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3일 보드게임 방과후 수업 후기입니다

네오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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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4-26 오후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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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기록처럼 남긴 글을 보드라이프에 올리는 것이라서, 본문은 1인칭(일명 half word)으로 썼습니다.

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하늘이는 못 온대요~"

성미의 보고(?)를 시작으로 학생들이 교실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마블과 레전드는 아직 안 왔고, 5명의 학생들과 봄의 정원부터 하기로 했다.

게임을 세팅하면서 잠깐 최저가와 성미랑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장난을 쳤다.

(진지하게 나의 농담을 듣고있는 학생들)

"이 토큰 보세요! 크기도 크고 손 맛이 있죠? 이걸 가볍게 던져서 하는 게임입니다. 손이 절대로 게임판 (공중으로도) 안으로 들어가면 안 됩니다~"

"게임판 중앙을 보면 웅덩이가 있죠? 이 웅덩이에 가까울수록 점수가 높고, 대신에 조금이라도 웅덩이에 닿으면, 바로 그 토큰은 탈락입니다!"

"이미 놓인 토큰을 쳐서 웅덩이에 닿게 하면, 그 토큰을 탈락시킬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다른 사람의 토큰을 제거하고, 본인의 토큰을 더 가깝게 놓을 수 있습니다."

라고 농담을 했는데...

최저가와 성미는 아주 아주 재미있겠단 반응과 함께 그대로 믿어버렸다.

잠시 후, 방금 한 말은 농담이었고 사회쌤이 설명해 줄 것이라고 하자 최저가와 성미는 속았다는 것에 분해하더라 ㅡ.ㅡㅋ

'미안~ 대신 다음 시간에 진짜로 주사위가 날아다니는 큐브 퀘스트 시켜줄게~'

사회쌤, 최저가, 성미가 한 팀.
조개, 소환사, 발리가 한 팀.

이렇게 두 개의 팀으로 나누어서 봄의 정원을 설명하고 시작하는데,
설명 중에 마블이 도착해서 사회쌤이 빠지고, 그 자리에 마블이 들어감.

늦게 도착한 레전드가 게임에 합류를 못하자, 사회쌤이 레전드와 소환사(봄의 정원 한 판 하고 빠짐)를 데리고 라티스를 시작했다.

그렇게 최저가, 마블, 성미의 3인플과

조개와 발리의 2인플이 계속 이어졌다.

봄의 정원 리뷰는 다른 글로 쓰고,
학생들의 반응과 느낀 점 위주로 써보면

마블
- 내가 일등이라니? 일 등 이 라 니 ~~~
나 천잰가봐?

성미
- 응, 아냐

최저가
- 선생님? 저 6개 연속 달성했어요~~
저 천잰가봐요~~

성미
- 응, 너도 아냐

(니들 뭐하냐???)

이 세 명은 도대체... 뭘 하는 걸까?
마블과 최저가는 다른 사람 것은 보지도 않고, 오로지 자신의 것에만 집중하네. 성미는 자신이 승리보다는 그냥 게임을 하는 느낌이고.
정말이지 '누가누가 더 혼자 하나' 게임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나도 웃겼다.

그래... 본인들이 재미있으면 된 거지... 휴~

나는 진단을 내리고, 과감히? 처방을 포기했다
ㅡ.ㅡ;;;

내가 주로 집중한 곳은 조개와 발리, 소환사였다.

첫 3인플은 경험을 해 보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래서 게임 룰만 설명해주고, 어떻게 해야 더 잘할 수 있는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첫 판은 조개와 소환사의 치열한 경합 끝에 조개가 이겼다. 그리고 소환사는 사회쌤에게 라티스로 소환당했고, 조개와 발리의 1대 1 진검승부가 펼쳐지는데,

나
"자~ 1대 1 승부! 자신 있습니까?"

조개
"(그 정도야 쉽다는 듯이 웃으며) 예~"

발리
"(눈에 불이 켜지며) 자신 있어요~"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1승 1패씩.
첫 판은 조개가 무난하게(?) 이겼다. 예상대로랄까?

나는 봄의 정원을 조금 더 잘할 수 있는 요령을 알려주었다.

"전체의 개수는 정해져 있으니, 초반에 적게 나오면 후반에 많이 나온다는 뜻입니다. 이것을 미리 판단해서 자신의 꽃길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조커(잉어 타일)는 마지막에 자신뿐이 아니라 모두에게 적용이 됩니다. 그렇다면 나에겐 좀 더 유리하고, 상대에겐 덜 유리하게 써야 합니다. 어디에 두는 것이 좋을까요?"

라며 본인 시점 기준으로 6칸이지만, 상대의 시점 기준으로 4칸인 곳을 알려줬다.

