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범인은 이 안에 있어!! - 캐치 크라임

개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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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4-10 오후 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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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Crime Scene
Crime Scene(명) : 범죄현장.

살인사건에는 현장이 존재합니다. 범인은 그 현장에서 범행의 잔향을 남기고, 탐정은 사냥개처럼 그 흔적을 더듬어 범인의 뒤를 추적하죠.

◀ 전 이거 진짜 재밌게 봤습니다. 갓갓예능

2014년, 한 방송사에서 크라임씬이라는 이름의 예능프로그램이 방송됩니다.
출연자들은 매 회차 특정한 살인사건 속의 등장인물들이 되어 현장을 누비며 단서를 찾고, 서로를 신문하며 사건을 수사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출연자들이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 범인을 옭아매어 감옥으로 보내기도 하고, 때로는 범인의 능수능란한 농락에 선량한 시민이 범인으로 몰려 체포되기도 하는 등
여러가지 재밌는 그림들과 지금껏 보지못한 진행방식에 힘입어 시즌 3까지 성공리에 방영되었었죠.

그리고 2018년 즈음, 크라임씬을 주제로 한 카페들이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그 비싼 가격에도 이색 체험에목말랐던 젊은이(및 저같은늙은이)들은 홀린듯 크랑미씬 카페를 찾아갔고,

그리고 그 인기를 등에업고 2019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모 회사에서 크라임씬 보드게임을 여러분들 앞에 선보이게 됩니다.

▲묘하게 <방탈출 게임 리뷰>에서 본 듯한 그림이긴 합니다만.

오늘 이야기 할 게임은 크라임씬 보드게임, 캐치크라임 입니다.

1. 게임의 특징

▲게임박스. 고뇌하~~고있지만 실제로 게임에서 하는일은 딱히 없~~는 탐정이 눈에 띕니다.

캐치크라임의 경우 사실 게임으로서 새로이 성립되는 컨텐츠라기 보단 크라임씬 예능을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할 수 있도록 옮겨놓았다는 쪽에 더 가깝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스튜디오를 보드판 위로, 수색할 수 있는 소품들을 카드로 대체해놓은 것 외에는 크라임씬 예능과 거의 동일하거든요.

여러분들의 앞에 살인사건이 벌어졌고, 여러분들은 해당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됩니다.

플레이 순서대로 원하는 장소를 방문해, 원하는 단서/증거 하나를 수집하고, 다음 플레이어에게 턴이 갑니다. 이런 식으로 모든 플레이어가 증거수집을 한 번씩 완료한 후 증거들을 재료삼아 1차 토론.
같은 방식으로 2 번째 증거수집을 한 후 2차 토론. 2차토론이 끝나면 모두 범인이라 생각되는 플레이어에게 한 표씩 투표.
투표가 완료되면 투표결과를 공개한후 3번째 증거수집단계로 들어가는데, 이 때부터는 상대가 들고있는 증거를 압수수색할 수 도 있습니다. 4번째 증거수집 역시 동일.
4번째 증거수집이 완료되면 모두 두 표씩 투표권을 행사한 후 투표결과 공개. 심판대에 오른 플레이어가 범인인지 확인하고 게임이 종료됩니다.

굳이 디테일한 규칙도 저 이상 없을 뿐 더러 흐름 역시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예능의 흐름을 따라가게 됩니다. 시작하고 서로 자기소개를 한 후, 의심되는 사람의 뒤를 캡니다.
그리고 찾아낸 단서를 바탕으로 해당 플레이어를 추궁하죠

▲범인을 물어뜯어 Like a 경찰견. 머리를 쥐어뜯어 Like a 명탐정

"당신은 피해자와 아무 관계도 아니라고 이야기 했지만 피해자의 방에서 당신의 커플링중 한 쪽이 나왔다~ 이 말입니다. 무슨 관계죠?" 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당연히 추궁받는 플레이어는 해당 추궁에 대해 해명할테고, 이러식으로 서로 의심을 하고 억울해 하는 일련의 소동 후

다음 증거수집때 조금 더 디테일하게 파보고 싶은 사람(혹은 나를 물어뜯는 괘씸한 사람)의 증거품을 수집하러 떠나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가 게임이 종료된 후 투표결과에 따라 범인을 찾아내는 느낌의 플레이를 하시게 됩니다. 실제로 이게 전부인데 생각보다 재밌어요.

