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5 - 아테네 프리뷰 - 텀블벅 프로젝트

너굴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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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6-26 오후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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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년도 : 2018년 예정

게임 타입 : 일꾼놓기, 셋콜렉션, 주사위, 자원관리, 큐브푸셔

플레이 타임 : 30-50분

플레이 인원 : 2-4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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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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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자주 쓰다보니 간간히 신작품에 대한 리뷰 요청을 받는 편입니다. 하지만 "저 캐나다 사는데요." / "재미 없으면 없다고 써도 되나요?" / "홍보보단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데 초점을 둘건데 상관없나요?" 세마디면 죄송하다며 슬그머니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요. 이러다보니 스스로 '잘 봐달라는 요청에 까도 되냐고 되묻는 놈을 누가 좋아하겠어' 라며 퇴짜 맞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리뷰 요청을 받은 아테나 또한 당연히 거절하리라 생각하고 세가지 질문을 한번에 보내드렸는데... 의외로 오히려 그런 중립적인 리뷰를 바라신다며 박람회에서 사용해야 할 소중한 프로토타입을 게임을 보내오셨네요. 그 열정과 노력에 감사....하오나! 공과 사는 구분해야겠지요. 평소처럼 재밌고 신선한 부분은 확실하게 칭찬하고, 부족한 부분은 신랄하게 평가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진 속 게임 및 규칙은 프로토 타입을 따르며 펀딩 도중 일부 변경이 있을 수 있음을 염두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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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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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를 베경으로 하는 '아테네'는 총 14라운드에 걸쳐(혹은 모든 이벤트가 닫힐때까지) 진행되며 게임 종료 시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한 사람이 승리하는 게임입니다. 각 라운드는 총 4단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규칙을 소개하는게 목적이 아닌 만큼 세세한 규칙은 제외하고 커다란 흐름만 짚도록 하겠습니다.

1. 주민관리 단계

주민 단계가 시작되면 시작 플레이어가 주민 주사위와 턴 주사위를 함께 굴립니다. 그리고 각 플레이어는 주민 주머니에서 주민 하나를 무작위로 뽑아 가져갑니다 (단 첫 라운드엔 3개를 뽑습니다). 각 플레이어는 최대 3개의 주민을 보유할 수 있습니다.

2. 베이스 단계

주민관리 단계가 끝나면 베이스 단계가 시작 됩니다. 위에서 굴린 턴 주사위에 따라 게임을 진행합니다. 중앙에 있는 자원 카드 중 하나를 가져와 자신의 앞에 놓을 수 있지요. 그리고 검정색 일꾼 말을 중앙에서 가져와 자신의 앞에 둡니다.

3. 액션 단계.

액션 단계에선 두 가지 행동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1) 액션을 취하는 대신 자신이 가져온 자원 중 하나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습니다. 생산력을 늘림과 동시에 승점 확보가 가능하죠.

2) 자원을 업그레이드 하는 대신, 검은색 기물을 올려놓으며 해당 액션 카드의 효과를 발동할 수 있습니다. 액션 카드를 사용하기 위해선 카드에 그려진 주민이 필요합니다. 라운드 시작시 굴린 공용 주민 주사위에 + 모자란 주민만큼 개인이 소지한 타일을 지불하면 되죠. 자원(큐브)을 교환하는 카드나 신탁 카드를 구입하는 등 중립카드는 가져올 수 없지만 그 외의 카드는 가져와 자신의 앞에 설치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설치된 카드는 다음 라운드부터 주사위 추가 굴리기, 주민 교환하기 등 다양한 효과가 적용되기 시작하죠. 이미 누군가 선점한 액션은 다른 플레이어가 사용할 수 없습니다.

1번이든 2번이든 어느쪽이든 액션을 하나씩 취하면 4번째 단계가 시작됩니다.

4. 이벤트 단계

시작 플레이어 부터 원하는 이벤트를 지정하여 일치하는 색상의 큐브를 올려놓고 그만큼의 승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가장 윗열이 채워질때마다 해당 열은 비워지고 하단의 검은색 마커가 앞으로 전진합니다. 이 검은 마커가 해당 카드 가장 위에 도달할 경우 해당 이벤트는 영구적으로 닫히게 됩니다. 위에서 언급한 게임 종료조건이 바로 이것이죠.

이제 시작 플레이어 카드를 옆사람에게 넘기고 새로운 라운드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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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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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에 대한 본격적인 감상에 들어가기 전에 한가지 짚어둘 것이 있습니다. 바로 아테네가 가진 독특한 특색입니다.

