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 그것이 문제로다!

개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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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9-16 오후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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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That's a question!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엄마냐 아빠냐, 콜라냐 사이다냐, 피자냐 치킨이냐, 부먹이냐 찍먹이냐, 우정이냐 사랑이냐...우리는 하루에도 수십번 결정의 기로에 섭니다.

지혜로우신 황희정승께서는 "너도 옳고 너도 옳구나 허허." 하시겠지만 세상은 그리 녹록치 않은 법. 우리는 반드시 한 쪽을 선택해야 하고, 나머지 한 쪽은 포기해야 합니다.

여기, 이러한 결정장애를 원없이 겪게 해주는 게임이 있습니다. 사실 이 게임을 리뷰를 쓸 정도로 많이 해봤냐, 그렇진 않습니다. 딱 두번 해봤어요.

하지만 첫 판을 한 순간 머릿속에 번개가 쳤고 꼭 이건 다른 분들께 소개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런 좋은 게임은 저만 하긴 아깝죠. 그리고 제 지갑만 열기에도 억울하고요. 지금부터 칭찬 일색인 편파적인 소개에 들어갑니다 후후.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자신의 작품 햄릿에서 등장인물의 입을 빌어 이 유명한 말을 남겼죠.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 박스 아트웍을 보자마자 플레이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약의 방향까지 동일한거 보면 노린것이 분명합니다.

1. 어떤 게임인가?

그것이 문제로다는 딕싯, 왓츠 잇 투 야 등으로 익숙한 "내 마음을 맞춰봐" 장르의 게임입니다. 한 명의 플레이어가 자신의 선택을 고르면 나머지 플레이어들이 그 선택을 맞추는 단순한 게임이죠.

선 플레이어는 정해진 질문 세 가지 (어떤 사람이 되고싶으세요?/어떤 사람이 더 나쁜 사람일까요?/갑자기 사라진다면 어떤 것을 더 그리워하실건가요?) 중 하나를 선택한 후,

답변자가 될 플레이어를 지목해 해당 질문에 자신이 들고있는 다섯가지 보기 카드 중 두 장의 보기를 조합해서 제시합니다.

▲ 이런 식으로 답변 카드의 색상을 질문의 색상과 맞춰서 제시하면 됩니다.

그리고 답변자는 해당 질문을 읽고 질문자가 제시한 두 보기중 한 쪽을 골라서 답변 타일을 뒷면으로 제시하고 다른 플레이어들은 그 답변을 예상해서 마찬가지로 답변 타일을 뒷면으로 제시합니다.

모든 플레이어의 답변 제시가 끝나면 답변자는 자신의 타일을 공개하고 그 이유를 설명합니다. 그리고 다른 플레이어들도 자신의 타일을 공개하죠.

정답자는 +1점을 갑니다. 답변자는 +1점을 가죠. 질문자는 틀린사람만큼 +1점을 갑니다. 이후 질문자는 소모한 카드만큼 카드더미에서 보충을 받고, 답변자가 새로운 질문자가 되어서 반복.

이 과정을 반복해 정해진 수의 답변카드를 모두 소모하면 게임 종료. 점수가 가장 높은 사람이 승리합니다.

찬스 개념의 킥커가 있긴 한데 이는 뒤쪽에서 언급하도록 하죠. 직관적이고 간단한 규칙의 게임입니다.

2. 게임의 특징은?

사실 이러한 이심전심류의 게임은 굉장히 많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딕싯이나 왓츠 잇 투 야같은게 그 대표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사실 전 별로 두 게임 다 재미있게 하지는 않았어요.

일단 딕싯은 초보자가 게임의 흐름을 파악하기엔 조금 어렵습니다. 그림에서 연상되는 이미지를 한 단어로 표현하라고는 하지만, 처음 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직관적인 단어들을 선호하거든요.

이를테면 새장이 그려진 카드를 내면서 "감옥" 이라는 단어를 제시하는거죠. 그리고 나머지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카드중 감옥과 가장 비슷한 카드들을 고릅니다.

시간이 흐르고, 카드가 공개되면 질문자가 할 수 있는 말은 고작 "이거 감옥이 그려져 있잖아." 그리고 침묵, 다음게임 시작.

플레이를 하는 사람들에 따라서 성향은 바뀔 수 있지만 적어도 저는 딕싯을 꺼냈다면 딱 저정도 수준 이상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재미가 있을리가 없죠. 과장 좀 보태자면 딕싯의 재미라면 남들보다 점수를 더 올리는데서 오는 충족감, 이것뿐이었습니다.

왓츠잇투야같은 경우는 딕싯에 비해 답변자가 할 이야기는 많지만, 다섯개나 되는 선택지이다보니, 그 선택지간의 무게가 동일하지 않음에서 오는 싱거움이 있었습니다.

▲좋은 게임임은 분명하지만 호불호가 꽤 갈리는 딕싯.

이러한 부분은 저 이심전심류의 포지션인,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봅시다." 라는 의미를 퇴색하게 만듭니다.

