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3 - 보난자 듀얼 리뷰 : "이 콩을 그대에게"

너굴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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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9-10 오전 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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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년도 : 2016년

게임 타입 : 셋콜렉션, 블러핑

플레이 타임 : 45분

플레이 인원 : 2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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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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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다인용 보드게임이 2인용 게임으로 컨버팅 되는 묘한 유행이 있었습니다. 어쩌구 저쩌구: 듀얼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게임이라면 높은 확률로 이에 해당하죠. 세든 원더스 듀얼. 뱅 듀얼. 사보티어 듀얼. 같은 것이 대표적이겠네요.

보난자: 듀얼(이하 듀얼)은 그런 유행의 바람을 타고 출시된 작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고선 1997년작 보난자를 약 20년이 지나서야 2인 게임으로 컨버팅하여 판매할 이유가 떠오르지 않거든요.

이런 게임들은 반응이 극과 극으로 나뉩니다. 세븐원더스 듀얼처럼 게임이 가진 고유한 개성을 비틀고 세심히 다듬어 멋진 스핀오프 작품을 만들어내거나, 사보티어 듀얼처럼 의도는 알겠지만 원작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모두에게 잊혀지는 아쉬운 작품이 탄생하기도 하죠.

보난자 듀얼은 어느 축에 속할지 함께 알아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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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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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밭 매는~ 아낙네야아~ 무슨설움 그리많아 포기마다 눈물짓누나~

보난자 듀얼은 두 플레이어가 각각 3개의 밭을 맡아 콩을 최대한 모아 키우는 게임입니다. 콩 덱이 총 3번 소진되면 게임은 종료되며 그 동안 판매한 콩 값 + 보너스 카드가 주는 추가 돈을 합쳐 더 많은 쪽이 게임에서 승리합니다.

각 플레이어는 3원, 콩 카드 5장, 보너스 카드 3장을 가지고 게임을 시작합니다. 매우 중요한 규칙이 한가지 있습니다. 절대로 콩 카드의 순서를 바꾸어선 안돼요.

자신의 차례가 되면 플레이어는 손에 들고 있는 콩 카드 중 맨 앞에 있는 콩을 반드시 밭에 심어야 합니다. 콩 밭은 총 3개가 있으며 각 밭은 동일하거나 한단계 높은 콩들만 심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6 16 16 처럼 같은 콩을 심거나 16 16 18 18 20 하는 식으로 점차 한단계씩 높아지는 콩을 심어야 하지요. 두 번째 콩은 심어도 되고 심지 않아도 좋습니다.

이 단계가 끝나면 덱에서 3장의 콩을 뽑아 바닥에 펼칩니다. 그리고 중앙에 있는 선물카드 중 한장을 상대방에게 슥 밉니다. 손에 있거나 바닥에 공개된 이 콩을 상대방에게 선물하겠단 뜻이예요. 이 제안이 마음에 든다면 상대방은 수락하고 해당 카드를 받아갑니다. 이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상대방은 다른 콩 카드를 슥 밀어 역으로 제안을 합니다. 오히려 내가 이 콩을 주겠단 뜻이예요. 이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합의가 되면 콩을 교환한 뒤 밭에 심습니다.

반드시 존재하는 콩을 제시할 필요는 없습니다. 상대방의 역제안을 끌어내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 콩카드를 제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방이 이 블러핑을 받아들이면 벌금으로 1원을 지불해야 합니다.

콩은 언제든지 판매할 수 있으며 가장 하단에 놓인 콩 값을 기준으로 갯수에 따라 해당 가치의 금화를 받게 됩니다. 금화는 해당 카드들을 뒤집음으로써, 카드 뒷면에 있는 동전 그림으로 대신합니다. 즉, 판매가 될 수록 덱으로 돌아가는 카드 수가 점점 줄어드니 라운드가 점점 짧아지겠지요.

