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5 - 킹덤빌더 리뷰 : 극호 vs 극블호

너굴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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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6-20 오후 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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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년도 : 2011년

게임 타입 : 영향력

플레이 타임 : 45분

플레이 인원 : 2-4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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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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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X 바카리노는 도미니언으로 잘 알려진 유명한 작가입니다. 이 작가는 또 다른 유명한 작품을 하나 발표한 적이 있는데, 바로 독일의 유명한 SDJ 를 수상한 킹덤 빌더이예요.

그런데 이 게임은 재밌게도 극호와 극불호로 평이 갈리는 독특한 포지션에 놓여있습니다.

저는 극불호에서 극호로 성향이 바뀐 독특한 경우인데요. 이 게임을 양쪽에서 바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어 리뷰를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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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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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빌더는 4개로 이루어진 구역타일 위에 가능한 효율적으로 집을 배치하여 가장 높은 득점을 하는 사람이 이기는 영향력 게임입니다.

누군가 자신이 가진 집을 다 올려놓으면 마지막 라운드가 시작되고, 게임이 종료되면 게임 시작전 미리 공개한 승점 카드 3장에 적인 규칙에 따라 각 집에서 득점이 발생하죠.

조건은 꽤 다양합니다. 산악지역이나 물가에 인접한 건물마다 1점을 준다던가, 특정 구역에서 가장 많은 영역을 확보하면 점수를 준다던가, 각 가로줄에 집이 있으면 1점씩을 준다던가 하는 식이죠.

이 세 카드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맵 위에서 가장 득점이 쉽게 발생하는 구간이 준비되기 마련인데 그곳을 장악하는 것이 게임의 열쇠입니다.

진행은 단순합니다. 자신의 턴이 시작되면 지역 카드를 한장 뽑습니다. 그리고 건물을 3채 지을 수 있는데, 플레이어는 자신의 건물이 인접하고 있는 영역 중 해당 지역이 존재한다면 반드시 그곳에 집을 설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초원 카드가 나왔는데 구석에 놓은 건물 하나가 초원타일과 인접해있다면, 반드시 그 초원에 집을 지어야 하는 방식이죠. 만약 자신이 건물이 여러 초원과 인접했다면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습니다. 만약 더 이상 채울 수 있는 구역이 없다면? 그럼 원하는 초원을 하나 골라 건물을 올리면 됩니다.

플레이어들은 건물을 놓을 때 특수 타일 근처에 배치하게 되면 손에 넣을 수 있게 되는데, 자신의 턴마다 한번씩 활용하여 집을 추가로 짓거나 이미 설치한 집을 이동시키는 등 다양한 움직임을 보일 수 있게 됩니다. 적재적소에 활용하면 유연한 운영을 할 수 있게 되죠.

게임이 끝나면 승점 카드와 보드에서 주는 특별 점수를 다 합치면 됩니다. 가장 높은 점수를 가진 사람이 승리하지요. 간단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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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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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도 많고 안티도 많은 게임. 이게 왜 상을 받았냐고 항상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게임. 킹덤빌더에 대한 이야기를 해봅시다.

1.교집합의 게임

“킹덤 빌더는 교집합의 게임이다.”

킹덤 빌더의 핵심을 관통한 이 문장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온건님께서 작성하신 글의 서두(링크)에 나오는 표현으로써, 저는 이보다 더 나은 표현을 떠올리지 못합니다. 정말 간결하면서도 킹덤 빌더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명쾌한 설명이예요.

