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원더스 듀얼, 판테온 확장 리뷰
개인적으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대일 보드게임인 세븐원더스 듀얼이라는 게임입니다.
대게 기존에 있던 게임을 개량한 버전은 본판에 비해서 안좋은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세듀는 신기하게도 세븐원더스보다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순위도 훨씬 높고 제 개인적인 평가로도 세듀가 훨씬 재미있다고 느꼈습니다.
이 게임을 접한지 반년 정도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마냥 오래 게임을 즐기진 않았지만 정말 여러 사람과 이 게임을 즐겼던 것 같습니다.
이 게임을 접하고 얼마 안되어 판테온까지 구매할 정도로 애정이 깊은 게임입니다.
1. 이 게임만의 독특한 점
첫 번째로 이 게임은 정말 특이한 드래프트 규칙을 가졌습니다.
딱히 이 방식을 표현할만한 용어를 찾지는 못했는데 특정한 카드 위에 다른 카드가 없어야만 그 카드를 획득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졌습니다.
또한 아래에서부터 짝수 층은 카드가 뒤집혀있어 특수한 상황에서 카드가 공개되는 방식도 재밌습니다.
굉장히 독특한 방식인데,일대일에서 굉장히 치열한 심리전을 유발합니다.
먼저 대체로 내가 볼 수 있는 카드는 상대방도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을 고민해야합니다.
위의 그림과 같은 상황에서 선 플레이어는 회색 자원 중 어떤 것을 가져갈지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또한 상대방에게 카드를 오픈시켜주는 것은 대체로 나에게 손해이기에 나에게 필요한 카드를 가져갈 것인지, 오픈을 막기 위해 다른 카드를 가져갈 것인지도 고민해야합니다.
두 번째로 이 게임은 세 가지 승리 조건을 가졌습니다.
하나는 군사승리, 하나는 과학승리, 하나는 문화승리입니다.
세 가지 승리 조건은 전략에 상당한 다양성을 부여합니다.
아주 쉽게 설명해도 전쟁테크, 점수테크, 과학테크(사실상 불가능한 듯 하지만) 등 당장 세 가지 전략이 존재합니다.
만약 이 게임이 문화승리처럼 점수제로만 승부가 나는 게임이었다면 게임성이 확연히 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 게임의 장점
이 게임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몇 가지만 꼽아보자면
가장 큰 장점은 쉬운 룰, 짧은 시간에 비해 고민할 여지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보드게임을 접해보지 않은 주변의 친구들에게 소개시켜주기에 부담이 별로 없습니다.
게임이 아주 복잡해서 테크가 많아서 고민할 요소가 많은 그런 게임들과는 다르게 쉽고 간편하지만 게임의 시스템적인 측면에서 다양성을 부여했습니다.
두 번째로 제가 느낀 장점은 치밀한 시스템입니다.
과학승리 조건을 보면 하나의 과학 태그를 두개를 가져오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으로 보입니다.
겨우 상대방의 과학승리를 막을 뿐이죠. 하지만 이 게임에는 진보토큰이라는 요소가 있어서, 이도 가치가 있는 행동이 됩니다.
게임을 하다가 '버리는 카드'가 생긴다면 이것은 게임성에 타격을 입게 됩니다.
생각해버릴 경우의 수가 줄어들면 상대방도 견제하기가 쉬워지고 결국 그걸 가져가지 않기 위한 치킨게임이 시작됩니다.
혹은 전쟁승리를 서로 얻을 수 없는 상황에서는 전쟁카드가 비효율적일 것 같아 보이지만
결국 상대방의 돈을 터뜨리는 시스템, 방패토큰의 위치가 문화 승리에도 연결이 된다는 이런 시스템 덕에 마지막까지 전쟁카드를 신경써줘야합니다.
이 게임에서는 그러한 시스템적인 아쉬움을 크게 느낄 수 없었습니다.
이는 물론 단순한 규칙이라서 상대적으로 밸런스가 맞추기가 쉬워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이는 충분히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3. 게임의 단점
이것은 제 성격으로 인한 개인적인 생각일 수 있으므로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가장 큰 단점은 지나친 홀짝성입니다.
이 게임을 하다보면 특정한 위치에 있는 카드를 내가 가져갈 수 없는 경우가 분명히 생깁니다.
