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간단후기

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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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7-23 오전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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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스 (Startups)

이제 막 발돋움하는 다양한 스타트업의 투자자가 되는 내용의 간단한 영향력 게임입니다. 게임 종료 시 각 회사(=카드색깔)별로 카드를 가장 많이 모은 플레이어는, 같은 회사 카드를 하나라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가장 많이 모으지는 못한 플레이어에게서 승점 1점씩을 빼앗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뺏은 승점은 개당 1점이 아닌 3점이라는 큰 점수가 되어 갖게 됩니다. 즉, 한 회사의 메이저리티는 차지하되, 너무 압도적으로 이기기보다는 다른 플레이어들이 '해볼만한데?'하면서 뛰어들었다가 아슬아슬하게 지도록 유도하는 게 점수 획득에 더 유리합니다.

게임 종료 후 승점 계산에 관한 핵심규칙을 이해하고 그것을 피해가려고 하더라도, 재밌는 장치들이 준비되어 있어서 게임이 단순하게 흘러가지 않도록 합니다. 자기 차례가 되면 카드를 한 장 가져오고, 한 장 사용합니다. 그래서 자기 차례가 끝날 땐 항상 손에 세 장의 카드가 있습니다. 덱이 다 떨어지면 게임이 끝나는데, 이때 손에 든 세 장의 카드는 전부 내가 투자한 기업으로 등록됩니다. 어라? 파랑 기업은 내가 절대 1등을 할 수 없는데, 투자를 했다간 점수를 뺏기니까 투자하지 않은 건데, 강제로 투자하게 된다? 그래서 카드를 사용할 때는 카드를 자신의 앞에 놓아서 투자를 하는 것 대신 테이블 가운데에 버릴 수도 있습니다. 카드를 가져올 때도 덱에서 랜덤으로 한 장을 가져올 수도 있지만 버려진 카드 중 하나를 골라서 가져와도 되고요. 다만 덱에서 카드를 가져오려면 버려진 카드에 승점 1점씩을 올려놓아야 합니다. 어차피 1점만 뺏기는 거라면 이런 콩고물이 쌓인 기업 카드를 한 번쯤 가져올 수도 있겠죠. 게다가 독점금지라는 제도가 있어서 게임 중 메이저리티를 차지한 플레이어는 그 기업 카드를 더 모으는 게 매우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후발주자가 역전할 기회가 얼마든지 있죠.

쉬운 규칙 속에서 플레이어들이 서로 손해를 조금이라도 덜 보면서 다른 플레이어를 낚으려는 심리전이 기대 이상으로 재밌었습니다. 일발역전의 기회를 노리던 네 명의 플레이어를 낚는데 성공한 플레이어가 일확천금을 거두질 않나, 선발주자를 피해가려는 플레이어들이 내는 수수료로 재미를 보는 플레이어가 생기기도 하는 등 말이죠. 4, 5, 6인플을 한 번씩 해봤는데, 선발주자와 후발주자가 근소한 차이로 진행할 수 있도록 사람이 많은 편이 좀 더 게임의 재미가 살아나는 느낌이었습니다.

퀸도미노 (Queendomino)

'킹도미노'의 형제작으로, 간단한 기능들을 가지고 있는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건물 터, 건물을 짓는데 사용할 세금을 거두는 기사, 추가점수에 사용되는 탑 등이 추가되었습니다.

저는 '킹도미노'의 가장 큰 미덕을 매우 간단한 규칙과 게임 진행이라고 생각해서, 이것저것 새로운 요소를 끌어들인 '퀸도미노'는 건물의 건설이라는 새로운 고민 요소와 재미를 추가한 대신 제가 생각하는 미덕을 조금 포기한 느낌이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현재로선 '킹도미노'의 손을 들어주고 싶긴 한데... 문제는 제가 '킹도미노'는 3, 4인플만 해봤고, '퀸도미노'는 2인플만 해본지라, 두 게임 모두 다른 인원수로도 한 번 게임을 플레이해봐야지만 최종적인 판단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사진 출처 - 보드게임긱

더 씽 - 31번 전초기지의 감염 (The Thing : Infection at Outpost 31)

1982년에 나온 크리쳐 공포영화 '더 씽'을 모티브로 한 협력+마피아 류의 보드게임입니다. 원작 영화가 해당 장르 영화계에서 가지는 유명세야 말할 것도 없고, 2011년에 나온 프리퀄도 상당히 재밌는 크리쳐물 이니 관심 있으신 분은 한 번 찾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사용하는 캐릭터는 82년 원작 영화의 등장인물입니다.)

