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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삼리뷰] #219 - 포그 오브 러브 : 로맨틱 코미디 보드게임
너굴너굴 쪽지보내기   | 조회수 726 | 추천 0 | 작성 IP: 24.84.***.*** | 등록일 2018-08-06 00: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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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그 오브 러브

 (2016년)
Fog of love
평가: 0 명 팬: 0 명 구독: 3 명 위시리스트: 3 명 플레이: 0 회 보유: 6 명




 

발매년도 : 2017년

게임 타입 : 롤플레잉, 핸드관리, 스토리텔링

플레이 타임 : 60-120분

플레이 인원 : 2인

 

=====

 

시작하며

 

=====

 

오늘은 로맨틱 코미디 시뮬레이팅 보드게임. 포그 오브 러브를 리뷰합니다.

 

 

=====

 

규칙

 

=====

 

포그 오브 러브는 로맨틱 코미디를 기반으로 한 테마 게임입니다. 두 플레이어는 남녀가 되어(혹은 동성 커플이 되어) 4개의 챕터를 진행하게 되며 각 챕터는 일정 갯수의 장면으로 이루어져 있지요. 이 단계가 모두 끝나게 되면 각 플레이어는 자신의 손에 들고 있는 운명 카드를 하나 비공개로 내려놓은 뒤 파트너와 함께 확인합니다. 그리고 카드에 쓰여진 조건이 모두 충족하면 해당 운명(연애, 결혼, 파국 등)을 맞이하게 됩니다. 독특한 컨셉의 스토리 텔링 게임이죠.

 

각 플레이어는 게임이 시작되면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게 됩니다. 우선 이름, 직업, 특성 3개를 고릅니다. 이 특성은 게임이 끝나면 조건에 따라 추가 애정도 변화를 줍니다. 이제 서로 번갈아가며 상대방에게서 발견한 외모를 3개씩(예를 들면 비싼 손목시계, 겨드랑이 털, 환한 미소 등 ) 정해준 뒤 양 플레이어는 자신의 직업, 특성, 외모에 따라 6가지 성격 수치를 조정합니다.

 

이제 각 플레이어는 챕터의 지시에 따라 번갈아가며 손에 든 장면카드를 쓰게 됩니다. 장면 카드는 달콤함, 드라마, 심각함 세 종류로 나뉘며 각 카드는 챕터에 플레이 될 때마다 어떠한 지시 사항을 내립니다. 플레이어들은 자기 자신의 캐릭터라면 어떤 대답을 했을지 상상하며 답을 골라야 합니다.

 


 

카드는 두 플레이어 모두 혹은 상대방에게 상황을 제시하며 그에 따른 반응을 물어봅니다. 대답을 해야하는 플레이어는 자신이 가진 A~D 토큰 중 하나를 골라 비공개로 앞에 내려놓고 뒤집습니다. 그리고 선택에 따른 결과를 처리하게 되지요. 애정도 변화 빛 성격의 변화가 대부분 입니다. 일부 카드는 운명 카드를 버리게 하거나 이미 버린 것과 교체하는 등 지시를 내리는 경우가 있으며, 일부 비밀 카드의 경우 챕터 위에 놓지 않고 따로 비공개로 간직하고 있다가, 상대방의 비밀 카드를 밝히라는 지시에 따라 밝히고 효과를 적용하거나 게임 종료시 비밀을 모두 공개하여 비공개 보너스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 외에서 중첩 효과나 리액션 카드 등 여러 종류가 존재합니다.

 

재미난 점이 있는데 일부 카드는 플레이어에게 노래를 부르게 하거나(!), 좋아하는 취미나 알고있는 지식 등을 물어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의무는 아니지만 이런 지시를 따르면 게임의 몰입감이 상승하지요.

 

운명 카드는 손에 항상 들고 있으며 게임이 끝날 때 그 중 하나를 골라야 합니다. 두 캐릭터가 인연을 맺어 결혼까지 이르던 잦은 다툼 끝에 파국에 이르던 게임은 종료 되며 두 파트너는 자신의 캐릭터들이 겪었던 사건 사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됩니다 :)

 

 

모든 규칙을 커버하진 않았지만 이 정도만 알아도 어떠한 게임인지는 감이 오시겠지요?