상대가 어떤 그림을 무슨생각으로 냈는가, 그것은 별로 중요하지도, 궁금하지도 않아요. 다만 내가 제대로 찍었냐 못찍었냐가 아쉬울 뿐이죠.

아무리 독특한 가치관을 가진 플레이어라도 보통은 언론의 자유를 슬리퍼보다는 중요하게 생각하겠죠.

하지만 다릅니다. 저러한 어색함, 무엇을 말해야 할 지 모르는 침묵과 정적. 그것이 문제로다!는 저런 부분을 두 장치로 피해갑니다.

먼저 선택지의 제한을 두 가지로 좁혀버렸습니다.

다섯개 중 하나를 맞추느냐, 두개중 하나를 맞추느냐는 확률의 차이도 있지만, 의사소통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상대적으로 다섯개의 줄을 세우는 것 보다 둘 중 하나를 고르는게 훨씬 간단하거든요.

짜장면, 짬뽕, 탕수육, 볶음밥, 군만두를 좋아하는 순서대로 늘어놓는 것 보다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고르는게 간단한 것 처럼요.

▲둘 다 진짜 싫은데.... 꼭 둘 중 하나만 골라야 하나요? 라는 질문이 나올 때, 질문자는 쾌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그것이 선택의 쉬움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어렸을 때 엄마가 좋냐 아빠가 좋냐 질문받고 울어보신 적 있으시잖아요 다들?

따라서 플레이어들은 제한된 선택지에서 더욱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는 동시에, 해당 질문에 대해서도 더 깊게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정답을 공개한 시점에 해당 정답에 대해 입을 모아서 이야기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말이죠.

많은 게임에서 "답변을 공개한 후 이유를 말해주세요" 라고 명시하고 있고, 이 게임 역시 룰북에 분명히 명시되어있습니다.

하지만 굳이 그러려고 하지 않아도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답변을 맞추는 추측자들이 먼저 물어옵니다. 양자택일이란 그런 마력을 품고 있어요.

말인 즉슨, 라운드 하나 하나가 모두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되겠네요. 이러한 부분은 게임의 본디 목적인 "서먹한 사이를 좁힌다." 라는 취지에 매우 부합하죠.

가끔은 "이건 진짜 어려울거야" 하고 내는 문제가 오히려 만장일치로 답변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 때 조차도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이게 왜? 나만 이래?" 라는 식으로요.

둘째로, 질문카드를 다섯 장 중 두장을 선택한다는 장치입니다.

이러한 게임은 규칙을 까딱 잘못만들면 허무한 질문이 나오기 쉽습니다. "두 답변의 무게가 동일해야한다." 는 제한이 있거든요.

예를들어 [세계 최고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 와 [세계 최고의 영화배우] 라면 보통은 영화배우를 고르지 않을까요? (...라고 생각했지만 매번 저만 오답....)

그런 부분을 가지고있는 다섯장의 카드 중 두 장의 카드를 골라 질문을 던진다는 규칙으로 훌륭하게 보완해버렸습니다.

질문자 입장에서 너무 쉬운 질문은 내면 안됩니다. 오답자가 많아야 질문자의 획득점수가 올라가거든요.

물론 제일 좋은 상황은 답변자가 4차원이라 상식적인 답변을 피해서 모두가 오답을 받는 상황이지만, 보통은 질문자가 다섯장 중 무게가 비슷해서 어느 하나를 선택하기 어려운 질문을 골라냅니다.

이 과정에서 때로는 깊게 생각해볼만한 무거운 도덕적 선택을, 때로는 가볍게 생각할 수 있는 취향 선택을. 이 게임은 이 모든걸 아우를 수 있도록 플레이어들을 안내하죠.

그러면서 플레이어들은 자연스럽게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서로에 대해 파악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저는 이러한 과정이 너무 즐겁더라고요.

이 게임은 크게 세 가지의 질문을 통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야가 각각 다릅니다.

어떤 사람이 되고싶냐는 질문에서는 "더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인간상" 에 대해 알 수 있고

어떤 것을 더 그리워할 것이냐는 질문에서는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물건, 이로인한 생활 패턴"에 대해 알 수 있고

어떤 사람이 더 나쁘냐는 질문에서는 "도덕적 판단의 준거"에 대해 판단할 수 있습니다.

셋 다 이야기를 나누기 너무 좋은 주제들입니다. 특히 어떤 것을 더 그리워할 것이냐는 질문이 서로를 파악하기에 가장 좋은 질문이었던 것 같아요.

예를들어 어제는 "콜라와 햄버거, 갑자기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어느것을 더 그리워할 것 같냐" 라는 질문에 저는 당연히 콜라라고 생각했지만 답변자는 햄버거라고 대답하더라고요.

이유인즉슨 본인이 탄산 들어간 음료를 못마신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 하지만 덕분에 콜라나 맥주를 권하는 실례를 하지는 않을 듯 하네요.

지난주에는 "아픈 애완동물을 병원에 데려가지 않는 사람과 공원에서 개와 산책할 때 싼 똥을 치우지 않는 사람 중 누가 나쁘냐"는 질문에 저만 "똥 안치우는 사람" 이라고 대답했어요.

