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삼리뷰] #211 - 테라포밍마스 리뷰 : "화성에 살어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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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6-4 오전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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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년도 : 2016년

게임 타입 : 엔진빌딩, 카드게임, 영향력

플레이 타임 : 120분

플레이 인원 : 1-5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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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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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등장하여 수많은 사람들에게 극찬을 받은 게임. 테라포밍 마스를 리뷰합니다! 할 말이 많은 게임이니 곧바로 설명으로 넘어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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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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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정부가 2174년에 출범한 이래, 지구는 포화 상태에 이르렀으며 자원은 고갈되고 있습니다. 쇠퇴와 우주 진출이란 갈림길에 놓인 인류. 건실한 기업을 소유한 플레이어들은 화성 테라포밍 프로젝트에 뛰어들어 후손에게 안락한 땅을 물려줄 대업을 이루어야 합니다.

테라포밍마스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테라포밍 등급을 가장 많이 확보해야 하는 게임입니다. 각 라운드(세대)는 4단계(순서 조정 – 연구 – 행동 – 생산)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화성의 해수량, 기온, 산소 농도가 목표치에 이르면 테라포밍이 완료된 것으로 보고 게임이 종료됩니다.

플레이어들은 기업카드와 개인보드를 하나씩 받고 게임을 시작합니다. 진행은 상당히 직관적입니다. 우선 순서 조정 단계에선 시작 플레이어가 바뀝니다. 그리고 연구 단계가 진행되면 프로젝트 덱에서 카드 4장씩을 받습니다 (응용 규칙으로는 무작위로 뽑는 대신 4장을 돌려가며 드래프팅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보유하고 싶은 카드를 한 장당 3원(메가크레딧이 정식 명칭이나 편의상 원으로 부르겠습니다)을 주고 구입할 수 있습니다.

행동 단계가 시작되면 행동을 1~2번 수행하거나 행동 종료를 선언할 수 있습니다. 총 7가지 행동이 존재하며, 행동 종료를 선언하면 해당 라운드에선 더 이상 행동을 취할 수 없습니다. 7가지 행동은 다음과 같습니다.

A) 손에 든 프로젝트 카드 사용

플레이어들은 손에 있는 카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좌상단에 적힌 조건을 확인한 뒤 비용을 지불하고 자신의 앞에 내려놓으면 되죠. 다양한 카드가 존재하며 개인보드 위 생산력의 변동, 지형의 변화, 프로젝트 비용할인, 특정 조건에 따른 점수 등 게임의 규칙을 조금씩 바꿀 수 있게 됩니다.

B) 일반 프로젝트 추진

총 6가지 행동이 있습니다. 1) 손에 든 프로젝트 카드를 버리거나 2) 11원을 지불하고 에너지 생산력을 1 증가시키거나 3) 14원을 지불하고 소해성 충돌 유도를 하여 기온을 1단계 상승시키거나 4) 18원을 내고 지하수(해양 타일)을 배치하거나 5) 23원을 지불하고 녹지 타일을 하나 설치하거나 6) 25원을 내고 도시 타일을 배치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배치된 타일은 해양 타일을 제외하곤 자신의 소유가 되며, 타일을 설치할 때마다 인접한 환경에 따라 추가로 비용을 주거나 추후 승점을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C) 업적 달성 선언

5가지 업적 중 달성한 것이 있다면 비용을 지불하고 업적 달성을 선언할 수 있습니다. 테라포밍 등급, 보유한 도시, 보유한 녹지 타일, 보유한 건물 태그(프로젝트 카드 우상단 아이콘), 손에 든 프로젝트 카드 갯수 등으로 업적을 평가하는데다 갯수 제한이 있기 때문에 남들보다 빨라야 합니다.

D) 기업상 제정

자신있는 분야의 기업상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게임 도중 선택된 기업상은 게임 종료시 추가 승점을 주기 위한 평가표가 되며 모든 플레이어가 경쟁을 벌이게 됩니다. 자신있게 고른 기업상을 다른 플레이어에게 빼앗기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겠지요.