게임은 '배틀스타 갤럭티카'의 사건 해결 부분만을 가지고 온 대신 거기에 '레지스탕스' 식의 팀 결성 시스템을 섞어넣은 듯한 시스템입니다. 플레이어는 자신이 액티브 플레이어(캡틴)가 되면 장소 하나를 고른 후 미션 카드 한 장을 뽑습니다. 미션 카드에는 미션에 필요한 총 인원 및 각 직업(세 가지 있습니다)별 최소인원, 미션 내용이 있습니다. 모든 플레이어가 미션 내용을 확인하고 충분한 대화를 나눈 후 액티브 플레이어는 팀을 구성하고, 팀원들은 각자 가진 카드 중 한 장씩을 팀 카드로 제출합니다. 제출된 팀 카드는 누가 무엇을 냈는지 잘 모르게 제 3자가 잘 섞습니다. 이제 액티브 플레이어는 팀 카드를 먼저 잘 살펴본 후, 강제 실패 카드가 없다면 카드 중 한 장을 뒷면으로 버리고 덱에서 랜덤 카드 한 장을 가져와 팀 카드에 추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팀카드를 활용하여 미션 성공 여부를 확인합니다. 카드마다 아이템 이름과 수치가 있으며 미션 내용은 팀 카드의 모든 아이템이 수치 1 이상일 것, 팀 카드 중 랜덤하게 두 장을 뽑았을 때 적어도 하나 이상의 도끼가 나올 것, 팀 카드에 나이프와 샷건이 적어도 하나씩 있을 것 등등 간단하면서도 다양합니다. 미션을 성공하면 그 장소에 있던 토큰을 가져옵니다. 토큰은 특별 아이템이나 괴물(The Thing)과의 전투 등이 있어서, 게임 규칙이 요구하는 일곱 개의 토큰을 순서대로 세 페이즈에 걸쳐서 모으게 됩니다. 모든 토큰을 모으면 헬리콥터로 탈출!

...이렇게 탈출까지 순조롭게만 진행된다면 단순한 협력 게임이겠지만, '더 씽'에는 마피아 요소로 인간의 모습을 한 괴물 플레이어가 등장합니다. 7인플 기준으로 게임 시작 시 한 명의 괴물 플레이어가 있으며, 토큰을 성공적으로 모아 게임 속 시간이 흐를수록 괴물 플레이어가 추가되어 최종적으론 2~3명의 괴물 플레이어가 있게 됩니다. 인간 플레이어는 마지막에 헬리콥터로 탈출 시에도 괴물이 아닌 인간 플레이어만을 데려가야 성공하게 되고요. 여기에 게임 중간중간 미션 실패 시 방에 조명이 안 들어오거나 화재가 발생해서 원하는 방에 못 가는 소소한 문제가 생기기도 해서, 팀원 중에 누군가가 손전등/소화기를 사용해주어야 합니다.

영화 원작 게임이라서 처음엔 그저 그렇겠거니 했는데... 생각보다 물건이었습니다. '배틀스타 갤럭티카' 같은 복잡한 액션 시스템 없이 임무 공개 - 팀 결성 - 카드 제출 - 성공 확인만을 반복하는 구조를 사용한 덕분에 게임의 규칙이 이쪽 장르치곤 복잡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으로, '배틀스타 갤럭티카'보다 훨씬 쉬운 규칙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레지스탕스'를 통해 검증된 시스템인 팀 결성 방식을 통한 추리의 재미도 확실하며, 게임 중에 괴물 플레이어가 늘어난다는 요소도 있기에 추리가 마냥 쉽지만도 않습니다. 미션 역시도 '레지스탕스'의 찬성/반대식이 아니라 카드를 제출하고 제출된 카드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식인 덕분에 비슷한 미션이 반복되어 지루할 일이 없는 것도 매력적이었습니다.

괴물 팀이 약간 유리하다는 인상을 받았지만, 특별 아이템인 화염방사기를 통해 플레이어를 제거(...)하는 것도 가능해서, 원작 영화의 재현이 충실한 동시에 인간 플레이어에게도 찬스가 충분히 있는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기대 이상의 재미였어요.