두 번째 판이 시작되었고 발리가 이겼는데, 그 이유가 조개든 발리든 초반에 노란 꽃만 나왔다. 발리는 대놓고 길을 만드는데, 조개는 견제를 할 수 없었다.

결국, 타일빨이 발리의 승리를 이끈 셈이군 ㅋ

사회쌤과 레전드, 소환사는 아주 진지하게 라티스를 했다.

초반에 사회쌤이 라티스가 기억 안 난다고 나를 불러서, 내가 가서 룰 설명을 했다.

그런데 소환사의 듣는 태도가 아주 건방진(?) 것이다. 나는 이미 익숙해져서 신경 쓰지 않았지만, 사회쌤은 그 태도가 거슬렸나 보다.

소환사에게 태도를 지적하는 사회쌤에게, 나는 해명을 했다.

"제가 몇 번 지켜본 결과, 소환사군은 다 듣고 있습니다. 다 알아듣고요. 앉은 자세나 듣는 모습이 삐딱해서 그렇지, 딴짓하거나 안 듣는 것이 아니더군요"

"그리고 게임도 잘합니다. 센스가 있어요~"

라고 소환사를 쳐다보며, 나는 웃으며 대변해 주었다.

소환사랑 하이파이브를 하며, "소환사군? 좀 더 바르게 앉고, 집중해서 게임 1등 하세요~" 하고 지적과 격려를 했다.

나중에 사회쌤 이야기 들어보니까, 소환사가 다 알아듣고 잘하더란다. 내 말이 맞다고.

소환사는 화요일마다 복싱 체육관 가는데, 지난 세 번은 방과 후 수업하다가 늦게 갔고, 오늘은 라티스 한 판만 하고 일찍 빠졌다. 더 이상 늦게 가면 관장님에게 혼난단다...

사회쌤은 레전드랑 1대 1 라티스를 하고,

나는 봄의 정원을 끝낸 학생들 5명을 데리고 다 같이 할 수 있는 세 개의 게임을 간단히 소개하며, 선택하도록 했다.

우선 레이디 고디바

나
"이 게임은 손에 있는 카드를 다 내려놓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입니다. 카드를 내려놓을 때는 카드에 적힌 숫자를 말하며 내려놓는데..."

발리
"노 땡스 해요~~~"

나
"..."

그래서 다음 게임인 바퀴벌레 포커 로열

나
"이 게임은 징그러운 벌레들을 모으는 사람이 지는 게임입니다"

최저가
"와~! 귀엽다?"

나
"이 게임은 다른 사람의 속마음을 읽어내어 진실과 거짓을 가려내는 게임입니다"

최저가
"나 못하는데..."

발리
"노 땡스 해요~~~"

나
"......"

결국 노 땡스로... ㅡ.ㅡㅋ

룰은 어렵지 않다. 학생들은 하는 방법을 금방 알아들었다.
단, 게임을 하는 방법과 잘하는 방법은 엄연히 다르다.

대표적으로 마블 군 이야기를 해보면,
자기 차례에 토큰을 내고 패스를 하든지, 카드를 가져오면서 카드의 숫자만큼 벌점이 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 토큰당 1점인 것도, 연속 숫자는 벌점이 되지 않는 것도 다 알아들었다.
그러나... 게임은 제일 엉망이었다.
자꾸 자기 차례에 카드를 먹으려는 것이다.

(이 상황은 오른쪽 위의 학생이 24이므로, 25는 다른 학생이 굳이 먹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어느샌가 카드들이 이렇게 나뉘었네요...)

나는 게임 진행과 중계를 하고 있었기에, 물어봤다.

"마블? 지금 이 카드는 왜 가져가려 하시나요? 제가 보기엔 지금 이 카드는 마블에게 필요 없는 카드입니다. 토큰도 거의 없는 카드를 먹어봐야 감점만 될 뿐입니다. 이미 마블 앞엔 다른 카드도 많이 있습니다."

마블은 손에 다섯 개 정도의 토큰을 쥐고 있으면서 답하길
"토큰이 필요해서요"

나는 (어차피 이것도 교육이니까) 전체 학생들도 들으라고 알려주었다.

"남들도 안 가져가는 카드는 토큰이 많이 쌓이고 나서 판단하시면 됩니다. 지금 당장은 숫자가 큰 카드 이지만, 토큰을 많이 확보할 수 있다면 후반부에 다른 카드를 안 먹고 버틸 수 있습니다.

만약 지금 카드가 남들은 싫어하지만 나에겐 연속숫자라 상관없는 카드라면, 바로 가져가지 마시고 한 두 바퀴 돌리십시오~ 이왕 먹을 카드라지만, 토큰 몇 개 더 벌고 다른 사람들 토큰 줄이는 것도 전략입니다. 단! 적당히 하지 않으면, 중간에 누군가가 가져가 버립니다. 토큰이 없어서든, 혹은 견제를 하려고 하든.