E) 파란색 카드 행동 수행

파란색 프로젝트 카드 중 일부는 추가 액션을 제공합니다. 카드에 적혀있는 대로 토큰을 올려놓거나 빼는 등 특수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사용된 카드엔 플레이어의 토큰이 올라가며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다음 세대가 되어야 다시 쓸 수 있게 되지요.

F) 식물 자원으로 녹화 사업

개인 게임판에 있는 식물 자원을 소비하여 녹지 타일을 추가하고 산소 농도를 증가시킵니다.

G) 열 자원 사업으로 온난화 사업

개인 게임판에 있는 열을 소비하여 기온을 한 단계 높입니다.

이렇게 반복하다 모든 플레이어가 패스를 외치면 행동단계가 종료되고 생산 단계가 시작 됩니다. 소비하고 남은 모든 에너지를 열로 바꾼 뒤 자신의 개인 보드에 놓은 생산량에 따라 자원을 생산합니다. 그리고 파란색 카드에 올려진 색깔 마커를 모두 치우면 새로운 라운드가 시작됩니다.

게임이 종료되면 테라포밍 등급 + 기업상 + 업적 + 중앙 게임판의 점수를 모두 합하여 가장 높은 등급을 받은 플레이어가 게임에서 승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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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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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습니다. 평소 주사위 게임은 극도로 기피하는 성향이지만 주사위가 들어간 게임 치고 상당히 좋아하는 작품이 하나 있는데 바로 시즌스 입니다. 게임이 시작되기전 9장의 카드를 초/중/후반으로 미리 나눠둔 뒤, 상황에 맞추어 카드를 기반으로 한 엔진을 만들어가며 승점을 뽑아내는 판타지 테마의 게임인데요. 테라포밍마스는 시즌스가 떠오를 정도로 비슷한 구석이 상당히 많은 게임이었습니다. 시즌스를 좋아하는데 구태여 이 게임을 해야할까… 싶었던게 제 솔직한 마음이었어요. 그래도 테라포밍마스 리뷰인만큼 일단은 최대한 시즌스 이야기는 배제하고 이 게임이 가진 장단점에 대해서만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1. 화성에 살어리랏다

게임성을 유지하면서 테마를 꽉 붙들고 있기란 절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많은 보드게임 디자이너들은 게임성과 테마 둘 중 하나에 중심을 두고 나머지는 곁들이는 식으로 게임을 만들기 마련입니다. 대표적으로 테마는 향만 적당히 뿌려두고 시스템에 올인하는 스테판 펠드, 테마를 극단적으로 살리되 잔룰로 구멍을 메우는 블라다 크바틸이 있네요.

그런데 테라포밍마스의 작가는 대범하게도 게임성과 테마 둘 모두 절묘하게 잡아냈어요. 엔진 빌딩의 토대가 되는 카드는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잘 포장했으며, 각 프로젝트마다 조건이 달려있는데 모두 말이 됩니다. 파도를 이용한 파력 발전을 사용하려면 해수량이 충분해야 한다, 물고기가 서식하려면 기온이 2도 이상이어야 한다, 새가 살기 위해선 산소 농도가 13% 이상이어야 한다 등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는 조건이죠(물론 고증의 여부는 떠나서요). 자연스럽게 수긍이 되기에 테마와 시스템 모두 물 흐르듯 흘러가는 인상을 받습니다.

테마과 시스템의 연결고리는 탄탄하지만 아쉽게도 모두가 좋아할만한 테마는 아닙니다. 저 역시 우주 탐험엔 관심이 많지만 한 행성을 테라포밍하는 것엔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기에, 테라포밍이란 주제에 대해 별 다른 흥미를 못느끼거든요. 그러나 개인적인 호불호를 떠나 최근 즐긴 묵직한 보드게임 중 테라포밍마스가 시스템 / 테마적으로 가장 강렬한 인상을 준건 인정 해야겠습니다.

2. +200장의 카드에서 나오는 무궁무진한 변화와 리플레이성

테라포밍마스가 언급될 때 늘 함께 언급되는 게임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시즌스 인데요. 제한된 기간 동안 다양한 마법카드를 사용하며 상대에게 타격을 주는 / 나의 능력을 더 강화시키는 엔진을 만드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에도 정말 다양한 카드가 들어있는데, 서로 궁합이란게 존재해서 어떤 카드를 언제 어떻게 쓰느냐가 상당히 중요합니다.

