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개월 딸과의 보드게임 입문기 : 도블 동물원

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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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2-26 오후 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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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게이머인 무이입니다.

지난번에 어린 딸과의 첫 보드게임 ‘나의 첫 번째 과수원 까마귀’ 후기를 남겼는데,

이번에는 그 다음으로 해본 ‘도블 동물원’ 후기를 써보려고 합니다.

도블은 워낙 유명하니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리라 생각합니다.

도블엔 종류가 많지만 그 중에서도 아이가 잘 알고 좋아하는 동물들이

잔뜩 그려진 ‘도블 동물원’이 딱일 거 같아 해봤습니다.

(1) 첫날

처음엔 동물들의 이름을 정하면서 천천히 진행했습니다.

공작새인지 칠면조인지 모르겠어서 칠면조로 정하고, 범고래는 그냥 고래로 부르기로 하구요.

처음 하는데도 의외로 대충 할 수 있더군요. 역시 규칙이 간단하다는 게 무섭더라구요.

하지만, 종종 동물을 못 찾을 때 “같은 동물이 없어”라고 하길래

몇 번이나 “똑같은 동물이 꼭 한 마리 있지?”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러면, 아이는 “꼭 한 마리 있어!”라고 씩씩하게 답하고는 다시 한 번 카드를 쳐다봅니다.

아이는 도블 동물원이 재밌는지 또 하자고 하더군요.

그런데, 하다 보니 약간의 문제가 생겼습니다.

얘가 종종 자기 카드는 안 보고 제 카드랑 펼쳐진 카드를 비교해 답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선심 쓰듯 “아빠 가져가~”라는 겁니다.

이거에 재미를 들였는지, 크롱인형이랑 토끼인형까지 가져와서는

카드 한 장씩 깔아준 뒤 걔네의 답을 맞추며 “이번엔 크롱이 가져가~” 뭐 이러는 게 아닙니까.

처음 하는 거라 일단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네요.

뭐 어쨌든 두 번하고 자러 들어갔는데,

아내 말로는 보통 때와는 달리 금방 잠들었다고 합니다.

도블이 재밌긴 했지만 좀 힘들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2) 둘째 날

다음날에는 아내와 같이 3인플을 했는데,

아내와 저 사이에 약속을 하나 해두었습니다.

먼저 맘속으로 아이의 답을 찾은 다음에 자신의 답을 찾는다는 거죠.

아이의 페이스에 맞추기 위한 방법이었는데, 나름 밸런스가 맞더군요.

아이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아내와 제 거를 열심히 챙겨주더라구요.

그래서 관찰을 좀 해봤는데, 엄마아빠한테 선심 쓰는 걸 즐기는 지,

아니면 자기 걸 쳐다봐도 답이 안 나오니까 답답해서 남의 카드를 보는 건지 확실치 않았습니다.

그런 와중에 “똑같은 동물이 꼭 한 마리 있지?”라는 말은 이날도 계속 해주어야 했습니다.

(3) 셋째 날

아이가 남의 카드를 보는 행동을 제지하기 위해 아내와 저는 각자의 방법을 강구했습니다.

우선 아내는 자신이 문제를 많이 맞히면

아이가 위기감을 가지고 자기 카드만 쳐다볼 것이라고 예상하고 폭주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엄마가 너무 달려서 그런지 아이의 표정이 안 좋아지더군요.

저는 아이 엄마의 방법은 실패라고 판단하고는 저의 카드를 손으로 가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 보고 싶어도 못 보겠죠? 아이 엄마도 이내 손으로 카드를 가렸는데,

아이가 “가려도 보인다 뭐~”라고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저런 말은 또 어디서 배워온 걸까요.

이것도 역시 좋은 방법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저와 아내가 카드를 손에 들고 플레이해봤습니다.

자연스레 카드가 가려져서 그랬을까요? 아이가 불만 없이 자기 카드만 보더군요.