저는 실제로 16년동안 강아지를 키웠는데, 마지막 1년동안 아픈 개를 병원에 데려가지 못했습니다. 너무 늙어서 약물이나 수술 치료가 불가능했거든요.

그렇게 제 손에서 숨을 거두기까지의 1년은 저에게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경험들로 가득했고, 저같은 경험을 하는 분들을 무작정 나쁘다곤 할 수 없으니까요.

아마 제 답변을 들은 분들은 앞으로 다른 반려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실 때 병원에 데려갈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라는 생각을 갖고 임하시겠죠.

이런식으로 각 질문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와 지식의 성향이 꽤 다릅니다. 이런 부분도 좋았던 것 같아요.

더불어 정답을 맞췄을 때 1점이 아니라 3점을 받게 해주는 [X3 키커], 내 점수와는 별개로 오답자 인원만큼 추가로 점수를 받는 [?!? 키커] 두 장의 키커가 존재합니다.

당연히 X3 키커는 "이 정답이 확실하다, 이게 아니면 사람도 아니다!" 라는 시점에 쓰는 물건이고, ?!? 키커는 "이건 진짜 어렵다. 아마 못해도 5:5로 갈릴것이다!" 라는 시점에 쓰는 물건입니다.

- 그리고 당연하게도 X3 쓸땐 틀리고, ?!? 쓸땐 만장일치로 정답이 되어 모두의 비웃음을 사게 되지요.

두 키커는 게임 중 한 번씩 쓸 수 있지만 점수를 전진시키다가 휴식칸에 들어가게 되면 원하는 키커를 보충받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장치로 보드게임의 테이스트를 더해준 것 역시 장점.

아. 그리고 룰북이 진짜 좋았습니다. 구어체로 유머러스하게 잘 써져있던데, 던전로드나 던전펫츠와는 또다른 맛이 있어요. 완전 제스타일의 룰북.

술술 읽히고, 읽는 내내 미소가 절로 나오는 룰북이었습니다. 베스트 룰북상 같은거 있으면 주고 싶을 정도에요.

그렇다고 단점이 없는 완벽한 갓-겜이냐, 당연히 그렇지는 않습니다.

▲ 미치고 환장하겠네...라는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일단 보드게이머로서 가장 속터지는 부분은 카드가 육각형이라는 점. 정방형 플텍중 사이즈가 맞는게 있긴 있겠지만...그걸 낀다고 드라마틱하게 만족스러울 것 같지도 않네요.

섞기도 불편하고, 쥐기도 조심스럽고. 물론 게임의 물리적 매커니즘에 잘 맞는 디자인이라는 의견에는 이견이 없습니다만....

저처럼 카드 한 장 한 장 슬리브 씌우는 유저에게는 그다지 달갑지 않을 수 있습니다.

원래 이런 게임은 카드를 잘 셔플하는게 생명입니다. 같은 답변도 반대쪽 저울에 어떤 것을 올리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무게가 될 수 있거든요.

뜨문뜨문 할 때는 괜찮지만 장마나 기타 유쾌하지 않은 이유로 카드가 떡지고, 잘 셔플이 되지 않아 쥐었던 질문 또 쥐고 이러면 속터질 듯 합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는 질문은 다른 두 질문에 비해 좀 싱겁다는 느낌이 듭니다.

아무래도 질문의 특성+재밌게 해야겠다는 디자이너의 의욕때문인지 꽤 많은 답변이 각종 초능력(전능한 치유능력이라거나, 과거로 워프한다거나, 벽을 통과한다거나)들로 이루어져있어서

이러한 질문의 경우 마치 딕싯을 하는 것 처럼 "응 그래 그렇구나." 수준에서 바로 다음라운드로 넘어가는 그림이 종종 나오더라고요.

나머지 두 질문의 경우 해당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맘만 먹으면 5분도 넘게 떠들 수 있을 것 같지만 되고싶은 사람에 대한 질문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마치 딕싯을 할 때의 기분이었어요.

3. 마치며

이심전심류 게임을 딱히 좋아하는 성향은 아니지만, 이 게임은 말했듯이 첫 플레이 하자마자 머리에 번개가 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평택 옹기종기에 처음 오시는 분들이나, 간단하게 대화를 나누고 싶은 상황이라면 다른 게임 다 제쳐두고 이 게임을 먼저 가지고 올 생각입니다.

그정도로 저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준 게임이었어요. 개인적으로 2018년 베스트 게임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게임이 많이 나오면 좋겠네요.

처음 보는 사람이 있다고요? 나이, 사는 곳, 형제 등의 궁금하지도 않은 진부한 자기소개 따위 더 이상 묻지 마세요.

바로 진열장으로 가서, 빨간약과 파란약을 내밀고 있는 다람쥐 박스를 꺼내오세요. 그리고 묻는겁니다.

"A와 B. 어느쪽을 고르실래요?"

(더불어 2018.09.18까지 피아에서 추석할인으로 1.8에 팔고있습니다. 소근소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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