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보드게임 모임 후기 #003

1,786 조회

2019.01.21 14:08

저희 모임 페이스북 그룹 https://www.facebook.com/KoreanBostonBoardgame/ 에 올린 후기입니다.

2019년 1월 20일 후기

오늘 모임도 무려 11분이나 신청을 해주셨습니다. 저 혼자 진행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는 인원이었는데 다행히 게임을 가지고 계시는 약대분이 오셔서 적당히 두 테이블로 나눠서 게임을 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오늘은 어제부터 눈이 많이 내려서 갈 수 있을까 고민을 좀 했었는데 게임을 하고 싶어하시는 분들의 강력한 염원에 힘입어 미끄러운 도로를 조심조심 기어서 간신히 보스턴에 도착했네요. 평상시에도 늦게 오시는 분들이 많아서 오늘도 다들 늦게 오실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제 시간에 2분이나 도착하셨습니다. 다른분들이 언제 오실지는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어서 둘이서 먼저 Noch Mal!을 한판 시작했네요. 원래 룰 설명이 간단하긴 하지만 이 게임도 홍보를 많이해서 룰 설명 없이 바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간단한거라지만 룰 설명 없이 게임을 해볼 수 있다니 감동이네요 ㅠ.ㅠ 요즘 나오는 주사위 게임들은 주사위를 쓰긴 하지만 나름 전략적으로 고민할 거리를 만들어주기 때문에 실력 게임이라고 생각하는데 10판을 넘게 했던 제가 오늘 고작 2,3판 해보신분에게 패배했네요 ㅠ.ㅠ

저희가 게임을 하고 있는 동안 몇분이 더 도착하셔서는 자기들도 질 수 없다면서(...) 주사위 게임을 꺼내서 돌렸습니다. 레일로드 잉크라는 게임인데, 에센에서 한 번 해보고는 못해봤던 게임이라 확장 주사위도 있다니 더 해보고 싶네요. 비슷하게 게임이 종료되고 인원이 더 늘어나서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하고는 9명이 젝스님트를 돌렸습니다. 사실 나오는 카드를 몽땅 외우고 있지 않으면 이 게임은 사실 카드운빨게임에 가깝다고 믿고 있었는데, 오늘 3라운드를 진행하는 동안 제가 2라운드에서 소머리를 하나도 받지 않은걸 보면 이건 실력게임인 것이 분명합니다. 그 후에는 두 테이블로 나눠서 5명씩 게임을 했는데 저희 테이블에서 바퀴벌레 포커를 돌린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한 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시고는 다른 테이블로 가셨습니다. 전 이 게임을 하면 맞추는걸 더 좋아하는데, 보통 소심한 분들이 많이 오시면 맞추진 않고 카드 넘기는걸 많이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블러핑을 못해도 크게 상관이 없었는데, 오늘 처음 오신 약대 1학년 여자분이 맞추는걸 엄청 좋아하시더라구요. 그래서 그분한테 들통나서 카드를 엄청 먹고 패배 직전까지 갔었는데 다행히 다른 약대 5학년 여자분이 쥐를 수집하고 먼저 패배하셨습니다. 보드게임 경력이 별로 없으신 분들인데도 적극적으로 카드를 맞추셔서 재밌게 게임했네요.

같은 게임은 많이 안 돌리려고하는 편인데 처음 오신분들이 계셔서 오늘은 쉬운 게임 위주로 가느라 Noch Mal!을 한 판 더 돌렸습니다(딱 게임 제목 같네요). 바퀴벌레 포커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신 약대 1학년 여성분이 첫판인데도 불구하고 승리를 하셨습니다.

그리고는 우리 모임을 배신하고(!) 방탈출을 하러 가셨던 멤버 한 분이 방탈출에 실패하고는 모임에 분풀이를 하러 오셔서 같이 게임을 했습니다. 같이 방탈출에 실패한 하버드 보드게임 모임장도 같이 오셨는데 처음 와주셔서 정말 반가웠어요! 멤버분이 저번에 했던 후지가 너무 쉬운 것 같다면서 난이도를 한 단계 높여서 하자고 해서 흔쾌히 수락을 했는데, 그 분은 첫턴부터 옆에 계신 약대 여성분에게 발목이 잡혀서 이동에 실패하시더니 스태미나가 주욱 깎여서 장렬히 전사를 했네요. 게임하다보니 용암을 뛰어넘지 않으면 마을에 도착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기던데 룰 상에서는 그걸 막는게 없어서 허용을 했지만 테마적으로는 용암을 뛰어넘는건 왠지 잘 안 어울리는 것 같아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하버드 보드게임 모임장님은 발군의 주사위 실력을 보여주셔서 레벨을 한 단계 높였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스태미나가 깎이지 않고 마을에 도달했네요.

그리고는 다시 Noch Mal! 오늘 무려 3판째네요. 배송비가 아까워서 확장 안 사고 있었는데 이 정도로 잘 돌아가면 확장은 구비를 해놔야할 것 같습니다. 이번판에서 저는 굴욕적인 마이너스 1점 ㅠ.ㅠ 방탈출과 용암 탈출에 실패하신 멤버분은 여기서 한풀이를 하셔서 기어이 1등을 하셨네요.

마지막으로는 가볍게 다빈치 코드를 2판 더 했었는데, 보통 둘이서 할 때는 치열한 심리전이 들어간 추리게임이라고 생각했는데, 4명이서 하게 되니까 도저히 다른 사람들이 무얼 부르는지, 무슨 타일을 들고갔는지 외울 수가 없어서 찍기 게임이 되어버렸습니다. 라고 말하는건 사실 핑계고 실력이 없어서 졌습니다 ㅠ.ㅠ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와 주셔서 신나게 게임하고 놀았네요. 아침부터 차에 눈 치운다고 고생을 해가면서 놀러간 보람이 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