 결과에서 나옵니다.

AOS는 경매의 승자가 또 다른 선택을 해야한다는 점, 그리고 이를 통해 다시 한 번 게임을 꼬아버리죠. 내가 경매에서 지더라도 내가 원하는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매하는 상대방이 뭘 원하는지를 항상 파악해야하고 그렇게 때문에 '심리전'이 일어납니다.

파워그리드는 경매에서 이기면 그냥 바로 상황에 맞게 다음 효율적 플랜을 '계산'하면 됩니다. 단순하지만 아주 명확합니다.

'심리전'과 '계산', 그것이 버라지와 파이프라인에도 녹아있습니다.



[파이프라인, 2019년 작]

순서를 조금 바꿔서 파이프라인의 얘기를 먼저한다면, 파이프라인은 끊임없는 '계산'의 연속입니다. 내가 저 원유를 제일 싼 가격에 사서, 내가 구축한 파이프망에 어떻게 저떻게 돌려서 고급 정제유로 정제한다음에, 최대한 비싸게 팔아먹어야지! 핵심 매커니즘은 파이프망 구축이지만, 게임에서 이기는 방법은 어쨌든 '계산'을 통한 수익창출입니다.

파워그리드에서 자원을 통해 발전력을 시키는 것은(그리고 그로 인해 수익을 내는 것은), 파이프라인의 원유를 정제해 정제유로 만들어 수익을 내는 것과 유사합니다.

파워그리드에서 도시와 도시를 이으며 자신의 발전망을 효율적으로 확장시켜나가는 것은, 파이프라인의 파이프망을 최대한의 효율을 따져 늘려나가는 것과 닮아있습니다.

사실 이 게임은 생각보다 인터액션이 심하지 않습니다. 제가 이 게임을 바라볼 때 아쉬운점이기도 하죠. AOS나 파워그리드나, 공통의 맵을 사용하기 때문에 치열한 각축이 벌어집니다. 그러나, 파이프라인은 평화롭게 개인이 어떻게 저떻게 구축한 파이프망에서 평화롭게 클래식이라도 들으며 기름을 정제할 수 있습니다.

물론 선점을 통한 가격 할인이라든가, 원하는 파이프라인을 가져간다거나 하는 요소들이 있고, 정말 억지스럽지만 업그레이드를 말도 안되는 딴지를 걸게 해놔서 그 인터액션을 늘리려고 했지만, 한 맵에서 옥신각신하는 그 맛이 조금은 아쉽다면 아쉬운 점입니다.

이런 면에서 파워그리드와는 다른 게임이지만, 그래도 끊임없는 계산을 한다는 것이 닮아있습니다.



[버라지, 2019년 작]

버라지는 자신의 길을 구축한다는 것과, 액션 선택을 통한 '심리전'이 AOS의 그것과 닮아있습니다. 경매로 인해 순서가 정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방의 행동을 하나하나 예의주시해야 하고, 바로 앞 턴의 상대방의 행동 하나로 인해 나의 계획을 모조리 수정해야 하는 인터액션 그자체의 게임이죠.

AOS에서 도시에 상품을 추가해 장기적인 수익을 도모한다는 것은, 버라지에서 물을 원하는 수원에서 고이게 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AOS에서 남을 방해하여 철도를 만드는 것은, 버라지에서 남보다 빨리 댐, 수로를 건설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버라지의 핵심 매커니즘인 댐, 수로, 발전소는 별도로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어쨌든 저 세 요소를 통해서 내가 점수 먹을 구멍을 뚫어놔야 하고, 배아프게 남의 수로를 써서 1원, 1점씩을 주지 않도록, 그리고 향후 어디에 물이 잘 떨어질지 장기 플랜을 처음부터 어느정도 세워서 진행해야 합니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지만, 왼쪽으로 혹은 오른쪽으로 흐르게 하는 방향은 유저들이 바꿔버릴 수 있습니다.

버라지는 길을 봐야하는 게임입니다. 남으로부터 상품(물)을 빼앗기지 않아야 하는 게임입니다. 그리고 쉼 없는 인터액션을 통해 그 경쟁을 뚫어야 하는 게임입니다.



[버라지, 파이프라인의 공통 매커니즘]

굳이 따지자면, '라운드 별 점수, 게임 종료 후 점수'라 할까요. 파이프라인에서는 매 년도 끝에 계약 완수 여부를 통해 패널티를 받을지를 정하고, 버라지에서는 정해진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마치 테라 미스티카처럼) 기존에 공개된 요소에 따라 점수를 받습니다. 그리고 게임이 끝나면 정해진 기준에 따라 또 평가를 받죠.

이 매커니즘은 요새 매우 흔하지만, 과거에는 그리 흔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 매커니즘의 장점은 게임 중 좀 더 목적 의식을 갖게 한다라던가, 방향성을 어느정도 정해주는 효과를 부여합니다.

어떻게 보면 별거 아닌데, 이걸로 인해 양상이 많이 변하기도 하죠. 장기적인 플랜과 더불어, 아그리콜라에서 등장했던, 현재 라운드의 '밥먹이기' 같은 요소라 할 수 있겠습니다.



[버라지, 파이프라인의 차이점]

사실 굳이 차이점을 찝어 말씀드리지 않아도 될 정도로 둘은 완벽히 다른 게임입니다. 하지만 AOS, 파워그리드의 경우처럼, '심리전' vs '계산'으로 그 차이점이 점철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이 말을 하려했는데 글 막바지라 잊어버렸네요. 무이님 댓글 덕분에 생각났습니다)

 

사실, 이렇게 다른 4개의 게임이지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오래도록 회자될 것이라는 것이요. 앞에 둘은 실제로도 그러고 있으니, 이제 뒷 게임 둘이 어쩌나 잘 지켜봐야겠죠? :)


앞으로 [버라지 vs 파이프라인 뭘 사야할까요?] 라는 예상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싶어 이 글을 작성해봤습니다.

개인적인 소감을 묻는다면, 사실 AOS, 파워그리드는 거의 체급차가 없을 정도로 비등비등하게 비교가 되었으나, 버라지와 파이프라인은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버라지가 좀 더 완벽히 완성된 게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이프라인은 아주 좋은 게임이고 여전히 파워그리드의 '계산'을 즐겼던 유저들은 파이프라인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내가 파워그리드보다 AOS를 좋아했다면 '버라지'를 더 선호할 확률이, 그 반대라면 '파이프라인'을 선호할 확률이 아주 쬐에끔 높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예측해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말 이 훌륭한 두 게임을 매의 눈으로 알아 본, 별빛바다, 영호님께 찬사를 보냅니다. 짝짝짝. 별빛바다의 게임들이 더더욱 기대가 되는 별빛바다의 새로운 두 라인업이었습니다.

뭔가 체계적으로 글을 적고 싶었지만, 언제나 제 리뷰가 그렇듯 용두사미, 개소리, 뻘소리로 끝나네요. 아무튼 간만에 좋은 게임들을 만나서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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