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 - 장미전쟁(로젠코닉) : "장미의 이름으로"

너굴너굴

3,105

2018-8-22 오후 4:09

IP: 24.84.***.***

블로그 방문

팔로우

BEST

쪽지발송

내용 댓글7

발매년도 : 1992년

게임 타입 : 추상전략

플레이 타임 : 30분

플레이 인원 : 2인

=====

시작하며

=====

장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건 역시 턱시도 가면입니다. 오늘은 장미(?)를 소재로 한 듯 하지만 장미와는 딱히 큰 상관이 없는듯한 2인 추상전략 게임. 로젠코닉을 리뷰합니다. 예전엔 장미 전쟁이란 영문 이름으로 불렸던 것 같은데... 이번에 새로 나온 The rose king 이라는 제목은 도저히 익숙해지지가 않네요.

여담 1. 지금까지 보드게임 선물을 받은 적이 딱 두 번 있는데, 와이프가 처음으로 제게 사준 보드게임이기도 합니다.

여담 2.

...

리뷰 시작합니다!

=====

규칙

=====

장미전쟁은 2인 전용 영향력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들은 5장의 방향&거리 카드를 나눠 받은뒤 번갈아가며 카드 한장 사용 -> 카드에 적힌 방향 & 거리에 따라 빈칸으로 왕관을 이동 -> 왕관 밑에 자신의 장미 토큰을 설치 -> 카드 새로 뽑기 과정을 반복합니다.

각 플레이어는 4장의 파워카드를 보유하고 있는데, 움직임과 동시에 파워카드를 사용하면 왕관이 도착한 지점에 있는 상대방의 토큰을 뒤집을 수 있습니다. 전세가 뒤집어지는 중요한 4번의 행동이기 때문에 언제 어떻게 쓰느냐가 매우 중요하지요.

토큰이 다 떨어지거나 두 플레이어 모두 움직일 수 있는 수가 없다면 게임은 종료되며, 두 플레이어는 각 구역의 크기를 제곱한 뒤 총합으로 승부를 가립니다. 예를 들어 플레이어 A에게 3, 5, 7칸짜리 구역이 3개가 있다면 3*3 + 5*5 + 7*7 = 83점이 총점이 됩니다. 플레이어 B에게 10칸짜리 구역 1개가 있다면 10*10으로 100점을 받게 되는 것이죠.

=====

감상

=====

게임을 접할 때면 가끔 “클래식하다”는 형용할 수 없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감정은 참으로 오묘하여 그러한 연유를 설명하기 어려울 때가 있는데요. 장미전쟁은 오랜만에 보는 정통파 보드게임(?)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게임에 담겨 있는 특유의 깔끔한 게임 진행법과 점수 계산법 때문일까요? 어쨌든 장미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해봅시다.

1. 운과 전략의 적당한 조화

일단 확실하게 언급해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저는 운이 개입하는 추상전략 게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요. 추상전략 게임의 매력은 깊은 수 읽기와 연구를 거듭하며 공격 전술과 방어 전술이 엎치락 뒤치락 발전되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기동성이 뒤떨어진다고 천대 받던 기물이 새로운 전략의 발견과 동시에 재조명 받는 것을 볼 때나 선수필승이라 여겨지던 포석이 연구 끝에 파훼 되는걸 보면 기분이 좋을 정도죠. 이런데서 매력을 느끼다보니 운이 가져오는 무작위성은 추상전략의 깊은 맛을 희석시킨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장미전쟁은 이런 장르에 정확히 부합하는 게임입니다. 기물을 움직일 수 있는 카드를 5개씩 가지고 시작하는데, 이 카드를 덱에서 보충해오기 때문에 어떤 행마 카드를 받게 될 지 알 수 없어요. 주어진 카드를 가지고 최선의 움직임을 찾아내야 하지요. 그렇다보니 필승을 보장하는 수가 있더라도 카드가 없어 할 수 없는 경우도 왕왕 생깁니다. 게다가 특정 방향으로만 움직이는 카드가 계속 뽑혀 나오는 불운이 종종 있습니다. 왕관을 두 플레이어가 함께 쓰기 때문에 상대방이 내 똥패를 보며 구석으로 (정확히는 내가 가진 카드 방향으로만) 왕관을 이동하기 시작하면 정말 미쳐버릴거 같죠. 할게 없어지거든요.

이쯤 되면 “운빨똥망 게임이네!” 라고 분노하며 보드를 엎어버릴만도 하지만 의외로 게임 자체는 꽤 재밌었습니다. 추상전략적인 요소가 묵직했다면 카드 뽑기 운이 상당한 불만 요소가 되었을텐데, 상대방의 패가 모두 보이는 것 치곤 수 읽기가 깊지 않은데다 전략을 짜서 거기에 카드를 맞추기보단, 카드 상태를 보고 상황에 맞춰가는 플레이를 요하는 게임이다보니 전략과 운이 50:50 정도로 엇비슷하게 느껴졌어요. 아발론, 인쉬, 쇼기, 체스 같은 게임은 즐기고 나면 상당한 피로감이 느껴지는데, 장미전쟁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면 되니 피로감이 적어 아주 좋더군요.

2. 제곱이 주는 반전의 재미

장미전쟁은 독특한 점수 계산법을 채택했습니다. 영향력 게임이라면 보통 영토의 크기를 기준으로 승부를 가리기 마련이죠. 그런데 장미전쟁은 자신의 확보한 영역마다 그 크기의 제곱을 점수로 보상합니다. 6개짜리 땅은 36점. 10개짜리 땅은 100점. 이런 식이죠.

