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일 보드게임 방과후 수업 후기입니다

네오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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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4-4 오후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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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기록처럼 남긴 글을 보드라이프에 올리는 것이라서, 본문은 1인칭(일명 half word)으로 썼습니다.

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10분쯤 일찍 교실로 향했다. 벌써 두 명의 학생(마블, 레전드)이 기다리고 있었다. 귀여운 녀석들 ㅋㅋ.

교실에 들어가서 수업교재와 가방을 놓고, 먼저 와 있던 학생들과 이야기를 시작했다.
"혹시 설문지 써왔습니까?"

안 써왔단다, 역시 머스마들이란...
난 웃으며, 쫙 깔린 목소리로 강조했다!
숙제는 아니지만, 써온다면 적극적으로 수업에 반영하겠다고.

잠시 후 정시에 사회쌤이 오셨다. 오늘 1학년 세 개 반이 야외로 나가서 이제 버스로 복귀한다고. 그래서 나머지 학생들이 조금 늦는다고.
그리고 트롤은 학원시간 문제로 못 하게 되었고, 지난주 못 온 학생 중 한 명도 결국 빠지고, 새로운 학생이 다음 주부터 온다고.

다른 학생들이 오기 전에 나와 사회쌤, 마블, 레전드 4명이서

'그것이 문제로다'를 일단 시작했다.

그것이 문제로다는 정해져 있는 3가지의 질문이 있다.

1. 둘 중 어떤 것이 더 나쁘냐? 붉은색
2. 둘 중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냐? 푸른색
3. 사라진다면 둘 중 어느 것이 더 그립냐? 초록색

그리고 정해져 있는 답변 카드를 선택한 질문과 같은 색으로 A와 B로 조합해서 문제와 답을 만든다.

게임 진행은
*질문자가 답변자를 지목한다.
*세 가지 질문 중 하나를 고른다.
*질문자가 가지고 있는 답변 카드 두 장을 조합해서 A와 B로 답변을 만든다.
*답변자는 질문자의 질문과 주어진 답변을 보고 솔직하게 하나를 고른다.
*답변자가 비공개로 답변을 한다(토큰 뒷면으로 냄).
*질문자와 답변자를 제외한 나머지 추측자들은 답변자가 어떤 답을 했을지 맞힌다(토큰을 뒷면으로 냄).
*답변자는 자신의 답변에 간단한 이유를 말하며 답을 공개한다.
*답변자와 답변자의 답을 맞힌 추측자는 점수를 얻는다.
이렇게 되는데

실제 이 게임의 재미는
1. 질문자가 얼마나 난감한 답변 조합을 만들어서, 적절한 사람을 답변자로 지목하느냐!
2. 답변자는 얼마나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답을 망설이는지, 혹은 아무렇지 않은 듯 마치 A를 찍을 듯하며 B를 답하느냐!
3. 추측자들은 답변자가 답을 고민하는 시점부터 다른 추측자들이 답을 하기 전까지, 얼마나 썰을 풀며 혼란시키느냐!
여기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게임 중 이야기를 하면
내가 질문자고, 난 마블을 답변자로 지목했다!
(지난주 글을 본 사람은 알겠지만, 마블을 본인의 별칭으로 정한 학생이다. 뭔가 감이 오지 않는가?)
질문은 둘 중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세요? 였고, 난 답변으로
A 세계 최고의 수학박사, B 봉황을 애완동물로 가진 사람을 선택했다.
내 예상대로 사회쌤과 레전드는 답이 너무 뻔하다며 A를 예상하는 분위기로 갔다.
난! 은근슬쩍 마블에게 "봉황은 용과 같은 신비의 동물이다. 하늘을 나는 새의 모습이고, 대통령의 상징이다!" 라며 부추겼다.
결과는 마블은 B를 골랐고, (아주아주 현실적인) 사회쌤과 (지극히 모범적이고 똘똘한) 레전드는 뻥 졌고, 난 웃었다.

