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중고매매 후기

너굴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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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3-27 오전 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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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세금 보고 시즌 / 다양한 프로젝트 마감일 / 회사의 합병 / 그리고 넘어오는 수많은 자잘한 프로젝트들...

그래도 큼직한걸 끝냈더니 아주 약간 숨통이 트이네요. 공들여 써야하는 리뷰는 담주로 넘기고 제가 겪었던 여러가지 중고매매 후기를 남겨보고자 합니다.

참, 여기에서 언급하는 인물들은 모두 외국인입니다.

==========

1. 쏘쿨거래형

아이들과 자주 즐겼던 게임을 중고로 파는 일이 간간히 있는데... 아무래도 아이들이 건드렸기 때문에 다소 손상을 입은 게임을 팔게 되는 일이 있습니다. 이럴땐 판매하면서 반드시 손상부분을 언급하는데요. 이런 게임을 선뜻 구매하는 사람들은 게임을 입수한다는데 의의를 두는건지... 게임을 파는 제가 민망할 정도로 손상품에 대해 쿨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너굴 : "이게 그 게임이야. 겉에 좀 긁혔다는게 여기고."
A : "허옇게 드러난줄 알았더니 잘 보이지도 않네. 굿."

너굴: "내부도 확인해볼래? 콤포넌트 확인해봐도 좋아."

A : "너 보드겜 오래했어?"

너굴: "10년 좀 넘었나?"
A : "그럼 다 있겠지. 확인 안해도 돼."

너굴 : "두세번 세어보긴 했는데 혹시라도 뭐 없으면 말해. 그땐 조치를 취해줄게."
A : "괜찮어. 내가 퍼블리셔에 연락하겠음."

너굴 : "어;; 그래? 도움 필요하면 말하고"
A : "괜찮음."

이런 사람들은 팔고나서도 연락이 전혀 없습니다. 큰 문제가 없었단 뜻이겠죠? 아니면 본인이 알아서 처리했거나...;

2. 압박 인터뷰형

본인의 취향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게이머들과 달리 가족과 게임을 자주 즐기는 캐쥬얼 게이머들은 여러가지를 캐묻는 경향을 보입니다. 거의 대기업급 압박 면접을 하듯 온갖 질문을 다 던지는데... 게임을 보여줌과 동시에 인터뷰가 시작되는 일이 상당히 잦습니다. 그래서 10분동안 거래를 했다면 30초는 거래. 9분 30초는 상대방의 인터뷰에 응답하는 일이 많아요.

B : "고마워! 상태 좋네."
너굴 : "아냐. 사줘서 고마워."

B : "근데 왜 파는거야? 재미 없었어?"
너굴 : "음~ 그렇다기보단 비슷한 게임이 있어서"

B : "그래? 그게 더 낫다고 생각해?"
너굴 : "아니, 그런건 아닌데 그게 좀 더 세팅이 간편해서."

B : "오호. 이 게임이 더 나았던 부분도 있었어?"
너굴 : "응. 깊이가 좀 더 있더라고."

B : "우리 애들이 좋아할까?"
너굴 : "괜찮을듯?"

B : "아내랑도 해봤니? 좋아했어?"

너굴 : (슬슬 지침) "내 아내는 별로라고 하더라"

B : "왜 그랬을까?"
너굴 : "쉽다고 느꼈대"

B : "워우~ 아내가 아콜은 어떻게 생각하니? 우리 아내는 그것도 어렵다던데"
너굴 : ......

3. 사딸라형

시작부터 가격을 겁나 깎고 들어가는 게이머들이 있습니다. 영어로는 로우볼(low ball)이라고 하는데요. 가격을 터무니없을 정도로 낮게 부르며 기선제압(?)을 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습니다.

최근에 게임 두가지를 각각 $20 과 $15에 올렸는데...

C: "게임 두 개 살게. 각각 $20과 $15니까... 합해서 $20 어때?"
너굴: "...응? 합해서 20? 30이 아니고?"

C: "응응. 20. 오타인줄 알았구나?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15짜리 게임을 아내가 너무너무 하고 싶어하거든. 그래서 $20도 겸사겸사 같이 사주는거야"
너굴: "(뭔 개소리여) 그래도 그건 너무 싼데."

