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어처 도색 입문자를 위한 간단한 도색 단계

메피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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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2-23 오후 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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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시국이 시국인지라 밖에 마음껏 돌아다닐 수가 없으니 집에 박혀 도색이나 하고 있는 메피스톤입니다. 요즘들어 부쩍 도색에 관심을 보이는 분들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관심을 갖는 분들도 손가락 두 마디만한 모형에 칠을 하는 것을 보고 질겁을 하시며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고 돌아서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사실 도색은 미술적 감각이나 탁월한 실력 이런 것들이 필요한 분야가 절대 아닙니다.

물론 일정 수준을 넘어가서 도색 대회 이런 곳을 노린다면 저런 덕목이 필요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미니어처에서 제작한 회사에서 찍은 사진 정도를 목표로 하는 수준이라면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 어느 정도까지는 비슷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사실 이 수준에서의 도색은 예술적인 감각 이런 문제가 아니라 선을 얼마나 가늘고 안정적으로 그릴 수 있는지의 싸움이라고 보는 것이 오히려 더 정확하겠네요. 그래서 오늘은 막 도색에 입문하시는 아무것도 모르는 분들을 위해, 도색을 단계별로 잘라서 한번 보여드릴까 합니다.

읽고 나시면 대략 도색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대강 이해하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생각보다 도색 단계는 어렵지 않습니다. 얼마나 시간과 노력과 정성을 들이는지에 따라 완성도가 결정되는 나름 정직한 분야이기도 합니다. 그럼 바로 시작해보겠습니다.

<오늘의 도색 대상인 스페이스 마린 인터세서입니다.>

<1단계: 프라이밍>

실수로 오른쪽 백팩을 살짝 칠해버렸습니다만, 일단 이게 1단계입니다. 플라스틱/레진/주석 모형 위에 대개 스프레이로 프라이밍 작업이라는 단계를 실시합니다. 프라이머를 올리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프라이밍은 밑색을 균일하게 올려줌으로, 이후 올라가는 색의 전체적인 톤을 정해줍니다. 따라서 모델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어둡게 조성하고 싶다면 검정색을, 밝고 화사한 분위기를 노린다면 흰색이나 밝은 회색 계열을 주로 사용합니다. 주로 쓰이는 색들이 무채색이지만, 검정/흰색에 국한하지 않고 향후 모델의 가장 많은 부위를 차지하는 원색으로 프라이밍을 하기도 합니다.

아래의 모델은 빨간색 스프레이로 프라이밍을 했습니다. 다만 스프레이 사용시 아무 컬러 스프레이가 아닌 반드시 모델링 프라이머를 사용하시길 바랍니다.

<빨간색으로 밑색을 올린 모델들. 프라이밍은 반드시 검정/회색/흰색에 국한할 필요가 없습니다.>

2) 프라이밍은 도료가 모델에 더 잘 붙어있게 도와줍니다. 장식장에 보관하는 프라모델처럼 거의 만질 일이 없는 모형이라면 모르되, 게임용 말인 미니어처의 경우 수없이 만지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모델의 도료가 조금씩 벗겨지면 그보다 슬픈 일이 없겠지요. 프라이밍은 바로 플라스틱 위에 페인팅할 때보다 훨씬 더 도료가 안정적으로 모형에 붙어있게 도와줍니다.

그럼 프라이밍 다음 단계로 넘어가봅시다.

<2단계 베이스 페인팅>

이 단계에서는 가장 많이 칠하는 부위의 색을 올려줍니다. 이 단계에서는 삐져나가는 것을 전혀 신경쓸 필요가 없습니다. 비단 이 단계뿐만 아니라 도색하는 전 과정에서 삐져나가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세계 초일류 도색가도 삐져나갑니다. 어차피 삐져나간 부분은 다시 제대로 다른 색으로 덮어주면 완벽하게 복구가 되기 때문에, 삐져나가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 받으실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베이스 페인팅 단계에서 가장 조심할 것은, 두껍게 한번에 색을 올리려고 하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초보 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바로 페인트통에서 붓으로 도료를 옮겨서 그대로 모델 위에 칠하는 것인데, 이럴 경우 모델의 디테일이 다 죽어버리기 때문에 절대 그렇게 하시면 안됩니다. 파레트에 도료를 덜어서 물과 적당히 섞어서 약간 탁한 우유 정도의 묽기를 만들고 난 뒤에 도색하시면 됩니다. 물론 우유 정도의 묽기인지라 깔끔하게 모델 위에서 색이 올라간다는 느낌은 없고, 처음에 색을 올리면 얼룩지고 보기 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색을 올린 후 완전히 건조가 된 뒤에 같은 묽기로 색을 올리는 과정을 반복하면 조금씩 생각하는 색이 디테일을 유지하면서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바로 위의 사진도 어깨 부위를 자세히 보시면 밑색인 검정색이 부분 부분 보일겁니다. 한 번 더 올려줘야 파란색이 제대로 올라가는 단계에서 사진을 찍었기 때문이지요.

