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울

블로그

쪽지

2018 결산후기, 3, 4월

2,120 조회

2018.12.14 21:24

3월과 4월은 바빴습니다. 오프라인에서 게임할 시간이 별로 없었어요. 묶어서 할게요.

3월에 7 게임, 4월에 8 게임을 했습니다. 정말 바빴나봐요.

도미니언 (Dominion) 2회

덱빌딩의 아버지 되시겠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엄격근엄진지한 게임이에요. 덱빌딩의 기초와 정점을 동시에 다진 것으로 많이들 생각하시죠. 저도 동의합니다핳.

덱빌딩 중에 가장 재미있느냐? 는 아니겠지만, 가장 제대로 된 덱빌딩 게임입니다.

순도 100% 덱빌딩 게임. 도미니언의 강점이죠. 군더더기 다 빼고 덱빌딩만 즐기고 싶다! 예 그럼 도미니언이죠. 여부가 있겠습니까. 보잘것 없는 10장으로 시작한 내 덱이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을 보면 성취감이 대단하죠. 아니 그 저주카드는 빼고.

게임 진행도 간단합니다. 딱 덱빌딩 하듯이 하면 되고. 게임 규모도 아기자기해요. 기본카드들에다가 무작위 카드 10종. 하지만 있을 건 다 있죠.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싶을 때, 이 게임을 하자고 하면 거절하지 않습니다. 보장된 재미를 주죠. 거기다가 끝이 보이지 않는 리플레이 가능성이 있습니다. 본판만해도 카드 종류가 엄청난데, 확장팩도 엄청나게 많죠. 카드 조합에 따라 웃음기 싹 빼고 뇌를 불태울 수도 있고, 잃어버린 배꼽을 찾아다니느라 바닥을 굴러다닐 수도 있습니다. 시스템 자체에 질리지 않는다면 이 게임은 계속해서 즐길 수 있어요.

그럼 시스템에 왜 질리느냐. 앞서, 무작위로 깔리는 10개의 카드는 무한히 많은 변수를 제공한다고 했지요. 변수 제공은 게임을 시작할 때 뿐입니다. 게임 중에는 모든 것이 다 정해져있고 내가 뽑는 5장만 무작위에요. 무작위라고 해 봐야 내 의도가 들어있죠. 내가 산 카드들만 나오니까요. 아니 그 저주 카드는 좀 빼고. 그리고 카드 5장을 뽑게 되면, 거기에서는 큰 선택지가 없습니다. 돈이랑 영토 카드는 다 내려놓고... 액션카드가 하나면 그냥 그거 쓰고. 여럿이면 뭐 살짝 고민하겠죠. 그런 뒤에 이제 돈을 써야겠죠. 살 카드가 많군요. 결국 도미니언에서 내가 중점적으로 고민해야 될 요소는 '어떤 카드를 구매할 것인가' 하나로 좁혀집니다. 게임에 익숙하지 않을 때는 이것 저것 다 사 보고 실제로 굴려보면서 익히지만, 능숙해지면 카드 10장 깔린거 보자마자 딱 알아요. 아 저걸 사야겠구나!

네. 고민은 게임을 시작할 때만 하면 되는거 같아요. 이후로는 각자 고민의 결과를 보기 위해 열심히 달리면 되는거구요. 누가누가 10장 중에 제일 좋은 카드들을 잘 알아챘나 확인해볼까요오. 그럼 게임의 과정은 아무 의미가 없어집니다. 계획과 결과만 남죠.

언젠가 유저들이 개발자에게 카드 간 밸런스가 좋지 않다고 호소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개발자가 답했죠. '너무 좋은 카드가 있다면, 너도 그걸 사라.' 님돈없? 아 이런 내가 그 사실을 몰랐네.

사실 이 문제점은 아주 간단한 해결책이 있습니다. 무작위로 10장을 깔지 말고, 치밀하게 짜여진 10장을 추려서 게임을 하세요. 10종의 액션 카드가 비슷한 속도로 팔려나가는 게임을 하세요. 돈을 먼저 벌 것인지, 액션 카드를 먼저 확보할 것인지, 점수 카드를 언제부터 사들이기 시작할 것인지, 견제 카드의 비율은 얼마나 넣을 것인지 고민의 폭이 굉장히 넓어질겁니다. 각자 다른 전략으로 달렸는데 끝나고 보니 비등비등하게 게임이 끝난다면, 그 카드 조합으로 서너 판 더 하시고 싶어질 거예요.