C: "제발 해주라 응?"
너굴: (도대체 얼마나 하고 싶으면 남편이 이렇게까지 할꼬....) 그럼 $25에 해줄게. 이 정도면 싸지?"

C: "$20 안돼?"
너굴: "그건 사실상 1+1 이잖아. 그건 곤란해."

C: "그럼 $23으로 타협하자"
너굴: "$25가 한계야."

C: "그래? 거래불발이네. 아쉽게 됐어. 그래도 마음 바뀌면 연락해ㅡ! 내가 살게!"

너굴: (그럴리가 없지만) "알았어, 팔고 싶어지면 연락할게. 컨택해줘서 고마워"

( 40분 뒤 )

C: "난데. 아내가 그 게임 진짜 하고 싶대. 아까 우리 어디까지 협상했지? $23이었나? 거기서 좀 더 깎아주면 안될까?"
너굴: (무시) "...."

4. TMI (Too much information)

(그만 말해... 제발...)

가끔 외지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거래를 해야할 때가 있습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외지란, 도심을 벗어나는 순간 초원과 평원. 목장과 나무. 산 밖에 안보이는 그런 자그마한 마을을 뜻하는데요. 이런 곳에 사는 사람들은 게이머가 그리운지,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났다고 생각하면 TMI 를 방사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답을 잘 안해줘요. 실제로 주고 받은 대화의 일부를 보여드릴게요. 너무 길어서 색깔로 구분해드릴게요.

너굴 : 티켓투라이드 확장포함이야. 그런데 확장팩 박스는 없어. $40 달려면 되니?

L : " I owned Ticket to Ride Marklin before but I sold it because I like USA map better. Please make sure both rule books still there ( original+ 1910) because I read online you can play different ways with 1910. I never play the USA map before, tried Europe's map in a game night before. LOL it's snowing, you can never trust the weather forecast here."

(나는 예전에 마르클린 버전을 가지고 있었는데 팔았어. 왜냐면 미국맵이 더 마음에 들었거든. 룰북 두 개 전부 박스 안에 있는지 확인해줄래? 온라인에서 그러는데 1910 확장이 있으면 여러 방식으로 플레이 할 수 있다나봐. 나는 미국버전을 해본적이 없어. 그래도 게임나잇때 유럽 버전은 해봤어. 히힛. 지금 눈오네. 이 나라의 기상청은 믿을 수 없다니깐)

너굴 : 아 그래;;; 그럼 $40으로 할게. 남편과 할건가보지?

D : My husband doesn't play as much board games as I do, but he will sometimes, with older kids we usually do co-op games or DIxit. Yeah, I love tin cans like in Sushi Go, Forbidden Desert or Zany Penguin. Some people don't like them.

(울 남편은 나만큼 게임을 하진 않아. 그래도 가끔 해줘. 애들하고는 협력 게임이나 딕싯을 주로 해. 응. 난 스시고/포비든 데저트/재니 펭귄처럼 양철통에 들은 게임이 좋아 (생략했지만 양철 케이스가 좋다고 이전에도 계속 언급함). 일부 사람들은 싫어하더라.

너굴 : 아. 양철 케이스. 괜찮지. 탄탄하고 말야.

D : We don't really play Sushi Go anymore but just keep it for my youngest daughter, my favorite game now is Grand Austria Hotel, & Sagrada. We also have Great Western Trails but only played once, people always too busy for longer game :(

(요즘엔 스시고를 잘 안하고 있어. 그냥 가장 어린 딸에게 주려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임은 그오호, 사그라다야. 그웨트도 있는데 한번만 했어. 사람들이 그런 긴 게임을 즐기기엔 너무 바쁘더라 :( )

너굴 : 사그라다는 안해본거네... 그나저나 게임은 어디에서 거래할까?

