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6 - 원 덱 던전 리뷰 - "이정도면 1인플도 괜찮은데?"

너굴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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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6-25 오후 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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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년도 : 2016년

게임 타입 : 던전크롤, 주사위

플레이 타임 : 30-45분

플레이 인원 : 1-2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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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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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리뷰를 쓰려고 했는데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지며 걷잡을 수 없이 내용이 길어지는 리뷰가 있습니다.

원덱 던전이 그런 경우네요 -_-;;

세시간이면 다 쓸 줄 알았는데 두배는 더 걸릴 줄이야… 어찌 되었든 재밌게 읽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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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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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덱 던전은 1~2인용 던전 크롤 게임으로써 각자 영웅을 하나씩 담당하여 3층 지하에 숨어있는 보스를 쓰러뜨리는 게임입니다.

각 캐릭터는 힘 / 속도 / 마법 세가지 능력치를 보유하고 있으며 게임 도중 발동할 수 있는 고유의 스킬을 가지고 있습니다.

던전 덱을 섞은 뒤 한켠에 놓는데, 이 덱이 3번 다 떨어지면 보스와의 일전이 벌어집니다. 그 전에 최대한 레벨업을 해놓고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죠.

플레이어들은 매 라운드마다 던전을 탐험할지 방에 들어갈지 결정 할 수 있습니다.

던전을 탐험한다는 것은 테이블에 4장의 몬스터/함정 카드가 존재할 때까지 카드를 비공개로 깔아둔다는 뜻입니다. 이 행동을 하려면 덱에서 카드를 두 장 버려야 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이 행동을 적게 하는 것이 좋지요.

방을 들어간다는 것은 몬스터 혹은 함정과 조우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 또한 덱에서 카드를 2장 버리게 되며, 전투에 돌입할 경우 각 영웅들은 자신이 가진 주사위를 굴리게 됩니다.

몬스터와 함정에는 피해를 상쇄하기 위한 주사위의 눈이 적혀 있습니다. 정사각형 칸은 주사위 하나로만 막아야 하며 직사각형 칸은 여러개의 주사위를 배치할 수 있지요. 또한 각 칸에는 색이 존재하는데 해당 색상의 주사위로만 막을 수 있습니다. 혹은 두 주사위를 이용하여 영웅 주사위(와일드 주사위)로 바꾸어 몬스터의

일부 칸에는 녹색 방패 모양의 아이콘이 그려져 있는데 이러한 칸은 반드시 먼저 막아야 합니다. 이 칸을 효율적으로 막아내지 못하면 다른 칸은 건드릴 수도 없게 되니, 얼마나 효율적으로 녹색 방패 아이콘을 가리느냐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한칸이라도 막지 못했다면 해당 칸에 그려진 체력/시간 피해를 고스란히 다 받아야 합니다.

몬스터/함정만 상대하면 될 줄 알았죠? 각 던전 층마다 항상 막아야 하는 칸이 별도로 존재하는데, 던전의 층이 깊어질 수록 막아야 하는 칸의 수도 증가합니다. 게다가 페널티도 붙죠. 이렇게 매 전투가 점점 버거워지기 때문에 캐릭터의 성장은 필수입니다.

제압한 몬스터/함정은 성장을 위한 거름이 됩니다. 각 던전 카드에는 스탯, 스킬, 경험치가 그려져 있는데 영웅의 카드 주변에 배치함으로써 스탯(주사위 갯수 증가)을 강화하거나, 스킬(주사위를 조작)을 늘리거나, 포션(비상시 사용할 수 있는 포션 강화), 레벨업(스탯/스킬의 한계치 증가)을 할 수 있습니다.

3층에 도달하면, 즉 덱을 3번 돌면, 최종 보스전에 돌입하며 보스가 주는 페널티를 안고서 최종 싸움을 제압하고 나면 게임에서 승리합니다.

