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 - 따쉬 리뷰 : "네가 이걸 내면 나는 이걸 내고..."

너굴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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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9-1 오후 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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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년도 : 2015년

게임 타입 : 셋콜렉션

플레이 타임 : 30분

플레이 인원 : 2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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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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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 워 오브 마인 리뷰를 써야하는데… 뭔가 깊은 게임이라 퇴고를 몇번이나 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틈을 메꿔줄 게임. 2인 전용 게임 따쉬를 리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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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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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플레이어는 중국 따쉬(Daxu) 지역의 노점상이 되어 상대방보다 잘 나가는 가게가 되기 위해 경쟁을 벌입니다. 그러나 독점욕은 사람들의 비난과 원성을 부르는 법. 상대방 가게보다 번창하되 근소한 차이로 이기도록 욕심을 조절해야 합니다.

플레이어들은 매 라운드마다 깔리는 3장의 상점카드를 보고 내가 취할지 상대방에게 줄지 비공개로 결정합니다. 이 행동은 손에 든 Give / Take / Cooperate / Undermine 카드 중 하나를 내려놓음으로써 선택하게 됩니다.

게임은 가위바위보를 닮았습니다. 비공개로 낸 두 장의 카드가 공개되면 그 조합에 따라 상점 카드의 소유주가 결정돼요. 예를 들어 내가 Give 를 냈고 상대방이 Take 를 냈다면 상대방이 가져가죠. 만약 둘 다 Give 혹은 Take 를 냈다면 평판에 따라 소유주가 갈리고요.

Cooperate 는 상대방의 결정에 따르되 평판이 +1 되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Undermine 은 상대방의 결정을 반대로 적용하되 평판이 -1 깎여나가게 되지요. Give나 Take 처럼 Cooperate 끼리 혹은 Undermine 카드끼리 부딪치면 상점카드를 한장 더 뽑아서 재승부를 가립니다. Cooperate 와 Undermine 이 부딪치면 Undermine을 낸 사람이 소유권을 결정합니다.

이렇게 상점카드가 모두 떨어지면 각 상점별로 점수를 매깁니다. 1장차이로 근소하게 이기면 높은 득점을 받고 일정 수 차이 이상으로 이기면 감점(!)을 받음과 동시에 패배한 상대방이 되려 득점하게 됩니다. 절묘하게 1~2장 창이로 이기는 것이 요령이죠. 마지막으로 평판에 따른 추가 점수 혹은 감점을 적용한 뒤 총점이 높은 사람이 게임에서 승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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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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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게임을 처음 본 것은 꽤 오랜시간 전입니다. 스몰월드에서 아는 지인(부르심님, 샌드베이비님) 두 분이 이 게임을 굉장한 속도로 -정말 굉장한 속도였습니다. 슉! 샤샤샥! 슉! 샤샤샥! 하는데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몰랐어요 – 즐기는 것을 옆에서 보았거든요. 재밌다는 이야기만 듣고 캐나다로 돌아가 구입했던 게임인데 이제서야 해보았네요 ㅎㅎ

그럼 리뷰 시작합니다!

1. 꼬이고 꼬이는 속도감 있는 심리전

가위바위보를 한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겠죠? 모든 것을 내려놓고 결과를 하늘에 맡길수도 있지만, 별의 별 중상모략을 통해 승률을 높힐 수 있기도 한 오묘한 게임입니다. 손등을 손가락으로 밀어 주름의 밀도(…)를 통해 신의 계시를 받거나 두 팔을 꼬아만든 손틈으로 차원의 틈새(…)를 엿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나는 가위를 낼거야” 라고 외치며 시부터 떡밥을 거하게 뿌리는 강태공도 있죠.

“나는 가위를 낼거야” 라는 말을 듣자마자 머리 속이 복잡해지는 경험을 한번쯤 해보셨을 겁니다. ‘가위를 낸다고? 그럼 난 바위를 내야하나? 그런데 상대방이 속이고 보를 낸다면? 꼬아서 내가 가위를 낼까? 만약 여기까지 상대방이 읽어내고 바위를 낸다면?’ 이렇게 생각의 꼬리가 끊임없이 이어지다보면 갑자기 시작된 “가위! 바위! 보!” 하는 소리에 에라 모르겠다 하며 하나를 정해서 내게 되죠.

따쉬는 그런 가위바위보 같은 게임입니다. 카드를 가져오고 주는 Give 와 Take를 베이스로, 상대의 행동을 인정하는 Cooperate 와 상대방의 행동을 반대로 적용하는 Undermine 이 다채로움을 더하고 있죠. 후술하겠지만 상대방을 근소하게 이겨야 높은 점수를 따낼 수 있는 특성 때문에, 절묘한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 4장의 액션카드로 매 라운드마다 카드를 주거니 받거니 신경전을 벌이게 됩니다.

물론 이런 특성이 따쉬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리버드래곤, 젝스님트, 시타델 같은 게임에서도 ‘상대방이 내가 이걸 고를거라 생각하겠지? 한번 더 꼬아서 이걸 고르면 당황하겠지?’ 같은 심리전이 들어가있죠. 그러나 따쉬는 Cooperate와 Undermine의 존재로 인해 좀 더 흥미로운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선택에 대놓고 동의하여 평판 점수를 올리거나, 평판 점수를 조금 포기하되 상대가 반대 행동을 취하게끔 엿(…)을 먹일 수 있죠.