손에 들고 있는 보너스 카드는 나와 상대방의 밭을 기준으로 아무때나 패턴을 확인하여 성공 여부를 판단합니다. 밭에 놓은 카드 중 가장 하단에 있는 콩 카드를 기준으로 패턴을 확인합니다. 이렇게 완성한 보너스 카드는 몇십센트에서 최대 1달러까지 보너스 금액을 지불합니다. 이 카드는 매 턴마다 최대 한장까지 버리고 새로 뽑을 수 있습니다.

콩을 판매할 때의 규칙. 덱에서 뽑은 3장 중 1장은 버릴 수 있다는 세세한 규칙 등 자잘한 규칙이 몇가지 있습니다만 이정도면 충분히 게임의 흐름을 이해하는덴 충분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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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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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의 순서를 바꾸면 안된다, 턴 시작시 1~2장은 반드시 심어야 한다, 카드를 보충할 땐 손패의 뒤에서부터 보충을 시작해야 한다 등 보난자가 가진 특유의 골자는 듀얼에도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원작을 해본 사람이라면 금방 이해하고 게임에 적응할 수 있지요.

그럼 듀얼과 원작의 차이점을 불러오는 요소는 무엇인가? 저는 선물 시스템이라 생각합니다. 이 시스템에 담긴 블러핑에서 굉장히 독특하면서도 이질적인 느낌이 들어요. 호불호가 갈리죠. 듀얼을 좋아하는가 / 싫어하는가에 대한 결정적인 분기점이 됩니다. 듀얼과 원작이 비슷한 테마를 다루고 있지만 서로 다른 작품임을 인지하고, 트레이딩에 대한 그리움만 가지지 않는다면 듀얼은 꽤 괜찮은 재미를 줍니다. 곧 설명하겠지만 여기에서 파생되는 소소한 전략들이 꽤나 흥미롭거든요. 그러나 원작의 후광을 잊지 못하면 “왜 트레이딩을 빼고 이런 시스템을 넣었는가?” 에서 오는 낯설음이 실망감으로 이어지고 맙니다.

이런 이유로 듀얼에 대한 이야기는 곧 선물에 대한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듀얼 속 선물엔 세가지 의도가 숨어있습니다.

1. 불필요한 카드 제거

불필요한 카드 제거는 보난자 시리즈의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콩을 열심히 심어 최대한 이윤을 많이 남기는 게임인만큼 원하는 같은 종류의 작물을 꾸준히 심을 수 있도록 손패 조절 및 시장에 나온 카드 중 원하는 카드만 가져가야 합니다. 과하게 욕심을 부려 콩 재배의 흐름을 매번 끊으면 의도하지 않은 타이밍에 나타난 콩 때문에 강제로 밭을 갈아 앞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손해로 이어지죠. 그렇기 때문에 필요없는 카드는 흔쾌히 상대방에게 넘겨주는 기부 행위도 자주 일어납니다. 듀얼도 마찬가지 입니다. 내게 필요없는 카드를 상대방에게 선물함으로써 내 밭의 성장이 막히지 않도록 불필요한 카드를 선물함으로써 조절해야 하지요.

2. 보너스 카드 완료

보너스 카드를 따로 따로 생각하면 그 이득은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 몇십센트 얻어봤자 별 도움이 안되는 것 같죠. 그러나 그 수가 모이면 3~5골드에 이르는, 즉 콩 재배 한번의 차이에 버금가는 금액이 됩니다. 거의 대등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면 승부는 보너스로 인해 갈리지요. 보너스를 꾸준히 완성하면 상대방보다 반걸음 더 앞서가게 됩니다. 상대방의 콩밭을 보너스 카드 완성에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방이 나의 보너스 조건을 충족시키도록 교묘하게 꼬셔야 하는 일도 있습니다. 맛있어 보이는 콩 카드를 선물로 쥐어줌으로써 말예요. 실제로 선물 받은 카드를 덥석 물어 밭에 설치했더니 상대방이 씩 웃으며 보너스 카드를 내려놓는 일이 자주 벌어집니다.

