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폴, 나는 왜 이 게임을 사 버렸나

쉐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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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5 오후 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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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면서도 돈 아까운 줄 모르면 이런 만행을 저지릅니다...]

도미니언의 성공으로 덱빌딩 게임이 혁신적으로 등장한 이후 알데락 엔터테인먼트 그룹, AEG에서는 카드를 기반으로 한 테마틱 덱빌딩 게임을 몇 가지 내놓았습니다. 역사적인 부분에 대해 그렇게 잘 아는 바는 아니지만, 당시에 저는 도미니언 외의 다른 흥미로운 덱빌딩 게임들을 찾아서 보드게임 사이트들을 뒤적거리며 손가락을 빨았던 기억이 납니다(장바구니에 담았다가 뺐다가). 안타깝게도 그 대부분은 중박 이상의 평가를 받지 못했는데요, 그럼에도 AEG에서는 이러한 게임 라인에 대한 두 가지 선명한 특징을 보였습니다. 하나, 열적적으로 확장을 출시했고, 또 하나, 2판으로 가져가거나 절판시켰습니다(혹은 둘 다이거나). 괄호까지를 포함한 대표적인 게임이 썬더스톤이었죠. 절판되기 전에 사지 못해 안타까웠던 이 게임의 1판을 상아님께 선물받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플레이해 본 이후로는 딱히 아쉬움이 느껴지지 않는 게임이라 판단하게 되었고, 이 무렵부터 덱빌딩에 대한 저의 관심도 함께 싸늘하게 식어갔습니다. 에이언즈 엔드를 중고로 판 건 그것 때문이었습니다. 심지어 이번 한글판 펀딩에도 참여하지 않을 정도로 덱빌딩에는 관심이 가지 않더군요(썬더스톤 퀘스트는 구하고 싶었지만 결국 그냥 하지 않는 방향을 선택했습니다).

또 하나의 게임이 바로 이번에 이야기하려는 나이트폴(Nightfall)입니다. 빅박스 확장 3개, 스몰박스 확장 3개를 출시하고 단종된 이 게임은 썬더스톤보다 평가가 더 낮았습니다. 나이트폴이 출시되던 해에 보았던 모 외국 리뷰글의 주제는 ‘올해 출시된 게임들은 실망스러웠다’였고, 이 실망스러운 게임 중 하나로 꼽힌 나이트폴에 대한 평가는 ‘그 중 그나마 흥미로운 게임이었지만 이마저도 5명 외에는 어쩔’이라는 거였습니다(본 게임은 2-5인용 게임입니다). 그 제가 이 게임의 본판을 구입한 것이 이 평가의 이전이었는지 이후였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군요.

이번에 보드게임을 정리하면서 중고로 판매하려고 했던 게임들 중에 단 하나 제가 판매하지 않고 구원한 게임이 바로 이 ‘나이트폴’입니다. 구원한 이유가 꼭 “팔리지 않을 것 같아서”는 아닙니다. 이번에 싸게 판매를 해 본 결과 가격만 충분히 저렴하다면 제가 해보지 못한 게임도 팔린다는 것을 알았으니까요. 나이트폴도 1만 원이었으면 팔렸을 거라 생각됩니다(원래 책정했던 금액입니다).

일단 큰 이유 두 가지 중 하나는 썬더스톤에 대한 기억 때문이었습니다. 만약 썬더스톤 2판(1판의 단점을 많이 잡았다고 평가받은)을 사 모았더라면 하는 후회를, 단종 여부를 알고 난 이후에 해 본 그 속쓰림이 상기된 점이 하나였습니다. 다른 하나는 사실상 썬더스톤(1판)에서 느끼지 못했던 독특한 시스템적 매력이 자꾸 입에 잘근잘근 씹혔기 때문입니다. 꼭 이 사이에 낀 중국 당면마냥 말입니다.

‘나이트폴’은 차례가 되면 액션, 카드 플레이, 구입, 정리의 순으로 진행됩니다. 액션 단계에는 내 앞에 깔려 있는 모든 유닛이 공격을 “해야” 합니다. 상대 플레이어의 유닛을 파괴했든지 그렇지 않든지 액션 단계가 끝나면 남아 있는 모든 유닛은 버려집니다. 그래서 나이트폴은 굉장히 호전적인 성격의 게임이 됩니다.

