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플 게임들 간단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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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6-1 오전 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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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보드게임 1인플을 꽤 좋아하는 편입니다.

접대게임 하느니 혼자 한다, 이런 경우도 있고,

진득하게 치열한 게임을 하고 싶을 때도 있고,

복작복작 열심히 모임 진행한 후에 후속 관심이 없는 허무함을 피하기에도 좋죠.

뭐, 다 차치하고, 재미있습니다.

혼자하느니 비디오게임이나 PC 게임을 하겠다 하시는 분도 많으시겠지만,

전 그런쪽도 주로 RPG나 시뮬레이션 쪽이라 (액션이나 슈팅은 영 안 맞아요)

작전짜고 수짜고 이런 점에서 재미를 느끼는 듯 합니다.

그리하여, 얼마전에 Friday 를 저렴하게 ($6.99) 중고구입한 기념으로, 1인플 리뷰 간단하게 남겨봅니다.

0. App

이 앱이 문제입니다, 너무 편리해요.

에러플 걱정도 없어, 점수 계산도 해줘, 세팅 및 정리도 필요없어, 빨리 끝나, 등등 장점이 매우 많습니다.

근데 그런 장점 때문에 자주 하게 되고, 빨리 하게 되고, 대충 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내가 보드게임을 통해 얻고자 하는 재미가 아닌 다른 재미를 얻게 되는 느낌이더군요.

뜨끈한 곰탕을 먹고 싶은데 간단한 라면을 먹는 느낌?

본 리뷰에 나올 게임 중에서는 아그리콜라와 오니림을 가지고 있습니다.

덕분에 얘네들은 손으로 잘 안 하게 되는 단점이,,

엇, 나가봐야 되서 잠시 중단하고 다시 오겠습니다.

네,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저처럼 아날로그 감성을 원하신다면 앱의 유혹을 피하시기 바랍니다.

한번 그 편안함에 맛들리면 돌아올 수 없어요~

그럼 시작합니다. 룰 설명은 별로 없이 감상 위주일 듯 합니다.

1. Exit 시리즈

1인용 게임은 아니지만 1인용으로 손색없는 좋은 게임입니다.

다만 혼자서 하기엔 가성비에서 좀 걸릴 수 있다는 단점이 있네요.

최근에 한것은 Exit: Oriental Express 오리엔탈 특급살인, Exit: Polar Station 남극기지 입니다.

초반 시리즈 들도 다 하진 않았지만 몇 개 했고요. 모두 1인플.

기본적으로는 수수께끼 풀이입니다.

스토리는 배경설명 + 몰입감을 도우려는 의도이겠으나 사실 큰 의미는 없고요.

방탈출의 느낌이라기 보다는 왜 그 뭐냐 고속버스 정류장에서 파는 "IQ 200 에 도전하라" 따위의 제목붙은 책,

그 중에 우수한 게임들 모아놓은 느낌?

그 와중에 이 게임만의 특성이 각 게임마다 한 두 문제에 녹아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도 처음 느꼈던 신선한 충격이 기억납니다. 버려진 오두막 이었을 겁니다.

아, 게임의 이런 부분을 이렇게! 아니 여기에 이걸!

스포 문제로 이정도만 적겠습니다, 해 보신 분들은 아실 것 같네요.

그 이후에는 처음의 충격은 없지만 그래도 한 두 문제 정도는 신선함을 선사해 주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나머지 문제들이 지루하거나 진부한 건 아니고요, 다들 어느정도 재미를 줍니다.

가아~끔 억지스러운게 있기도 하지만.

최근에 나온 오리엔탈 특급 살인은 수수께끼 풀이에 추리요소까지 더했습니다.

전 풀이는 다 했는데 추리는 실패, 범인을 못 맞추었네요.

컨설팅 디텍티브 할 때도 느꼈지만, 제가 봤던 거 다시봐서 정리하고 짜 맞추고 이런걸 가끔 귀찮아 하더라고요.

특히 게임 열심히 한 막판에 텐션이 떨어지면,,

Tip: 혼자 하시더라도 절대절대 꼭 가위로 자르고 펜으로 표시해 가면서 하십쇼!

전 처음에 혼자 그러기 아까워서 최대한 보존해 가며 하고 복사도 해서 자르고 그랬습니다.

다 클리어 후에는 다른 사람에게 선물했고요.

근데요, 그거 받은 사람들 재미있게 플레이 하는 것 같지 않더군요.

그냥 최대한 즐겁게 할 수 있는 사람 (바로 당신) 이 게임의 의도대로 즐기는 것이 나은 것 같습니다.

가장 최근 게임을 그렇게 자르고 표시하고 했더니 속이 너무 시원했더라는 후문입니다.