변형 규칙이라 해야할지... 게임 내에서 캠페인을 지원합니다. 영웅을 하나 골라서 캐릭터 시트에 능력치를 마킹하며 꾸준히 즐기는 게임인데요. 게임 시작시 몇가지 버프를 주는 것과 소소한 게임 속 요소가 달라질 뿐 큰 골자는 변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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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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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이야기는 생략하고 바로 장단점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죠. 간단한 게임이라서 짧게 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길어질 듯 합니다. 허허허

1.성장 선택지

원덱던전에서 플레이어는 네가지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1) 기본 스탯을 향상 시켜 주사위의 개수를 늘리거나 2) 캐릭터에게 스킬을 부여하여 주사위를 더 다양하게 활용하거나 3) 포션을 강화하여 비상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거나 4) 레벨을 올림으로써 스탯과 스킬의 제한을 늘릴 수 있죠.

몬스터를 한마리 퇴치할 때마다 이 네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골라 성장하게 되는데, 각각의 성장이 가져오는 변화가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무엇을 강화해야 하는가' 에서 오는 딜레마가 상당히 재밌습니다.

기본 스탯을 향상 시키면 주사위를 추가함으로써 좀 더 많은 주사위 눈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생깁니다. 영웅마다 장점과 약점이 있는데 스탯 강화를 통해 약점을 보완할 수 있죠. 그러나 1~2와 같은 낮은 눈금엔 여전히 취약하기 때문에 스탯에만 모든 것을 투자할 순 없습니다.

스킬 강화는 낮은 숫자 혹은 불필요한 주사위를 재활용 하여 추가 주사위를 굴리거나 기존의 주사위를 강화하는 식으로 약점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스킬이 다양할 수록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주사위가 줄어들며, 몬스터/함정을 좀 더 효율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열쇠가 되죠. 때문에 다양한 스킬을 확보하여 어느 상황에서든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캐릭터를 육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전투용/함정용 스킬이 구분되는데다 스킬은 한번씩만 발동할 수 있으므로 스킬 강화가 모든 것을 해결해줄거라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포션 강화는 플레이어가 빈사상태에 빠지기 직전이거나 위급시 상황을 타개하는데 아주 유용합니다. 기본 스탯과 스킬 강화만큼 자주 업그레이드 되는 요소는 아니지만, 포션을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할 수 있게 되면 던전을 파고 들어가는게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죠.

레벨을 올리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충분한 양의 스탯 / 스킬 업그레이드 및 포션 재충전을 위해선 레벨업이 필수인데, 이렇게 레벨을 올리기 위해선 유용한 스탯 / 스킬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일시적인 캐릭터의 약화를 겪게 됩니다. 레벨을 아무리 올려봐야 캐릭터의 자체적인 힘이 부족하면 죽도 밥도 안되겠죠. 레벨을 올려도 괜찮을 타이밍을 잘 보고 꾸준히 장기적인 투자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각각의 성장은 별거 아닌듯 해보여도 실제론 상당한 변화를 가져옵니다. 피부로 확 와닿을 정도로 달라져요. 주사위를 하나 더 굴리느냐 마느냐의 차이. 스킬을 하나 더 쓸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는 강한 몬스터를 안전하게 제압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결정적인 차이로 돌아오는데, 투자한만큼 무럭무럭 자라는 영웅을 보는 과정이 보상감도 빵빵하고 굉장히 재밌습니다.

2.주사위 퍼즐

일반적으로 던전 크롤 게임은 적과 조우하면 주사위를 굴려 상대방의 방어수치를 넘는 타격을 가하여 제압하는 공격적인 진행을 취하는 편입니다. 마이스 앤 미스틱스나 글룸헤이븐 같은 게임이 대표적이며 수 많은 게임이 그러한 방법을 채택하죠. 가장 직관적이면서 알기 쉬운 방식이니까요.

그런데 재밌게도 이 게임은 반대의 노선을 타고 있습니다. 퍼즐을 가미한 수비형 게임이예요.

원덱던전에서 조우하는 몬스터는 전투 시작과 동시에 맹공을 퍼붓습니다. 플레이어는 주사위를 굴린 뒤 몬스터의 공격에 적절히 대응함으로써 데미지를 전략적으로 상쇄 시켜야 하며, 누적된 피해가 플레이어를 사망시키지 않는 한 게임은 계속 되죠.