텅 빈 내 앞을 다른 플레이어의 액션 단계가 시작되기 전에 지켜내기 위해서는 카드 플레이 단계 때 내 앞에 새로운 유닛을 놓거나 상대 플레이어의 유닛들을 작살내는 카드를 플레이합니다. 이 ‘연쇄’ 단계 또한 재미있는 것이, 내가 내 카드를 플레이하는데 다른 플레이어들이 자신의 카드를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연쇄가 해결되어 가면서 게임판의 상황을 다각도로 변화시킴과 동시에, 다른 플레이어들의 차례에도 플레이어들이 충분히 집중할 요인을 줍니다. 문제는 이러한 연쇄가 박진감 넘치고 즐거우려면 플레이어수가 아무리 적어도 4명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것이지만요. 심지어 3명 이하는 맥이 빠지는 수준이라고 할 지경입니다(해 봤습니다만 이 게임의 최고 백미인 연쇄의 묘미가 반의 반도 안 살더라구요).

그런 다음에는 입수와 정리로 일반적입니다만, 이 두 단계의 형태와 양상으로 인해 나이트폴은 상당히 독자적인 영역을 고수하게 됩니다. 그러나 ‘액션’ 단계가 게임에 직관성과 경쾌함을 부여했다면, ‘연쇄’ 단계는 그 특이한 성격에도 불구하고 꽤 복잡한 효과 적용 매커니즘으로 인해 초기 진입장벽을 높이는 요소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미 언급한 것처럼 플레이어 수에 따른 게임의 재미 반감으로 이어졌습니다.

과연 이 나이트폴을 앞으로도 계속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이트폴을 매각하지 않은 첫 번째 이유로 인해서 저는 지금 현재 구할 수 있는 나이트폴 확장들을 다 구해 보았습니다. 그 이전에 스몰 박스 확장 하나(유혈 국가)는 구매해 두었기 때문에 이번에 빅박스 확장 둘(가장 추운 전쟁, 계엄령)과 스몰 박스 확장 하나(핏빛 포위)를 구해서 저는 총 6개 중 4개의 확장을 구입한 셈이 되었네요. 클리어런스 덕분에 예전에는 상상도 못할 금액으로 이것들을 입수했으니 다행입니다만, 마지막 빅박스인 ‘동쪽 하늘’ 확장과 스몰 박스인 ‘어두운 분노’ 확장은 구할 수 없게 된 것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혹시 가지고 있는데 처치 곤란으로 판매할 의향이 있으신 분이 있다면 초기 정가 기준으로 구입할 의향은 있습니다 ㅎㅎ 아마존이나 긱마켓에서처럼 절판 특수로는 추호도 구할 마음이 없는 게임...)

예상이 아니라 예언컨대 아마 앞으로 제대로 플레이할 일도 별로 없을 듯합니다만(생각보다 높은 진입장벽과 플레이어수로 인하여), 그래도 일단 책장 정리를 위해서(이 모든 확장들이 본판 박스 안에 다 들어갈 거고 나머지 박스들은 겉에 아컴 호러 카드 게임을 출력해서 시트지로 붙여 아컴 카드 게임용 박스로 쓸 예정입니다 ㅋㅋ) 조만간 한글화 작업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마 1. 현재까지 나온 아컴 카드 게임의 모든 한글화를 마치고 2. 스팀폴의 위기까지 작업하고 3. 그 이후로 더 이상 한글화를 급하게 하고 싶어지는 게임이 없다면 말입니다. 이 게임을 저만큼 가지고 있으신 분이 있다면 즐거운 소식이 되겠지만, 과연 얼마나 될까 싶긴 하네요. (과연 즐거운 소식이 될까부터가 먼저......)

[스펀지를 보호하기 위해 카드를 넣었습니다. 이마저도 스타터는 두 세트가 겹치고 부상 카드 60장도 빅박스마다 겹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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