 

 

=====

 

감상

 

=====

 

음... 워낙 독특한 게임이라 평소의 장3 단3 리뷰 스타일은 버리고 차근차근 생각나는 것부터 적어보려 합니다.

 

 

1. 정체성에 관하여

 


 

흠...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포그 오브 러브는 정말 독특합니다. 독특해요. 재밌고 말고를 떠나 일단 포그 오브 러브가 가진 정체성에 대해서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포그 오브 러브는 보드게임이면서도 보드게임이 아니예요.

 

혹시 테세우스의 배라는 역설을 아시나요? 미노타우르스를 죽인 후 아테네에 귀환한 테세우스의 배를 아테네인들이 보관하게 되었는데, 배의 판자가 썩을 때마다 그 판자를 떼어버리고 더 튼튼한 새 판자를 그 자리에 박아 넣었습니다. 여기에서 질문입니다. 커다란 배에서 판자 조각을 하나 갈아 끼우더라도 그 배는 테세우스가 타고 온 배죠? 다른 판자 부분을 갈아 끼운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로 테세우스가 타고온 배 입니다. 이렇게 반복하다보면 어느 시점에선 테세우스가 있었던 원래 배의 조각은 단 하나도 남지 않게 될텐데, 그럼 이 배를 테세우스의 배라고 부를 수 있을까? 하는 역설입니다.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포그 오브 러브는 그 배를 닮은 것 같아요. 보드게임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결과를 빼내고 과정에 더 무게를 두었거든요. 테세우스의 배로 비유하면 '결과에서 오는 재미'라는 이름의 중요한 부품을 모조리 빼다가 '과정에서 오는 재미'라는 부품을 대신 박아 넣은겁니다. 심지어 룰북에서도 '결과가 어떻든 간에 과정이 중요하다' 식으로 언급합니다. 이러니 질문이 생길 수 밖에 없어요. 보드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결과'를 빼버리고 과정에 더 큰 무게를 두었는데. 심지어 디자이너 마저도 결과에 연연하지 말라는데 그럼 결과에 의미가 없는 이것을 게임이라고 부를 수 있느냐? 하는거죠.

 

저 역시 던전 앤 드래곤스, 겁스, 소드월드 같은 테이블탑 롤플레잉(TRPG)를 접해보지 않았다면. 스토리 텔링이라는 장르 자체에 친숙하지 않다면 "이건 보드게임이 아니야" 하고 반감을 가졌을 듯 합니다. 그러나 TRPG 마스터링 경험이 어느정도 있는데다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를 하나의 유흥거리로 생각하기 때문에, 저는 포그 오브 러브가 보드게임 장르의 하나로 와닿았어요. 심적으로 포그 오브 러브를 받아들이는게 훨씬 쉬웠죠. 저는 TRPG도 보드게임의 한 장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포그 오브 러브를 어느 한 카테고리에 넣어야 한다면, 저는 보드게임이 아닌 하위 카테고리- 즉 TRPG 에 넣는게 올바르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스스로도 정말로 이걸 게임이라 부를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문득 들곤 하는걸 보니 게임과 액티비티 사이의 경계에 절묘하게 걸쳐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2. 누가 플레이 해야 하는가?

 


 

포그 오브 러브을 즐길 수 있는 그룹은 크게 네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실제 부부/연인, 2. 이성 친구, 3. 동성 친구, 4. 낯선 사람 (처음 만나는 보드게임 멤버라던가...)이죠.

 

두 사람이 만나 사랑을 가꿔나가는 보드게임. 이렇게 들으면 포그 오브 러브는 커플나 부부가 즐겨야 할 게임 같지만 오히려 실제 부부/연인은 포그 오브 러브를 접할 때 가장 조심해야 하는 그룹입니다. 왜일까요? 사랑은 언제나 행복하고 좋은 것은 아닙니다. 낭만적이고 순애보 같은 과정도 겪었겠지만 사소한 갈등이나 다툼으로 인해 파국 직전까지 가봤을지도 모릅니다. 이별을 겪었다가 다시 합쳤을 수도 있고요. 가만 생각해보면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은 이해와 오해. 기쁨과 슬픔이 차곡차곡 쌓이고 치유되며 만들어진 것이죠. 