이 게임은 성급해도 안되고, 늦어도 안 되는 게임입니다. 카드와 토큰을 빠르게 판단하여, 적당한 타이밍에 치고 빠지는 게임입니다."

"지금의 마블은 토큰도 거의 없는 카드를 가져가려고 했고, 저 카드조차도 마블 군이 이미 가지고 있는 카드와는 숫자도 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마블 군? 토큰은 11개를 가지고 시작했고, 5, 6 개 정도면 아직은 버틸만 합니다. 정 토큰이 필요하거든 이 카드에 토큰이 더 쌓인 후에 가져가시길 추천합니다~"

다른 학생들은 이해를 한 듯했고, 마블은 첫 판에 무지 헤매고 있었다.

그렇게 첫 판은 마블의 압도적 꼴찌를 예상했으나, 마블과 비슷하게 헤매던 최저가가 카드 수집욕을 드러내며 쌍두마차가 되었다.

아...

나는 경매사 말투를 흉내 내며 게임을 진행했다.

"자~ 이번 물건은??? 34입니다!!! 과연 이 카드를 누가 가져갈까요? 이 카드를 가져가실 용자분 없으십니까? 그럼 경매 시작합니다~"

(인기 폭발 중인 34)

난 첫 판에 헤매던 마블에게 신경을 많이 썼다. 진행하면서 마블 차례에 힌트를 많이 주고, 다른 학생들도 판단하기 편하게 상황 분석도 수시로 했다.

결과는 두 번째 판에서 마블은 2등을 했음 (ㅠ.ㅠ 감격의 눈물)

노 땡스(가 뭔지도 모르면서) 하자고 노래를 부르던 발리가 두 번째 판에서 꼴찌를 했다.

오늘 수업을 마치고 나면 3주간 수업이 없고 한 달 뒤에나 봐야 하기에, 나는 학생들을 위해 빵과 우유를 샀었다.

(대전 성심당 보문산 메아리)

역시 애들에겐 먹을 것이 최고다~
빵과 우유 앞에 일동 집중! ㅋㅋ

잠시 잡담을 하는데, 레전드가 사회쌤을 칭찬하는 것이다. 사회쌤이 수업을 너무 잘 가르치신다고.

나는 물 들어왔을 때 노 젓는 생각으로, 학생들에게 사회쌤이 하늘 대학 출신이며, 내가 지금껏 만나본 선생님 중 제일 잘 가르친다고 띄워주었다. 그렇게 학생들에게 존경의 눈길을 받은 사회쌤 ㅋㅋ.

다 먹고, 학생들과 인사하고 보냈다.

그리고 레전드만 남으라고 해서 나와 1대 1 면담을 하는데...
아이들의 호기심이란? ㅋ
발리, 마블, 성미가 교실 밖의 창문 너머에서 엿들으려고 하더라 ㅋㅋㅋ
난 눈을 맞추고, 손을 흔들며 보내버렸다.

레전드

자기 주도적인 면이 강하고, 열심히 하려는 의지가 있다. 말투도 귀엽고 얼굴도 통통하니 귀엽다.

여기까진 좋은데, 방법을 모른다.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친구들과는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무엇이 자신의 부족한 점인지, 그걸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등 전혀 모른다.
모르기만 하면 배우면 되는데, 모르니까 못 하는 것이 아니라, 몰라서 잘못된 것을 한다는 것이 문제다.

나는 간단한 나의 이력(경력?)을 말해주고, 레전드가 내 말을 잘 받아들여줬으면 한다고 운을 띄웠다.

내가 보기에 레전드 군은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하나는 어떻게 계획을 세우고 공부를 할 것인가?
다른 하나는 무엇이 레전드 군의 발목을 잡고 방해하는가?

첫 번째 것은 오늘 할 이야기가 아니고, 들으려면 과외비 내라고 농담했다. ㅋ

오늘의 주제는 레전드 군의 반응과 행동, 말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오해(?)를 받으며, 그것이 왜 레전드 군에게 손해가 되는지를 이야기했다.

내 스타일은 부정적인 마침표를 찍지 않는다는 것이다.
넌 이것이 문제야~!. 가 아니라
너는 이런 부분이 필요한 것 같아~ 스타일

이하 내용은 생략하고,

6시를 훌쩍 넘긴 시간이 되어서, 레전드마저도 보내고 뒷정리하고 학교를 나섰다.

내일은 보드게임 동아리반이 있어서, 거기에 신경 써야 한다.

역시 애들 상대하는 건, 에너지 소비가 크다. ㅋ
내일 고민은 내일 해야겠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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