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Sonata 소개(스압!)

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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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5-8 오후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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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에 작문실력이 형편없는 순수 이과생이어서 리뷰나 후기 등을 잘 작성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접하게 된 Black Sonata(블랙 소나타)는 매우 흥미로운 테마를 가지고 있어서 나름 게임과 함께 배경에 대한 소개를 해보고자 합니다.

게임을 하면서 나름 테마를 중요시하는 편입니다. 같은 게임이라도 테마를 바꾸어서 새롭게 출판되면 완전히 새로운 게임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몰입도를 높여준다고 할까요?

블랙 소나타는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배경으로 당시 런던에서 셰익스피어의 소네트에 등장하는 의문의 Dark Lady의 정체를 밝혀내는 1인용 추론(디덕션) 게임입니다. 그렇습니다 무려 ‘1인용’ 게임입니다. 그래서 더 관심을 가졌던 게임입니다.

개인적으로 문학과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셰익스피어라고 하면 아는건 4개 비극(햄릿, 오셀로, 리어왕, 맥베스)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로미오와 줄리엣’ 정도? 블랙 소나타란 게임의 설명을 처음 보면서 ‘소네트?’ ‘소네트가 뭐야?’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녹색창에 셰익스피어를 검색해 보니 첫 인물평에 ‘영국이 낳은 세계 최고 극작가로서, 희.비극을 포함한 38편의 희곡과 여러 권의 시집 및 소네트집이 있다’ 라고 나옵니다. 어...’소네트?’가 처음에 나오네? 소네트가 뭐지??

(이어지는 글은 문학에 문외한인 이과생이 짧은 검색을 통해 얻은 내용입니다. 이과생이 아니신 분들 내지 이과생이면서 문학에 대해 아시는 분들은 뒤로가기를 누르시거나 짧은 지식 및 혹시모를 잘못된 내용에 첨언 및 지적을 바랍니다)

소네트를 검색하면 나오는 설명입니다.

- 소네트란 14행의 정형시로 각 행은 약강 오보격입니다. 원래 이탈리아의 시인 단테와 페트라르카가 주로 쓴 연시였는데 16세기 초에 토마스 와이어트 경과 헨리 하워드 서리 백작이 영국에 들여왔습니다. 영국만의 독특한 형식으로 변형 발전되었는데 특히 셰익스피어의 소네트가 유명합니다. 셰익스피어 소네트의 각운은 abab, cdcd, efef, gg의 형태로 4행씩 3개에다 하나의 2행 연구(couplet)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12행에서 전개되던 내용을 마지막 2행으로 결론을 내립니다. 이 두 행은 경구적 내용은 담고 있을 때가 많고 앞의 내용과 반전을 이루는 경우도 있습니다. -

셰익스피어의 소네트(Shakespeare`s Sonnets)

1592년 유럽에 흑사병이 창궐하면서 공연장이 일제히 문을 닫게 된 것이 셰익스피어가 소네트를 쓰기 시작한 계기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시집은 시인(화자), 젊은 귀족 남성, ‘흑발의 여인(검은 여인, 흑부인, Dark Lady)’이라 불리는 미모의 여성, 이 세 사람 사이의 우정, 사랑, 결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1-126번까지는 아름다운 젊은이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는데 그 중 1-17번까지는 진정한 사랑과 그를 바탕으로 한 결합으로 후손을 생산해내는 것이 인간으로서의 의무라는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127-152번까지는 ‘흑발의 여인’에 대한 환멸을 담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시간과 죽음, 짧은 인생에 대한 명상이 이루어집니다. 시인은 찰나적 인생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사랑으로 후손을 얻는 것을 권하고 더불어 삶의 찰나성에 맞서는 시의 영원성을 강조합니다. 다음은 시의 영원함을 노래한 55번 소네트입니다.

대리석도, 군주를 위하여 세운

황금 기념비도, 이 시보다 오래 남지 못하리.

오랜 세월에 더럽혀지고 때 묻은 비석보다

그대는 이 시 속에서 더욱 빛나리.

파괴적인 전쟁이 조각들을 무너뜨리고,

소요가 석공들의 작품을 뽑을 때에도

군신의 칼도, 전쟁의 화급한 포화도,

그대를 기념하는 이 생생한 기록을 없애지 못하리.

죽음과 모든 것을 잊게 하는 적을 물리치고

그대는 전진하리라, 그대의 예찬은

말세까지 이 지상에 영속할

자자손손의 눈 속에 남으리라.