이렇게 예측에 성공할 때 오는 쾌감은 상당히 짜릿하고 좋습니다. 특히 연속으로 생각이 읽히며 멘탈이 터져나가는 상대방을 보는 재미도 좋죠. 게다가 액션 선택 -> 공개 -> 결과처리 과정의 템포가 굉장히 빠르기 때문에 늘어짐이 없습니다. 마치 가위바위보! 가위바위보! 가위바위보! 하며 연속으로 팔을 붕붕 휘두르는 듯한 속도감이 느껴지죠.

처음엔 결과처리가 다소 혼란스럽고 헷갈리니 삐그덕거리는 느낌을 받으실겁니다. 하지만 3~4번의 액션을 진행해보면 아하! 하는 순간이 찾아오며 순식간에 적응하고 게임에 몰입하게 됩니다. 그 이후는 일사천리. 게임이 선사하는 재미난 심리전을 즐기는 일만 남게 되죠.

2. 절묘한 점수 시스템

따쉬는 정말 독특한 점수 시스템을 채택했습니다. 각 상점카드별로 상대방을 이겨야 하는 것은 당연하되 1장 차이로 이겼을 때 가장 큰 보상을 줍니다. 이게 굉장히 재밌어요. 이기는 입장에선 상대방을 지나치게 압도하면 되려 감점이 생길 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 득점을 허용하다보니 너무 유리한 상황이 되지 않도록 일부러 지려고 하기도 하죠.

지고 있는 입장에선 애매하게 지느니 차라리 압도적인 패배를 통해 득점을 하는게 나으니, 상대방이 떠먹여주려는 카드를 되려 먹어주려 합니다. 지고 있는 사람은 카드를 무더기로 뺏기고도 “아싸!” 하며 좋아하고. 이기고 있는 사람은 의도치 않은 승리에 크게 당황하고 말죠.

단순히 상점카드 종류 뿐만 아니라 상점카드에 적힌 평판수치 또한 고려해야 합니다. 지나치게 -1 카드를 가져가면 게임 종료 시 찾아올 대량 감점을 견딜 수가 없기 때문이죠. 이런 요소까지 고려해가며 이기는 사람은 지는 사람을 챙겨주려 하고 지는 사람은 이기는 사람을 챙겨주려 하는 정말 코믹한 상황이 벌어져요.

이 모든게 참으로 오묘한 점수 계산법 덕분입니다. 로스트시티나 바벨처럼 단순한 조합 / 수량으로 상대방을 찍어 누르는 게임이라면 이러한 재미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겠지요.

그럼 단점에 대해 이야기 해봅시다.

1. 일부 비슷해보이는 카드

카드 중 2 종류가 상당히 비슷한 계열의 색상을 띄고 있습니다. 아이콘과 그림을 통해 충분히 구분할 수 있긴 하지만 게임의 속도가 상당히 빨라서 자칫하면 엉뚱한 카드를 먹게 되는 / 주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요. 좀 더 구분이 가는 색상이었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2. 생각없이 한다면 단순 운빨 게임.

가위바위보에서 오는 심리전은 결국 플레이어들이 상대방의 의중을 읽어내려는 것에서 오는 겁니다. 나는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여 카드를 내고 있는데 상대방은 아무런 생각없이 손에 집히는 대로 내려놓는다면, 심리전이고 뭐고 게임은 운빨 게임으로 전락하고 말죠. 아무리 멋진 뮤지컬 무대를 준비해도, 무대에 어울리는 연기자가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처럼 말예요.

따쉬도 마찬가지 입니다. 디자이너는 멋진 무대를 준비 했습니다. 그 위에서 판을 짜고 노는 것은 플레이어들의 몫이죠. 주인공들이 디자이너의 의도와 상관없이 하고 싶은대로 마음가는대로 행동한다면, 그냥 가위바위보를 하는게 더 짧은 시간 내에 비슷한 재미를 뽑아낼 수 있을거예요. 상대방과 절묘한 줄다리기 싸움을 하며 적의 의중을 반걸음이라도 더 멀리 내다보려는 행동이 게임의 재미를 크게 결정할거예요.

2인 게임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따쉬는 Top 5 안에 단숨에 치고 들어올 정도로 좋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빠른 세팅. 빠른 템포. 복잡하지 않은 규칙. 절묘한 점수 싸움. 거기에서 오는 치열한 심리전. 심리를 꿰뚫었을 때 느껴지는 쾌감. 어디 하나 빠질 것 없이 강렬한 인상을 주는 뛰어난 작품이었어요.

물론 황혼의 투쟁 같은 거물급 2인 게임에 비하면 그 깊이도 얕고 한계도 분명합니다. 그러나 그건 괴물 같은 게임에 비교했으니 그런 것일 뿐. 자신이 위치한 자리에서 최대한의 빛을 내뿜는 있는 정말 재미난 게임이라 생각합니다. 상대방을 잘 알고 있을수록 재미의 농도가 높아지는 게임이예요. 아내와 앉은 자리에서 7~8번을 연속으로 했을 정도로 너무나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런 말을 하는 일은 좀처럼 없는데… 매년 제 최애 게임을 뽑는 Top 100 에서 높은 순위에 모습을 드러낼거라 확신합니다. 가볍고 통통 튀는 분위기 속에서 주거니 받거니 티격태격 다투는 셋콜렉션 게임을 찾고 있다면 따쉬를 확인해보세요. 정말 좋은 게임입니다.

블로그 :: http://raccoonca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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