전 보드게임이란건 핵심 시스템을 1~2가지를 기반으로 하여 인원 수, 테마, 흐름, 인터페이스, 예외처리 등 다양한 요소가 덧대어진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핵심' 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듯 핵심 시스템은 그 게임의 심장이자 축이지요. 게임을 전체를 떠받치는 역할을 맡습니다. 아그리콜라, 스톤에이지, 던전펫츠, 르아브르, 케일러스는 테마부터 시작하여 점수를 내는 방법까지 모두 다르지만 게임을 분해해보면 골자는 일꾼놓기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스컬킹, 인덜젼스, 마이티, 슈티헤른, 보틀임프 또한 진행과 점수를 획득하는 방식이 모두 다르지만 잔가지를 쳐내면 결국 트릭테이킹이죠.

룰북을 보거나 게임을 하다보면 반드시 '이런 시스템의 게임이구나' 하고 촉이 오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아테네는 독특하게도 룰북에서 풍기는 냄새와 실제 게임에서 느껴지는 냄새가 굉장히 달랐어요.

룰북에서 깨달은 시스템은 대략 4가지 였습니다. 자원과 건물을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엔진 빌딩. 큐브를 다른 큐브로 혹은 점수로 환산하는 큐브 푸셔(Cube Pusher). 제약된 공간 속에서 상대방에게 필요한 액션을 먼저 선점하는 일꾼놓기. 카드끼리 모을수록 효과가 증폭되는 셋콜렉션까지. 연거푸 읽어보아도 어떤 것이 메인인지 모르겠더군요. 보통 1~2가지 핵심 시스템으로 좁혀질 법도 한데 말예요. 아무리 읽어보아도 서로 비슷한 존재감을 내뿜고 있어서 어느 것이 진짜 모습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게임을 접해보니 반전이 있더군요. 그 어느 쪽도 아니었어요. 당황의 연속이었습니다.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 홀로 게임을 해보았 때 당황했고, 아내의 도움을 받아 게임을 함께 했을 때 당황했으며, 두어 차례 더 즐겨보고나서도 당황했습니다. "아테네는 어떤 게임이냐"는 스스로의 질문에 대답하기 곤란했어요. 와이프도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각 시스템이 분명히 존재하는데 제각기 부족한 면을 드러냈거든요. 여러차례 게임을 즐기고 내린 결론은 하나였습니다. 아테네는 탄탄한 시스템이 아닌 균형 잡힌 포인트 샐러드를 무기로 삼고 있는 것 같아요.

포인트 샐러드란 다양한 루트를 통해 점수를 여기저기에서 긁어모으는 류의 게임을 뜻합니다. 스테판 펠드의 버건디의 성이 대표적인 예죠. 개인적인 견해지만 포인트 샐러드는 시스템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덱빌딩 시스템은 카드를 모아가는 특유의 방식이 때문에 덱빌딩 시스템이라 부를 수 있지만, 포인트 샐러드는 어떠한 시스템으로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개성 있는 흐름 & 형태가 없거든요. 어찌보면 하위 장르인 셈이죠. 이런 이야기를 왜 하느냐? 이런 하위 개념을 주무기로 내세우니, 엔진빌딩 / 큐브 푸셔 / 일꾼놓기 / 셋콜렉션 등 메인 시스템을 기준으로 게임을 바라본 제가 '이거 뭐하는 게임이야?' 하고 생각했던 겁니다.

핀트를 잘못 잡으면 엉뚱한 게임 평을 남기게 되는 일이 있는데 아테네는 유독 더 그런 편일것 같아요. 이러한 상황을 겪었다는걸 염두하고 아테네가 가진 장단점에 대해 이야기 하겠습니다.

1. 절묘한 밸런스

위에서 말했듯 아테네는 균형잡힌 포인트 샐러드가 무기입니다. 게임에서 밸런스가 중요한 것은 당연한 사실이나 어떤 행동을 해도 점수가 나는 포인트 샐러드 류의 게임에서는 특히나 더 중요합니다. 여러 방법으로 점수를 뽑아먹을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줬는데 특정 전략이 더 강세를 보이며 모두가 그 행동만 한다면 의미가 퇴색되죠. 그런 점에서 아테네는 신기할 정도로 어느쪽으로 가도 비슷한 점수를 받습니다.