3. 이득 증가

여기까지 보면 블러핑의 의미가 딱히 없어보이죠?

이득 증가야 말로 선물 시스템 속 블러핑 요소가 개화하는 순간입니다. 자, 단순하게 생각해봅시다. 3장을 공개한 뒤 상대방에게 3장 중 하나를 선물로 줬다고 해봅시다. 그럼 2장을 회수할 수 있군요. 조금 아쉽네요. 이번엔 손패를 이용해봅시다. 3장을 공개한 뒤 손에 든 패 중 상대방이 좋아할만한 콩 카드를 선물로 제안했고 상대방은 수락했습니다. 그럼 바닥에 있는 3장을 고스란히 회수할 수 있네요. 좀 낫죠?

그럼 3장을 공개한 뒤 상대방에게 전혀 필요없는 콩 카드를 제안 해봅시다. 상대방은 “필요없다”며 썩은 표정을 짓곤 역제안을 하네요. 나쁘지 않은 조건입니다. 수락하고나니 3장을 고스란히 가져오는 동시에 상대방의 카드까지 덤으로 얻게 됩니다. 2장에서 끝날을지도 모르는 소득이 4장까지 늘어났네요. 만약 상대방이 역제안한 카드가 사실 존재하지 않는 카드라면? 3장 + 1원이라는 대박을 터뜨리게 됩니다.

어느 시점에서 소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지 보이시나요? 바로 상대방의 역제안입니다. 상대방이 선물을 제안하는 순간 제 소득은 2~3장에서 4장 혹은 3장 + 1원까지 늘어납니다. 그럼 이런 역제안을 어떻게 끌어내는가가 중요한데, 상대방이 취하면 곤란한 필요없는 카드 혹은 콩의 가치가 내려갈만한 숫자를 선물로 주면 됩니다. 그러면 계륵 같은 카드를 보고 새로운 제시를 해올테니까요. 하지만 그런 묘수의 열쇠가 될 카드가 내 손 안에 항상 있을거란 보장이 없습니다. 혹은 있더라도 내가 써야하는 것일지도 모르고요. 그렇기 때문에 카드를 들고 있지 않으면서도 천연덕스럽게 “이거 줄게” 하며 역제시를 끌어내려는 블러핑이 필요하게 됩니다. 상대방도 마찬가지 입니다. 일방적으로 당할 순 없기에 역으로 애매한 카드를 제안하며(물론 이 또한 블러핑일 수 있습니다) 나에게 이득이 되는 카드 혹은 상대방의 블러핑을 잡아내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보지요.

블러핑에 담긴 의미를 깨닫는 순간 두 플레이어의 선물 단계는 “너 이거 줄게.” “됐어. 내가 대신 이걸 줄게.” “아 예. 됐고요. 이거나 가져가.” 하며 주거니 받거니 이득을 극대화 하려는 자와 손해보지 않으려는 자의 줄다리기 게임이 됩니다. 이렇게 서로에게 공을 던지면서 변화구(블러핑)를 언제 던져 스윙(역제시)을 끌어내는가. 듀얼 속 블러핑이 가진 매력입니다.

듀얼은 원작과 차별화를 둘 수 있는 흥미로운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듀얼에는 두 가지 작은 문제점이 있습니다.