추가로는 학생들이 좋아할 만한 답변들 중
향기로운 냄새가 나는 방귀? 같은 답변 카드도 있었다. (유치하니까, 먹힌다 ㅋㅋ)

얼마 후 4명의 학생들이 왔고, 그중에서 하늘과 최저가는 설문지를 써왔다.(아이고~ 이쁜 학생들♡)
지난주 못 왔던 성미와 뺀질거리는 발리, 하늘이는 나와 같이 그것이 문제로다를 시작했고, 사회쌤과 마블, 레전드, 최저가는 큐윅스를 시작했다.
승찬이도 늦게 와서 내쪽으로 합류했다.

그렇게 나 포함 5명이서 그것이 문제로다를 했고, 덕분에 나는 학생들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졌다. (그래서 일부러 지난주 못 봤던 성미와 승찬을 내쪽으로 합류시킨 것임)

지난주 너도나도는 사회쌤도 참여했기에 학생들이 어색해하지 않았고, 너도나도 게임의 특성이 한 명에게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의 분위기를 살피는 것이기에 부담이 적었다.
그래서 너도나도는 어색한 사이를 풀어주는 첫 게임으로 훌륭한 선택이었다면!

그것이 문제로다는 좀 더 직접적으로 한 명 한 명에게 집중하여, 성격과 사고방식을 알 수 있는 게임이다.

단 내가 실수(?) 한 것이, 성미랑 승찬이가 너도나도를 해보지 않았고, 나랑도 처음 보는 사이라 많이 어색해했다는 것이다.
거기에다 대고 그것이 문제로다를 했으니... 학생들의 반응이 신통치가 못했다.
덕분에 초반에 분위기 띄우느라 무척 고생했다는...
게다가 늦게 온 승찬이는 중간에 빨리 가버렸다는...

나완 반대로 차분하고 부드러운 사회쌤은, 이미 익숙해진 마블, 레전드, 최저가와 큐윅스를 재미있게 하고 있었다.

암튼 이래저래 시간은 흘렀고 게임 체인지를 했다.
사회쌤은 더 게임으로, 나는 큐윅스로.

큐윅스는 머리를 쓰는 게임은 아니다. 결국 주사위 빨 게임인 것 맞다. 하지만 최소한 상황 파악 능력과 선택의 능력이 필요한 게임이다.

예를 들어 액션 플레이어(주사위를 굴리는)는, 최대 12가지 선택지 중에서 자신에게 가장 유리하게 선택을 해야 한다.
1. 흰색 주사위 두 개의 합을 4가지 색깔 중 어디에 쓸 것인가? 하는 4가지 경우의 수
2. 4가지의 색깔 주사위와 두 개의 흰색 주사위중 어느 것을 조합해서 쓸 것인가? 하는 8가지 경우의 수
이렇게 최대 12가지 경우의 수 중 1에서 한 번 2에서 한 번씩, 두 번까지 고를 수 있는 상황을 이해하고 선택해야 하는 게임이다.

어른들에겐 상황을 파악하는 능력과 분석해서 결과를 선택 하는 것이 쉽기 때문에 가벼운 게임이 되지만, 학생들에겐 이런 고민 자체가 도움이 된다고 본다.

나는 게임에 참여하지 않고 발리, 하늘, 성미 3명이서 하는 것을 지켜봤다.
여기서도 3명의 능력과 성격이 나온다.

우선 발리
뺀질거림이 있고 학습능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상황 파악을 할 줄 알고 게임 센스가 있다.
가급적 지도(훈수?)는 학생들이 선택을 마치고, 자신의 결과를 바꾸지 않는 타이밍에 간간히 해주었다.
발리가 주사위 결괏값을 기입하고 나서, 내가 발리에게 "이렇게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만?" 하면서 주사위 두 개를 보기 쉽게 한 곳으로 모으자마자 "아!" 하는 소리를 내며 바로 이해했다.
난 직접 설명을 하기도 전에 이해한 발리가 맘에 들었다.

