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센 방문 1일차 후기 (사진 없음)

에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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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 오전 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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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가 훌쩍 넘어서 처음으로 돈을 벌어보기 시작하니까 학생 때는 자제했던 지름신이 마구마구 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게임도 많이 사고, 친구와 함께 처음으로 에센에 가보기로 하고 올해 초부터 호텔과 비행기를 예약하고 독일에 다녀왔습니다. 에센은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하지만 휴가 사정상 일요일은 참가 못하고 에센에는 3일만 있었네요. 에센에 가기로 마음을 먹고는 이것저것 정보를 모으고 무엇을 할까 계획을 세웠는데 사실 그때부터 혼란이 좀 왔습니다. 에센에 뭐하러 가는거지? 어떤분이 에센에 가시는 분들 단톡방을 만드셔서 제가 거기다 설문도 올려봤는데 1. 신작을 사러 2. 데모 게임을 해보러 3. 그냥 에센에 가보고 싶어서 4.희귀 중고게임 구매 5.영상 컨텐츠 찍으러 등의 답변이 나왔고 가장 많은 답변은 신작을 사러, 그 다음은 그냥 에센에 가보고 싶어서 였습니다. 저도 사실 딱히 목적이 없이 그냥 에센에 가보고 싶었습니다. 신작 게임이야 대부분 프리오더로 에센에서보다 싼 값에 금방 풀리고, 얼리어답터나 컬렉터도 아니라서 게임을 누구보다 빨리 사야 한다거나 구하기 힘든 게임을 사고 싶은 마음도 별로 없었거든요. 그래서 미리 게임 룰북을 읽어보면서도 계속 마음이 혼란스러웠습니다. 내가 사고 싶은 게임의 룰북을 읽어야 하는가? 아니면 에센 가서 해보고 싶은 게임의 룰북을 읽어야 하는가? 결국 게을러서 몇 개 읽지도 못했지만, 결론적으로 사고 싶은 게임은 어떻게 되든 샀을테니 그 외에 사기는 망설여지지만 한 번쯤은 해보고 싶은 게임들의 룰북을 읽는게 맞았을 것 같네요.

그래서 대망의 에센 첫날! 박람회장은 10시에 열지만 늦게 들어가면 못 들어갈 것 같아서 괜히 부산을 떨면서 8시반쯤 도착했습니다. 다행히 날씨는 춥지 않아서 밖에서 기다리기는 어렵지 않았습니다만, 딱히 줄이라는게 없이 그냥 입구 주변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있는 상황이라 일찍 왔다가 아주 먼저 들어갈 수는 없는 것 같았습니다. 예전에 젠콘 영상을 보면서 어마어마한 인파에 대해서 각오를 해서 그런지 그냥 적당히 많은 인파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의 지옥철처럼 사람 사이에 낑겨서 기다리는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네요. 10시 땡 치니까 문이 열리면서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박람회장으로 들어갔습니다. 6개의 관이 있었는데, 일단 처음 와봤으니 6개의 관을 천천히 돌아다니면서 이리저리 구경을 다니면서 필구게임들을 먼저 사고 시연 게임을 해보려고 했으나 유명한 게임들은 자리를 잡기가 정말 힘들더군요. 제가 음악에 조금 관심이 있는데, 지휘를 테마로 하는 기억력 게임인 Concerto라는 게임이 보였는데 별로 유명하지 않은 게임이라서 그런지 여기는 테이블이 한가했습니다. 덕분에 디자이너에게서 직접 설명도 들으면서 에센에서의 첫 게임으로 간단한 기억력을 했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좀 알고 있는 사람들하고 같이 하면 훨씬 몰입력이 있을 것 같은 게임이었네요. 끝나고 디자이너랑 사진도 찍고 사인도 받으면서 이런거 하는 맛에 에센에 온다는걸 처음 깨달았습니다.