 

포그 오브 러브 속 게임이 진행 될 수록 낭만적인 요소는 조금씩 줄어들고 갈등을 유발하는 장면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완전히 상상 속 소설이 아니고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일들로 공격을 해와요. 그 강도가 지나치게 강한 것은 아니지만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만한 일이 대부분이죠. 아무리 캐릭터를 연기한다 한들 과거의 아픔/상처가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후술하겠지만 나와 내 캐릭터를, 내 파트너와 그의 캐릭터를 분리하여 생각하도록 의식하지 않으면 상대방의 예상치 못한 대답은 실망감으로 변질되고, 이 불협화음에 언짢음을 느끼게 됩니다. 마치 현실 속 우리가 어긋나는것 처럼요. 이 언짢음이 감정에 영향을 준다면? 즐거웠어야 할 게임인데 게임이 끝나면 알 수 없는 서먹함만이 찾아오게 됩니다. 게임은 게임일 뿐임을 확실하게 경각시켜 주는게 좋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성 친구나 동성 친구와 포그 오브 러브를 즐기는 것은 꽤나 색다른 경험을 줍니다. 상대방과 상대방의 캐릭터를 분리하여 받아들이는 것이 쉽기 때문에 내 캐릭터가 하고 싶은 대로, 상대방이 반응하는 대로 게임을 유쾌하게 진행하면 되니까요. 화가 나면 진상도 부려보고, 상대방이 준비한 것에 깽판을 쳐보고, 일부러 여러가지 비밀을 만들어보며, 때로는 로맨틱한 장면을 연출하는 등 게임이니까 가능한 일들을 웃으며 해볼 수 있습니다. 물론 두 사람 모두 능글능글하고 유쾌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생각해보세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근심을 떠안은 듯한 두 남자가 마주보고 앉아 심각하게 연애 게임을 한다면... 윽, 생각만해도 숨이 막이네요.

 

자 그럼 낯선 사람이 남았는데...   ...왜 낯선 사람과 이런 게임을 하려고 하시는거죠? 세상엔 더 좋은 2인 게임이 많습니다. 그걸 하세요.

 

 

 

3.  어떻게 즐겨야 하는가?

 


 

게임을 이렇게 즐겨라! 하는 것도 우스운 일입니다만 포그 오브 러브를 즐기려면 이것이 게임 속 상황임을 확실히 인지하신채로 하는게 좋습니다. 특정 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나의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보게 되는데, 이를 억제하고 '내 캐릭터라면 어땠을까?' 하고 선택을 해야해요. 이를 망각하고 자신이 끌리는 대답을 고르기 시작하면, 싫은걸 싫다고 대답했다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게 되죠. 게임 끝나고 나서 "그거 진짜 대답이었어? 진짜로?" 하며 조인트를 까일 수도 있습니다. 이 캐릭터가 나 자신이라고 자기 암시를 건 뒤 게임을 시작하셔요.

 

포그 오브 러브는 로맨틱 코미티를 지향하고 있지만, 다행히 게임 내에서 과장된 표정 연기와 목소리 연기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가끔씩 "~~ 상황에 대해 설명해보세요" / "~~~ 하는걸 해보세요" 하며 가벼운 지시사항이 나오긴 하지만 반드시 따르지 않아도 괜찮거든요. 그러나 이러한 세부적인 설정은 캐릭터를 구축하고 서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부담가지지 말고 "내가 이 캐릭터였다면" 하는 생각으로 이것저것 이야기 해보세요. 이런 것에 익숙하지 않다면 처음엔 부끄러움을 느끼겠지만 조금씩 익숙해질수록 제법 몰입하게 됩니다. 작고 소소한 설정에서 시작하여 떄로는 과감한 설정 등으로 넘어간다면 게임의 분위기를 한껏 올릴 수 있습니다.

 


 

엔딩에 대해서도 크게 연연치 마세요. 물론 게임 내에서 특성 카드 성공 여부를 노린다던가, 가장 유리한 운명 카드를 하나 골라 노린다던가, 이도 저도 아니면 작정하고 개진상이 되어 연인 관계를 깨버린다던가, 상대방이 카드를 사용하는 것 & 대답하는 것을 보고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한다던가 하는 전략적 요소가 녹아있습니다. 정확하게 상대방을 읽을 수 있다면 해피 엔딩을 맞이할 수 있죠. 그러나 서로 맺어지는 것에 너무 연연하지 마세요. 이렇게 서로 맺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서로 맺어지지 못하는 거도 삶의 일부 중 하나 입니다. 그것대로 "나는 그런 캐릭터는 만나고 싶지 않더라" 하는 식으로 좋은 이야기가 시작되는 물꼬를 틔울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자극이 되기도 하죠. 결국은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설정 이야기, 개인사, 반전 등을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게임이니 성공/실패에 대한 부담감은 훌훌 털어버리세요. 분위기를 즐기시면 됩니다.

