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 인원 30명, 플레이 시간 15시간의 세계평화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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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02 00:33

혹시 세계평화게임(World Peace Game)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세계평화게임은 미국의 교육자 존 헌터가 만든 정치/경제/군사 시뮬레이션입니다.

아크릴판과 철봉으로 만들어진 가로 세로 높이 각 1.2m의 4층짜리 거대한 게임보드와

플레이 인원 30명, 플레이 시간 15시간이라는 정보만 봐도 게임의 규모를 알 수 있습니다.

엄밀히 말해 보드게임이라고 하기는 어렵고 보드게임+TRPG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30여 명의 참가자는 4개 국가의 내각과 유엔 및 세계은행 등의 역할을 부여받습니다.

게임의 목표는 민족 갈등, 석유 유출, 기아, 핵 확산, 기후 변화 등이 복잡하게 얽힌

50여 개의 위기상황을 해결하고, 각국의 재정 상황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게임의 최대 특징은 규칙상 일부 제약 외에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원한다고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일종의 심판 역할을 하는 "날씨의 신"이 존재합니다.

날씨의 신은 어떤 것이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어느 정도의 비용과 시간이 필요한지를 판단합니다.

TRPG의 게임 마스터와 비슷한 이 신적 역할 역시 교사가 아닌 학생 플레이어가 수행합니다.

날씨의 신은 그 밖에 주식시장이나 자연재해 같은 무작위 요소를 결정하는 역할도 합니다.

지금 이 세계평화게임을 한국어로 진행하기로는 최초로,

일산의 서정초등학교 6학년 학생 30명과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게임은 일주일에 한 번씩 방과후에 약 두 달에 걸쳐 진행됩니다.

무려 두 주에 걸친 규칙 설명을 마치고, 현재 게임 2일차까지 진행했습니다.

게임에서 각 나라와 무기회사의 이름은 플레이어가 직접 정하는데요.

가장 춥고 가난한 국가는 "겨울왕국", 석유가 많은 사막 국가는 "사막사막",

부유한 강대국은 "폴리아", 환경 보호에 힘쓰는 국가는 "원쳐국"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무기회사의 이름은 "다죽여무기회사"로 정해졌습니다.

참고로 원쳐국은 "원자력을 쳐부수자"라는 뜻이라고 하네요.

위 사진들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매일 각 나라와 단체의 정상이 차례대로 선언을 하고

그 사이마다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자유롭게 협상을 진행합니다.

이 협상단계 중에 국가 간의 외교조약과 무역협정 등이 맺어지고,

금전적인 거래가 일어나며 수표와 영수증이 오갑니다.

지금까지 벌어진 일들을 알려드리자면...

원쳐국 국방장관이 쿠데타를 기도했으나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같은 나라의 국무장관은 국제 테러조직의 배후에 있는 비선실세라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비밀제국 최고지도자는 겨울왕국에 "1억 달러를 바치지 않으면 핵무기로 지도상에서 없애버리겠다"고 위협했습니다.
다죽여무기회사는 "오늘 무기를 사지 않는 나라에는 앞으로 무기를 팔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유엔 사무총장은 "분담금을 내지 않는 나라에는 비상시에도 원조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편 긍정적인 소식으로는...

유엔은 각국의 무기 보유를 제한하는 국제 조약을 추진 중이고, 사막사막은 보유한 핵무기의 절반을 폐기하기로 했습니다.
겨울왕국은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는 획기적인 수소 연료전지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폴리아와 사막사막은 국경의 병력을 감축하고, 양국 사이의 바다에 유출된 석유를 정화하는 비용을 분담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원쳐국은 사막사막 내전을 피해 타향을 떠도는 카자즈 난민들을 기준에 따라 일부 수용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