2. 장단점

일단 가장 큰 장점은 아무래도 체험의 희소성이 되겠네요. 지방에 사는 사람들에게 크라임씬 카페는 그저 남의 나라 이야기일 뿐이니까요.
상술했듯 캐치크라임의 체험은 크라임씬 예능의 그것과 거의 동일합니다. 충분히 대체제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어요.

게다가 크라임씬의 경우 나름 성공리에 방영하며 매니아층을 확보한 방송이기도 하고요.
2만원 초반대의 가격으로 네명의 플레이어가 서너시간 가량을 거뜬히 즐길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 게임이 가지는 가치는 충분합니다.

규칙이랄게 없는 것도 장점이라면 장점이네요. 딱히 룰마가 없이도 차근차근 읽어보면서 진행할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다만 그러다보니 여러가지 허술한 부분도 없잖아 있지만요.

.....장점은 이정도면 되겠네요. 재미는 있지만 캐치크라임만의 장점이다! 랄만한건 솔직히 찾기 힘듭니다. 캐치크라임의 장점 = 크라임씬의 장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반면에 단점은 많지요. 지금부터 차근차근 들어보도록 할까요?

1) 추리의 허술한 짜임새
사실 크라임씬 예능을 그대로 옮겨오다가 생긴 문제...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예능의 단점을 정확하게 답습하고 있습니다.
바로 모든 용의자가 범인일 수 있다는 점인데요, 말인 즉슨 범인을 특정지을만한 결정적 증거가 약하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모든 추리컨텐츠에 있어서 매력적인 오답은 존재해야 하지만, 캐치크라임의 경우에는 정답을 찍을만한 근거가 너무나 부족합니다. 예를들면 이런 느낌이에요.
[A는 피해자로부터 학창시절에 왕따를 당했다. 현장에서 A의 신분증이 발견되었다.][B는 피해자에게 거액의 빚이 있다. 현장에서 B의 모자가 발견되었다.][C는 최근 피해자에게 연인을 빼앗겼다. 현장에서 C가 떠나는 것을 본 목격자가 있다.]
증거를 모아서 완성되는 그림이 대충 저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이러한 부분은 결국 증거를 많이 모을수록 사건이 미궁에 빠지게 되어 <목소리 큰 사람이 짱짱맨> 이라는 디베이트 게임의 단점으로 이어지게 되죠.
아무리 정확하게 사건을 짚었다고 해도 다른사람들을 납득시키지 못했다면 승리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정확한 물증이란게 없거든요.

▲ 범-인-알-았-다-구-

2) 보드게임으로서의 태생적 한계
위에서 크라임씬 예능을 그대로 가져왔다고는 했지만 결국 게임은 게임. 실제로 현장을 뒤지는것과 맵에 표시된 카드를 뒤집어 확인하는 활동은 엄연히 큰 차이가 있습니다.
크라임씬에서 플레이어들은 실제로 세트를 이잡듯이 뒤져 증거품을 모아야 합니다. 시체를 직접 보고, 서랍을 뒤지고, 바닥의 얼룩을 조사하는 이 모든 과정에는 <실수>가 개입될 여지가 있습니다.
똑같이 시체를 보더라도 누군가는 시체의 상흔으로부터 여러가지 정황증거를 잡을 수도, 누군가는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 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개인의 역량차이가 드러나게 되죠.
하지만 캐치크라임의 경우 누가 시체를 보든 [시체. 교살 흔적이 있다.] 라는 식의 동일한 정보를 접하게 됩니다.