그렇게 그대가 재생할 심판 날까지

그대는 내 시 속에, 그리고 연인들의 눈 속에 살리라.

Not marble, nor the gilded monuments

Of princes, shall outlive this powerful rhyme;

But you shall shine more bright in these contents

Than unswept stone besmear'd with sluttish time.

When wasteful war shall statues overturn,

And broils root out the work of masonry,

Nor Mars his sword nor war's quick fire shall burn

The living record of your memory.

'Gainst death and all-oblivious enmity

Shall you pace forth; your praise shall still find room

Even in the eyes of all posterity

That wear this world out to the ending doom.

So, till the judgment that yourself arise,

You live in this, and dwell in lovers' eyes.

- 소네트집. 윌리엄 셰익스피어 저. 박우수 역. 열린책들.

각운을 느끼셨나요? 한국어로 번역시 각운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다음의 각운을 표시한 116번 소네트를 보시고 다시 한번 55번 소네트 원문을 보십시오.

116번 소네트 “Let me not to the marriage of true minds”

Let me not to the marriage of true minds (a)

admit impediments. Love is not love (b)

Which alters when it alteration finds, (a)

Or bends with the remover to remove: (b)

O, no! it is an ever-fixed mark, (c)

That looks on tempests and is never shaken; (d)

It is the star to every wandering bark, (c)

Whose worth's unknown, although his height be taken. (d)

Love's not Time's fool, though rosy lips and cheeks (e)

Within his ending sickle's compass come (f)

Love alters not with his brief hours and weeks (e)

But bears it out even to the edge of doom. (f)

If this be error and upon me proved, (g)

I never writ, nor no man ever loved. (g)

느껴지시죠?

게임에서 잠행카드(Stealth card)의 서열은 이런 각운에서 모티브를 가져왔을까?라는 생각을 잠시 해봤지만 그건 과대 망상인것 같습니다 ㅎ

게임의 목적은 이 소네트에 나오는 Dark Lady의 정체를 밝히는 것입니다. 작중 Dark Lady는 셰익스피어의 애인으로 미남 친구가 가로채게 됩니다. 셰익스피어는 남자를 탓하기보다 그 여자를 탓하며, 못된 여자가 착한 청년을 유혹하여 늙은 자기를 따돌렸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괴로움을 실로 받아들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는 여자보다 남자 친구를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이 여자는 유부녀로써 ‘유부남’인 셰익스피어의 정부로 보입니다. 그녀는 당시의 미인의 조건에서 벗어난 검은 머리, 검은 눈, 까무잡잡한 살결의 여자였다고 합니다. 셰익스피어는 이 발랄한 여자에게 완전히 빠졌던 것으로 보이고, 후세의 비평가들은 이 여자를 Dark Lady라 부르며 그가 누구였는지 밝히려 하나 셰익스피어가 사랑한 젊은 미남 귀족과 마찬가지로 그 정체를 알아내지 못합니다. Dark Lady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와 연구가 있으며, 당장 녹색창에 검색해봐도 Dark Lady에 대한 국내 논문이 여러 편 검색됩니다. 과연 이 Dark Lady는 누구일까요? 게임에 등장하는 후보자들 중의 한명이기는 한걸까요? 아니 실존인물이기는 할까요?

이제 게임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게임 준비 모습입니다.

게임 보드는 런던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각 장소들은 선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흑부인은 매 차례마다 선을 따라 1칸을 이동하며 난이도에 따라 같은 장소에 머무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2칸을 이동하거나 선이 연결되지 않은 곳으로 이동할 수는 없습니다. 플레이어는 흑부인과 같은 장소에 있을 경우 흑부인을 탐색하거나 정체를 밝힐 수 있습니다.

흑부인 카드입니다(이후로 Dark Lady를 흑부인으로 하겠습니다). 좌측은 앞면 우측은 뒷면입니다.

(출처: 킥스)

카드의 좌측에는 이 캐릭터의 3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측에는 단서가 있습니다.

흑부인 카드는 뒷면에 슈트 그림이 있습니다. 총 6가지의 슈트가 있고, 각 슈트마다 카드가 2장씩입니다. 따라서 흑부인 후보자는 총 12명입니다. 우측의 단서는 다른 슈트의 후보자가 현재 이 캐릭터의 특징 3가지 중 몇가지를 가지고 있는지 알려줍니다. 즉 위의 그림에서 블루벨 슈트의 후보자 2명은 좌측 상징 3가지 중 2가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게임에서는 흑부인의 슈트를 알고 진행하기 때문에 흑부인의 정체를 좁혀갈 수 있습니다.