서로 갈길을 가느냐 견제를 하느냐에 따라 총점이 70~100 사이를 오가지만, 어떠한 전략을 택해도 상대방과의 점수 차이는 1~5점 정도로 상당히 비슷하게 나옵니다. 여러가지 실험을 해보았습니다. 한쪽 방향으로만 우직하게 밀어보기도, 두 가지 전략을 섞어보기도, 즉흥적으로 점수가 나는 액션만 찾아보기도 했죠. 게임을 할 때마다 언제나 '아쉽다. 압도적으로 진거 같아.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는 인상을 받았지만, 놀랍게도 상대방과의 점수 차이는 아무리 많이나도 3~6점정도 였습니다. 턴 하나의 차이였죠.

점수가 나오는 구간별 총점을 비교해보진 않았지만 무슨 선택을 하더라도 상대방과 박빙을 벌일 수 있다는 점은 꽤 흥미로운 점이었습니다. 스플렌더, 아그리콜라, 버건디 같은 게임은 어느정도 게임이 진행되면 승자와 패자가 확연히 보이기 마련인데 아테네는 끝까지 내가 이기고 있는건지 지고 있는건지 알 수가 없었어요. 이렇게 아슬아슬하게 게임이 끝나면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가' / '조금만 더 잘했으면 되었는데' 같은 생각이 들고, 매 턴 1점이라도 더 뽑아먹으려는 노력을 하게 만들죠. 아내와 함께 게임을 즐길 때도 언제나 '어디에서 점수를 놓친거지?' 하는 의문과 미묘한 차이로 인한 패배 때문에 "딱 한번만 더 해볼까?" 하며 여러차례 다시금 하게 되더군요. 기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2. 턴 주사위

아테네는 여기저기에서 시스템을 따온 포인트 샐러드 게임이지만 자신만의 신선한 아이디어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턴 주사위인데요. 아테네는 턴 주사위를 굴림으로써 선수와 후수를 주사위 운에 맡기도록 만들었습니다.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주목했던 것도 바로 이 주사위였습니다.

스플렌더의 격언(?) 중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앞사람이 노리는 것을 따라가지 말라' - 결국 턴 순서 때문에 반드시 한발 늦으니 앞사람과 다른 전략을 선택하란 뜻인데요.

주사위 운으로 인한 밸런스 붕괴가 일어나지 않을까 싶겠지만 예상외로 그렇지 않습니다. 일단 주사위가 어느 방향으로 나오든 선은 확정적이기 때문에 선의 불리함은 없습니다. 남은 것은 가해자(2등), 가해자 및 피해자(3등), 피해자(4등)인데요. 주사위가 한 방향으로만 나오면 일반적인 진행과 차이가 없기 때문에 억울함은 없습니다. 반대방향으로만 나오면 그 또한 일반적인 진행과 차이가 없지요. 이상적인 5:5 비율로 나온다면 피해자와 가해자의 입장이 계속 엎치락 뒤치락 바뀌기 때문에 게임에 독특한 재미를 불어넣지만 밸런스를 크게 해치진 않습니다.

그러나 주사위는 주사위. 1:3 정도의 비율로 애매하게 나올 경우가 있겠죠. 하지만 이 또한 평소처럼 진행하다 가끔씩 내 앞사람에게 빅엿을 먹일 수 있는 깜짝 이벤트 정도로 느껴지기 때문에 '주사위 때문에 졌다'는 생각은 좀처럼 들지 않습니다. 설령 주사위의 장난에 놀아나더라도 점수를 딸 수 있는 방법은 많거든요. 저는 되려 게임 내내 일방적인 방향으로만 흘러갔다면 모든 플레이어가 앞사람과 겹치지 않으려고 서로 다른 전략을 취하는, 즉 매번 비슷한 양상을 보였을 것 같습니다.

과감한 규칙인데 의외로 게임과 잘 어울려서 놀랐어요.

3. 3-4인플에서부터 나오는 재미

이것은 2번과도 관련이 있는 이야기 입니다. 게임 내에서 점수를 따는 루트는 크게 이벤트, 건물, 신탁, 액션 카드로 나뉩니다. 14라운드 내내 한가지 전략만 파고드는 것은 사실상 무리이기 때문에 1~2가지 전략을 병행하게 되는데요. 3-4인의 경우 자연스럽게 상대방과 부분적으로 겹치게 됩니다. 저는 이렇게 겹치는 부분을 반쯤 장난삼아 그레이존(Gray zone - 어느 영역에 속하는지 불분명한 중간지대)이라고 부릅니다. "누구의 전략이다"라고 단정 짓기가 어렵기 때문이지요.

