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주의)천호 보드스토리와 중학교 보드게임 동아리

네오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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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4-27 오전 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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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모시는 분이 학교에서 학생들 보드게임 동아리를 맡고 있습니다.
(지금 제가 하고 있는 방과 후 수업과는 다릅니다)

올해로 3년째이고, 지난 2년간은 (보드스토리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했습니다.

학생들은 반마다 두 명씩 의무(강제)적으로 왔기에, 어쩔 수 없이 떠밀려 온 학생들도 많았습니다.
친한 애들끼리 몰려와서 게임은 할 줄도 모르고, 여학생들은 유튜브 뷰티 방송이나 찍고(비유입니다), 남학생들은 서로 쏴 죽이기만(뱅뱅뱅)했답니다.
(개인적으로 뱅을 정말 싫어합니다.)

2년 전엔 저도 바빠서(?) 신경 쓰지 못했고, 작년부턴 저도 이것저것 조언을 해 주었습니다만...
동아리를 맡은 선생님들은 지도사가 아니라 인솔자일 뿐이라서, 거기에 선생님들 본인이 게임을 모르니까 소용이 없었습니다.

작년 가을에 큰 맘(?) 먹고 제가 모시는 분을 보드게임에 입문시켰습니다.
물론 제일 큰 이유는 우리가 재미있게 즐기기 위함이었죠. (학생들 지도는 부가적임)

다빈치코드를 하루 두 시간씩 보름을 했고, 루미큐브를 왼손으로 상대해 주었으며, 더 게임을 위해 카드 카운팅도 시키고, 라티스는 한쪽 눈 감고 하고, 밀물과 썰물 솔플을 수십 판 하게 했고, 스플렌더를 제가 일 인 이 역까지 해가며 수십 판을 돌렸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보드게임 입문이 지금은 크게 발전하여, 도미니언은 저를 압도하고, 푸코는 둘이서 두 명씩 맡아서 4인플(좌우 2대 2) 게임을 하며, 시트러스나 진 같은 게임은 못 해서 안달입니다.

대략 100개 넘게 경험을 했고, 아직 100개 넘게 대기 중입니다.

이렇게 선생님이 보드게임에 눈을 뜨고 재미를 붙이니까, 올해는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제가 후기랍시고 적는 방과 후 수업도 개설해서 저랑 같이 보드게임 수업도 하고, 동아리도 3년째 맡아서 시작했습니다.

지난 1월 슝슝님과의 만남에서 가본 천호 보드스토리가 맘에 들어서, 당시에도 사장님과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그리고 4월이 되어서 전화와 문자로 이야기를 해서 장소 섭외를 한 것입니다.

그 동아리의 첫 모임이 24일 수요일에 있었습니다. 보드게임 동아리 3개 학년 전원(학생 44명, 선생님 세 분, 저까지 48명)이 보드스토리로~~

저는 전날(23일)에 미리 가서 장소와 게임을 체크하고, 시뮬레이션을 했습니다.

그때 찍은 사진입니다 ^^

(평일은 3시 오픈이나, 오늘은 저희를 위해 1시부터 오픈해 주셨습니다)

(제일 인기가 많았던, 거짓말 탐지기...)

(나도 아직 못 구한 게임들이... 부럽당...)

그리고 24일 오후 1시부터 3시 반 넘어서까지, 학생들과 시끄러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방과 후 수업은 지도가 목적이지만, 동아리는 학생들 지도보다는 유희가 목적입니다. 학생들도 놀려고 오는 것이지, 배우려고 오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도 저는 신경이 많이 쓰였습니다.

학생들이 이왕 놀더라도 좀 더 게임다운 게임을 해보길 바랐고, 신경써서 좋은 장소를 섭외했는데 학생들이 엉망으로 행동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학생들도 간단히 교육시키고, 사장님께도 점수 딸 겸(그래야 사장님도 더 기분 좋게 학생들을 상대해 주시리라 믿고^^), 동아리 시작 전에 교육을 했습니다.

40명이 넘는 학생들에게 큰 목소리로, 핵심 단어는 강조를 넣어가며,

"학생 여러분? 저는 올해 방과 후 수업에서 보드게임 수업을 하는 강사입니다. 이 자리는 선생님들과 제가 학생 여러분들을 위해 직접 마련한 장소이며, 학생 여러분들이 재미있게 놀다 가셨으면 합니다"

"그전에 간단히 당부사항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게임을 비롯한 모든 물건은 조심스럽게 다루어 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본인을 위해서 게임 전에 손을 꼭 씻으시고, 많은 사람들이 만지는 게임을 하게 되면 손이 더러워 지니까, 손으로 집어먹는 과자나 초콜릿은 가급적 게임하면서 드시지 마시길 바랍니다"

"다양한 게임이 있는 장소에 왔으니까, 이 기회에 여러 가지 것들을 경험해보시고 가시길 바랍니다. 이 게임들은 개인이 돈 주고 사기엔 비싸고, 혼자선 하기도 힘듭니다. 나중에 성인이 되면, 지금의 경험이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더 큰 목소리로) 안쪽의 1학년 학생들? 집중하세요~!!!!!"

"저를 비롯, 사장님과 직원분들이 게임 안내를 해 줄 것입니다. 필요한 것이 있거든 주저 마시고 물어보시길 바랍니다. 그럼 재미있게 게임하십시오. 이상입니다."

(이 후 음악이 흘러나오고, 실내는 왁자지껄~~)

(1학년들은 일부러 가장 안쪽의 단체석에 3팀으로 구분해 놓았습니다)

사회쌤은 한 테이블을 맡아 더 게임을 지도했고, 전 5명씩 양쪽 두 테이블에 바퀴벌레 포커를 설명했습니다.