그래서인지 갑자기 훨씬 잘 하게 됐습니다. 저와 아내보다 아이가 더 빨리 찾는 경우가 많아져서

이제 배려는 필요 없지 않나라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게임을 하면서 제가 신경 쓴 건 또 있습니다.

엄마, 아빠가 카드를 좀 많이 가져간다 싶으면 아이의 표정이 어두워지더군요.

그럴 땐 한두 번 정도 아이가 답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 줬습니다.

그러다 아이가 자신감을 찾으면 다시 원래대로 플레이하고요.

그럴 때마다 아이는 자기가 가진 카드들과 아내가 가진 카드들의 두께를 비교하면서

‘키를 잰다’고 하더군요.

아이가 이런 식으로 경쟁심을 보여줬던 거 같아요.

근데 제 거랑은 비교하지 않더군요; 제가 꼴지긴 했지만...

그리고, 여기에 저의 (별거 아닌) 팁이 하나 있습니다.

제가 (맘 속으로) 아이의 답을 찾은 후 제 카드에서도 답을 찾으면,

바로 답을 외치지 않고 “어?”라고 소리를 낸 뒤,

약간 뜸을 들인 후 “아빠가 찾은 거 같네”라고 말하는 겁니다.

그러면 제가 답을 말하기 전에 아이가 답을 찾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순간 집중력이 올라간 거겠죠?

쓰고 보니 정말 별거 아니네요;

게임이 진행될수록 아이가 몸을 배배꼬는 것이 힘든 게 분명했습니다.

마치 제가 ‘셋트’를 할 때처럼 힘들 텐데, 역시 아기라 체력이 좋은 걸까요?

아이가 ‘한 번 더!’를 외치는 바람에 세 번을 연달아 했는데, 마지막에는 정말 빠르더라구요.

엄마, 아빠랑 실상 거의 비슷하거나 더 빠르지 않나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게임을 하는 중에 아이는 “분홍색 친구들은 누구누구가 있을까?”라며

카드들에 있는 같은 색 동물들을 찾는 모습을 보여,

조금씩 게임을 이해해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장면이 있었는데,

펼쳐진 카드에 있는 하마를 가리키며 “엄마, 하마 있지 않아?”라고 말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뭔 소린가 했더니 방금 아내가 하마로 카드를 가져갔는데,

펼쳐진 카드에 하마가 또 있으니 가져가란 소리더라구요.

(4) 마무리

넷째 날에 아이는 외할머니에게 도블을 알려드렸는데,

장모님이 같은 동물이 없다고 하시니 아이가 “꼭 한 마리 있어!”라는군요.

토끼인형까지 3인플을 하며 선심을 잔뜩 쓰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아이와 해보니 역시 도블은 좋은 게임이네요.

하지만, 이런 도블 동물원에도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

첫째, 규칙설명서에 동물들의 이름이 다 나와 있지 않다.

둘째, 동물들의 색깔이 엉뚱한 경우가 있다.

뭐, 색깔을 배분하다보니까 그랬겠지만, 아이가 자꾸 색깔이 이상하다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찾아보니 '도블 키즈'라는 게 또 있더군요!

긱에서 가져온 사진

도블 키즈의 그림들은 동물들의 원래 색깔이랑 매치가 잘 되는 거 같고,

카드 한 장에 동물이 여섯 마리라 여덟 마리인 도블 동물원에 비해 스트레스가 적겠더라구요.

그래서, 도블 동물원보다는 도블 키즈가 더 적합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배용으로 하나 살 생각입니다;)

거의 같은 게임으로 'Spot it Junior! Animals'도 있더라구요.

긱에서 가져온 사진

도블을 나름 성공적으로 돌린 저는 자신 있게 집에 있는 할리갈리를 꺼내들었습니다.

그런데 웬걸, 결과는 대실패였습니다. 아이에게는 굉장히 어려운 게임이더군요;

앞으로 도전해볼 게임으로

‘이것 좀 봐!’, ‘동물 쌓기’, ‘치킨 차차’, ‘비바 토포’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조금 더 신중하게 선택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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