던전에 갓 진입한 풋내기 영웅일 땐 주사위를 굴려 몬스터의 능력을 막기에 급급하지만 영웅이 성장할 수록 게임이 가진 퍼즐적 색채가 점점 짙어집니다. 주사위를 합쳐 영웅 주사위로 만들어 활용하거나, 가치없는 주사위를 비용으로 지불하여 다른 주사위 능력을 강화시키거나, 주사위를 재굴림하는 등 온갖 묘수와 꼼수를 통해 몬스터의 공세를 견뎌내게 되지요.

게임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었어요. 단순히 주사위를 굴려 공방을 비교하는 형식적인 틀을 벗어나 매 라운드마다 주사위를 관리하고 조절하며 몬스터의 손아귀에서 발버둥 쳐야하는 압박감이 정말 마음에 들더군요. 이것은 주사위를 굴린 뒤 가장 효율적인 수를 찾아가는 과정을 즐기는 제 취향과 정확히 일치 했거든요.

아무래도 주사위 게임이보다니 높은 수 = 좋음 / 낮은 수 = 나쁨이라는 공식을 벗어나진 못했습니다. 5~6만 굴려서 몬스터를 단번에 제압할 때가 있는가 하면 1~2만 굴리는 바람에 뭘 해도 답이 없는 상황도 존재하거든요. 그러나 이것은 극단적인 상황의 이야기 일뿐, 웬만해서는 다양한 종류의 스킬을 통해 낮은 수의 주사위를 어떻게든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정도 불운이 상쇄가 되는 편입니다.

3. 개성있는 1~2인플

일반적으로 보드게임 인원 수는 다다익선입니다. 플레이어가 많을 수록 다양한 형태의 인터액션이 나오기 때문에 더 많은 재미를 느끼거든요. 그럼 1~2명만 즐길 수 있는 원덱 던전은 아쉬운 게임이 아닌가? 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전 원덱 던전에 한하여 분명한 장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게임 중 택도 없는 인원 수를 들이밀며 “우리는 이렇게나 다양한 인원을 커버할 수 있어요" 라고 자신감을 내보이는 게임이 있습니다. 기차섬의 4인플. 카베르나의 7인플. 카탄의 6인플 같은 예가 있겠군요.

실제로 불가능 한 것은 아니지만 직접 게임을 해보면 ‘이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리수인 경우가 있습니다. 카드가 모자라 뭘 하기도 전에 게임이 끝나거나. 액션 한번 하려면 5명과 경쟁해야 하거나. 거래를 하는데 5명과 실랑이 하는 바람에 한 턴에 5~10분이 걸리는 고통을 겪기도 하죠. 저는 이렇게 무리하게 인원 수를 늘리며 게임을 파는 것보다 적정선을 확실히 그어놓고 그 안에서 게임이 골고루 재밌게 할 수 있도록 신경쓰는 편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원덱 던전은 욕심을 내지 않고 1~2인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인원에 따라 다른 재미를 선보임으로써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고 있습니다. 1인일 경우 혼자서 던전에서 살아남으려 아둥바둥 저항하는 재미가 있으며, 2인의 경우 서로가 보자란 부분을 커버하며 함께 던전을 돌파하는 협력의 맛이 확실하게 살아있습니다.

물론 룰북에 ‘4인 게임을 하고 싶으면 게임 두 개를 합치세요!’ 라며 방법을 제안하곤 있습니다만 어디까지나 공식 규칙이 아닌 제안 수준이기 때문에 별로 문제 삼고 싶진 않네요. 1~2인 게임성이 상당히 뛰어나기에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데다, 2인플을 하는 순간 ‘이 게임은 2인이 한계다' 라고 느낄 정도로 주사위 개수와 선택지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2인까지가 가장 적절함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기도 하고요.