D : I love Sagrada more thinky than Azul but not much, I tried Azul before, and love it too for its simplicity, but Sagrada is beautiful and more strategic. I even bought the expansion to play with 5-6 players, and has an option to play with a new rule for more than 4 players. You should try it! What do you think of The Voyages of Marco Polo? I really want to try it before I buy. Other games I like is Viticulture, Stoneage, Animals on Board, Habitats, The Grizzled, 7 Wonders, Cosmic Encounter, Kanagawa, Splendor, Quadropolis, The Network etc. I only have less than 50 modern board games, but we played more than that I think. Sold quite a lot already, sometimes I regret selling them, but can't keep buying them without selling some LOL, have 4 kids, too much expenses as it is.

( 나는 사그라다가 아줄보다 좀 더 생각할 거리가 많아서 좋아. 그렇다고 완전 더 좋은건 아니고. 아줄은 예전에 해봤어. 간단해서 좋더라고. 그렇지만 사그라다가 아름답고 더 전략적이야. 나는 심지어 5-6인용 확장까지 샀거든. 4명 이상일때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룰 선택지가 있거든. 너도 꼭 해봐! 마르코 폴로는 해봤니? 사기전에 정말로 해보고 싶어. 다른 게임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건 비티컬쳐, 스톤에이지, 애니멀즈 온 보드, 해비탯, 그리즐드, 7원더스, 코스믹 인카운터, 카나가와, 스플렌더, 쿼드로폴리스, 네트워크 등등이 있어. 50 여개의 게임만 보유중인데, 내 생각엔 그것보다 더 많이 플레이 해본거 같아. 이미 팔기도 꽤 팔았어. 가끔은 후회 되더라. 하지만 팔지 않고 사기만 할 순 없지. ㅋㅋㅋㅋㅋ 애가 4명이야. 이미 생활비가 정난 아니거든)

너굴 : (지침) ...그렇구나. 남편이 픽업 올거니?

거래가 끝났을 땐 어디에 사는지 / 무슨 게임을 샀는지 / 무슨 게임을 좋아하는지 / 이웃집에 누가 사는지 / 아이는 몇명인지 / 주말마다 무엇을 하는지 / 무슨 게임에 관심이 있는지 등 너무나 많은 (불필요한) 것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끝나지 않는 TMI가 귀엽기도 한데 피곤하기도 한 케이스였네요.

실제로 제가 매번 받은 메일의 길이가 저렇습니다 ㅋㅋㅋ 이제보니 '좋은 하루 되렴. 난 개랑 산책가' 이런 말도 써놨네요. 개를 키우나봅니다. ...또 쓸데없는 정보를 알았네요.

5. 외계문명과의 조우

아주 드물게 한국에서 선물받은 / 가져온 게임을 팔아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공수해온 게임은 아스테이지(?)로 칭칭 감싼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을 때가 있는데요. 이게 가끔 거래시 논란(?)이 됩니다.

너굴 : (아스테이지로 포장된 게임을 꺼냄) "이게 그 게임이야"

E : "???? 중고라며. 아직도 밀봉인데?"

너굴 : "그게 말이지... (뚜껑을 열어줌) 이런거거든"
E : WTF ??????

너굴 : "한국에서 가져온 게임이거든. 그래도 언어는 영어야"
E : "이거 뭐야? 왜 한거야? 되게 신기하다"

너굴 : "그러게... 왜 한걸까?"
E : "니네 나라 애들은 다 이런거 해?"

너굴 : "하는 사람만 할걸?"
E : "이거 어떻게 하는거야? 넌 안해?"

너굴 : "나는 이런거 안해서 잘 몰라"

E : "이거 하면 습기 차지 않나? 변색이 덜 돼? 이런 재질은 어디에서 구해? 되게 신기하다. 왜 박스비닐을 벗기고서 다시 비닐을 씌우는거지?"

너굴 : (나도 모른다구 ㅠㅠㅠ 그냥 겜만 사라 좀)

E : "개신기하다 진짴ㅋㅋㅋㅋ 이거 친구들에게 보여줘야지"

너굴 : (그냥 사서 좀 가라고 ㅠㅠㅠ)

====

지금까지 1명을 제외하곤 진상을 만나본 적이 없는데... 다들 성격이 너무 달라서 나름 재밌는 경험으로 남네요 ㅋㅋ 앞으로 게임을 좀 더 팔텐데 어떤 사람들을 보게 될지 참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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