하지만 이것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은 매우 한정적입니다.
원더짓기라는 행동은 게임 내에 단 4번밖에 쓸 수 없습니다.
총합 60장의 카드가 있고 나에게 돌아오는 30차례 중 내가 바꿀 수 있는 홀짝성은 겨우 최대 네 번입니다.
이 것도 네 개를 다 지을 수 있고, 네 개 다 한 번 더 턴을 진행하는 효과가 있을 경우의 이야기이지 실제로는 네 번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로 인해 카드의 배치에 따라 선턴이냐 후턴이냐에 따라 그냥 승패가 갈려버리는 상황도 생깁니다.
두 번째 단점은 과학승리가 지나치게 어렵다는 것입니다.
과학승리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6개의 과학태그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전체 과학태그가 6개입니다. 단 한 개의 과학태그만 독점당해도 절대 과학승리를 할 수 없습니다.
그나마 가능한 방법이 진보토큰에서 Law 토큰을 가져오는 것인데 진보토큰에서 이 토큰은 과학승리 외에는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습니다.
과학승리가 확정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이 토큰을 가져와서 승리를 쟁취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상대방이 초보자가 아니라면, 드래프트 운이 너무 나쁘지 않는 이상은 과학승리는 막는 쪽이 지나치게 유리합니다.
세 번째 단점은 카드 오픈 시스템입니다.
이는 게임의 재미라는 측면에서 분명히 장점이며 위에서 실제로 장점으로 언급을 했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카드를 오픈하는 쪽에서 얻는 이득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상대방의 선택지를 늘려주기만 할 뿐, 일대일의 특성상 상대방의 이득은 나에겐 손해라는 뜻이 됩니다.
카드의 오픈 시스템은 분명히 재미있는 요소이지만 게임에 실력적인 요소보다는 운적인 요소에 의해 승패가 갈리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네 번째 단점은 길드카드입니다.
길드카드는 이상하게도, 서로 중에 더 높은 사람을 기준으로 점수를 부여합니다.
이는 당연히 서로 정확하게 동등한 효율을 지니며 서로 얻고싶어하는 카드가 되기 마련입니다.
이 때문에 첫 번째 단점에서 언급한 홀짝성이 더욱 거슬리기 시작합니다.
실제로 서로 똑같은 효율을 가지고 있으니 그냥 그 카드를 가져갈 수 있는 사람이 가져가게 되고, 이는 행운적인 요소가 올라가는 원인이 됩니다.
4. 확장팩에서
이제 본판 이야기를 다 했으니 확장팩인 판테온 이야기도 꺼내보려고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본판 게임보다 판테온을 끼는 플레이를 훨씬 좋아합니다.
판테온은 위에서 언급한 제가 느낀 단점을 정확하게 짚었고, 정확하게 해결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본판답게 나름 치밀한 시스템으로 게임에 재미를 더해주었기 때문에 정말 좋았습니다.
게임의 홀짝성은 신 카드로 인해 타개할 기회가 상당히 많아졌습니다.
이제 마땅한 원더가 없더라도 홀짝성을 바꾸기 위해 신 카드를 사는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특정한 위치의 카드를 가져가기 위한 싸움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나에게 쓸만한 원더나 신 카드를 아껴뒀다가 홀짝을 바꾸는데에 쓸 것인지도 고민할 수 있는 하나의 요소가 되었습니다.
두 번째로 과학승리가 이제는 비교적 현실적으로 변했습니다.
본판에서의 과학승리는 사실상 불가능했고, 견제가 너무 쉬웠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뱀 토큰, 버려진 카드 더미에서 카드 무료로 가져오는 액션의 추가, 신 카드에 있는 법 카드 등 과학승리를 얻을 요소가 비교적 많아졌습니다.
특히 신 카드에 있는 법 카드 덕분에 진보토큰에서 법 토큰을 가져오는 것에 대한 부담이 적어졌습니다.
또한 진보토큰 중에서 진보토큰당 3점을 주는 토큰이 있는데, 이건 7점짜리 토큰에 비해 효율을 보기가 많이 힘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7번째 과학태그인 법 태그를 두개 모아서 진보토큰 1개를 2개로 늘리는 방법으로 3점을 부스팅하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시스템적으로 기존의 미숙함을 타개하기 위해 엄청 고민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세 번째로 카드 오픈 시 이득을 얻는 경우가 생겼습니다.