 

 


4 무엇이 좋았고 나빴는가?

 


 

( 심지어 화장실에서 앉아 싸야하는가 하는 상황도 주어집니다. 이 문제는 만국공통인가봐요.)

 

게임에 성질에 대해선 충분히 이야기 했으니 게임의 시스템에 대해 이야기 해봅시다. 생각보다 신선한 점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튜토리얼에 대해서 언급해야겠군요. 게임을 열면 여기저기 녹색 카드가 보이는데, 마치 팬데믹 레거시처럼 번호 순서대로 카드를 열어가며 지시사항을 따르다보면 어느새 규칙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됩니다. 다만 이 튜토리얼 카드가 무려 30장이나 되기 때문에, 영어에 익숙하지 않거나 룰북이 더 편하다면 룰을 읽고 직접 하시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튜토리얼 카드보랴, 손에 든 카드 보랴, 상대방이 낸 카드 보랴. 볼게 너무 많거든요.

 

게임 내에 담긴 의외의 추리 요소는 대박은 아니지만 나름 쏠쏠한 재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운명 카드를 가지고 시작하되 때로는 버리기도 하면서 최종장에서 단 하나의 운명 카드를 골라 서로 확인한다는 점이 재밌었어요.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하는 호기심도 생기고 같은 카드를 골랐다면 역시! 하는 기쁜 마음도 들죠. 두 플레이어 모두 지배적인 사랑을 택하거나 둘 다 이별을 선택하는 빵 터지고 당황스러운 장면도 나올 수 있어요.

 


 

게임 시작 전 3장의 특성 카드과 직업을 고르는 점도 괜찮았습니다. 나의 캐릭터에 성격을 부여함과 동시에 성향 지표에 변화를 줌으로써 어떤 운명으로 향할지 방향을 대략적으로 잡아주는 역할을 하지요. 다소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조금 더 특성 카드를 선택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책임감 없음, 마초스러움, 질투 많음 이 세가지 특성으로도 나란 사람이 어떤지 대략적인 표현을 할 수 있지만 특성 카드를 좀 더 활용하며 좀 더 구체적인 인물을 떠올릴 수 있었을 것 같거든요. (게임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건 아니기에 하우스 룰로 해도 괜찮긴 해요.)

 

 


 

구체적인 인물이란 말이 나온김에, 상대방의 눈에 띄는 특색을 내가 정해준다는 점은 굉장히 아이디어가 좋았습니다. 사람이란게 아무래도 자신과 근접한 캐릭터에게 몰입을 쉽게 할 수 있기에 비슷한 성향의 캐릭터만 만들게 됩니다. 그런데 포그 오브 러브에선 상대방이 나의 외모적 특성을 정해줌으로써 평소에 접하지 못한 캐릭터를 가지게 돼요. 예를 드면 저는 비싼 손목시계, 구릿빛 피부, 욕에 전혀 관심이 없는데, 이런 캐릭터를 가지게 되면 좀 더 거칠고 공격적인 선택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포그 오브 러브의 캐릭터 생성 단계를 굉장히 재밌게 느끼는데, 이런 요소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진행의 경우 시나리오를 플레이한다 -> 답을 정한다 -> 효과를 적용한다는 단순 흐름을 가지고 있기에 크게 어렵지 않은데다 카드마다 다른 이야기가 진행되기에 카드를 함께 읽는 맛이 있습니다. 특히나 좋았던 것은 비밀 카드인데요. 비밀 카드를 엎어서 자신의 앞에 깔아놓게 되는데, 이게 상당한 궁금증을 유발합니다. 다만 그 갯수가 많지 않은데다 비공개로 남겨져 있을 때 좋은 효과를 주기 때문에(비공개로 있을때 나쁜 효과를 주는게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경험을 하지 못했습니다.) 롤플레잉의 일환 및 비밀 카드에 있는 특별 상황을 적용하려는게 아니면 구태여 까볼 이유가 없는 것 같습니다. 흠, 괜히 상대방의 비밀을 까보지 말라니. 꽤 현실적이네요. 어쨌든 좀 더 비밀의 종류가 다양하고 많았다면 좋았을 것 같아요.