킹덤 빌더는 매 게임마다 게임환경이 달라집니다. 달라지는 보드. 달라지는 특수타일. 달라지는 득점 방식. 이러한 변화 속에서 플레이어들이 노려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교집합. 즉 가장 적은 수로 가장 높은 점수를 높게 낼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가로줄마다 집이 최소 하나 있으면 1점씩, 물 근처에 있는 집마다 1점씩 받는다고 가정 해봅시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물줄기를 따라서 세로로 길게 집을 늘어뜨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른 조건까지 적용되어 집 한채당 3점씩 뽑아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이렇게 득점 방식이 겹치면 겹칠수록, 즉, 다양한 득점루트가 교차하는 지점일 수록 그 곳은 모든 플레이어들이 노리는 거친 구간이 됩니다. 이 지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장악하는가, 최선을 고를 수 없다면 어떠한 차선을 골라야 하는가를 두고 다투는 게임이예요.

이렇게 점수 조건에 따라 맵을 분석하고 접전지를 예상하는 재미가 있는 게임입니다. 많은 플레이어들이 초반부가 다소 지루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는데, 저는 마치 바둑의 초반 포석을 깔 듯 목표지점을 향해 슬금슬금 다가가는 과정이 긴장감 있고 즐겁게 다가오더군요.

2.강제성

킹덤 빌더는 다른 게임에 비해 유독 엄격한 규칙이 하나 존재합니다. 땅 카드를 뽑았을 때 자신의 건물과 인접한 지역이라면 반드시 인접한 곳에만 건물을 지어야 한다는 규칙인데요. 설령 그것이 최악의 수가 되더라도 반드시 수행해야 합니다.

듣기만해도 꽤 고통스러운 규칙입니다. 눈 앞에 뻔히 보이는 좋은 위치를 두고 엉뚱한 곳에 강제로 집을 건설해야 한다니. 이게 족쇄가 아니고 무엇인가요?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강제성을 지적하며 ‘카드 운이 너무 강하다’, ‘하고 싶은 것을 못한다', ‘수가 너무 뻔히 보인다' 와 같은 감상을 통해 킹덤 빌더에 대한 불호를 드러냅니다.

일리 있는 말이예요. 타 영향력 게임에 비하면 강제된 선택지 때문에 계산량도 대폭 줄어드는데다 놓을 수 있는 범위 또한 굉장히 빠듯하니 할게 보이죠. 신묘한 수를 찾아내기보단 그때그때 최적의 수를 찾아가다보니 어느샌가 게임이 나를 끌고가는 느낌을 강하게 받게 됩니다.

저도 그런 인상을 강하게 느꼈습니다. 내가 그리고 있는 그림과는 상관없이 뽑히는 카드에 맞춰 어거지로 전략을 비틀곤 했죠. 예전엔 뽑히는 카드마다 ‘넌 이 턴에 이것밖에 못해’라는 인상을 줬다면 이제는 ‘이런 상황에서 가장 효율적인 수를 찾을 수 있겠어?’ 라고 묻는 것 같더군요. 킹덤 빌더가 근본적으로 묻고 있는 ‘가장 효율적인 교집합의 장소는 어디일까? 그곳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를 깨닫게 된 순간 게임의 인상이 크게 반전 되는 경험을 가졌습니다.

실력이 부족했을 땐 무력하게 끌려다녔습니다. 기껏 얻은 특수 타일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죠. 그러나 숙련도가 쌓일수록 어떤 지역 타일이 나와도 원하는 지점으로 뻗어갈 수 있도록 조심스럽게 집을 배치하였고, 엉망진창으로 사용하던 특수타일 또한 적재 적소에 활용하며 원하는 곳에 뻗어갈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로 활용할 수 있게 되더군요. 여기에 도달했을 때 양손 양발에 묶여있던 족쇄가 풀려나는 느낌을 받았어요.

저는 이런식으로 ‘넌 이것 밖에 못해' 라며 손발을 꽁꽁 묶어버리는 게임을 좋아하는 편이 아닙니다. (주사위를 굴려 결과를 판정하는 게임을 기피하는 것도 그런 이유예요.) 그런 관점에서 보면 킹덤빌더는 극도로 혐오해야 할 게임이지요. 그러나 게임이 가진 제약. 그리고 그 제약을 완화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지를 깨달아가며 불호에서 호로 인상이 바뀌다니. 꽤 재밌는 경험이예요.