생각해보면 꽤 재밌는 요소입니다. 상대방을 구석으로 몰아가며 토큰을 5개, 10개 더 놓았다고 해서 게임에서 승리한다는 보장이 없거든요. 3개짜리 영토를 7개 만들어봤자 63점(3^3 * 7)입니다. 10개짜리 영토 하나 (10^10) 를 이길 수 없지요. 양보단 질로 승부한다는 말이 이보다 어울릴 수 없습니다.

이렇다보니 토큰 하나가 여러가지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상대방의 맥을 끊을 수도 있고, 동시에 내 토큰들을 잇는 교두보 역할을 맡기도 하며, 마치 바둑처럼 서너수 앞을 내다본 포석용으로 쓰일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딱히 둘만한 수가 없어 무심코 놓았던 토큰 하나가 한참 후에 폭발적인 점수의 근원지가 되며 역전이 일어나는기도 하죠.

이런 일발역전의 요소가 굉장히 매력적이예요. 단순히 땅의 경계를 긋고 서로의 땅을 취하기만 하는 게임이었다면 장미전쟁은 금세 잊혀지고 마는 게임이었을 거예요. 바둑이라는 정점의 게임이 존재하니까요.

3. 파워카드의 반전

일발 역전이라는 말이 나온김에 파워카드에 대한 이야기도 해보죠. 상대방의 토큰을 뒤집을 수 있는 파워카드는 언제 어떻게 쓰냐에 따라 승패를 갈라버리는 비수가 됩니다. 5칸짜리 영토 두 개(5^2 * 2 = 50점)를 갈라놨더니, 상대방이 내 토큰을 뒤집어버리며 11칸짜리 초대형 영토가 되며 121점(11^2)으로 점수가 2.5배 가까이 불어나는걸 보면 입이 떡 벌어지죠.

파워카드는 게임 내내 단 4장 밖에 사용할 수 없습니다. 지나치게 빠르게 썼다간 후반에 벌어지는 역공을 버틸 수 없고, 너무나 아꼈다간 파워카드로도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 나오기 때문에 파워카드를 쓸 정확한 타이밍을 가늠할 줄 알아야 합니다. 물론 말처럼 쉽진 않습니다. 상대방의 영토를 찢는데 사용할 것인가, 쪼개진 나의 영토를 접합하는데 사용할 것인가, 상대방의 수를 사전 차단하는데 쓸 것인가, 왕관을 좀 더 기동하기 편한 곳으로 이동시킬 것인가 등 고민거리가 많거든요. 게다가 먼저 쓸수록 내가 선수를 뺏기는 듯한 느낌도 들어서 더 쉽지 않더라고요.

독특한 점수계산법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이 파워카드를 통해 전세를 단번에 역전 시킬 수 있는 전은 게임의 긴장감과 완성도를 조금 더 높혀주는 요소처럼 느껴졌어요. 이 요소가 없었다면 긴장감은 지금의 절반 정도로 떨어졌을거예요.

그럼 단점에 대해 이야기 해봅시다.

1. 결국 벗어날 수 없는 운

워낙 깔끔한 게임인지라 크게 언급할만한 단점은 없습니다만… 역시 추상전략치고 나쁜 카드 운이 계속 발에 채이며 깊은 수 읽기 및 상황예측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점은 하드코어 추상전략 게이머들에게 아쉽게 다가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캐쥬얼한 추상전략 게임을 찾는 사람들에겐 적절하단 뜻이겠죠.

위에서 언급했듯 상대방의 나쁜 카드 운을 보고 그 방향으로 왕관을 밀어가며 압박 & 턴 낭비를 유도할 수 있으니 전략적이라 볼 순 있습니다. 그러나 턴을 넘긴다는 극단적인 규칙은 당하는 입장에선 괴롭다보니 차라리 한턴을 날리고 카드를 새로 교환할 수 있는 규칙이 좀 더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90년대 게임이라 그런지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세련된 느낌은 없습니다. 카드를 쓴다. 토큰을 놓는다. 영토를 키운다. 일발역전 카드로 전세를 뒤집느다. 이 간단하고 반복적인 행동만으로 게임을 만들어서인지 딱히 흠 잡을데도 없으면서 순수할 정도로 정직하고 담백하다는 인상을 주죠.

세븐 원더스 듀얼 같은 충격적이고 강렬한 재미를 주는 2인 게임에 비하면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할 것 같지만, 사실 이런 게임은 되려저의 사랑을 오랜시간 받는 편입니다. 유행을 타고 단숨에 폭발적으로 즐기다가 이후에 거들떠보지도 않지만, 이런 담백한 게임은 생각날때마다 틈틈히 즐기고 싶어지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거든요. 로스트시티, 스플렌더 같은 게임이 여지껏 플레이 되고 있듯 말예요.

추상전략과 운의 혼종은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지만 장미전쟁은 예외적으로 재밌었던 게임입니다. 누군가 하자고 하면 언제든지 OK 할 것 같아요.

블로그 :: https://raccooncave.com

이 글이 도움이 되셨다면

추천을 눌러주세요!

내용 보기

팔로우

피드

저장

너굴너굴

님에게 댓글 작성

댓글 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