10년 된 게임이고, 어마어마한 유저 수와, 어마어마한 노하우가 쌓인 게임입니다. 노하우는 게임의 전략 뿐 아니라 게임을 재밌게 즐기는 방법 또한 포함돼 있어요. 다른 덱빌딩 게임을 해 봤을 때 덱빌딩이 본인에게 잘 맞았다면, 도미니언을 진득하게 즐겨보시길 추천합니다.

러브레터 (Love letter) 2회

2월달에 설명했어요. 간간히 한 판씩 했네요.

티츄 (Tichu) 2회

네 명이 모이면? 티츄! 으악 제발!

저는 티츄를 별로 안 좋아합니다. 왜냐면, 너무 많이 해봐서요. 저는 충분히 즐겼어요. 정말루요. 막상 하자면 재밌게 합니다만.

1등 할 것이노라 선언하고, 실제로 1등을 해서 점수를 타 갈 때. 아군과의 기막힌 협력으로 큰 점수를 쓸어담을 때. 상대의 계획을 간파하고 허리를 끊어버릴 때. 모든 것을 털어버린 뒤 처절한 한 장 싸움에서 승리할 때. 도박수를 던졌는데 상대가 몸을 사려 이득을 취하게 됐을 때. 양 옆에서 나에게 2를 줄 때... 짹짹이로 부른 소원이 상대의 7번 척추를 뽑아버릴 때. 시작부터 끝-까지 재미포인트가 도처에 깔려있습니다. 마약 같은 게임이에요. 앞에 설명한 희열 포인트마다 분비되는 도파민 양이 다릅니다. 종류도 다른거 같아요.

저는 무엇보다 이 게임이 팀전이라서 좋아합니다. 저는 호흡을 맞추면서 공동의 목표를 추구할 때 재미를 많이 느끼는 성향이라서요. 잘 안풀리면 아군을 비난하면 되니까 더 좋지 않습니까.

의외로 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미덕은 지구력입니다. 중간 즈음부터 침착함을 잃게 되면 목표 점수인 1000점이 한없이 멀어져요. 게임을 끝냈어야 할 타이밍을 놓치고 지친 상태로 계속 게임을 이어가게 됩니다. 승부는 내야 하니까요. 그럼 이제 게임이 처절해지고, 정신줄을 놓지 않은 사람이 승리합니다.

마이티랑 같은 이유에요. 게임의 호흡이 너무 긴 게 아쉽습니다. 하고 나면 지쳐요 헉헉.

발리 (Bali) 2회

평생 통틀어 단 두 판 밖에 못 해서 이 게임에 대해 평가하기는 쉽지 않아요. 짧게 쓸게요.

네 종류의 상품이 있던가 그렇습니다. 다섯 종류던가... 그걸 그냥 갖고 있으면 아무 점수가 없지만, 누군가가 그 상품을 제단에 바치면 점수가 생겨요. 하지만 제단에 바친 상품은 누구의 것도 아닙니다. 손에 남아 있는 상품들만 나중에 점수가 되는 거죠. 갖고 있어야 점순데, 버려야만 가치가 오릅니다. 남들이 뭘 바치는지를 잘 파악해서 가치가 높을 상품을 모아야 해요. 근데 내가 모으고 있는 상품은 남들 손에 잘 안 들어갔을 거고, 제단으로도 안 갔겠죠? 이런 젠장.

셋 콜렉션 쪽인줄 알았는데, 끝나고 보니 주식 게임에 더 가까운 느낌입니다. 목화 떡상 가즈아! 바나나 존버 가즈아!

그랜드 오스트리아 호텔 (Grand Austria hotel) 1회

2월달에 설명했지요. 즐겁게 잘 했습니다. 이 때쯤 카드 운이 너무 심하게 작용한다 생각한 거 같아요.

아줄 (Azul) 1회

1월에 얘기한 게임이네요. 재밌습니다.

빌리지, 여관 확장 (Village, Inn) 1회

요람에서 무덤까지. 빌리지입니다.

일꾼에 수명을 부여한 아주 독특한 게임이죠. 플레이어마다 시간이 다르게 흘러서, 누구는 오래 살고, 누구는 젊은 나이에 요절하고 그렇습니다. 그래도 각자 다 천수를 누리고 갔을 거에요. 평화롭잖아요.