<3단계 베이스 페인팅 마무리>

위에서 말씀드린 주색의 베이스 페인팅이 끝났다면, 이제 다른 부위들의 베이스 페인팅을 해줍니다. 요령은 2단계와 동일합니다. 그저 색만 달리해서 부위별로 칠해줄 뿐입니다. 이 단계를 마무리할 때는 가급적 최대한 삐져나가는 부위까지 정리를 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여러 색을 번갈아가며 사용하기 때문에 사실상 기본 단계에서 제일 시간을 많이 쓰게 되는 단계입니다.

<4단계: 셰이딩(=워시)>

이 단계에서는 셰이드, 혹은 워시 도료라는 특수 도료를 사용해서 모델의 틈새를 칠해줍니다. 이 도료는 다른 도료와는 성질이 다릅니다. 이 도료의 사진을 보여드리자면,

<셰이드 도료들>

이렇게 생긴 셰이드 도료는 다른 도료와 달리 점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거의 물감을 탄 물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이 도료들은 모델의 틈새에 들어가 안착하여 깊숙한 곳의 음영을 만들어주도록 디자인된 도료들입니다. 실력이 쌓이면 필요한 부위에만 도료를 흘려넣을 수 있게 되지만, 대충 붓에 찍어서 깊숙한 부위 근처를 지나가면 알아서 들어가며 음영을 형성해줍니다. 셰이드 도료는 물과 섞어쓰시면 기능이 떨어지니 혹시 조금 더 희석하고 싶으실 경우 희석제를 사용하셔야 합니다. 제가 많이 쓰는 희석제로는 위 도료와 같은 회사 제품인 Lahmian Medium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따라오신 분들이라면 도료가 생각보다 금방 마른다는 것을 이미 인지하고 계실 것 같습니다만, 셰이드 도료는 건조 시간이 일반 도료의 5배에서 10배는 족히 걸리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건조한 다음에 단계를 넘어가시길 바랍니다. 물기가 사라져서 번들번들함이 없어졌다면 충분히 마른 것입니다.

<5단계: 레이어링>

부득이 백팩을 등에 붙였습니다. 셰이드가 다 말랐다면 나름 입체적인 느낌이 생겼을 겁니다. 그것으로 만족하셨다면 4단계에서 끝내셔도 됩니다. 더 나아가 입체감을 끌어올리고 싶다면 그 다음 단계가 이 레이어링입니다. 위 사진을 보시면 백팩의 테두리 부분이 하늘색으로 올라가 있다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미니어처는 사이즈 때문에 빛을 받아도 현실의 사물과 달리 그 빛이 그리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기때문에, 인위적으로 테두리에 선을 따줌으로 자연스러운 효과를 받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단계입니다.

이 때 사용하는 색은 베이스 색보다 한 단계 정도 명도가 높은 색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파란색이면 위처럼 하늘색, 빨간색이라면 주황색, 초록색이라면 연두색, 검정색이라면 회색 등.. 선을 반드시 깔끔하게 그려주지 않아도 레이어링을 하면 훨씬 더 입체감이 살아납니다. 사실상 도색 전 과정에서 가장 시간을 많이 들이고 제일 빡침을 많이 경험하는 단계이기도 합니다.

(사실 위 모델의 경우 갑옷의 면이 단색이고 부위가 넓어 레이어링이라기보다 엣지 하일라이팅 수준으로 제가 선을 가늘게 그렸습니다만, 대부분의 레이어링은 테두리쪽에 조금 더 부위가 넓게 색을 올려줍니다.)

<4단계와 5단계의 사이>

이 사진을 보시면 얼굴만 5단계 레이어링이 되어 있고, 나머지는 4단계 셰이딩만 된 단계입니다. 사실 셰이딩만 잘 해줘도 게임 보드 위에서는 충분히 입체감이 느껴집니다.

<6단계: 엣지 하일라이팅>

도색의 마지막 단계인 엣지 하일라이팅입니다. 5단계에서 해준 레이어링 위에 한 단계 더 명도가 높은 색을 사용해서 가장 가늘게 마무리 선을 그어줍니다. 대개 밝은 모델은 흰색에 가까운 색을 사용합니다. 이상의 단계를 모든 부위별로 끝내면 도색 완성입니다.

<보너스 단계: 데칼 작업>

도색은 아니지만 데칼이 있는 모델은 데칼을 부착하기도 합니다. 이건 엄밀히 말하면 도색이 아니고, 선택사항이므로 오늘은 패스하겠습니다.

전 단계를 하나씩 보여드리려고 6단계까지 분류해서 보여드렸습니다만, 사실 처음 입문하시는 분들이 6단계까지 하는 것은 조금 어렵고, 앞서 말씀드린 4단계 셰이딩까지만 해도 충분히 괜찮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처음에 말씀드린 도색은 선을 가늘게 그리는 과정이라는 말이 와닿으실지 모르겠네요. 선을 안정적으로 가늘게 그리는 왕도는 연습뿐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미세팁이라면 팔을 몸에 딱 붙이고 팔꿈치를 책상에 댄 채로 칠하면 저는 조금 더 안정적으로 선이 그어지는 듯 합니다.

이상으로 도색 과정을 단계별로 나눠서 보여드렸습니다. 막상 해보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오늘은 주제상 단계별 과정만 보여드렸지만, 혹시 관심을 갖고 봐주시는 분들이 더 계시면 다음에는 기본적인 붓 사용법이나 웻 팔레트 제작법 등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그럼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미니어처라면 빠질 수 없는 동전과의 비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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