양심고백 하나 하자면, 제가 게임 시작부터 괴물 플레이어였는데 중요한 순간에 인간 플레이어 몇 명을 낚아서 화려하게 승리했기 때문에 더 재밌긴 했습니다! 제가 이긴 게임은 명작 게임이죠!

Bob Ross : Art of Chill Game

우리의 영원한 스승, 밥 로스 아저씨와 함께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묘사한 셋 콜렉션 게임입니다. 밥 아저씨가 그리는 그림에는 세 가지 요소가 있고 요소별로 그리는 데 필요한 색깔과 도구가 정해져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자신의 차례에 3액션을 할 수 있는데 '티켓 투 라이드'처럼 카드를 가져오거나, 색깔/도구를 잘 활용하는 기술을 배우거나, 카드를 팔레트에 짜서 색깔을 준비하거나 하면서 그림을 그릴 준비를 합니다. 그림을 그릴 준비가 다 되면 팔레트에 준비해둔 색깔과 손에 든 그림도구 카드를 버리고 그림 그리기 액션을 하면 되는데, 사용한 색깔 수만큼 점수를 받으며, 내가 잘 활용하는 색깔/도구가 사용되거나, 다른 플레이어보다 그 부분을 먼저 완성하거나, 밥 아저씨보다 그 부분을 먼저 그리면 추가 점수가 있습니다.

어때요, 참 쉽죠?

이런 식으로 진행하다가 누군가가 정해진 점수를 먼저 모으면 그 플레이어가 승리...하는 게 아니라 모든 플레이어가 밥 로스 게임을 즐거워하며 공동승리하게 되어 있습니다. (공식룰입니다.)

라이센스 게임은 어딘가 나사빠진 경우가 많아서 어느 정도 실망할 각오를 하고 접근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게임은 그런 조심성을 괜히 발휘했다는 생각이 들 만큼 가볍게 할만한 괜찮은 게임이었습니다. 다른 플레이어의 행동을 잘 관찰해야지 자신의 점수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열리고, 단순히 그림에 필요한 색깔을 기계적으로 모으고 내려놓기만 해서는 액션이 효율적이지 않더라고요. 실력 위주의 경쟁적인 조건을 원한다면 게임 종료 조건 및 몇가지 요소 때문에 아쉬울 수 있겠지만, 반대로 누가 이기든 즐겁게 마무리할 수 있게 되어서 밥 아저씨가 우리들에게 보여준 '그림 그리기 그 자체의 즐거움'을 기억나게 해주는 적당한 가족 게임이었습니다.

게임 중 플레이어가 그리게 되는 그림이 두 번째 사진처럼 이젤에 놓이게 되고, 양면으로 된 그림 보드가 십여 장 준비되어 있습니다. 모두 밥 로스 아저씨의 실제 그림이며, 보는 사람의 마음이 즐거운 아름다운 그림들이었습니다.

게임의 단점으로는 아무리 잘 해도 가족 게임의 범위를 벗어날 수 없는 것, 기존 보드게임 공급망이 아닌 Target이라는 사이트에서만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구입 절차가 까다로운 것, 한국에서 구하려면 구입 절차에서 생기는 추가비용 때문에 게임 자체는 저렴하다는(25$) 장점이 살아나지 않는 것, 엄청나게 특이한 크기의 카드가 무려 세 가지(5677, 5370, 4864)나 있는데 하나같이 상용 슬리브가 없는 크기라는 것 등이 있습니다.

자기 차례 시작 시 이벤트 주사위를 굴려서 간단한 이벤트가 일어나게 되는데, 카드 한 장을 공짜로 받거나, 색깔 하나를 즉시 내려놓을 수 있거나 합니다. 하지만 가장 자주 일어나는 사건은 밥 아저씨 이벤트. 이 이벤트가 일어나면 게임에 살짝 변화를 주는 밥 아저씨 카드 한 장이 열리고, 밥 아저씨가 그림을 그려서 밥 아저씨 트랙이 한 칸 전진하게 됩니다. 근데 모든 플레이어가 매턴 주사위를 던지다 보니, 밥 아저씨 트랙이 굉장히 빠르게 전진합니다. 밥 아저씨보다 먼저 그리기 너무 어려웠어요. 보통 보드게임이었으면 치명적인 단점이었겠지만, 저는 밥 아저씨가 말은 '참 쉽죠?'라고 하시면서 굉장한 그림을 엄청 빨리 그리는 그 느낌 그대로라서 재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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