이 마을은 인구계획을 미리 짜 둔건지, 무덤의 자리를 직업별로 나눠놨습니다. 농부들은 여기 묻히고, 공무원은 저기, 성직자는 여기, 여행자는 여기. 그런데, 무덤에 자리 제한이 있어요. 늦게 죽어서 그 직업군의 자리가 없음 공동묘지로 가야 합니다. 억울하면 일찍 태어나시든가 ㅎㅎ.

점수를 얻을 수 있는 가짓수가 여러군데 있는데 점수를 주는 방식이 다 달라서 이것저것 해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각 테크의 개성이 확실해요. 본판만으로는 테크간 벨런스가 안 맞는 느낌이 다분하고, 확장을 하나 둘 넣으면서 괜찮아집니다.

올해의 제 보드게임 미스테리 중 하나로, 대체 저 큐브들은 무엇인가가 있습니다. 뭘까요 대체? 며느리도 모릅니다.

스컬킹 (Skull king) 1회

트릭 테이킹 게임, 스컬킹입니다.

카드 운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자신의 카드 운을 맞히는 게임이에요. 내 운은 어느 정도다! 저처럼 운이 지지리도 없는 사람은 주구장창 0승을 부르고 점수를 챙겨갑니다. 판이 뒤집힐 변수가 많기 때문에 파티 게임으로 손색이 없어요. 빵빵 터지는 상황도 많다는 얘기죠.

대표적으로는 인어 - 해적 - 스컬킹의 가위바위보 상관관계나, 동률일 땐 먼저 낸 사람이 이긴다는 조건이죠. 선 잡고 0승 부르길래 웬 자신감인가 했더니 백기를 내더라구요. 다음 네 명이 다 백기를 내고 녹색 해적으로 마무리해 줬습니다. 자신의 힘을 과소평가했군, 자식.

아쉬운 점은, 게임이 후반으로 갈 수록 0승이 얻어가는 점수가 어마어마 하다는 거예요. 6명이서 게임을 하면, 한 트릭에 승자는 한 명이고 나머지 다섯이 지게 되는데. 확률적으로 지는게 이기는 것보다 쉽지 않겠습니까. 쉬운 쪽이 점수를 더 받는다라. 흠 글쎄요. 물론 10라운드에서 4명이 0승 부르고 그러면 팝콘을 가져와야죠.

0승은 좋은 점도 있는데, 라운드 초반에 글러먹은걸 알게 되면 곧 물귀신 작전을 쓴다는 것이죠. 오히려 이게 또 이 게임의 매력인 거 같아요. 모두 물고기 밥이 되는거야!

이 게임도 10라운드 까지 있네요. 호흡이 깁니다만, 즐겁죠.

쓰루 디 에이지스 (Through the ages) 1회

제가 3, 4월에 보드게임을 많이 못 한 이유는. 쓰루 어플을 받았기 때문이죠! 어플 엄청 돌리고 룰 숙지가 됐다 싶을 때쯤 친구들을 모아 게임을 해 봤습니다.

재밌어요. 플레이타임만 빼고 모든게 좋습니다. 근데 문명류는 길어야 제 맛 아닌가요.

다음에 자세히 얘기해보죠.

부두 프린스 (Voodoo prince) 1회

트릭 테이킹 게임이었던 거 같은데, 잘 기억이 나진 않네요. 간단하게만 쓸게요.

먼저 3승을 하면 라운드에서 빠지면서 점수를 얻습니다. 늦게 빠질 수록 얻는 점수가 많아요. 근데 꼴지는 나갈 수가 없으므로 0점을 받게 됩니다. 본격 눈치게임인 것이죠.

점수 계산이 조금 복잡했던 기억이 나네요. 저는 스컬킹을 더 선호합니다.

위대한 로렌초 : 르네상스의 가문들 (Lorenzo il magnifico : Houses of renaissance) 1회

고작 한 판으로 이 게임을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매우 재밌게 즐겼어요. 개인적으로 주사위는 버건디, 그오호처럼 쓰는게 제일 좋습니다. 1~6의 눈이 각자 다른 종류의 가치를 갖는 거요. 하지만 로렌초도 굉장히 좋았어요. 모두가 고통을 공유한다는 건 또 새로운 경험이었네요.

모든 사진은 긱에서 몰래 퍼왔습니다. 불금인데 보드게임을 못하고 있다니 흑흑.

감사합니당.

이전 후기

2월 결산

1월 결산

이 글이 도움이 되셨다면

추천을 눌러주세요!

내용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