테라포마스도 비슷한 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좀 더 뛰어난 면모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단 중복된 카드가 없습니다(최소한 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모든 카드가 각기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각기 다른 사용 타이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서로 궁합이 좋은 카드가 있는가 하면 구태여 같이 쓸 이유가 없는 카드도 존재하지요. 다른 기업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공격할 수 있는 카드도 존재합니다.

이런 여러가지 카드 조합에서 나오는 연계가 무궁무진 합니다. 어떤 카드 조합이 강한 엔진을 만드는가, 어떤 카드 조합은 어느 타이밍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하는가. 이런 요소들을 파고드는 재미가 있어요. 물론 오랜시간 테라포밍마스를 즐기면 가장 효율적인 고정된 형태의 전략이 몇가지 찾게 될 겁니다. 그러면 매 게임이 비슷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죠. 그러나 그 영역에 도달하기까지 파고들 여지가 충분한데다, 매 라운드 얻게 되는 카드에 따라 그 전략의 방향도 계속 고쳐야 하기 때문에 리플레이성은 굉장히 뛰어납니다.

3. 엔진 빌딩이 주는 재미

엔진 빌딩이 주는 재미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에서 유(엔진)를 창조할 때. 내가 만든 엔진이 힘차게 돌아가며 최대의 효율을 보일 때. 게임이 끝나고 내가 만든 엔진을 바라볼 때죠.

테라포밍마스는 이 세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합니다. 무에서 시작하여 차근차근 카드가 깔릴 때. 내가 내려놓은 카드가 서로 연계하며 이후의 플레이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때, 게임이 끝났을 때 풍족해진 화성를 바라보며 내 엔진을 바라볼 때. 세 가지 모두 긍정적인 기분을 느끼게 해줍니다. 이 긍정적인 기분이 “한번 더”를 외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지요.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테라포밍마스엔 아콜이나 타 보드게임에서 느낄 수 있는 “아, 이제 좀 제대로 하려는데 끝났네” 하는 아쉬움이 없습니다. 탄력적인 게임 종료 조건 때문에 엔진을 풀로 돌릴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거든요. 물론 이것은 치명적인 단점을 가져오는 결과를 낳았지만… 이것은 잠시 뒤에 이야기 하기로 하지요.

4. 업적과 기업상

저는 개인목표와 공동목표가 공존하는 게임을 좋아합니다. 나의 개인 목표를 위해 달려야 하는 것도 재밌지만 동시에 공통된 목표를 두고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는데서 오는 긴장감을 즐기죠. 개인 목표과 공동 목표 사이에서 느껴지는 딜레마는 언제나 반갑습니다.

그런 점에서 테라포밍마스는 두 요소 모두 잡아내는데 성공 했습니다. 한명만 차지할 수 있는 업적은 남들보다 빨라야 하기에 개인에게 목표와 경쟁의식을 부여합니다. 그와 동시에 플레이어들이 정하는 기업상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하지요. 업적과 기업상을 통해 각 플레이어의 테라포밍 기여도 및 엔진 빌딩을 간접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점이 재밌더군요.

별거 아닌 작은 요소 같지만 이 작은 경쟁이 게임에 가져오는 재미는 참으로 크더군요. 게임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을 꼽으라면 엔진빌딩 과정보단 업적과 기업상이란 규칙을 선택하고 싶네요.

자, 그럼 테라포밍마스의 단점에 대해 이야기 해봅시다.

1. 목표의식 부재시 벌어지는 참사

테라포밍마스의 엔진 빌딩은 정말 재밌습니다. 화성의 환경에 따라 카드의 사용 여부가 다르고, 카드 사용 순서에 따라 전략의 방향이 달라지고, 이전에 내려놓은 카드로 인해 새로운 것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치명적이진 않지만 다른 플레이어에게 견제를 시도할 수 있는 카드도 있죠. 카드 하나하나가 서로 직/간접적으로 얽혀있으며 영향을 줍니다.