(더 게임 전도사 사회쌤)

마침 제 방과 후 수업을 듣는 (사회쌤이 가장 편애? 하는) 조개 군이 있었습니다.
조개 군은 어제 방과 후 수업에서 바퀴벌레 포커 설명을 들었기 때문에 이해가 빨랐고, 덕분에 저도 설명을 마친 후 조개 군에게 한쪽 테이블의 진행을 맡길 수 있었습니다.

(게임 같이할 것이라고 기다리라고 했거늘...

그사이를 못 참고, 거짓말 탐지기를 가지고온 1학년.

참! 말 안 들 어 요~)

저랑 게임을 같이한 학생들을 옷 색깔로 구분하겠습니다.
파란 옷(여), 빨간 옷(여), 흰옷(여), 녹색 옷(남), 검은 옷(남)
빨간 옷 학생이 제일 눈에 띄었습니다. 집중력 부족에 산만하고, 가볍고, 어쩜 그리 한눈에 보이는지...

게임 설명을 마치고, 실제 플레이를 가정하며 예시를 보여주는데,
"재미없겠다" 라며 대놓고 싫은 표정을 짓더군요.

저는 웃으며, 룰이 아닌 이 게임의 포인트를 설명해줬습니다.

"이 게임은 친구들의 속마음을 읽어내는 게임입니다. 지금 나에게 카드를 건네는 친구가, 진실을 말하는지 거짓을 말하는지 맞추어야 합니다! 가장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 아니라, 가장 친구들의 속마음을 못 읽어내는 사람이 지는 게임입니다"

"여러분은 친구들을 잘 안다고 자신하십니까? 그렇다면 그 친구의 눈을 보고 확실히 말해주십시오~"

"어디서 약을 팔아~? 라고 말입니다"

그러자 학생들의 호기심이 발동했는지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아서, 설명과 전달, 조언 등 학생들이 빠르게 상황을 이해하고 응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일곱 번째 카드가 돌고 나서 저는 일부러 판세 분석도 해주었습니다.

"지금까지 지켜본 결과! 흰옷은 주로 진실을 빨간 옷은 거짓을 파란 옷은... 속을 알 수 없네요"

두 남학생 사이에 위치했던 나는 이렇게 말하며, 남학생들의 반응을 살폈습니다.
검은 옷의 학생은 내 분석을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사람들이 거짓을 말할 때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않고 시선을 돌린다든지, 눈이 한쪽 위로 쏠려서 상상을 한다든지, 바로 답하지 않고 뜸을 들인다든지, 코가 벌렁거리거나 입술을 씰룩거리고, 침을 삼킨다든지 등등입니다"

"흰옷이 파란 옷에게 박쥐라며 카드를 줬는데, 파란 옷은 바로 확인하더니 망설이지도 않고 박쥐라며 빨간 옷에게 줬습니다. 그런데! 빨간 옷은 카드를 확인하더니 뭔가를 생각하고, 망설이며 녹색 옷에게 바퀴벌레랍니다! 그걸 또 녹색 옷은 박쥐라며 검은 옷에게 넘기는군요? 자, 검은 옷 학생? 이것은 박쥐일까요 아닐까요?"

검은 옷 학생은 내 설명을 듣고 박쥐가 맞다고 했고, 실제로도 박쥐였습니다.
벌칙으로 박쥐 카드는 녹색 옷 학생이 먹었습니다

이어서 저는 녹색 옷 학생에게 말해주었습니다.

"방금 빨간 옷 학생 덕분에(?) 저 카드가 뭔지를 눈치챘다면, 다른 사람에게 넘길 것이 아니라 본인이 맞추었어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도 다 알아버린 상황에서 카드를 넘겨버리면, 지금처럼 본인이 당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나는 중계방송과 해설을 하면서 학생들과 게임을 했습니다.

꼴찌는 당연히(?) 빨간 옷 학생이었고, 제일 놀라운 것은 검은 옷 학생은 카드를 한 장도 먹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몇 번이나 마지막 카드가 본인에게 넘어왔음에도, 모두 맞추어 버리는 실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저는 칭찬을 해주었고, 나중에 학생 앞에서 사회쌤에게도 또 칭찬했습니다. (제발 여름방학 때나 2학기 때는 방과 후 수업 들으러 와라~~)

바퀴벌레 포커를 마치는데,
시작 직전, 재미없겠다~ 라며 초를 쳤던 빨간 옷 학생이 (본인이 꼴찌 했음에도)
"재밌었어요~"라고 했습니다 ^^

제가 맡았던 양쪽 테이블의 바퀴벌레 포커가 끝나자, 사회쌤은 조개 군이 있던 테이블로 가서 더 게임을 지도했고, 저는 방금 전의 학생들과 러브레터를 했습니다.

(왕이 최고가 아니야~~)

한 번 해보고 나니까, 학생들의 집중도는 높아졌더군요. 간단히 룰 설명을 하고, 5인플 이라서 왕(즉시 탈락) 카드도 넣고 게임을 했습니다.
검은 옷 학생, 확실히 센스가 있었습니다. 첫 판은 룰만 설명해주고 요령은 알려주지 않았음에도, 기사나 마법사 카드가 두 장뿐이란 걸 읽어내고 판단했습니다. 오호라?
왕카드가 걸려서 바로 탈락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전부 끝까지 살아남더군요.

그렇게 러브레터까지 마치자, 사회쌤이 조개 군이 있던 테이블에서 더 게임을 끝내고 이쪽으로 오셨습니다. 그렇게 더 게임까지 했습니다.

(더 게임을 열심히 전파하시는 사회쌤. 그런데 나중에 사회쌤이 말씀하시길, 학생들의 이해도와 관심도 모두, 방과 후 수업보다 못 하다 하시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