1. 생각보다 긴 호흡

서로 주거니 받거니 인터액션이 상당히 강한 편인데도 중후반쯤 되면 게임이 생각보다 길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원작이 약 1시간 가까이 걸리는걸 생각해보면 2인 게임에 45분은 상당히 긴 편으로 보여요.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불필요한 부분을 걷어내어 플레이 타임을 10분 정도 단축했다면 더욱 좋았을 것 같아요. 이 부분은 곧 이어 설명하겠습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반복적인 진행 과정입니다. 핸드관리, 선물 블러핑, 콩밭 관리 등 신경써야 할 요소는 많으나 그 과정이 짧고 굉장히 자주 벌어집니다. 특히 선물의 경우 매 라운드마다 신경전이 벌어지죠. 치열하게 싸우다보면 어느 순간 계속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단 느낌을 받습니다 원작에서는 나랑 상관없는 트레이딩에선 뒤로 빠져 쉬고 있다가, 내가 원하는 카드가 나오면 격렬하게 거래를 하는 등 간간히 쿨타임 & 버닝이 반복되었다면, 듀얼은 그 이름이 무색하지 않게 둘이서 지속적으로 치고 받아요. 영화로 치면 기승전결의 흐름이 아닌 전만 반복되는 흐름이죠. 이러다보니 시작부터 끝까지 거의 일정한 흐름을 가지고 있단 인상을 받게 됩니다. 게임의 호흡이 좀 더 짧았다면, 짧고 강렬하게 끝나는 게임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2. 보너스 카드

이게 생각보다 귀찮습니다. 조건이 맞는다면 누구의 차례이든 상관없이 언제든 완성할 수 있기 때문에 매번 상대방 카드를 유심히 봐야 하죠. 그런데 작은 문제가 있어요. 특히 게임엔 익숙한 상대방은 카드를 한번에 우루루 정리하는 일이 잦은데요. 그 타이밍을 잡는게 상당히 어렵습니다. 상대방이 콩 카드를 정리하는 도중 “어! 잠깐! 나 방금 이거 조건 완료했어.” 하며 끼어들어야 합니다. 이미 지나간 일이라면 어느 타이밍에 조건을 완성한건지 설명하고 득점하는데 이 과정이 계속 반복되다보면 은근히 시간을 잡아먹어요. 또한 매 턴마다 1장의 보너스 카드를 교환할 수 있는데, 이것도 제게 시간을 잡아먹기만 하는 불편한 요소로 느껴졌습니다. 말을 안하자니 깜빡하고 지나가기도 하고 매번 말을 하자니 귀찮은데다 시간을 잡아먹거든요. 1번 단점에서 말한 플레이 타임의 문제. 기억하시나요? 이 보너스 카드를 확인하고 교환하는 과정이 30~50%는 시간을 잡아먹는다고 생각합니다. 때론 흐름을 끊는 느낌마저 들어요. 차라리 슈퍼마더로드나 미친왕 루드비히처럼 보너스 카드를 공개로 놓고 그걸 두고 경쟁을 벌이는 방식이라면 좀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자 그럼 중요한 질문이 남았네요. 원작과 비교하면 어떤가요? 겠지요. 원작과 비교한다면 역시 원작의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다인플에서 나오는 배신, 협잡, 공생 관계 등은 2인 게임에선 절대 구현할 수 없습니다. 또한 듀얼이 가진 다소 긴 플레이 타임과 귀찮은 보너스 카드 문제도 원작에는 없고요. 가격 측면에서도 원작과 듀얼의 가격이 큰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닙니다. 인원을 아우르는 범용성을 생각해도 원작이 낫죠.

이렇게 말하면 “듀얼은 사지 마세요”처럼 들리겠지만 사실 제법 잘만든 작품입니다. 환경적 특성상 2인을 자주 하게 되는데다 보난자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듀얼도 상당히 좋은 선택지가 될 거예요. 부피 & 게임성 & 긴장감 & 리플레이성을 생각해보면 원작에 전혀 밀리지 않는데다 콩을 열심히 모아 팔아가는 과정은 원작의 재미와 거의 비슷하거든요. 이 정도 컨버팅이라면 제법 성공적으로 다듬어진거라 생각합니다. 모든 2인 게임을 제치고 듀얼만 즐기는 일은 없겠지만, 이 정도라면 충분히 합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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