그 외에도 간단하고 직관적인 게임흐름, 매번 달라지는 게임의 성격, 간결한 세팅 등 여러가지 장점이 있습니다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소소한 것들이니 간단하게 이정도로만 언급하고… 이번엔 킹덤빌더를 싫어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1.그럼에도…

위와 같은 재미난 특성에도 게임 자체가 간단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카드를 뽑는다. 집을 짓는다. 때때로 타일을 활용하여 집을 추가로 놓거나 옮긴다.“

게임 내내 이 세가지 행동이 반복되는데, 위에서 언급한 교차점의 재미를 느끼지 못하거나 이런 단순한 진행에서 나오는 수싸움에서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킹덤 빌더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지 못하고 얼굴을 찌푸리는건 당연합니다.

바둑을 비유로 들어볼까요. 바둑에서 돌을 놓는 방법은 하나 뿐입니다. 선의 교차점에 놓는 것이죠. (물론 돌을 놓지 못하는 특수한 경우도 있지만 예로 드는 것이니 이런 자잘한 부분은 생략합시다.) 서너시간 동안 단순히 번갈아가며 놓는 돌은 지루해보이지만, 그 이면엔 공방의 흐름과 수 많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이것을 얼마나 볼 수 있는가에 따라 바둑의 재미와 깊이가 다르게 느껴지죠.

돌 하나하나가 가진 원리를 자세히 설명한다면 바둑(킹덤빌더)이 재밌어질까요? 만약 그렇다면 바둑채널에서 뛰어난 기량의 기사들이 해설을 곁들어 주는데, 재밌다고 느껴야 하는게 아닐까요? 결국 다 부질 없습니다. 받아들이는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취향에 맞아야 이런 것들이 의미가 생기는 것이니까요.

공격적인 진행. 능동적인 변화. 다양한 형태의 인터액션. 예측하고 그것을 뛰어넘는 전략적 요소들을 좋아하고 적극적으로 찾는다면 킹덤빌더는 피하세요. 억지로 게임의 재미를 찾으려하고 느끼려 할 필요도 없습니다. 높은 확률로 취향과 안맞으며 처절한 쓴맛을 느낄거예요. 농담이 아니라 “이걸 무슨 재미로 하나” 싶은 생각이 들며 돈과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게임을 좋아한다면 킹덤빌더는 정말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킹덤빌더를 싫어하시는 분들은 아마도 다양한 선택지 속에서 능동적으로 결단을 내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스타일의 게임을 좋아하시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그런 시각으로 게임을 바라보았을 때 킹덤빌더는 한없이 부족한 게임이었습니다.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진 지금이야 이러한 족쇄를 즐기는(?) 독특한 취향이 형성되며 킹덤빌더를 재미나게 즐기는 상황이 되었지만, 저는 킹덤빌더를 아무나에게 추천하지 않습니다. 그러기엔 호불호가 너무나도 갈리는 게임이예요.

제한된 상황 속에서 점수를 쥐어 짜내야 하는. 게임이 자꾸 악수를 던지며 엿을 먹이려 하지만 어떻게든 그것을 비틀어 묘수로 바꾸는. 집 하나하나가 가진 의미를 파악하고 유연하게 뻗어나갈 수 있는 위치를 찾는. 이러한 갑갑함을 게임의 재미로 느낀다면 킹덤빌더와 확장을 접해보세요. 꽤 재미난 시간을 보낼 수 있을겁니다.

그 외의 사람들은 피하세요.

5연속 똑같은 지역타일이 뽑혔을 때, 남들은 쭉쭉 뻗어나가는데 나 혼자 구석에서 놀고 있을 때. “뭐 이딴 게임이 있어. 드럽게 재미없네." 라며 분노하게 됩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블로그 :: http://www.raccoonca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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