1인용 게임이므로 흑부인은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이동하게 됩니다. 다음은 이 이동을 결정할 잠행(Stealth) 카드입니다.

(출처: 킥스)

잠행 카드입니다. 보시면 카드의 앞면에는 아이콘이 있습니다. 뒷면에는 Dark Lady의 그림자와 상하로 알파벳이 적혀있습니다. 플레이어는 이 8개의 알파벳이 있는 자리 중(비어있는 자리도 있습니다) 1곳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모든 잠행카드를 선택한 자리를 기준으로 알파벳 순서로 정리합니다. 기본은 A->Z 또는 Z->A의 순서로 정리하며(선택한 자리가 비어있는 카드는 제거합니다), 룰북의 뒷편에 여러가지 난이도에 따른 정리 순서가 추가로 있습니다. 이것이 Dark Lady의 이동경로입니다. 플레이어는 매 차례마다 가장 위에 있는 카드를 아래로 옮기며 카드를 순환합니다. 가장 위에 있는 카드가 현재 흑부인이 있는 장소입니다.

복잡한 것 같지만 단순하게 생각하면 잠행카드는 장소가 적혀있는 카드들입니다. 알파벳순서로 정리하면 장소 카드들이 길로 연결된 순서대로 정리되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이 게임의 특징인 탐색입니다.

(출처: 킥스)

탐색을 하기로 하면 현재 '잠행 카드'를 플레이어가 위치한 장소의 '장소 열쇠 카드'에 올려 놓습니다. 그리고 함께 뒤집습니다. 장소 열쇠 카드의 구멍으로 흑부인의 그림자가 보인다면 탐색에 성공한 것입니다! 실패한다면 게임에서 해당 잠행카드를 제거하고 안개 카드로 교체합니다.(사진이 흐려서 안보이죠? 장소 카드에 적힌 글의 각운 느껴지세요?)

사실 카드를 뒤집어서 적혀있는 장소를 보고 성공을 결정하면 단순하지만 게임의 재미를 위해 마련한 장치입니다. 이런 장치 하나로 게임의 재미가 더 늘어나는것 같습니다.

흑부인의 3가지 특징이 확실해지면 흑부인을 탐색합니다. 성공하면 흑부인 카드를 공개하고 플레이어의 예상이 맞았는지 확인합니다!

제 첫 플레이 사진입니다. 제 예상이 맞았습니다! 흑부인의 정체를 밝혀냈습니다!

하지만 점수는 16점 ㅠㅠ

(게임은 잠행 덱을 3번 순환하는 동안 흑부인을 찾아내야 합니다. 흑부인을 찾아내는 순간 그동안 진행된 잠행 덱의 숫자로 점수를 계산합니다.)

일목요연하게 게임을 글로 설명하기가 어렵네요. 자세한 것은 룰북을 참고해주십시오.

게임의 첫 인상은 화이트채플 오토마에 클루를 합친 느낌?이었습니다. 작은 볼륨에 1인용 게임이라는 제한된 상황에서 예상보다 큰 재미를 받았습니다. 시간적, 지리적 등 여러가지 제한으로 게임을 하기 어려운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게임 시간도 30분 미만입니다. 리플레이성은…흑부인 카드를 외우지만 않으신다면 충분하다고 봅니다.

현 상황에서 드릴 수 있는 게임의 팁은

1. 흑부인은 같은 경로로 3번 이동하게 됩니다. 처음에 길을 외우고 2번째에 잡아야? 합니다.

2. 안개 카드를 적극 사용해야 합니다.

저는 킥스로 구매를 했습니다. 아직 리테일샵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제작사에서는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http://www.sideroomgames.com

제작사가 다음 킥스로 Maquis라는 1인용 일꾼놓기 게임을 후속게임으로 발표했습니다. 킥스가 끝나기전에 블랙 소나타를 소개하려고 했는데…게을러서 이미 끝나버렸네요;

1인용 게임이 필요하신 분들! 이 제작사를 주목하십시오! ㅜㅜ

장문의 글은 처음이라 정리되지 못하고 늘어졌습니다. 글로 설명하기 쉽지 않네요. 좋은 정보, 리뷰 올려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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