저는 전략게임에 이런 그레이존이 많을수록 재미를 느끼는 편입니다. 전략 A는 플레이어 A와 경쟁하고. 전략 B는 플레이어 B와 다투고. 전략 C는 플레이어 C와 경합을 벌이다보면 언제 어느 액션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해야하거든요. 그런 요소가 아테네에도 있습니다. 그 정도가 지나치지 않기에 가벼우면서도 적당한 무게감을 주어요. 전략이 심하게 겹친다면 턴 주사위의 운 때문에 선수를 빼앗길 때마다 극도로 억울함을 느꼈겠지요. 하지만 필요한 액션이 선점 당하더라도 비슷한 점수를 뽑아낼 수 있는 플랜 B,C가 있기에 가벼운 견제정도로 다가옵니다.

전반적으로 2인플보단 다인플이 훨씬 나았어요. 2인의 경우 제각기 갈 길을 가는 양상이 자주 나오기 때문에 서로의 전략에 간섭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내가 생각한 전략으로 얼마나 점수를 뽑아낼 수 있는지 파고드는 재미만 있죠. 3-4인에서 느껴지는 그 특유의 겹침현상의 재미 때문에 3-4인 플레이를 추천하는 바입니다.

자, 그럼 아테네가 가진 단점에 대해 이야기 해봅시다.

1. 무언가 한끗씩 부족한 요소들

위에서 언급했지만 아테네는 다양한 시스템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나 그 각각의 개성이 약합니다.

엔진빌딩의 경우 건물을 지음으로써 생기는 영구적 이득의 효과가 큰 편이 아닙니다. 일꾼 주사위를 추가로 굴리거나, 자원 2개를 파기하고 아무 자원 1개로 대체하거나, 건물과 함께 따라오는 흰기둥을 제거하여 추가 득점을 획득하는 등 효과를 가진 카드는 존재하지만 카드간의 연계 및 누적 효과가 눈에 띌 정도로 강한 인상은 아니예요. 카드 한장 한장이 꾸준히 이득을 챙겨주는 스플렌더. 특수 능력 하나하나가 추진력을 안겨주는 테포마 & 시즌스와 비하면 약하죠.

또한 매 라운드마다 가져오는 자원도 하고 싶은 액션의 최저조건이 만족되는 순간 '구태여 가져올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원이 빠듯하면 눈에 불을 키고 필요한걸 가져올텐데, 생각보다 자원이 널널해서 치열한 경합이 이뤄지지도 않아요. 자원이 무의미한가? 그건 아닙니다. 게임이 끝났을 때 승자를 가리는 타이브레이커 용으로 쓰이거든요. 그러나 처음부터 무승부를 고려하며 게임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죠. 무승부로 끝나더라도 노렸다기보단 '어쩌다보니' 하는 느낌을 주고 맙니다. 전반적으로 꾸역꾸역 모아온 카드가 중후반부부터 의미가 퇴색되는 부분은 아쉽습니다. 비슷한 문제를 느꼈던 게임으로 센츄리: 향신료의 길이 있었죠.

큐브 푸셔의 관점에서 보아도 미묘함은 마찬가지 입니다. 큐브의 종류가 제법 다양한데 비해 큐브를 생산하는 방법과 활용하는 방법의 폭, 깊이, 양이 생각보다 뛰어나지 않았어요. 매 라운드마다 액션을 통해 2개를 생산하거나, 뽑아낸 큐브로 다른 큐브로 바꾸거나, 이벤트 및 신탁을 통해 점수를 뽑아내기 위해 사용하는 정도가 전부이죠. 또한 큐브 푸셔류의 공통적인 문제점인 테마의 부재가 여기에도 있습니다. 큐브를 이리저리 바꾸지만 무엇이 가치가 높은지 알아보기 어렵고, 왜 큐브를 바꾸는건지 직관적으로 알 수 없으며, 바꿔서 점수를 바꾸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와닿지 않죠. 비슷한 게임으로 빌리지가 있습니다. 인기가 높은 게임인데도 주황/초록 같은 큐브가 무엇을 뜻하는지 즉각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죠. 단순함에 놀랐는데 아무래도 초보와 고수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이렇게 간소화 시킨 것 같습니다. 그에 비에 종류가 너무 많은건 좀 의문이지만요.