2. Friday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굳이 살 계기가 없었던 그 게임,

1인플 되는 게임이 있는 건 좋지만 1인전용 게임을 산다는 점에서 뭔가 모르게 마음에 걸렸던 그 게임,

동네 매장에서 중고로 들어와 있는 것을 (그것도 싼 가격에) 발견하지 않았다면 평생 사지 않았을 그 게임,

프라이데이 입니다.

아 이거 물건이네요.

과장 많이 보탤게요. 메이지 나이트 느낌이 납니다. ㅋㅋ

아래 사진 보시죠.

마지막 해적 (이 아니고 침략선 인가요?) 이랑 싸움에서 이긴 장면입니다.

메이지나이트에서 마지막 도시 점령하는 느낌이 난다면 오버일까요?

기본적으로 덱빌딩 입니다.

위험을 만나고 그 위험을 극복하면 나에게 이로운 카드가 되어 내 덱을 채우게 되죠.

카드에는 기본적인 공격력 외에 몇 가지 특수 능력이 있고요.

(사진에 옆으로 누워있는 카드들이 능력 사용한 카드들입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는 카드의 폐기가 카드 능력만이 아니라 위험체크 실패시에도 가능하다는 점이죠.

이로 인해 초반 전략이 재미있어 지는데, 일부러 패배를 반복하며 쓸모 없거나 오히려 방해되는 카드를 없애는 것이죠.

익숙해지면 15분 정도에 한판이 끝나는 것 같습니다. 아 물론 질 때는 5분만에 지기도 합니다.

산지 3일도 안 되었는데 벌써 10판 가까이 한 것 같습니다.

이게 지면 은근히 약올라서 또 하게 되더라고요.

한 수 한 수 치열하게 하기보다는 가볍게 가볍게 슥슥 넘기는 느낌으로다가 하는 중입니다.

카드 카운팅 이런 쪽은 성격상 맞지도 않고요.

저처럼 가볍게 들이대시는 분들도, 카운팅하며 치열하게 하시는 분들도 재미있게 하실 듯 합니다.

Tip: 은근히 자리를 차지합니다. 룰북 말고 따로 있는 세팅방법 안내를 참조하세요.

이건 전략을 찾아보지 말고 부딪혀가며 익히는 게 더 재미있을 게임입니다.

알고 나면 재미 없어질지도,,,

3. 오니림 (2판)

이것도 같은 매장에서 중고로 구매한 게임입니다. ($14.99 였던 듯)

1~2인 게임이라고 나와있긴 한데, 이건 1인 게임이라고 봐야죠.

2판에는 확장이 무려 8가지나 들어있습니다. 아직 다 못해 봤네요.

우선 카드가 이쁩니다 이뻐요. 프라이데이랑 비교하면 더 이뻐요.

지금 위 문장을 쓰고 나니 슬리브를 해야하나 라는 생각이 드네요.

악몽속에서 문을 발견하여 탈출하는, 그런 내용인데, 네 중요하진 않습니다.

카드 세트 맞추기를 기본으로 두고, 위험관리와 몇 가지 선택지를 주는 게임입니다.

한 번 한 번의 선택이 프라이데이의 그것보다는 좀 더 무거운 느낌?

본판에 익숙해 질 즈음에 확장을 하나씩 하나씩 넣으면,

이게 또 같은 게임인데 다른 느낌으로, 혹은 다른 게임 같은데 같은 느낌으로, (뭔 말이냐)

다양하게 다가옵니다.

어플로 하면서 느낀건데, 초반 핸드 운이 승패에 조금 중요한 느낌입니다.

어쩌면 사기의 문제일 수도 있고요. 초반에 너무 꼬이면 의욕이 떨어져서 더 대충하게 되거든요.

다른 시리즈도 해 보고 싶으냐 하면, 나서서 사진 않겠지만 중고로 눈에 띄면 들고 오겠다, 정도의 느낌입니다.

Tip: 어플 다운로드 하지 마세요. 님아 그 손을 누르지 마오.

어플 받은 이후에 게임박스를 열지를 못했습니다. ㅠㅠ

4. 아그리콜라

사실 게임을 살 때는 1인플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산 게임인데,

지금 돌아보니 제가 제일 처음으로 플레이한 1인 보드게임이 아그리콜라네요.

처음에 1인플은 설명 전에 룰을 확실히 익히려고 진행했었고,

이후에 게임에 익숙해 진 후에는 1인플 시나리오로 재미있게 여러판을 진행했습니다.

아그리콜라는 1인플과 다인플이 전혀 다른 게임입니다.

특히 액션의 급함에서 큰 차이를 보이죠.

물건이 쌓이는 곳 (동물이나 자원) 이 다인플에선 선점해야 하는 곳이었다면,

1인플에선 느긋하게 쌓이길 기다리며 가장 효율적으로 받아 먹을 타이밍을 재는 곳이 됩니다.