다음으로 하늘
무난하게 게임을 진행했고,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게임이 끝나고 총점 계산하는 시점에서 나에게 점수 계산을 묻더라. 나는 각 색깔별로 점수표대로 점수를 기입하고, 그걸 다 더하면 된다고 말했는데...
하늘이가 하는 말이 "저 암산 못해요 ㅠㅠ"였다
이런이런... 이거 파라오 코드라는 게임을 나중에 꼭 해야겠군!
결국은 스스로 암산해서 점수 계산을 마치긴 했다.

성미는 오늘 처음 봤는데 걱정이 된다.
그것이 문제로다를 할 때도 눈이 나빠서 작은 글씨가 잘 안 보이는 것 까지는 어쩔 수 없다 쳐도,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혼잣말을 중얼중얼하는 것은 본인의 생각을 실시간으로 소리를 낸다는 것인데,
이것이 뭐가 문제냐면,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있는 건 물론이고 물리적인 소리까지 본인이 본인의 귀를 덮어버려서,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못하) 거나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기 생각만 말하고(그것도 혼자서만) 스스로를 가두어서 대인관계에 단점이 될 수 있다.
학생 자체는 나쁜 아이도 모자란 아이도 아니지만, 지금은 어려서 못 느낄 뿐, 크면서 심해진다면 심각해질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난 의도적으로 성미가 중얼거리는 것을 유심히 들은 후, 괜찮은 내용이라면 일부러 질문을 해서 그 내용을 다른 학생들에게 표현하도록 했고, 잘못 판단한 내용이라면 조언을 해주었다.
아직은 나랑 어색해서 그런가, 내 조언을 못 받아들이더라.
이 부분은 수업 끝나고 사회쌤과 따로 이야기해서 사회쌤이 신경 써주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여학생이라 나에겐 더 어려움 ㅜㅜ. 차라리 발리가 뺀질거리는 건, 확! 잡을 수 있는데 ㅋ)

시간은 어느덧 끝이 났고, 나랑 게임하던 학생들은 더 게임은 못하고 돌아갔다. 발리는 남아서 바로 설문지를 작성했고 난 그 대가로 말랑카우를 주었다 ^^
(앞서 지난주 설문지를 작성해온 최저가와 하늘이에게도 말랑카우를 ㅋㅋ)

최저가도 학원 때문에 가고, 사회쌤은 레전드와 마블과 마지막으로 더 게임 3인플을 시작했고, 발리와 나는 옆에서 구경했다.

확실히 레전드는 소질이 있다. 잘하더라.
요 녀석 잘 키워서 전략 겜 돌려야지~~ 하는 생각에 ㅋㅋ

마블은 지난주 내가 파악한 대로 수 개념이 부족했다. 뒤에서 마블의 카드를 지켜보는데, 중간중간은 그렇다 치더라도 막판에 큰 판단 미스를 두 번 연속하더라. 난 절대로 판에 끼지 않고 조언도 하지 않고 끝까지 지켜만 봤다.

더 게임을 정말 좋아하고 나랑 지겹도록 연습이 된 사회쌤의 리드와, 잘 알아듣고 잘하는 레전드가 있어서인지, 마블의 큰 실수 두 번에도 막판에 10장 커트라인으로 마무리했다.
실수 아니었음 5장 이내로 마칠 수 있었을 것인데, 난 그런 말이나 내색은 하지 않고 학생들을 격려하고 수업을 30분 초과하여 마무리했다.

두 번째 시간이었는데 학생들이 한 번에 다 모이지 못해서 여전히 어수선했고, 정신교육(?)은 담 주로 미루어야 했다.

그렇게 수업을 마무리하고 뒷정리하면서, 사회쌤과 함께 학생들 평가와 앞으로의 진행방향을 의논했다.

다음 시간에는 학생들이 다 모인다는 가정하에 새로 시작한다고 생각하고, 2명이서 8명의 학생을 지도하니까 맞춤 수업이 가능하도록 학생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서 해나가기로!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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