그 엔진 빌딩의 재미는 기능적인 면에만 국한 되는 것은 아닙니다. 200장이 넘는 프로젝트 카드는 단 한장도 중복되는 카드가 없으며 위키피디아에서 복사해온 듯한 사진들은 살짝 어설프면서도 나름 화성의 느낌을 풍부하게 전달하고 있죠. 게임이 끝났을 때 내 앞에 깔린 수 많은 프로젝트 카드를 보는 건 꽤나 만족스러운 일입니다.

이렇게 엔진 빌딩 자체가 상당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으나 이로 인해 문제점이 하나 생깁니다.

테라포밍마스는 보드게임치고 상당히 독특한 게임종료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화성을 개척한다는 테마 특성상 산소농도, 기온, 해수량이 특성 수치 이상 만족해야 해요. “이게 뭐 어때서? 게임 종료 조건이 여러가지인 게임은 많잖아” 라고 하실지도 모르겠네요. 여기서 독특하다고 말하는 것은 종료 조건이 3가지나 된다는 뜻이 아니라 3가지 모두 만족해야 한다는 점 입니다. 여러 조건 중 하나만 만족해도 되는 것과 모두 만족해야 하는 것은 체감의 차이가 큽니다.

내가 1시간 동안 아무리 열심히 기온을 올려도 다른 플레이어들이 해수량 증가와 산소 농도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면 고작 게임의 1/3이 끝난 셈입니다.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고 산소량도 어찌어찌 채웠다고 칩시다. 그러나 내가 진 채로 게임이 끝날거란 위기감을 느낀 플레이어들이 나머지 한 조건을 두고 눈치싸움을 벌이며 지진부진 차례만 넘긴다면 게임이 너무나도 느리게 진행되는 영겁의 시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일은 테라포밍마스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을수록- 즉, 테라포밍마스를 처음 접하여 목표의식이 부족할 수록 자주 벌어집니다. 내가 유리한 상황에서 게임을 끝내야 하는데, 얼마나 유리한 상황인지도 감이 안오고 뭔지 모를 불안감 때문에 자꾸만 엔진을 만드는데 집중하게 되거든요. 결국 하라는 테라포밍은 안하고 기업의 덩치만 키우게 되죠. 숙련자가 게임을 이끌어 주는 사람이 되어 게임의 목표를 상기시켜 주어야 합니다.

개인적으론 제한시간을 두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제한 시간 내에 테라포밍을 완료하지 못하면 기여도가 가장 낮은 기업이 부도가 나고 패배하는 식으로 말이죠. 어디까지나 즉흥적인 생각이지만요.

2. 조악한 개인보드

콤포넌트에 대한 인상은 보드 / 카드 / 토큰 / 개인보드로 나눌 수 있습니다.

보드는 대만족입니다. 보드 가운데 덩그러니 놓여있는 화성. 그 황량한 화성 위에 숲이 자라나고, 물이 차오르며, 도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는건 재밌어요. 특히 누런 바탕색과 초록/파랑의 색상 대비도 뛰어나서 게임이 끝났을 때의 만족감도 높고요.

카드에 대한 첫 인상은 좋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인터넷 여기저기에서 긁어온 듯한 통일성 없는 일러스트와 칙칙한 색감의 생산량 증가/감소 아이콘. 상당히 나쁜 카드 품질은 ‘별로’ 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지요. 그러나 일러스트는 나름 프로젝트 카드의 주제와 잘 들어맞아 구경하는 재미가 있으며 아이콘도 보기 쉬운데다 친절하게 글로 다 설명이 되어 있어 이해가 쉬웠습니다. 좀 더 나았을 수도 있겠다- 싶은게 솔직한 의견이지만 이 정도면 썩 괜찮은 정도로 보이네요.

토큰의 품질은 좋은 편입니다. 다만 금,은,동 토큰의 표면이 조금씩 벗겨지는 문제가 있지만 특성상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보이네요.

제일 문제가 되는 점은 개인보드 입니다. 시골 집에 벽면에 걸린 달력처럼 얇은 종이에 인쇄된 개인보드는 연약하기 그지 없어요. 생산량을 기록할 때나 생산된 자원을 표시할 때 토큰을 올려놔야 하는데 개인 보드를 툭! 치게 되는 순간 모든 것이 흐트러집니다. 테라포밍마스의 콤포넌트를 업그레이드 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이 개인보드 입니다. 그 정도로 문제가 커요. 물론 조심스러운 성격의 사람들은 불편함을 크게 못느낄 수 있지만 저처럼 시원시원하게 콤포넌트를 배치하는 사람들은 조금 고생할 수도 있겠습니다.