반면 매 번 가치가 변하지 않는 액션들 (밭, 곡식, 직업) 등을 초반에 하게 되죠.

아쉬운 점이 있다면 (뭐 이건 다인플에서도 어느 정도 마찬가지 이지만) 게임이 끝난 후에 모습이 다 비슷비슷 하다는거?

아무래도 하나의 요소로 올인할 만한 점수 구조가 아니다보니 모든 걸 다양하게 하게 되고,

목표가 되는 개인보드의 모양이 비슷하다보니 전체적인 게임도 비슷하게 흘러갑니다.

그래도 자신의 전략이 고착화되기 전까지는 꽤 재미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특히 1인플 시나리오로 하면 저번판에 얻은 직업카드를 가지고 가게 되어서 뭔가 발전하는 느낌도 나고요.

Tip: 1인플을 하시게 된다면 다양하게 다채롭게 플레이를 해 보시길 권합니다.

아, 그리고 어플 받지 마세요. 너무 편리해요.

5. 메이지나이트

아~ 너무 좋은데, 다 좋은데, 너무 오래 걸립니다.

그래서 제가 메이지나이트 레거시 룰과 시나리오를 구상 중인것인데,

그러잖아도 오래 걸리는 게임을 밸런스까지 보면서 하자니 정말 진행이 더디네요.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하고 싶어할 정도의 게임입니다.

요새는 다인플도 해보고 싶어지네요.

짧게 끝나는 시나리오도 있지만,

먹다 만 느낌이라서요.

시간만 충분하다면 매우 흡족한 지적유희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잔룰이요? 에러플요? 5판만 하시면 어느 정도 해결됩니다.

메이지나이트는 보드도 있고 피규어도 있지만,

덱빌딩이 본질입니다.

가장 현명한 아이디어는 획득한 카드가 덱의 맨 위로 올라간다는 점입니다.

새로운 기술을 얻으면, 아이템을 얻으면, 당장 써보고 싶잖아요?

그게 테마에도 맞을 것 같고요.

도미니언을 처음 배울 때 가장 당황스러운 부분은 카드를 샀는데 바로 버리는 점이 아닐까 합니다.

게임의 시스템적인 면에서는 당위성이 충분하지만, 좀 어색하죠.

이게 또 전략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것이,

다음턴에 나올 카드를 알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 내 피해정도를 조절할 수도 있게됩니다.

여러분 메이지나이트 하세요~ 세번 하세요~

Tip: 저처럼 짧은 시간에 깊게 해 보고 싶으신 분들,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메이지나이트 레거시 완성해서 올리겠습니다.

3년만 기다려 주세요~

6. 셜록홈즈 컨설팅 디텍티브

한글화 펀딩 많이들 들어가셨나요?

번역이 잘 되었을지 궁금하네요..

추리소설에서 활약하는 탐정들을 보면서 나도 한번 저런걸 해보고 싶다 이런 생각 하시나요?

그런 탐정체험을 해 보시려면 현재 나와있는 보드게임 중 가장 적합한 게임이 아닌가 싶습니다.

탐정은요, 번득이는 아이디어와 날카로운 관찰력도 필요하지만,

체력과 인내심, 그리고 진득함이 필요합니다.

이 게임 해 보시면 느끼실 거에요.

이 장소 저 장소 다녀서 이야기 듣고, 단서 조합하고, 잘 짜 맞춰서 전체의 그림을 완성할 때의 희열!

은 사실 저는 많이 못 느꼈습니다.

의욕적으로 시작했다가 텐션저하로 흐지부지 대충 답하고 정답보고 그렇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면, 한 번 갔던곳 내용 다시 보고, 처음 의뢰내용도 또 보고, 그래야 되는데, 길게 하다보면 힘들어서,,,

꼭 메모를 하면서 해야 되고, 중간에 한번 브리핑도 하면 좋습니다.

왜 추리소설 보면 탐정이, "자 그럼 지금까지 내용을 정리해보죠. A씨는 7시에 피해자를 보신 후 사무실을 나가셨고, B씨는 8시에 통화를 하셨단 말이죠?"

이렇게 정리할 때가 있잖아요?

그런 정리가 중간중간에 되면 짜 맞추기가 편리하실 듯 합니다.

저는 약간 소설 읽는 느낌으로 범인 맞추기나 정답에 연연하지 않고 하게 되더군요.

그래도 재미있습니다. 내가 능동적으로 주도하는 소설의 느낌?

한글판이 번역이 잘 되어 나온다면 한 카피 소장하고 싶네요.

Tip: 홈즈를 이기려고 하지 마세요. 문제를 다 맞추려고도 하지 마세요.

책 읽듯이 소소히 읽어나가면서 과정을 즐기세요~

메모는 필수입니다. 기억하세요, 탐정은 끈기와 인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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