인원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를 해보자면, 원덱 던전은 1인플 게임으로 굉장히 훌륭합니다. 2인플이야 제가 상당히 좋아하는 인원 수이니 차치 하더라도 1인플의 경우는 2인플을 접하자마자 ‘이 게임은 혼자서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호감을 느꼈어요.

저는 1인플을 좋아하는 편이 아닙니다. 지인이 혼자 보드게임을 하고 있다고 사진을 보내면, ‘다른 할 것도 많은데 왜 혼자서 보드게임을?’ 하며 머리를 긁적이죠. 보드게임을 꺼내 세팅하고 준비할 시간에 읽고 싶었던 책을 펼치거나, 유튜브에서 강좌를 보거나, 짬짬히 글을 쓰는 등 간편한 준비만으로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저인데 ‘혼자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면 할 말 다 한것이죠 :)

세팅, 깊이, 플레이 타임. 어느 하나 아쉬운 것이 없을 정도로 괜찮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자, 그럼 단점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요!

1.개성 있으나 반복되는 적

원덱던전에서 조우하게 될 몬스터들은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작과 동시에 명치를 한 대 때리고 시작하거나, 특정 주사위 눈을 못쓰게 막아버리거나, 시간을 갉아먹는 등 다양한 각도에서 플레이어들을 괴롭히죠. 게다가 몬스터마다 힘/속도/마법 중 요구하는 능력치가 다르기 때문에 영웅에 따라선 특정 몬스터에게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되는 점도 상당히 재밌습니다.

이는 함정도 마찬가지 입니다. 어려운 길과 쉬운 길이 있으나 쉬운 길은 시간을 추가로 소비하도록 강제하여 무리해서라도 어려운 길을 돌파할 것인가 vs 시간을 소비하더라도 안전한 길을 택할 것인가 딜레마를 안겨주는데요. 각 함정마다 요구하는 조건이 미묘하게 다르기 때문에 같은 함정이 반복된다는 느낌이 적은 점이 꽤 훌륭합니다.

그런데 몬스터와 함정이 가진 개성이 오래 빛을 발하지 못합니다. 던전을 파고들수록. 게임 회차가 늘어날 수록 점차 똑같은 적을 만나고 있다는 인상을 받기 시작하는데요. 이는 몬스터와 함정의 종류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던전 자체의 난이도가 달라질 뿐 몬스터의 개성엔 변화가 없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슬라임은 던전 1층, 2층, 3층에서 만나도 똑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던전 층에 따른 버프만 받을 뿐 기본적인 스탯은 변함이 없죠. 결국은 던전 페널티를 처리하고나면 해당 몬스터/함정에 대한 공략 방법은 언제나 똑같기 때문에, 예전에 조우한 몬스터의 반복이라는 다소 진부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카드란 점을 활용하여 뒷면에 스탯변화를 줄 수 있는 요소를 넣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러면 똑같은 몬스터를 만나더라도, 현재 남아있는 덱의 윗면 혹은 이웃한 던전 문에 무슨 아이콘이 그려져 있냐에 따라 몬스터의 스탯에 변화가 생기는 무작위성을 부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아니, 이 약했던 몬스터가 이 조합으로 이렇게 강해졌어?” 하는 놀라움을 매 게임마다 느낄 수 있다면 리플레이성이 한층 더 높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기대를 전혀 안하고 있다가 뜬금없이 좋은 게임을 만나는 경우가 있는데 원덱 던전이 그런 경우였습니다.

살짝 어설퍼 보이는 일러스트. 그다지 좋지 않은 카드 촉감. 단순해 보이는 게임성. 그리고 주사위. 이렇게 불호의 요건을 다 갖추고 있는데, 이 정도로 흡족한 경험을 느낀건 참 오랜만인거 같아요. 실제로 원덱 던전을 처음 접했던 날, 이 게임만 서너번 돌리며 캐릭터를 꾸준히 키울 수 있는 캠페인 시트까지 손을 댔으니 얼마나 마음에 들었는진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죠.

부피에 비해 상당히 괜찮은 게임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재밌는 게임이예요. 추천합니다.

블로그 :: http://www.raccoonca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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