돌아다니다가 에센 단톡방을 만드신 진고님을 만나서 3명이서 돌아다녔습니다. 제가 사는 미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오잉크 게임들은 구하기가 힘들어서 오잉크 게임 부스에 가서 Flotsam fight이라는 게임하고 Zogen이라는 게임을 플레이 해봤습니다. Flotsam fight는 the game처럼 오른 차순으로 카드를 배치하고 가장 먼저 카드를 터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인데, 숫자의 인수를 활용해서 해당하는 인수가 있는 칸에 숫자를 올려 놓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36의 경우는 3,4,6,9 칸 중에 하나에 올려 놓을 수 있습니다. 인수라는걸 이용했다는 것이 신선했다는 점만 빼면 재밌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간단한 오잉크 게임인데도 설명해주신 분이 헤매셔서 에러플이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에 비해서 Zogen은 제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할리갈리류의 스피드 게임인데도 훨씬 재밌었습니다. 마치 도블과 비슷하게 가운데 더미에 있는 타일에 적혀 있는 문양보다 하나 더 많거나 적은 타일을 내려놓는 건데 단순한 숫자 비교가 아니라 문양이 매치하는지도 확인해야해서 눈을 데굴데굴 열심히 굴려야 하는게 재밌었습니다. Stroop이라는 게임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후는 젠콘에서도 핫했던 Railroad ink를 해보러 갔습니다. 그림 그리기에 워낙 소질이 없어서 그런지 한참을 그리다 보니까 도로하고 철길도 구분이 잘 안되는 불상사가 발생하긴 했지만 게임은 간단하고 재밌었습니다. 물론 전혀 상호작용이 없지만 자신의 지도에 길을 어떻게 이을지를 골몰하느라 다른 사람이 무얼 그리는가는 전혀 관심을 안 갖게 되더라구요. 각종 재난이 일어나는 특수 주사위는 안 써봤지만 아마 이것도 썼다면 용암이 흘러 내릴때마다 비명을 지르면서 좀 더 파티파티한 게임이 될 것 같네요.

에센 첫 날 마지막 게임은 웬다케였습니다. 웬다케 부스에 가니 30분 후에 3명을 모집한다는 문구가 있어서 냉큼 예약을하고 시간에 맞춰서 테이블로 갔습니다. 알고보니까 1명이 그 시간에 신청을 먼저 해 놔서 3명이 더 필요했더군요. 문제는, 웬다케는 이미 발매된 게임이고 먼저 예약을 한 사람은 확장을 해보고 싶어서 왔었습니다. 그래서 직원이 우리 3명에게 본판 룰을 설명하는 동안 한참 딴짓을 하고 있더니, 설명이 다 끝나고 게임을 시작하려고 하니까 확장은 안하냐고 하더군요. 설명하신 직원분이 당황을 하고 계셔서, (이미 본판 룰로도 벅찼지만) 확장 넣어서 해도 괜찮다고 이야기하고 플레이를 했습니다. 웃긴건 먼저 오신 그 한 분은 본판룰도 정확히 기억을 못하는 것 같더라구요. 어쨌든 룰도 너무 많아서 정신이 없는 와중에 매우 분위기를 가라 앉게 만드는 사람까지 한 명이 끼어 있어서 게임 자체는 그다지 즐겁지 않고 그냥 룰에 따라서 게임을 진행했습니다. 게임 분위기와는 별개로 액션을 선택하는 칸이 계속 뒤집혀서 다음턴에 사용할 수 없고, 매 라운드마다 더 강력한 액션 타일을 고르는 메카닉은 신선하고 좀 더 해보고 싶다는 느낌이 들긴 하더라구요. 그것만 잘 살려서 좀 더 간결하게 만들었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영향력에 셋 컬렉션에 자원사용까지 들어가서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좀 번잡한 느낌이었습니다.

아침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프로틴 바만으로 대충 점심을 때우면서 무거운 게임 들고 그 커다란 홀들을 사방으로 돌아다녀서 지칠만도 한데, 재밌는 게임들이 둘러 쌓여서인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놀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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