▲이런 느낌의 증거 진열장에서 그냥 증거를 하나하나 뽑는 느낌. 이쯤되면 [조사]가 아니라 [열람]쪽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불어 증거가 위치한 장소를 정확하게 번호를 통해 안내하고 있습니다.
크라임씬에서 "A가 수상한데 A의 방을 더 뒤져볼게요." 라는 말이 캐치 크라임에서는 "A의 방에 아직 21번 카드를 오픈하지 않았으니 그리로 갈게요." 라는 말이 되어버린다는거죠.
이러한 상황은 결국 <게임을 어떻게 즐기든 종반에 가서는 전체 20여장의 증거카드 중 16장을 확인할 수 있는> 그림을 만들어버립니다.
이러한 정보 과다는 1)과 맞물려서 미묘하게 김이 새는 효과가 생겨요. 어차피 언젠가는 얻을 증거들이에요. 전체 20장중 4장정도만 못 얻을 뿐이죠. 거기에 증거를 모아봤자 누구 한사람 범인으로 특정짓기는 어렵습니다. 또다른 사람일 근거가 생기는 것 뿐이죠.

3) 조금은 허술한 정황설정
게임을 하면서 질문을 주고받다보면 답변을 할 수 없는 경우가 왕왕 생깁니다.
예를들면 "오늘 아침에 뭐하고있었어?" 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답변을 위해 개인 시트를 아무리 둘러봐도 답변이 써있지 않는 경우가 존재한다는 얘기죠.
그러면 결국 꾸며서 대답할 수 밖에 없어요. 그런데 그 와중에서 본인이 얘기했던거랑 나중에 모순이 생겨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범인이 아닌데 말이죠.
그러면 거짓말을 한게 되어서 빼박 범인으로 몰리기 쉽습니다.
반대로 이는 범인이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를 <안써있다.> 는 핑계를 댈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죠. 개인적으론 사건 당일의 행적정도는 타임테이블로 상세하게 나왔어도 괜찮지 않았나 싶습니다.

4) 탐정역할의 무용성

▲이 분 만큼이나 쓸모없는 캐치크라임의 탐정역할.

게임에 포함되어 있는 두 사건 모두 등장인물은 3인뿐. 4인 플레이 시 한 명은 탐정을 맡아 플레이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탐정이란게 아무런 능력치가 없어요. 크라임씬의 경우 탐정에게는 추가 투표를 할 수 있는 표를 하나씩 더 주는 식으로 무게를 실어주는데 말이죠.
다른 모든 플레이어가 롤에 몰입하면서 자기네들끼리 재미있는 드라마를 만들어갈 때 탐정은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고작 질문하고 추리하는 것 뿐인데 이건 누구나 할 수 있죠.
심지어 더 안좋지 않나요? 나머지 3인은 본인과 탐정을 제외하고 남은 2명중 한명이 범인이라는걸 알 수 있는데 탐정은 뭐 그냥 3인중 한명으로 선택폭 자체도 불리합니다. 찍기게임이 아니긴 하지만요.
아무리봐도 억지로 4인플을 위한 역할을 하나 대충 끼워넣은 느낌이에요.

5) 부족한 볼륨.
소비자는 욕심을 부리게 되니까요. 물론 이 자체로도 저렴하긴 합니다만 이왕이면 케이스 한두개정도는 더 넣어주셨으면 좋았을걸요.
오죽하면 제가 사건을 짜서 넣어서 플레이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해도 큰 상관 없지 싶구요.

뭐 그 밖에 역할몰입을 어느정도 해야 괜찮지, 부끄럼 많이 타는 분과 함께라면 조금 텐션이 떨어질 수도 있을 듯 합니다.

뭐 그렇다고 완전몰입형 플레이어와 함께한다면 그건 그거 나름대로 불편하긴 할 것 같은데... 무엇이든 적당히가 좋더라고요.

3. 마치며

재미있게 했음에도 희한하게 단점을 주절주절 많이도 읊어두었는데, 2019 4월 시점에서 캐치크라임은 유일무이한 크라임씬 게임으로서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론는 조금 더 많은 사건이 있길 바라는 마음도 있지만 뭐 이미 나온 게임에 더이상 바라는것도 무리가 있고요.
친구들끼리 크라임씬 카페를 가고싶은데 시간적 금전적 여유가 안된다, 그럼 정답은 캐치크라임입니다. 고민말고 지르세요!

▲ 여러분들의 손으로 사건을 종결지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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