3. 카드 운

카드를 굉장히 많이 사용하는 게임인만큼 카드 운에 대한 이야기는 반드시 나올 수 밖에 없겠죠? 이 점에서 저는 ‘나쁘지 않다’ 정도로 느꼈습니다. 그 이유는 전략을 바라보는 시각 때문인데요.

원하는 카드를 바라보며 전략을 맞춰 간다면 카드의 운은 상당히 강하게 느껴집니다. 매 라운드마다 카드를 뽑아서 그 중 원하는 구매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내가 필요한 카드가 안나오면 그 실망감은 감출 도리가 없거든요. 또한 카드마다 궁합이 존재하기 때문에 필요없는 카드만 나오면 아쉬움이 크게 듭니다.

그러나 들어오는 카드에 맞추어 전략을 이리저리 바꿔보니 카드의 운이 크게 영향을 준다고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물론 필요했던 카드가 딱! 들어오면 신이 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면 되었기 때문에 큰 불만을 느끼진 않았어요.

이 운을 상쇄시키기 위한 규칙으로 드래프팅이 있습니다. 좋은 카드를 한 플레이어가 독점하는 일은 방지함과 동시에 게임이 전략적으로 변하지만, 플레이 타임이 늘어나고 플레이어들간의 실력차이를 더욱 벌리는 단점이 있습니다. 카드 운이 지나치다 느낀다면 드래프팅 룰을 섞어서 하길 추천 드립니다.

전체적으로 아주 잘 만든 작품입니다. 예전엔 테라포밍 마스와 시즌스 중 하나를 고르라면 두말 할 것 없이 시즌스를 골랐지만 지금은 고심을 할 것 같아요. 같은 엔진 빌딩이란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두 게임이 가진 매력은 완전히 다릅니다. 짧은 시간동안 치열하게 엔진을 만들고 격려하게 치받는 시즌스. 느긋하게 엔진을 만들어가며 화성을 가꾸는 테라포밍마스.

어느 쪽을 골라도 아쉬울 것 없는 시간을 보내겠지만 구태여 하나 골라야 한다면 저는 아직 시즌스 쪽이 조금 더 좋습니다.

일단 플레이어들이 게임 종료 조건을 의식적으로 달성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종료 시기가 당겨지고 늦춰지는 시즌스의 흐름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테라포밍마스는 그 변화의 폭이 너무나 커요. 테라포밍이고 뭐고 자신의 엔진에만 신경을 기울이는 플레이어들과 했을 땐 그야말로 지옥을 보았거든요.

또한 점수만 관리하면 되는 시즌스가 각 자원을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테라포밍마스보다 더욱 간편하게 느껴진 것도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가끔씩 터지는 조심성 없는 플레이 때문에 여기저기에서 “윽, 이거 어디에 있었지?” 하는 소리를 듣는건 조금 지치더라고요.

또한 라운드마다 카드를 드래프팅하여 필요한 카드만 구입할 수 있는 테라포밍마스가 좀 더 전략의 깊이를 가지고 있지만 카드가 많다고 해서 손해를 보는 점은 없습니다. 반대로 시즌스에선 추가로 가져온 카드는 사용하지 못할 경우 감점요소가 됩니다. 원치 않게 뽑은 똥카드를 언제 어떻게 내 전략에 녹여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재미가 테라포밍마스엔 없었어요.

두 게임을 동시에 꺼내놓고 어느쪽을 즐기겠냐고 묻는다면 전 시즌스 쪽의 손을 들어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테라포밍마스에 대한 깊이와 전략을 이해할 수록 애정이 차츰 늘어가고 있으니, 주사위가 있는데도 극호감를 가진 시즌스를 넘어설 수 있을진 두고봐야 할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 보드게임긱에 올라온 평가는 조금 과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충분히 볼 수 있었습니다.

블로그 :: https://www.raccoonca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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