이제 카드 오픈시 내가 원하는 신 카드를 배치할 수 있는 특권, 그리고 이 토큰은 3세대에서 연계로 쓸 수 있다는 점 등
이제는 오픈할 것인지, 토큰을 집어올 것인지도 고려해야합니다.
물론 이 역시 일종의 도박이고 어느 정도는 운이기는 하지만 현실적인 가능성을 고려해서 고민해볼만한 하나의 재미요소가 추가되었습니다.
원래는 아래 카드가 나에게 좋은 카드가 아니면 오픈은 무조건 기피하고는 했지만 이제는 아니라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네 번째로 길드카드가 사라졌습니다.
이제, 플레이어에 따라 가치가 다른 새로운 3세대 카드가 등장했습니다.
이 카드는 길드카드와는 달리 서로에게 있어서 가치가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이 이 카드로 얻게 될 이득, 내가 저 카드를 넘겨주고 얻는 이득, 내가 저 카드를 견제했을 때의 기회비용 등도 같이 고려할 요소가 되었습니다.
이제 본판에 추가된 확장팩의 특이한 장점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확장팩의 또 다른 장점은 신화카드 배치라는 아주 특이한 시스템 같습니다.
단지 내가 좋은 카드를 앞에 놓고 안좋은 카드를 멀리 놓는다는 단순한 사고를 넘어
나에게 필요한 카드일지라도 아예 상대방 3원 영역에 놔서 그 자리에 절대 관문카드가 놓이지 않게 하거나
우연히 같은 신화의 카드를 확인할 경우 상대방이 어떤 카드를 어디에 배치했는지를 알게 됩니다.
카드 카운팅을 정확하게 한다면 상대방의 생각을 읽어내서 상대방의 노림수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아주 좋았습니다.
하지만 당연히 판테온에도 단점은 있습니다.
본판의 시스템적인 문제를 완전히 타개하지는 못했다는 그런 이야기는 아닙니다.
일단 룰이 본판에 비해 많이 복잡해졌습니다.
본판의 룰은 비보드게이머들이 큰 부담을 느끼진 않았지만 판테온을 처음부터 설명하려고 하면 많이 복잡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 같습니다.
당연히 본판을 먼저 한 판 플레이해보고 확장팩을 꺼내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렵다는 인식을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5. 개인적인 평가
지극히 개인적이기는 하지만, 저는 정말 재미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냐면, 이 글을 읽고 게임을 처음 접한 사람이 이 게임을 당장 구매해서 플레이해도 대부분은 재밌어하실 것이라고 느낍니다.
게임의 독특한 시스템에서 오는 재미, 단순한 룰에 비한 상당한 깊이, 아무리 해도 질리지 않는 엄청난 리플레이성 등 이 게임은 정말 매력적인 게임입니다.
6. 마치며
사실 후기를 쓰면서 느낀 점이 지나치게 개인적인 생각을 올렸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여기에 제 개인적인 플레이 성향을 적어두고 싶습니다.
제 성향을 보시고 만약 전혀 다르다고 생각하신다면, 이 후기를 전부 무시해주셔도 됩니다.
저는 승부욕이 굉장히 강하여 게임의 재미를 승리에서 찾습니다.
게임을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기기 위해 노력하고, 지면서 배우고, 배워서 다시 리벤지하는 데에서 가장 큰 즐거움을 느낍니다.
그래서 운의 개입보다는 실력적인 요소로 결정되는 게임을 좋아합니다.
운이 얼마나 들어갔느냐를 수치적으로 판단하기는 당연히 힘들지만 저는 운적인 요소는 조금만 있고 실력적인 요소가 많은 게임을 가장 선호합니다.
그래서 다인플 게임도 일대일로 하는 것을 가장 좋아합니다.
저의 선택이 아닌 타인의 실수나 타인의 선택으로 인해 제가 지게 되는 경우를 끔찍하게 싫어합니다.
대표적으로 테라포밍마스에서 제가 가장 재밌어하고 선호하는 인원수는 당연히 2인입니다.
당연히 이 후기도 저의 이런 관점에서 작성한 후기임을 꼭 염두에 두셨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