일꾼놓기 또한 살짝 곁들여진 느낌이기 때문에 일꾼놓기 요소만 바라보고 게임을 접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행이라 해야할지 일꾼놓기 부분은 제 몫을 그럭저럭 해내고 있습니다. 깔려있는 액션 카드마다 활용법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특정 카드를 노리고 있는 사람을 견제할 수 있거든요. 서로에게 적당한 정도의 영향을 줍니다.

셋콜렉션의 경우 꽤 괜찮습니다. 신탁과 Ecclesia 등 모았을 때 다득점을 보장해주는 카드는 한장 한장이 강력한데다 제 역할을 확실히 하고 있거든요. 스마일 아이콘 갯수나 기둥을 치운 갯수에 따라 추가 점수를 잃거나/받는 등 그 안에서도 변화가 있는 점도 괜찮았어요. 다만 스마일의 경우 웃고 우는 모양에 따라 보너스 점수가 서로 상쇄되는 일이 종종 있는데... 이럴거면 왜 보너스 점수를 주는거지? 싶은 의문을 느꼈습니다. 차라리 행복지수 / 불행지수가 높은 쪽의 보너스를 받는게 테마적으로 맞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공용 자원 주사위 또한 조금 애매한 점이 있었는데요. 당연히 빡빡한 자원 싸움이 되리라 생각했건만, 의외로 넉넉한 인심에 조금 당황했어요. 액션카드마다 대체로 1~3개의 일꾼을 필요로 하는데다 주사위에서 항상 2개씩 생산되다보니 가지고 있는 타일을 살짝 얹기만 해도 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하도 주사위가 잘 나오다보니 굳이 손에 있는 일꾼 타일을 쓸 필요가 없어 뽑자마자 버리는 일도 잦았습니다. 주사위 게임을 참 싫어하는 저인데 이렇게까지 퍼주니 되려 '더러운 인성을 보여봐! 사람을 열받게 만들라고!'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다만 후한 인심덕에 초보자들이 느낄 스트레스는 많지 않을 듯 합니다.

아까도 언급했듯 이런 부족한 요소 하나하나가 모자이크처럼 서로 뭉쳐 '균형잡힌 포인트 샐러드' 게임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특정 장르가 좋아 게임을 펀딩한다면 꽤나 큰 실망감을 느낄 수 있을겁니다.

2. 답답함을 느낄 수 있는 1턴 1액션

1턴 1액션을 허용하는 게임은 상당히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티켓 투 라이드와 스플렌더 같은 게임이 있지요. 3가지 중 한가지 행동만 하면 차례가 넘어가는 간결 & 직관적인 규칙 때문에 속도감이 있고 인기도 높은 편입니다.

아테네 또한 1턴 1액션을 지향하고 있으나 앞서 언급한 두 게임과는 느낌이 사뭇 다릅니다. 아테네엔 라운드라는 개념이 있기 때문입니다. 주민관리->베이스->액션->이벤트 단계에서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무언가를 생산할 수 있는 단계는 바로 액션. 즉, 3번째 단계입니다. 그러나 단 하나만의 행동만 허용하기 때문에 묘한 답답함을 받을 수 있습니다. 큐브를 뽑아내고, 더 좋은 것으로 바꾸고, 건물을 설치하고, 신탁을 구입하는 등 해야할 것은 많은데 액션은 부족하고. 더군다나 하는 것(액션)에 비해 계획(주민관리)/준비(베이스)/소비(이벤트)의 길이가 상당하기에 상대적으로 더욱 부족하다는 인상을 줍니다.

게다가 14라운드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아닙니다. 초반은 딱히 취할 수 있는 행동이 많지 않으니 2~4라운드를 준비에 쓴다고 하면 10라운드 남짓한 시간을 두고 싸우게 되는데요. 1액션. 1액션. 종종걸음으로 무언가를 야금야금 하다보니 중반부터 후반까지 무언가를 폭발적으로 생산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애초에 폭발적인 득점력으로 싸우는 게임도 아니고요.

다행히 장점이라고 한다면 이러한 답답함은 게임에 익숙해질 수록 조금씩 줄어들게 됩니다. 처음엔 이것저것 다 해보려고 하다보니 액션이 턱없이 부족하고 답답하다고 느끼지만,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명확히 알게 되면 소중한 액션 하나 하나를 알뜰하게 쓰기 위해 집중하게 되거든요.