 

게임 내 들어있는 팩마다 스토리 라인이 조금씩 다른것도 좋았습니다. 고등학교에서부터 교제를 시작하며 미래를 그리는 첫번째 팩. 서로에게 시간을 주며 우리가 인연인지 확인하고 이별의 결정을 내리는 두번째 팩. 커밍아웃이나 아이를 임신 하였을 때 상황과 반응을 테스트 하며 좀 더 어려운 도전거리를 주는 마지막 팩. 각각 독특하면서도 현실에서 있을 법한 테마를 잡은 것은 꽤 좋았어요. 확장도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이야기들(시부모와의 갈등이나 도저히 맞지 않는 성격 등)이라 꽤나 기대가 됩니다. 정치적 올바름을 강조할 생각은 없지만, 동성애자들에게도 어필할만한 이야기가 많다는 점과 남녀 커플에게만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들은 넘겨버리고 다른 이야기를 뽑을 수 있는 자유도도 좋았네요.

 


 

시스템적으로 나빴던 점은 특별히 없었습니다. 다만 좀 더 풍부한 양의 이벤트 카드와 좀 더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아무리 게임의 리플레이성이 캐릭터의 다양성에서 나온다곤 하지만 이런 류의 게임은 판을 짤 수 있는 선택지가 많을수록 더 재밌어지거든요. 또 하나. 카드에 좀 더 자세한 상황 설정이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사진을 찍을 때 어떤 자세가 좋냐? 같은 질문을 던지는데, 어느 상황인지 도통 알 수 없기 때문에 답하기 애매한 상황이 간간히 있거든요. 또한 누가 언제 무슨 이벤트 카드를 내냐에 따라 달달하다가도 갑자기 진지한 이야기가 나오고, 진지하다가 갑자기 뜬금없이 야한 동영상 이야기를 꺼내는 등 이야기의 흐름이 일정하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전체적인 맥락은 점점 진중해지는데 그 안에서 이리저리 날뛰는 일관되지 못한 분위기도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그러나 이건 사람이 카드를 쓰는 타이밍이나 완급을 조절하는 성향 문제지 게임 자체의 문제는 아니예요. 아... 또 하나 단점을 들자면 후반 시나리오를 즐길 수록 점점 챕터가 길어지는데... 이런 게임을 2시간이나 하는건 정신적으로 크게 피곤합니다. 전반적으로 1시간 정도로 압축했다면 좋았을거 같아요.

 

 

 


=====

 

감상

 

=====

 


 

모두가 좋아할만한 게임인가? 아니오.
보드게임 긱에서 높은 랭킹을 차지할만한 게임인가? 아니오.
매일 하고 싶은가? 아니오.
강력 추천하고 싶은가? 아니오.
강렬한 인상을 남겼는가? 예.

 

 

워낙 특수한 테마를 다루고 있는 게임인지라 호불호도 강하고 추천 관련한 대다수의 대답엔 고개를 젓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인상 깊게 즐겼습니다. 제가 스토리 텔링을 좋아한다는 점을 떠나 매년 홍수 같이 쏟아지는 비슷한 테마, 비슷한 시스템, 비슷한 점수 계산 방식 속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자신만의 고유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건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이러한 게임을 통해 제가 가지지 못한 것을 느껴보고, 시도해보며,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대답/행동들을 해보는 것도 꽤나 재미난 경험이었습니다. 나중에는 동성애자나 여성 캐릭터를 해보는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다만 앞으로 나올 확장을 구매하진 않을것 같습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구성물도 충분한데다 이 게임을 함께 즐겨줄 사람의 폭이 굉장히 좁기 때문에 테이블 위에 자주 올라올 것 같진 않거든요. 그러나 이런 기발하고 유니크한 게임은 하나쯤 보관하고 있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경험이었어요. 색다른 경험을 찾고 계신다면 포그 오브 러브를 권장하지만, 색다른 '게임'을 찾고 계신다면 포그 오브 러브는 주변을 통해 직접 경험해보신 뒤에 결정하세요. 정말로 호불호가 강한 작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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