1액션을 하더라도 다양한 선택지 속에서 빠른 템포로 진행되는 게임을 원하신다면 아테네는 잠시 재고해보세요. 원하는 만큼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자유를 주지 않고, 액션 하나라도 소중히 쓰도록 공을 들이게끔 만든 게임이기에 행동의 자유가 넓진 않습니다.

3. 넓은 테이블 공간 및 아이콘 가독성

소제목만 봐도 알 수 있는 대목이죠. 카드가 큰 편이 아닌데도 다양한 종류의 카드 때문에 상당히 넓은 테이블 공간을 요구합니다. 또한 카드의 크기가 작은데다 일부 자원 아이콘이 비슷한 바탕색 & 아이콘 색상을 사용하고 있기에 단번에 알아보기 힘든 점이 있었어요.

또한 이것은 오지랖이지만 큐브 색상 선택에 신중해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빨간색과 녹색 계통의 색이요. 센츄리도 그랬지만 똑같은 모양 비슷한 크기의 큐브는 자연스레 색으로 구분하게 되는데, 잘못된 색상 선택으로 인해 색맹/색약 분들을 난처함을 겪었거든요. 자사 게임의 경쟁력을 스스로 좀먹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겠죠.

아테네는 진입장벽이 높은 게임입니다. 배우기 어렵다. 복잡하다.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뜻이 아니라 '~~~~한 게임일 것이다' 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자리에 앉으면 크게 데일 수 있단 점에서요.

엉망이라는 인상을 받으면 다시 돌아보기 싫은 것은 당연지사. 실제로 저와 아내도 이 게임을 처음 접했을 때, '엔진빌딩/일꾼놓기 게임 아니었어? 뭐 게임이 이래?'라고 생각하며 게임을 했습니다. 구멍이 뻥뻥 뚫린 치즈같은 게임이라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말해 4번째 리뷰를 갈아엎고 있는 모 게임과 더불어 '리뷰하지 말걸 그랬나...' 하는 생각을 잠깐 하게 만든 게임이었죠. 그러나 리뷰를 해야한다는 의무감에 두번째, 세번째 게임을 해보았을 때. 그때부터 절묘하게 맞는 밸런스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게임이 가진 소소한 장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만들었길래 매번 점수가 비슷하게 나오지?" 하는 궁금함이 원동력이 되어 게임을 자꾸만 다시 해보게 만들더군요. 이 밸런스야 말로 아테네의 장점이란걸 깨달은 순간 다른 단점들이 조금씩 머리속에서 지워졌습니다.

그렇다고 오해하진 마세요. 단점이 눈에 덜 밟힐 뿐 게임이 완벽하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단 뜻은 아닙니다. 좀 더 쳐낼 것은 쳐내고 다듬을 부분은 다듬을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나 개인의 취향인데다 그렇게 고치느냐 아니냐는 디자인의 영역이니 왈가왈부 안할 뿐.

저와 와이프 모두 아테네에 대하여 똑같은 의견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여기저기에서 살짝씩 보이는 아쉬움은 있으나 숨겨진 가능성이 보이는 게임'이라고요. 그 가능성이 보이는 부분은 밸런스였습니다. 펀딩 작품들은 대체로 밸런스가 엉망인 경우가 흔한데 아테네는 달랐거든요. 물론 이 세상에 완벽히 밸런스가 맞는 전략게임은 없겠죠. 아테네도 파고들면 분명 어딘가 헛점이 있을겁니다. 그러나 이 정도면 충분히 합격점이예요. 밸런스를 조정하는데 이 정도로 노력했다면 다음 작품도 밸런스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질 수 밖에 없죠.

만인을 위한 보드게임은 없습니다. 당연히 아테네도 호불호가 크게 갈릴 게임입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보드게임에 대한 풍부한 경험이 없는 초보나 중급으로 넘어가기 직전의 분들에겐 아테네가 적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게임에 대한 취향이 확고하지 않고 편견이 없는 상태라면 아테네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거든요. 하지만 보드게임 경력이 풍부하고, 자신의 취향을 확실히 알고 있으며, 게임 내 모든 요소가 탄탄하게 짜여진 게임을 좋아하는 보드게이머라면 아테네가 안겨주는 미묘함에 사뭇 당황할거예요. 그 애매한 첫 감상을 극복할 수 있는가 아닌가는 게임을 마치고 보게 될 밸런스가 답을 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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텀블벅 :: https://www.tumblbug.com/ath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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